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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입니다.
목말을 태워 바닷가를 하나가 되어 걷고 있습니다.
무동(舞童)이 된 여자가 말이 되어준 남자를 내려다봅니다.
남자 역시 올려다봅니다.
내려다보면 우러르고, 올려다보면 아우르니,
저렇게도 쳐다볼 수 있구나 하며 부러웠습니다.
언제 한번 목말을 태워준 여자가 있었나?
아들 외엔 없으니 한 명도 없는 셈이지요.
바라만 보아도 좋은 까닭은 하나가 됨을 보기 때문이겠지요.
삭막하게 살아온 지난 시간이 그들의 목말로 더듬어집니다.
지금 그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무동을 얻게 된다 해도,
이제 목말을 태워줄 힘이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엔 다 제 시간이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금지금 걸맞은 지금 사랑은 무얼까?
사랑이 때를 놓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이 놓치고 마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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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입니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기도 한 천혜의 섬이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지역에 있는 자연이 중장비와 콘크리트 구조물로 훼손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적법한 절차를 밟지도 않고 주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안보논리, 시장논리를 앞세워 강정마을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국방부, 국토해양부와 돈벌이에 눈먼 자본주의 세력이 결탁하여 주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반환경적이고 비경제적인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은 멸종위기종과 많은 특산종이 서식하는 바다 인근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로 생물권 보전지역에 속합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천혜의 자연은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영구 파괴되고 맙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공권력과 재벌의 힘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은 감금과 폭력에 맞서면서 엄청난 벌금 고지서를 받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자발적 참여가 절실한 때입니다. 이에 생각비행은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기사는 2010년 3월 13일 《미디어오늘》에 실린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의 글입니다. 전문을 다시 게재하면서 생각비행이 취재한 사진 자료와 지인이 제공한 사진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원 기사  : <강정을 아시나요>)


강정을 아시나요

강정을 아시나요? 화산섬 제주에는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 중에도 가장 경치가 빼어나고, 살기 좋다고 해서 일강정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그곳입니다. 수많은 기암절벽과 물 맑은 시내들, 그 맑은 물들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이루어진 아름다운 작은 연못들, 그리고 수려한 경치를 닮은 아름다운 생물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살고 있는 그곳을 당신은 가 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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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최대의 은어 산란지이고, 천연기념물인 원앙들이 무리지어 살고, 멸종 위기의 붉은발말똥게와 역시 멸종 위기의 희귀종인 솔잎란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리고 앞 바다에는 역시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가 있지요. 당신이 거기에 가면, 그것들이 내뿜는 희귀한 아름다움에 반해서, 그것들이 인간만큼이나 귀하고 인간만큼이나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 종은 지상의 다양한 생물종 중에 하나일 뿐이라 각성이 생길 것입니다. 다른 종의 생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바야흐로 그 아름다운 것들이 인간에 의해 대량학살 당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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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 보세요. 혹시 올레길 투어에 참가하거든 그곳에 가 보세요.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운 곳이에요. 올레길은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쪽에 위치해 있는데, 관성대로 그 길로만 걸어가지 말고 아래로 내려가서 반시간 쯤, 바닷가에 널려 있는 조면암 바위들 위로 걸어도 보고, 여러 종류의 작은 바다 생물들이 서식하는 소우주인 연못들도 보고, 눈부시게 흰 파도 비말을 보면서 태초에 화산의 들끓는 용암 질펀하게 흘러가 푸른 바다와 만나 급속히 냉각되는 위대한 담금질도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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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현무암이 사납고 그로테스크한 형상과 색채의 조각상을 빚어낸다면, 바닷가의 넓은 면적에 깔린 조면암의 평평한 바위들은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정교한 구도와 색채의 아름다운 추상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 조면암의 추상화는 화가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도 곧 무참히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것들, 희귀한 것들이 한꺼번에 깔아뭉개지고 몰살되고, 그리고 인간들은 제 땅에서 뿌리 뽑혀 쫓겨나갈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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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변에 거대한 해군기지가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6백년 가깝게 인간이 뿌리박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땅에는 인간 영혼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머나먼 과거에서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온 그 유구한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 무자비한 가혹행위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수많은 생물들은 콘크리트에 깔려 대량학살되고, 거기에서 뿌리 뽑힌 인간들은 영혼이 망가진 불구가 되고 말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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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강정의 자연은 강정 주민들 것만이 아니죠. 그것은 우리 국민의 땅이요, 그것의 상실은 우리 모두의 상실입니다. 그 땅은 우리 모두의 소유입니다. 강정의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 모두의 휴양과 휴식, 우리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온전히 보존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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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그래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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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60여 년 전, 현대사의 최대 참극인 4.3사건을 겪은 땅입니다. 그 사건이 양대 이데올로기의 충돌과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발생한 사태이므로 제주도는 세계를 향해 전쟁반대와 평화를 외칠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지금 ‘평화의 섬’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세계열강을 비롯한 각국이 그 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평화의 섬’에 전쟁의 상징인 대규모 해군기지가 들어서다니요. 평화는 전쟁으로 이룩할 수 없습니다. 평화는 평화에 의해 이룩됩니다. 평화는 전쟁이 아닌 이성적 사고와 노력을 통해서 창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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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여왔던 강정마을 사람들은 이제 극도의 피로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이때를 노린 국방부는 군사작전처럼 가차 없이 치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강정은 강정 주민의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죠. 아니, 그 땅은 당대의 것이 아니죠. 그 땅은 영원한 미래의 시간 속에서 찰나에 불과한 당대의 것이 아닙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찰나적 존재에 불과하므로, 그 땅은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 이후 끊임없이 이어질 후손들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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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 바라보다 보면 그 속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만 바라보면 그 사람의 속이 더 보이듯이요.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 옳지만은 않습니다. 바닷속도, 사람 속도.

날치(물 위로 나니 이렇게 부릅니다. 날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동네 바닷사람은 주둥이가 뾰족한 학꽁치라고 합니다) 한 마리가 날아오릅니다. 물을 박차고 오르려면 힘이 꽤 들 텐데도 거푸 날며 물속을 이동합니다. 노는 걸 겁니다. 굳이 필요 없을 듯한 유영을 하는 새들처럼요.

먹이를 찾으려고 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건 새들로부터 오래전에 배운 적이 있습니다. 아마 물고기도 그럴 겁니다. 날아오른 물고기 한 마리를 쫓아 눈으로 따라갑니다. 앞으로만이 아닌 동근 원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 물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는 것 같진 않으니 분명 노는 것, 노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놈도 지쳤는지 아니면 내가 따라 잡질 못했는지 녀석의 놀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갔나 봅니다. 내친 김에 나도 물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럴 땐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입니다.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눈을 감으며 바닷속으로 더 깊이 빠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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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차 한 잔을 준비해 찻상에 올려놓습니다. 제주도 삼나무 찻상은 목공소에서 손수 만들어온 겁니다. 삼나무 무늬 안에 물고기 한 마리가 보입니다. 사실은 옹이입니다. 삼나무 무늬 안에 타원의 물결이 보입니다. 사실은 나이테입니다.

찻상이 바다로 보입니다. 바다를 너무 보고 온 거지요. 먹을 갈아 물고기 두 마리를 그려 넣어봅니다. 한 마리는 왠지 쓸쓸해보입니다. 바다에서 혼자 놀던 물고기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 마리를 더 그립니다.

하나는 통통하고 하나는 홀쭉합니다. 수컷 같고 암컷 같고, 사내 같고 계집 같고…. 하나가 말을 걸어오지만 하나는 새침하게 몸을 돌립니다. 살짝만, 돌아서지 않을 만큼만. 하나가 찾아나서면 하나는 꼬리를 칩니다. 약간만, 바짝 붙지 않을 만큼만.

찻상이 바다가 됩니다. 두 뼘밖에 안 되는 작은 찻상이니 바다라기보다는 연못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연못이 된 찻상에 차마 잔을 올려놓을 수 없어 바닥에 잔을 놓으니 연못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바다가, 연못이 집 안에 들어앉았습니다. 집 안이 바닷속이 되고 연못 속도 됩니다. 찻상이 세계가 됩니다.

비가 며칠째 내립니다. 제주도는 6월 중순쯤 장마가 시작되는데, 처음 이 계절을 맞는 사람은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젓습니다. 습기 때문이지요. 제주도 입도 2년차인 나는 그러려니 하며 더 즐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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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엔 물고기가 노니는 찻상 곁에 막걸리 잔을 두고 제주 막걸리(서울 가면 그곳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이젠 제주 막걸리 외엔 다른 건 마실 수가 없습니다. 이곳 막걸리가 입맛에 맞는 것인지… 물이 좋아 맛도 좋다고들 합니다만)를 마실까 합니다. 바닥에 잔을 내려놓는 이유는 연못가, 바닷가, 그 곁, 가장자리에서 마시고 싶어섭니다.

들어가 보는 것보다 곁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바라보며 마음을 졸이던 때가 더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어섭니다. 이렇게 변죽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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