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참여로 한 달간 2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13699

 

그동안 알려진 일베의 해악은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과 여성 혐오,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 가짜뉴스 양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생각비행도 일베의 행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일간베스트 저장소

인터넷 사이트 일베, 어떻게 봐야 하나? : http://ideas0419.com/439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겼기에 지난 3월 23일 청와대 Live를 통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과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나와서 답변했는데요, 김형연 법무비서관의 말에 의하면 정부가 일베를 폐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출처 – 청와대 유튜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음란물이나 사행성 정보를 비롯해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정보의 처리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개별 게시물 단위로 판단하지만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웹사이트 자체를 불법정보로 판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김일성 찬양 글이 게시된 한총련 사이트를 폐쇄한 조치가 정당하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계속 지워도 대량으로 반복해 게시하는 현실에서 폐쇄 말고 적당한 대안이 없다며 합헌이 다수 의견이었죠. 이에 견주어 보자면 일베도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이 법리적 판단입니다.


보통 불법 정보가 70퍼센트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데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여기 해당했습니다. 일베가 저지른 성적 모욕, 폭력 위협, 명예 훼손, 성범죄 모의와 인증 등 숱한 사회적 물의를 감안할 때 사이트 폐쇄 기준에 이르렀는지 고려해봐야 합니다. 지난 5년간 제재 건수가 가장 많은 사이트가 일베였음은 물론 해마다 1위 제재 대상도 일베입니다.


출처 – MBC 유튜브


일베가 문제가 많은 건 인정하지만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국정 철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헌법이 규정하듯이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갖는 동시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일베의 극우적 성향이 문제라기보다는 노골적으로 패륜적이고 여성이나 노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 혐오가 매우 심각한 측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죠. 김치녀, 맘충, 틀딱충, 똥꼬충 등 약자를 비하하는 용어들도 일베에서 퍼진 추한 표현이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TV


게다가 외국 사례를 봐도 이런 혐오 사이트들이 표현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행동을 선동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개인 단위의 성적 모욕, 폭력 위협, 성범죄 모의와 인증 등도 셀 수 없고,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 앞에서 폭식집회라는 어이없는 짓을 벌이는 일베의 해악을 똑똑히 본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나치와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럽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면서도 소수자에 대한 폭압과 차별, 혐오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단죄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미국도 정부가 나서지 않을 뿐 민간의 자율적 규제는 엄격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혐오와 차별이 비등해지고 있지만 차별과 혐오에 대한 법 조항이 구체적으로 없는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관련 제도를 만들고 정비하라는 권고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일베 폐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6년 새해가 밝았지만 박근혜 정권하에서 벌어진 일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노동 개악,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문제가 문자 그대로 현재진행형입니다. 그중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졸속으로 합의해버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국민은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고 정부에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어떠한 진전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평가일 테지요.

 

출처 - 연합뉴스



한 달도 안 돼 시작된 일본의 망언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국회의원한테서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였다"는 망언이 나왔습니다. 6선 의원인 사쿠라다 요시타카 중의원은 지난 14일 자민당 본부의 공식 석상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으로서의 매춘부였다며 그것을 희생자인 양하는 선전 공작에 너무 현혹당했다는 망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는지 일본 정치인의 행태에서 고스란히 묻어나지 않습니까?

출처 - 한겨레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의 망언이 과연 일개 의원이 내뱉은 돌발 발언이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합의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일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하라는 일본 야당 의원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미 전화로 사과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자신의 육성으로 다시 사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참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사과입니다. 피해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리고 직접 방문하지도 않은 채 전화로 사과한 것만 봐도 진정성이 없음이 드러납니다. 더구나 아베 총리가 대한민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이 분명하다면 일본 야당 의원의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은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요?


졸속 합의 이후 아베 총리는 되레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이 이전될 것으로 안다며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로서는 이번 합의가 일본의 전쟁 범죄임을 인정한 게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지요. 동시에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소녀상을 이전하는 등 한국 정부가 가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이상 합의한 10억 엔을 출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다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이뤄진 합의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도 합의도 아닌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치쇼에 부화뇌동해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그들의 표현으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면죄부를 일본에 안겼으니, 친일 대통령과 친일 정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정부, 한국 정부인가? 일본 정부인가?


친일파의 자손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입을 맞추듯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친일파의 자손이라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후속 조처들을 보면, 과연 이게 한국 정부인지 일본 정부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업무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하기로 하고 협약서 문안까지 다 만들었지만, 한일 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합의되자 갑자기 다 취소해버린 일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졸속으로 이뤄진 합의안에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내용은 지키면서 더 중요한 역사적 문제는 해결하려 하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를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출처 - JTBC


얼마 전 우리 외교부가 나눔의 집이 아닌 홀로 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개별 접촉해 졸속으로 합의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었죠. 세월호 참사 때와 대응 방식이 똑같습니다. 내부에서부터 분열시키기 위해 정부가 힘쓰고 있는 겁니다.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46명인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지 않고 홀로 사는 분이 20여 명쯤 된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 중에 생활의 고됨 때문에 정부의 합의안에 몇 분이 지지를 표명한다면 그것을 빌미로 삼아 외교부가 졸속 합의를 정당화하고자 하려는 심산이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 행태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정 역사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과연 어떻게 다룰지 궁금해지는군요. 아니, 사실은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국정원의 댓글 조작에 힘입어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을 대단한 국가 안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친일과 반민족 행위로 점철된 자신들의 과오를 덮는 것이야말로 국익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들의 무리수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겠습니까?


 

일본 순사의 부활인가? 경찰의 정대협 수사

출처 - 트위터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협상을 최상의 합의라고 자평하며 일본의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한 바 있습니다. 친일파 정권이 일본 편에서 국민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상황이라 경찰 또한 반정부, 반일본 정서를 잠재우느라 눈코 뜰 새 없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전면 무효를 촉구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인 대학생들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국민의 비난 여론이 인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서울 종로경찰서는 미신고 집회를 벌인 혐의로 농성 대학생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습니다.

 

한편 지난 수십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수요집회 등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상대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수요집회에 모인 인원이 신고한 100명을 훌쩍 넘어 1000명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를 빌미로 경찰이 정대협 관계자에 대한 출석 요구서 발송을 고려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4년간 정대협은 매주 수요일에 집회 신고를 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와 종로경찰서가 그간 별다른 제지 없이 신고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24년 동안 가만히 있다 이제서야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는 것을 볼 때 역시나 위에 있는 친일파의 좌장들이 보기에 불편한 상황이라는 얘기겠죠. 상황이 이런지라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술 더 떠 과거 저항권이 인정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사실상 대사관 앞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나라 꼴이 참 말이 아닙니다. 친일파의 세상에서 일본 순사가 활개 치는 세상이 도래한 것 같습니다.



어김없이 등장한 망언의 홍위병, 어버이연합-엄마부대


세월호 때도 메르스 때도 이슈만 있으면 등장해 망언을 일삼으며 종북 낙인을 찍던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아이를 잃고 참담한 심경에 처한 단원고 학부모들에게 종북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던 이들이 이번에는 북한이 생기기도 전인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본 분들께도 똑같은 방식으로 낙인을 찍으려 했습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지난 6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는 전범기를 들고 박근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정대협 지도부가 종북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신념 이전에 지적 능력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긴 하지만 전범기까지 들고나온 것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군요. 이렇게까지 친일파 커밍아웃을 해도 무사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칭난해야 할지 아니면 친일파가 당당히 활보해도 단죄할 수 없을 만큼 썩어버린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탓해야 할지 참으로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엄마부대도 이번에는 어버이연합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부대 대표는 정대협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딸이나 어머니가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했을 거라고 힘주어 말한 대목에서는 과연 이들이 인간인가 싶을 정도의 참담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 어머니와 딸까지 팔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잘못된 시대의 희생자인 분들에게 무슨 희생을 더 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엄마부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의사자라니 너무 심하네요." 같은 망언을 했던 단체입니다. 세월호 참사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박근혜 정부와 그 추종자들이 하는 행동은 참 한결같군요.


 

이것이 사과라면 한국은 국가 기능 더 이상 힘들다



출처 - 뉴스프로


한일 간 급작스러운 위안부 문제 합의로 동아시아 정세가 미국 입맛에 맞게 돌아가자 백악관은 반색한 바 있는데요, 미국의 언론은 이와 다른 시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진보적 월간지인 《카운터펀치》는 이번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두고 <위안부 피해자를 배신한 한국 정부>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여기에서 "이보다 완전한 항복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것이 사과라면, 그래서 한국 정부가 피해보상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면, 이와 비슷한 사과를 몇 번 더 받으면 한국은 국가로서 기능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통렬하게 비판을 가했습니다.

 


이 잡지는 박정희가 관동군 출신 친일파이며 위안부 제도는 홀로코스트 살인과 같은 규모라고 피력했습니다. 동시에 그 후손인 박근혜는 이 합의를 반대하는 국민을 향해 박정희식으로 폭력적으로 탄압할 수 있음을 예상했습니다.


또한 캐나다의 《에드먼턴(Edmonton) 저널》은 사설을 통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중대한 인권 문제라며 이 합의의 부당함을 지적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원천 무효, 나치 단죄하는 독일처럼 친일파 처단하라


어버이연합을 막아선 효녀연합 등 대학생들과 정대협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함께 분노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부정한 세상일지라도 소수의 의인이 있기에 세상이 유지되는 것일 테지요.

 

출처 - AFP통신


지난 13일 수요집회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그간 나오지 못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거리에 나섰습니다. 할머니들은 소녀상 철거와 맞바꿔야 준다는 그따위 돈 안 받는다며 제대로 된 사죄를 하라고 일갈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피해자들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한 합의는 무효임을 주장하셨습니다.

 

그런 가운데 부산에 사는 90대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로 끌려간 적이 있다고 70년 만에 용기를 내 고백한 일이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털어놓고 싶었다며 스무 살 무렵 친구들과 놀다가 일본 경찰에 강제로 끌려가 구타를 당하며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해방이 되어 4개월 만에 귀국선을 타고 부산으로 건너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행여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봐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딸 외에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파악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많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사죄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합의로 과연 이분들에게 어떤 보상을 할 겁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지난 12월 28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이후 피해 할머니 두 분이 증언활동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이옥선(90), 강일출(89) 할머니가 25일 일본으로 입국해 2월 1일까지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각종 기자회견과 증언회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은 "원래는 (일본 정부 측이) 피해자 앞에 와서 사죄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협력(합의)은 참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이 죄송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당시 의무병으로 일한 노인이 살인 조력 혐의로 내달 29일 재판을 받습니다. 현재 95살인 후베르트 차프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3681명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가 복무한 기간은 《안네의 일기》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가족이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때이기도 합니다. 독일은 나치에 부역하거나 동조한 이들이 자연사하기 전에 처벌한다는 강력한 방침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나치의 전 친위대원이었던 94살의 오스카 그뢰닝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빨리 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릅니다. 과거 2차 대전 당시 많은 이들을 학살한 나치의 수뇌부를 단죄하기 위해 아직도 찾고 있는 독일과, 과거의 치부를 미화하려는 몇몇 잘못된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한국, 딱 그만큼이 두 사회의 차이점일지 모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사죄 후 과거를 청산하는 모습은 독일 사회가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12.28 합의로 받게 되는 10억 엔이 큰 성과인 것처럼 떠드는 박근혜 정부는 독일이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위해 그동안 배상한 금액이 70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조하지만 졸속으로 한일 당국이 처리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원천 무효입니다. 피해자를 빼놓고 벌이는 정치쇼는 그만하기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시사인

 

2015년에 맞은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박근혜 정부에 의한 분열 그 자체였습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여전히 거부했고, 마땅히 참석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참석한 여야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가운데 정부 대표로 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침묵했습니다. 한편 광주를 찾은 여당 대표 김무성은 물벼락을 맞았으며 야당 대표 문재인은 야유와 비난을 받았습니다. 군부 독재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민주 시민의 정의로운 항쟁이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와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혼탁으로 자꾸 그 정신이 퇴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비행은 5.18 민중항쟁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5.18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출처 – EBSi


다시 기억해야 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방송의 굴종사

http://ideas0419.com/145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표현의 자유를 다시 돌아보다

http://ideas0419.com/354

 

군사 독재 정권의 후계자와 그 조력자들로 이루어진 현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나 여당의 기회주의와 야당의 무능은 질리도록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베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한 5.18 희화화와 모욕은 다른 의미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일베가 게시글이나 이미지 합성으로 5.18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일은 이미 악명 높습니다. 하지만 일베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 당시 외신만 살펴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튜브


그런데도 한 일베 회원은 5.18 희생자의 관을 '홍어 택배'에 빗대어 표현하는 반인륜적 명예훼손을 저질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생각비행은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일베를 어떻게 봐야 할지 분석한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일베, 어떻게 봐야 하나? : http://ideas0419.com/439

 

우리 사회에서 일베의 활동은 도가 지나쳐 점입가경입니다. 바로 어제 2015년 5월 18일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일베가 제35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장에도 침투해 있었습니다. 일베의 한 회원은 자원활동가 복장을 하고 자원활동가 표찰을 든 채 이른바 일베 손동작을 인증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이는 독일로 치자면 종전기념일에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 치러지는 유대인 학살 추모 행사장에서 자원봉사 복장을 한 채 '88' 혹은 '18'을 인증한 셈입니다. 욕이냐고요? 아닙니다. 88과 18은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극우인 네오 나치의 은어입니다. 생각비행이 최근에 출간한 책,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을 통해 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암호는 '88'이다. '하일 히틀러Heil Hitler'의 앞 글자인 HH에서 H가 알파벳 순서상 여덟 번째이기 때문에 88은 곧 '하일 히틀러'가 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18'도 있는데, 앞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의 A와 H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유명한 암호로 '14단어(14Words)'가 있다. 이는 “We must secure the existence of our people and a future for white children(우리는 백인 민족의 존립과 백인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이라는 문장의 단어 수를 의미한다. 또 RAHOWA라고 RAcial HOly WAr(인종적 성전)의 앞 글자를 딴 단어도 있다.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 (김동석 | 생각비행) 21쪽  05 네오나치의 암호

 

전후 청산과 사죄의 모범이 되는 나라이자 이제 유럽의 리더로 우뚝 선 독일. 하지만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네오나치. 독일과 네오나치의 사정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베 등 극우의 관계를 엿보는 일은 교훈이 되지 않을까요?


《알고나 까자》의 저자는 네오나치가 눈에 띄게 폭력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한 시기를, 독일이 통일되고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기 시작한 때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지역 기반은 구동독 지역인데, 독일 통일 이후 폭력이 심화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들의 움직임이 통일 이후 불어닥친 경제적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동독인은 그들의 문제를 내부에서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수의 네오나치들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2차 대전 때 방식처럼 '남의 탓', 즉 외국인과 사회적 소수자 혹은 좌파 정치가들에게 화를 풀어버리는 얄팍한 방식을 택했다.

이들이 분노를 해소하는 방식은 군중 심리에 의거해 작동하는 것이 분명히 보인다. 네오나치들은 서로 모여서 자신들의 사상에 대한 복종심을 강화한다. 이때 범죄자는 자신이 매우 칭송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확신하는데, 그 확신은 동료들의 지지를 받을수록 더욱 자연스러워진다. 이들의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시는 쉬우나 심리적으로는 그들의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설득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이 부분이 정말 어렵고도 가장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어설픈 사상가 한둘이 가세해 자기합리화에 걸맞은 학문적 용어들을 보태주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에 더해 자부심까지 갖게 되며, 사상이 종교로 변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순교로 받아들이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 (김동석 | 생각비행) 16쪽  03. 네오나치의 규모


IMF와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붕괴와 양극화, 남의 탓을 하기 위해 찾아낸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혐오, 민주화 좌파 세력에 대한 증오와 테러, 군중 심리와 또래 집단끼리의 관계에 집착하는 10대를 중심으로 한 일베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네오나치의 성립에 기대어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극우 언론과 극우 논객들의 부추김까지, 극우파의 대두는 서로 통하는 면이 있나 봅니다.

 

출처 - 한겨레


그렇다면 독일은 이 네오나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우선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를 합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은 민족주의 혹은 극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나치 깃발인 하켄 크로이츠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독일 국기가 집밖에 걸려 있어도 경찰이 찾아올 정도였다고 하죠. 인종차별을 처벌할 법적 근거도 있기 때문에 조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점점 더 교묘해지는 극우세력을 억누를 수 있을까요? 정말 제목 그대로 알고나 깝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12년 튀링엔 지방에서 네오나치가 일으킨 테러에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는 추모식에 참석하여 "우리나라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부끄러운 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부끄럽다면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물론 그 노력은 힘들다. 그리고 단기간에 되는 것도 아니다.



독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 중의 하나가 "Kein Ort Fur Neonazis(네오나치를 위한 자리는 없다)"이다.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길가에도 흔하게 붙어 있다. 지역 커뮤니티 형식으로 작은 조직들이 네오나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모여서 시위를 하거나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 외에 네오나치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엑시트 도이칠란트Exit Deutschland라는 단체도 있다. 극우 그룹에서 나오려다가 신체적 위협이나 협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주로 그런 일을 해결해준다.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 28쪽  08. 극우와 작별하는 법


극우가 잘못된 것이며 이 사회에 발붙일 수 없음을 시민사회 차원에서 공고히 하고 극우 세력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사람들에겐 협력을 아끼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독일의 대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시트 도이칠란트의 '오퍼레이션 트로얀 티셔츠 운동'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2011년 8월 네오나치들이 주최한 음악 축제 현장에서 엑시트 도이칠란트는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를 네오나치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해골 프린트에는 과격한 네오나치 찬양 문구와 나치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극우파들은 신나서 그 티셔츠를 입고 음악 축제를 즐겼다. 그리고 네오나치들은 각자 자기 집에 돌아와 그 땀에 절은 티셔츠를 빨았다. 그랬더니 티셔츠 위에 새겨져 있던 해골 프린트와 네오나치 찬양 문구들은 깨끗이 씻겨 내려가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문구가 드러났다.


“네 티셔츠가 한 것을 너도 할 수 있어. 우리가 도와줄게 – 엑시트 도이칠란트”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29~30쪽

 

결국 네오나치나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사회적 약자이기에 오히려 다른 약자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잠시나마 강자가 된 기분을 느껴보는 가련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극우 성향의 단체나 커뮤니티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미국, 세계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들이 절대 사회적 강자가 아니면서 강자의 방식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회적 강자들이 동조해주면 정말로 히틀러가 다시 세상에 나오는 것이지만 다행히 현대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행동은 자신들이 현재 소수자로서 혹은 사회적 약자로서 핍박받는다는 사실을 이상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도 인정받고 잘하고 싶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기에 그것이 불만인 것이다. 과도한 경쟁을 불러오는 자본주의에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알고나 까자 ―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 30쪽  08. 극우와 작별하는 법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독일 사회와 달리, 사회적 강자들이 은근히 일베와 같은 무리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더 위태로운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한층 더 씁쓸하고 맥빠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습니다. E.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파악했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잊지 말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빨리 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릅니다. 과거 2차 대전 당시 많은 이들을 학살한 나치의 수뇌부를 단죄하기 위해 아직도 찾고 있는 독일과, 과거의 치부를 미화하려는 몇몇 잘못된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한국, 딱 그만큼이 두 사회의 차이점일지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을 올려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광고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간 일베에는 리얼클릭, 구글 애드센스, 미디어나루 등 인터넷 광고대행업체들이 광고를 게재하고 있었습니다. 광고대행사 리얼클릭은 22일 공지글을 통해 "제휴 매체 일간베스트에서 역사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유해 정보가 많이 올라오고 있어 광고주와 인터넷 유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광고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보수 우파의 집결지로 불리며 파워 사이트로 떠오르고 있는 일베 커뮤니티 회원을 얼마 전 국가정보원이 안보 특강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일베 회원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국정원의 초청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일베 회원을 포함해 간첩 신고를 한 보수 누리꾼들을 뽑아 오는 24일 열리는 국정원 안보 특강에 초청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갑자기 각종 뉴스를 선점한 '일베' 현상,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요? 도현신 작가의 [어제, 오늘, 내일 2]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봅니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으로 부각된 일베 현상

얼마 전, 떠들썩한 소동이 하나 있었습니다. 2013년 5월 14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한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것입니다.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쓴 맥락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남을 괴롭힌다는 나쁜 뜻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적으로 만든다는 뜻인 민주화라는 단어가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쁜 말로 쓰이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주위로부터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자 전효성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실언으로 번진 파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체 전효성은 무슨 생각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말했던 것일까요? 그것이 전효성 개인이 처음 한 발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화를 나쁜 말로 쓰는 어법의 출처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줄여서 ‘일베’라고 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일베는 원래 다른 인터넷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줄여서 ‘디시’에서 갈라져 나온 곳입니다. 일베의 모태가 된 디시라는 커뮤니티에 관해 잠시나마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디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회로 수많은 누리꾼의 방문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한때 한국 인터넷을 대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꼽혔습니다. 초창기의 디시는 상당히 좋은 사이트였습니다. 디시 접속자들은 서로를 불교에서 도를 닦는 승려를 뜻하는 용어를 변용한 ‘햏자’라는 호칭으로 대하며 존중해주었죠.

2002년 디시에 연재된 만화, <햏자의 역습>. 이 무렵, 디시 접속자들의 매너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았고, 사이트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이런 디시는 2005년 이후부터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존댓말이 사라지고 반말과 욕설이 나타났고, 특정 지역(전라도와 대구 등)을 모욕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물이 마구 올라왔던 것입니다. 당시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런 사태를 막거나 엄히 다스리기는커녕, 오히려 악성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디시의 타락을 방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디시에는 양식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특정 지역과 여성들을 모독하는 게시물들은 윤리적으로 나쁘니 삭제하도록 요청해서 지워졌습니다. 그러자 “그냥 재미 삼아 인터넷에서 하는 말들인데 왜 지우냐?” 하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따로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디시에서 삭제된 문제 게시물들을 다시 올렸습니다. 일베의 모태가 된 디시도 2010년 무렵에는 막말과 욕설, 비속어가 들끓는 등 그다지 좋은 사이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디시에서도 감당하지 못해 삭제된 게시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 바로 일베였으니, 이런 유래를 본다면 일베라는 사이트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출발을 한 곳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일베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그리고 ‘일베’라는 사이트의 본질이 대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더라도 “일베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마구 날뛰는 악성 네티즌들의 집단”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지금은 안 쓰지만, 한때 ‘키보드 워리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신상 정보가 닉네임 속에 완전히 가려진 인터넷의 특성을 악용하여, 다른 누리꾼에게 욕설과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이런 악성 누리꾼들은 인터넷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피시통신이 운영되던 1990년대에도 존재했습니다. 어느 여중생이 “너는 걸레”라는 욕설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있었지요.

일베도 근본적으로 이런 악성 누리꾼들이 모인 사이트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규모와 이용자 수가 다른 인터넷 공간보다 훨씬 방대하다는 것뿐이죠. 자신의 신분이 철저하게 비밀이니,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불이익이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익명성을 근거로 평소에는 사회의 도덕적 제약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하던 말들을 인터넷에 대고 마구 쏟아내는 곳이 바로 일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 내에서 어떤 도덕이나 윤리적인 제약도 지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씹선비”라는 모욕적인 말로 부르며 조롱합니다. 그들의 생각에 인터넷은 어차피 가상공간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마음껏 해도 되는 곳인데 무엇 때문에 현실 세계의 예의나 도덕 같은 귀찮은 제약에 얽매이느냐, 그런 자들은 착한 척하는 더러운 위선자들이다, 라는 겁니다.

일베에 온갖 패륜적인 게시물들―강아지와 수간을 하고, 6살 난 조선족 여자 아이를 집단 강간하러 모의하며, 자신들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딸을 스토킹 모의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원정녀(매춘부)라고 부르며,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혐오하고, 전라도 사람들을 가리켜 홍어 냄새난다면서 다 죽여야 한다는 등―이 마구 올라오는 이유도 바로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댔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딸을 스토킹하겠다고 글을 올린 일베 회원들

그렇다면 일베 회원들이 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는 대상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한국의 독재자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일베 회원들이지만, 아직까지 이 세 사람에 대한 비방 게시물이 올라오거나 베스트로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전두환을 전땅크라 부르며 우상화하는 일베 회원들이 만든 그림. 그들은 전두환이 저지른 광주 학살을 알고도 오히려 잘 죽였다며 무자비한 폭력을 찬양한다.

어째서일까요? 일베 회원들이 저 세 독재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몰라서 저러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저지른 국가적 폭력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열렬히 찬양합니다. 한 예로 일베 회원들은 전두환 일당이 저지른 광주 학살에서 수많은 시민이 계엄군에게 무참히 살해된 사진을 보고는 “전땅크, 부릉부릉, 홍어들 냄새난다”고 댓글을 달며 신군부의 살인을 찬양하고 광주 시민을 조롱합니다.

일베 회원들이 쓰는 말들, 모두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출처: JTBC)

독재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숭상한다면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정치인들(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을 일베 회원들은 어떻게 볼까요? 극렬히 증오합니다. 그중에서도 일베 회원들이 제일 미워하는 대상은 바로 민주화 진영에 속한 정치인인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일베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 때문에 벌어졌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 믿음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하는 것이 일베 회원들의 모습입니다.

일베 회원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이 평생 추구해왔던 가치인 민주주의마저 부정합니다. 일베에서 ‘민주주의’ 혹은 ‘민주화’는 모든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는 말로 쓰입니다. 글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가수 전효성이 자기들 그룹이 민주화를 시키지 않는다고 한 말은 원래는 일베에서 쓰이던 표현이었습니다.

일베 회원들이 민주주의 자체를 증오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어떤 게시물의 밑에 그것을 반대하는 버튼의 이름을 ‘민주화’라고 붙인 것입니다.

게시물 밑의 반대 버튼 이름을 민주화라고 붙여놓은 일베 사이트

이것이 일베 회원들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개발 독재자들은 찬양하면서 민주화를 추진한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정치인들은 증오하고 있는 겁니다.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폭력을 휘두른 독재자들을 좋아하고, 민주주의를 추구한 정치인들은 미워하는 일베 회원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원래 일베라는 사이트 자체가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쓸 수 없었던 반도덕적이고 패륜적인 게시물을 모아놓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베를 만들고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도덕’이라는 가치관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덕적인 가치인 민주화를 추구한 정치인들을 위선자, 거짓말쟁이, 사기꾼, 나쁜 놈이라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베 회원들은 도덕적인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는 행위 자체를 즐깁니다. 그러니 무자비한 학살과 폭력을 휘두른 독재자들을 솔직하고 진실하다고 보면서 좋아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다른 관점에서, 일베 회원들은 약자를 혐오하고 힘을 숭배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미워하는 대상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회에서 약한 집단입니다. 전라도는 박정희 시절부터 차별을 받았고, 한국 여성은 오랫동안 남성 우월주의의 희생양이었으며, 김대중과 노무현은 한국의 주류 권력 집단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약자들이었죠. 반면 일베 회원들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은 모두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강자들입니다.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쫓겨났지만 아직도 뉴라이트 같은 보수 단체들로부터 국부 대접을 받고 있으며, 박정희는 죽어서도 국민이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의 딸이 2013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은 권좌에서 밀려났지만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일가족이 상류층에 편입되어 떵떵거리고 있으며, 황제 경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보호도 받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을 추종했던 세력은 지금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베 회원들의 눈에 세 독재자가 절대 강자로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약자를 미워하고 힘을 숭상하는 집단이라니, 왠지 꺼림칙하지 않습니까? 독일의 나치가 바로 이런 자들이었습니다. 특히 나치의 우두머리인 히틀러는 이 세상에는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권리가 있으며, 약자들은 존재할 자격도 없으니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독일 국민 중에서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 및 장애인 같은 약자들은 국가에 부담만 주는 쓸데없는 방해물이라고 여겨 모조리 독극물로 독살해 버렸습니다. 일베 회원들은 히틀러 같은 극악무도한 파시스트 독재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걸까요?

일베는 사회 실패자들의 모임이 아니다

일베가 악명을 떨치자, 이를 분석하는 사람 중에 “크게 문제 삼을 것 없다. 일베는 어차피 가난한 저학력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별 볼일 없는 집단에 불과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베를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들의 모임 정도로 보는 인식은 너무나 안이합니다. 일베는 저소득층이나 저학력자들만 가려서 받는 사이트가 아닙니다.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예전에 진중권 씨와 토론을 벌인 ‘간결’ 같이 하버드로 유학 갈 정도의 고학력자도 있으며, 국정원과 깊은 관계를 가진 정규직 종사자도 많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운동권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임수경 씨의 아들이 죽었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에 “잘 죽었다” “꼴 좋다”는 식의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철없는 청소년이 아니라 대기업 간부와 중소기업 사장과 같이 지극이 정상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 말한 것처럼, ‘악의 평범성’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했지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일베 현상이 두렵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일베 같은 사이트에 열광한다는 것은, 곧 보통 사람들 사이로 파시즘이 자연스레 스며든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역사가 마크 마조어가 그의 저서인 《암흑의 대륙》에서 밝힌 사실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대부분의 유럽 젊은이가 파시즘의 강렬한 매력에 자발적으로 매료되었으며, 경제대공황 등의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무능하다고 여겨 혐오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 당시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요? 일베에 제일 많이 접속하는 계층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인데, 이들이 독재자를 찬양하고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로 쓴다면, 자발적으로 파시즘에 환호하고 민주주의를 경멸했던 유럽 젊은이들을 흉내낸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일베의 하루 접속자 수는 400~500만에 이릅니다. 대략 우리나라 인구의 10퍼센트 정도가 매일 일베에 접속한다면, 이는 그저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과 일베의 결탁 현상

지금은 잠잠하지만 작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민주당은 국정원이 전국 70여 개의 비밀 지점에서 ‘오늘의 유머’ 같은 국내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박근혜 후보를 찬양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이른바 댓글 정치 공작을 벌여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 여직원이 머물고 있다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습격해, 어서 나오라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요. 거의 이틀을 버틴 끝에 여직원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조사를 벌인 경찰은 민주당이 문제 삼은 대선 관련 게시물을 그 여직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적이 없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나서 경찰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정원 여직원은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고 북한과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오늘의 유머에 무려 91건이나 올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정원 직원과 일베 회원이 손잡고 정치 관련 게시물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퍼다 날랐다는 보도. (출처: JTBC)

더욱 놀라운 사실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대북 심리 정보국’이라는 별도의 부서까지 만들어가며, ‘오늘의 유머’와 ‘보배드림’과 ‘뽐뿌닷컴’ 같은 국내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다 국정원 여직원이 한 것과 똑같은 일을 집중적으로 벌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부 기관이 개입된 정치 공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국정원 여직원은 일베의 회원인 이모 씨와 함께 일베의 글을 오늘의 유머에 여러 번 인용했으며, 자신이 만든 아이디를 5개나 빌려주었다고 합니다(2013년 5월 6일 JTBC 방송 내용). 이렇게 보면 일베가 단순한 유머 사이트로 머물지 않고, 국정원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 세력과 손잡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염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28일, 국정원은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변희재 씨를 초청해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종북주의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한 5월 24일, 국정원은 일베 회원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상품권과 시계를 선물하는 행사까지 열었습니다.

국정원에서 초청 전화가 왔다고 말하는 일베 회원


일각에서는 일베의 서버가 디도스 트래픽이 40기가까지 초과되었는데도 이를 막아냈다는 점을 들어서 혹시 일베가 국정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일베가 비단 18대 대통령 선거만이 아닌, 한국 보수 세력과 알게 모르게 결탁하여 앞으로 투표권을 갖게 될 젊은 유권자들을 상대로 민주화 세력을 폄훼하고 박정희와 전두환 등 독재자로 상징되는 보수 세력을 향한 지지를 심어주려는 작업을 인터넷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조갑제 씨는 일베 회원들이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1등 공신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일베 회원들도 자신들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면, 일베가 정치적 사이트라는 의문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일을 전후로 종편에서 보도한 5.18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확산하는 일베와 달리 조갑제닷컴에서 이를 허구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이후 조갑제 씨를 일베 회원들이 종북좌파로 규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베에 대한 최종 평가

처음에는 그저 저질 유머 사이트로 출발한 일베는 어느새 하루 접속자 5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베가 우리 사회에 끼친 악영향은 너무나 커서, 이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일베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상황입니다.

2012년 5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일베 회원들이 보인 태도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들은 성추행 의혹을 일으켜 나라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피해자의 마음에 상처를 준 윤창중 전 대변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성추행 의혹 사실을 처음 폭로한 사이트인 미시USA가 “친노종북 사이트”라는 엉뚱한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베 회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뿐이었습니다.

스스로 일베 회원임을 입증한 논객 변희재 씨가 제기한 종북 발언에 발끈한 미시 USA 회원들.

한국사회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심리적 자존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베 현상을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의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화평론가 최영일 씨는 “일베의 유해성을 놓고 적대시해서 때려잡는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며 “성매매를 단속한다고 없어지지 않듯이 일종의 사회심리적인 집단현상이 있는데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현상을 덮어버리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평가와 염려와 비난에도 일베는 존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그저 재미삼아서 일베를 하는 건데 뭐가 나쁘냐?” 하고 의문을 품는 분이 혹시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미삼아 한 일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재미삼아 고층 아파트에서 던진 돌에 사람이 맞아 죽고, 재미삼아 불을 질렀다가 사람이 타죽는다면 그저 재미로 한 일이라고 넘길 일은 아니니까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비방성 발언과 인격모독 등의 행위도 정도를 벗어나면 그저 넘길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인격을 현저히 폄훼하는 행위에 대한 자정능력을 잃어버리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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