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10년 만의 재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힘 빠진 결론으로 실망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배우 장자연 씨가 각계각층의 유력 인사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세상을 떠난 지 10년 사이 바뀐 게 사실상 없다는 방증입니다. 어쩌면 리스트에 거론된 가해자인 권력자들은 이 10년의 세월을 벌기 위해 이토록 질질 끌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증거도 진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조사단은 13개월 동안 관련자 84명을 불러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강제 조사권이 없어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물론 아주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은 핵심 증인인 윤지오 씨의 과거 증언을 토대로 술접대 자리에서 고 장자연 씨를 성추행했다는 전직 기자를 재판에 넘겼고, 장자연 씨의 소속사 대표가 불합리한 전속계약에 근거해 술접대를 강요한 정황과 《조선일보》 관계자 등이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장자연 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수사기록에서 누락하고 성접대 의혹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장자연 씨 오빠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취파일과 녹취록이 사라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죠. 나아가 《조선일보》 측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결론도 내렸습니다. 과거사위는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을 만나 협박한 사실이 있다고 정리했죠.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까지였습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곁가지 이외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 씨와 관련한 성범죄 의혹에 대해 수사를 권고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는데, 수사를 할 만큼 증거가 충분치 않고 관련 혐의 대부분이 시효가 지났다는 겁니다. 또한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도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한계이기도 하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검찰을 비롯한 권력층들의 자기비호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처 - JTBC


발표 당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재조사조차 비상식적인 결론이 났다고 폭로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참여한 진상조사단의 결론과 조사위원회가 밝힌 보도자료에 너무 다른 점이 많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죠. 과거사조사팀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립성과 공정성이 우선되기 때문에 외부단원 4명이 중심이고 내부단원인 검사 2명은 보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결과에서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이례적으로 위원회가 대부분 최종 결론으로 채택하면서 조사팀의 다수의견을 묵살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사팀에서는 성폭행에 대해 세 건 정도의 유력한 진술이 있어 다수의견으로 수사 권고 결론을 냈는데 위원회는 그냥 기록을 보존하자는 검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극적인 결론을 냈다고 하죠. 장자연 리스트 역시 조사팀의 다수 의견은 리스트는 존재하며 그 리스트는 장자연 씨가 입은 피해를 기록으로 남길 목적이라는 것으로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인데, 검사 쪽 소수의견은 이 리스트가 피해사실과 관련되는지 여부를 모르겠다는 상식 밖의 결론을 냈고 이것이 최종 결론으로 채택됐다고 하죠. 그나마 성과로 치는 당시 수사 미진이라는 점도 애초 조사팀은 당시 검찰 수사가 직무유기 수준으로 부실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 내용을 순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 KBS


결국 누구를 위한 장자연 사건 재조사였을까요? 재조사 결과 발표조차 장자연 사건 가해자를 봐주기 위한 시도일 뿐 아니라 당시 경찰과 검찰의 과오를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특수강간 재수사 검토도 조사팀의 다수의견이었지만 검사들이 채택되지 않도록 막았다고 하니 그들의 카르텔이 아직도 얼마나 견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여태까지 위원회는 과거사위의 조사기간 연장을 반대한다든지 아니면 조사팀의 관계자 소환 요청에 소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 독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과거사위가 운영될 때마다 관행적으로 다수의견을 채택했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검사 측 소수의견들을 채택한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을까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럴 거면 대체 진상조사를 왜 한 거냐?'는 얘기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를 수사했던 경찰관이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고 1계급 특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7개 언론 단체, 시민 단체 등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룡봉사상 공동 주관을 폐지하고 조선일보사에 내준 경찰 1계급 특진 인사권을 환수해 경찰 공무원 인사 원칙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은 생각비행이 〈대종상 대리 수상만큼 어이없는 청룡봉사상 사라져야〉라는 기사로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967년부터 《조선일보》는 공적이 뛰어난 경찰관들을 선발해 상을 주고, 경찰청은 수상자들에게 1계급 특진 혜택을 줬습니다. 그런데 2009년 초 장자연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이 열마 후 청룡봉사상을 받고 특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입니다.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고 발표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청룡봉사상 특진 혜택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하죠.

 

출처 - 미디어스

 

아직 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 강간 혐의 때문에 과거사위는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성폭행 피해 증거를 나중에라도 발견하면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2024년까지 기록을 보관하라고 권고해서 재수사의 불씨는 남겨뒀습니다. 하지만 이번 장자연 사건 재조사의 마무리를 보며 국민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경찰과 검찰이 자기네 말처럼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을까?'라고요. 참으로 비통한 심정입니다.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이 대치한 가운데 성접대와 권력형 비리가 뒤섞인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상이 이번에 제대로 밝혀질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단의 수사 기간 연장에 부정적이었던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는 지시를 하자 기간을 2달 연장했습니다.


출처 - 시사인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이름으로 거론할 때 사건의 성격이 명백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으로 규정하겠습니다.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을 우리 사회 특권층에서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10년 가까이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던 이들의 비리에 대해 정부가 강제수사권이라는 칼을 빼들었죠. 법무부 장관이 직접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이들 사건에서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학의 차관 사건은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단이 이미 법조계 고위 인사 20여 명을 추가로 조사할 것을 거론했고,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의 경우 증인인 윤지오 씨가 직접 나서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진상이 명백히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JTBC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그리고 여론은 김학의 차관 사건과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이 이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특검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에 검찰과 경찰의 고위급과 이전 정권의 장차관들이 연루된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할 명분이 차고 넘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고 상시 특검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리얼미터


국민 여론의 절대다수는 김학의 차관 성접대 사건과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에 대한 특검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19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두 사건에 대해 특권층 연루, 수사기관의 은혜, 축소 정황이 있으므로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7%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수사만으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죠. 진보층에서는 9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특검을 요구하고 있고, 보수층 역시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특검 도입에 과반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것은 자유한국당 골수 지지층 뿐입니다만, 여기서도 미세한 차이로 찬성이 우세합니다. 이는 진보나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이 사건들이 사람이라면 저질러서는 안 되는 추악한 일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여론이 이렇게 움직이자 《조선일보》는 똥줄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고 장자연 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 적힌 성 접대 유력 인사들 가운데 《조선일보》 사주 방씨 일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방씨 일가와 《조선일보》의 대응은 치졸하기 그지 없었죠.


출처 - 시사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는 〈PD수첩〉이 장자연 관련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을 냈습니다. 언론사의 대표였던이가 언론사를 소송으로 밟겠다는 심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겁니다. 이렇게 치졸한 대응을 하는 이유는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지난 4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올리며 새로운 진술들을 확보했기 때문이겠죠.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대상이었죠. 방용훈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이고 방정오는 방상훈의 아들입니다. 방용훈이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은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관계자들은 방용훈이 밤의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한 배우 윤지오 씨가 증인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직접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조선일보》와 방씨 일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출처 - 시사인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선일보》는 언론사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채 장자연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에 대해 다른 언론사들은 〈文대통령,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 철저수사 지시〉라고 제목을 뽑았는데, 《조선일보》만 〈文대통령, 버닝썬·김학의 사건 등 보고받고 "의혹 구명하라"〉라며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을 쏙 빼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 알려진 윤지오 씨가 검찰에 출석해 진술을 한 날에도 9개 중앙일간지 중 8개 신문이 이를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만이 이와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을 언급하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 입증이 어려워 재조사가 부적절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급급했죠. 대한민국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이렇게 유치한 방법까지 동원해가며 사주의 범죄를 은폐해주는 이유가 뭘까요?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면 《조선일보》 기자들은 '기레기'로 불릴 자격조차 없습니다. 추악한 성범죄를 밝히기는커녕 은폐하는 데 한몫하고 있으니 공범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시사인


김학의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 그리고 버닝썬 사건은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지고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사건입니다. 이런 마당에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의 증인인 배우 윤지오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3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증인 윤지오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고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사건 자체가 가해자의 이름이 붙여진 사건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면서 "5대 강력범죄 외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 증언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정책의 개선을 요청한다"고 밝혔죠.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증인 윤지오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오늘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된 이유는 신변보호를 위하여 경찰측에서 지급해주신 위치추적장치겸 비상호출스마트 워치가 작동이 되지 않아 현재 신고후 약 9시간 39분 경과하였고 아직까지도 아무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무책임한 경찰의 모습에 깊은 절망과 실망감을 뭐라 말하기 조차 어렵"다면서 "앞으로 5대 강력범죄외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와 증언자가 제대로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정책의 개선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라고 피력했습니다.   

 

출처 - MBC

 

증인 윤지오 씨가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달 18일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자리에서 윤지오 증인에게 검찰과 경찰에 진술한 방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 또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 등에 대해 공개할 의사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또한 술자리 추행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연예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지를 재차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왕종명 앵커에 대한 비판 의견이 이어졌죠. 증인으로 나선 윤지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MBC 뉴스테스크 제작진은 다음 날 "어제 고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씨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생방송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왕종명 앵커가 정치인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많았습니다"라며 "왕종명 앵커와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 여러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 당사자인 윤지오씨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tbs

 

지난 10년간 얼굴을 숨겨야 했던 증인 윤지오는 지난 3월 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과 관련하여 증언한 이후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에 새벽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밤 10시 이후 연락을 받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하죠. 또한 언론 기자들의 과잉 취재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증인 윤지오 씨는 "가해자가 떳떳한 세상이 아닌 피해자들이 당당히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얘기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지난 3월 21일 〈한국은 간강의 왕국인가?〉라는 논평에서 "올해는 고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십년째 되는 해다. 증인도, 문건 증언도 있는 사건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 없었다. 검찰과 경찰이 고의적인 부실수사 의혹, 권력자 비호 의혹은 수두룩하지만 그때뿐이다. 십년이 되도록 고 장자연씨의 억울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 양진호 사건, 버닝썬 사건 등의 권력유착형 성폭력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검경과 정치권은 사건을 감추고 은폐하는데 급급하다. 도대체 뒤에 누가 있는가? 누가 이 사건을 감추려 하는가? 이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처벌하지 않으면 한국은 앞으로도 ‘내부자들’을 위한 강간의 왕국일 뿐이다. 녹색당은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해결을 위해 3대 권력유착형 여성착취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다"며 "특검을 포함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 신설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 권력 유착 사건을 공수처가 곧바로 수사한다면 봐주기 수사, 은폐 의혹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수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지 않으면 검찰개혁, 경찰개혁, 권력 개혁 모두 물 건너갈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렇습니다. 이번에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장자연 씨를 위해서, 그리고 힘겹게 사건을 증언하고 있는 윤지오 씨를 위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권력층의 비리를 밝히고 일벌백계하길 바랍니다.

지난 5월 28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중 유일하게 공소시효가 남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 3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씨는 언론계를 포함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여 차례 이상 술접대와 성상납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고 합니다. 유서에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소속과 직함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이 의혹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던 바 있습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10명 모두 말입니다. 장자연 씨와 유족의 억울함만을 남기고 그 사건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묻히고 말았죠.


출처 - KBS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 덕분에 사정이 반전됐습니다. 2018년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만에 청와대 답변 커트라인인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2월 6일 1차 사전조사 사건 발표 당시 제외했던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2차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에는 이런 국민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장자연 리스트 재조사에 앞서 《한겨레21》이 2009년 당시 검찰과 경찰이 진행했던 수사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검경이 당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모 씨가 2008년 10월 28일 장자연 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꽤 면밀히 조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날은 장자연 씨가 어머니의 기일인데도 이런 자리에 나가야 하느냐며 슬퍼했다던 바로 그날이죠. 장자연 문건에서 접대를 했다고 밝힌 인물은 모두 5명인데 2009년 8월 19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모 씨만 쏙 빠졌습니다. 이러니 국민들 사이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출처 - KBS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장자연 씨의 기획사 대표이자 성접대를 강요한 김모 대표에 대한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김 씨가 고 장자연 씨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인 방모 씨가 참석한 술자리에 대해 입단속을 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이죠. 장자연 씨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 등을 상대로 한 접대 자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라는 문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그 주인공인 방모 씨는 술자리에 잠깐 들렀다 일찍 나왔다는 말로 발뺌했습니다.


출처 - KBS


하지만 검찰은 기획사 사장인 김 씨만 추궁했을 뿐 거듭된 거짓말에도 당사자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모 씨는 추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피의자 14명에 대한 성매매 혐의 등에 모조리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접대를 강요한 김 대표에 대해서도 피해자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서에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의미가 명확지 않다, 문서에 구체적 기재가 없이 잠자리 강요를 받았다는 내용만으로 성매매 단정을 할 수 없다며 모조리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지만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처분이었습니다.


출처 – KBS


재수사를 한다니 다행이지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건 강제추행 부분뿐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사 사주 아들이 얽혀 있어 검찰과 경찰에서 봐주기가 있었다면, 혹은 당시 정권과의 뒷거래가 있었다면 그 관련자를 색출해 처벌함이 마땅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고 장자연 씨의 억울함을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풀고, 일상에서 성적인 억압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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