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으로 귀추가 주목되었던 삼성의 이재용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풀려났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었는데, 2심에서는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겁니다. 이재용뿐 아니라 삼성 미래전략실장이던 최지성과 차장이던 장충기도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석방되었습니다. 2심 판결에 대해 삼성 측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심에서 집행유예로 뒤집힌 이유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어진 게 형량에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되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은 뇌물 수령으로 나아갔다며 박근혜와 최순실의 뇌물 관련 공모 관계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정확히는 말을 '빌려준 것'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했고, 말의 '소유권'과 '구매 대금' 등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출처 - 머니투데이


게다가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된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인정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심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소유의 독일 법인인 코어스포츠를 통해 송금한 승마지원금과 마필 구입대금 등에 대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행위가 아니라는 해괴한 판단을 했습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 선고되고 도피액이 50억 원 미만이어도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등 중형이 나오는 혐의입니다. 이 때문에 특검과 변호사 양측 모두 이 부분에서 첨예하게 대립했죠.


출처 - JTBC


이재용의 2심 선고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판사의 판결에 의한 법조문의 적용과 집행이 국민의 법감정과 다르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판결문에 나온 표현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관건이었던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라면서 판결한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벌써 시민들이 패러디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시민들의 표현을 보노라면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한 게 아니라 무죄를 주기 위해 참으로 노력했구나 싶습니다.

 

"범죄자 해외도피 의도 없어, 단지 방문 장소가 외국이었을 뿐"


"김정은 남침 의도 없어, 단지 진격 방향이 남쪽이었을 뿐"


"도둑 물건 훔칠 의도 없어, 단지 넣은 장소가 내 호주머니였을 뿐"


"염전 노예 주인 노예로 부릴 의도 없어, 단지 돈을 안줬을 뿐"


"부러진 화살 판사를 해할 의도 없어, 단지 석궁 앞에 판사가 있었을 뿐"


"이재용의 전재산은 원래 내 돈, 단지 이재용 통장 안에 들었을 뿐"



출처 - 페이스북


대부분의 시민이 느끼는 감정과 달리 이재용 석방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삼성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얘깁니다.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의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축! 삼성 이재용 석방"이라면서 그래도 아직 이나라에 희망이 아직 있다는 소릴 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좌파 정권 코드 인사를 해도 사법부가 아직 살아있다며 자유대한민국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항소심 재판부에 거듭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패거리가 이재용 판결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만 봐도 이 판결이 얼마나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고 잘못된 것인지 증명하는 것 같군요.


출처 – JTBC


그나마 이번 판결에서 건질 만한 것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뇌물 수수 공동정범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것, 항소심에서 인정된 36억 수뢰만으로도 박근혜와 최순실은 중형을 피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 정도일 겁니다. 반대로 '삼성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실감할 정도로 이 나라의 최후 권력이 과연 재벌임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을 대상으로 앞으로 어떤 개혁적 조치들을 해야 할지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후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날 것입니다. 키워드는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것이냐에 달렸다고 보는 쪽이 많은데요. 박근혜와 이재용 사이에 명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태까지 법원이 이 묵시적 청탁 법리에 대한 판단이 왔다 갔다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전두환과 노태우 뇌물 수수에 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습니다. 청탁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할 수 있고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거였죠. 그런데 작년에 넥슨으로부터 주식을 수수한 진경준 검사장 재판에서는 이런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조차 진경준이 청탁을 받았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음에도 말입니다.

 

국민의 법감정은 전두환, 노태우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과 사회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저런 혐의를 더욱 엄중히, 어떻게 보면 가혹할 정도로 적용해야 한다는 쪽일 겁니다.


출처 - JTBC


이번 항소심에서는 적폐청산의 흐름 속에서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재벌 총수 3.5 법칙이 아직도 먹힌다는 걸 드러냈습니다. 다른 그룹 총수들은 휠체어 타는 환자 연기라도 했는데 이재용은 그런 시도조차 없이 걸어 나온 걸 보고서 사람들은 재벌 중에서도 '삼성은 환자 연기조차 필요 없구나'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합니다. 최근의 만평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감정이 어떤지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진정한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루였습니다. 이재용과 삼성이 아니라 필부필부였다면 법원은 과연 같은 판결을 내렸을까요? 추후 대법원에서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세기의 재판이라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1심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마음 졸이신 분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재벌 총수의 경우처럼 휠체어 타고 들어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를 받고 유유히 집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재용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문자 게이트로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임을 보여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와 최지성은 각각 4년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는 집행유예로 일단 풀려났습니다.


출처 - JTBC


이번 선고에 대해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그 자리에서 모든 혐의와 양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2명을 포함해 삼성그룹 관계자 5명의 법원 1심 판결이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모든 부문에 대해 전부 항소했습니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뇌물 약속과 일부 뇌물공여 등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청와대 강압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란 이유로 무죄 판단된 미르, 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들도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12년을 구형했던 특검 입장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5년의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판단입니다.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범죄이고 피고인들이 범행을 여전히 부인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마당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재용 재판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갈리고 있습니다. 판결 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이른바 야 3당의 공식 회의나 논평에서 이재용과 삼성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국정농단 심판의 핵심 어젠다임에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건지, 이리저리 회피하며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틀 연속으로 강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는 최장 45년형까지 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최저형을 선고함으로써 재벌에 약한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자초했다고 재판부를 비판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징역 5년 판결은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판부가 양쪽 눈치를 지나치게 보다가 줄타기를 한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 부장판사인 이정렬 국민TV 이사는 삼성 장학생이 즐비한 법조계에서 역시 재벌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국정농단에서의 이재용의 비중을 생각하면 최소 징역 15년 이상이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용 판결은 유죄와 무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것이고 제기된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되었다면 최소 징역 10년 이상으로 선고해야 하는데 일부 무죄로 5년으로 형량을 낮춰줬다는 겁니다. 요즘 추세상 항소심에서 무죄가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 관련 무죄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아 걱정이라고 합니다.


출처 - JTBC


또 다른 전문가인 김태현 변호사는 아예 무죄면 모르되 유죄로 판결이 났다면 5년은 너무 적다고 말합니다. 또한 혐의 적용의 논리적 일관성도 문제로 보았습니다. 제3자 뇌물죄가 걸린 동계스포츠 영재센터는 유죄인 데 반해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은 무죄가 나왔습니다. 동계스포츠 영재센터는 박근혜와 이재용의 3차 독대 때, 미르, K스포츠 재단은 2차 독대 때 문제입니다.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독대를 한 뒤 생긴 문제로 뇌물 혐의가 나온 것인데, 하나는 유죄고 하나는 무죄라는 판결은 이상하다는 겁니다.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이 무죄로 나온 것은 삼성이라는 대기업과 최순실, 박근혜 재판과 연결이 되어 있어 이에 따른 안배가 아닐까 하는 시중의 우려를 더 크게 만듭니다. 삼성이 미르,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점, 최순실 소유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에 대한 삼성 지원금 77억 9735만 원 중 36억 원만 재산 해외도피로 인정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재산 해외도피죄는 50억 원이 넘을 경우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이 되기 때문이죠. 또한 미르재단에 출연을 요청받은 기업 대부분이 돈을 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친기업적인 법안을 밀어붙였던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미르재단 출연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나마 이재용 1심 판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불리해졌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뇌물 부분이 일부라도 유죄라고 인정됐기 때문이죠. 독일로 보낸 뇌물은 유죄로 인정된 것인데, 준 사람이 유죄면 당연히 받은 사람도 유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이 뇌물 인정은 되진 않았지만 강압은 인정되었으므로 강압을 한 박근혜로서는 더욱 불리해졌습니다.


이재용 1심 판결로 89억 2227만 원의 뇌물 혐의가 인정되었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 지원을 노리고 제공된 자금 가운데 소유권이 삼성에 남겨진 부분을 제외한 80억 9095만 원 상당은 법인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횡령)도 인정되었습니다. 독일로 넘어간 자금 중 64억여 원은 범죄수익은닉에 해당하며, 그중 최순실 소유 법인 계좌로 들어간 금액은 재산국외도피 성격도 갖는다고 봤습니다. 

 

이런 1심 판결문이 박근혜와 최순실 재판의 증거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재판부가 독립해서 판단하므로 원칙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만,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뇌물을 건네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본 판결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검찰은 "뇌물공여자(삼성) 측에 대한 1심 선고결과를 충분히 검토, 반영해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 사건 공판에서 효율적인 공소유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하지만 온 국민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지켜봐도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등 국정농단의 핵심들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1심 판결이었습니다. 항소심과 이후 정경유착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적극적인 입법 조치와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 법의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7일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뇌물공여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종합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특검은 공범으로 재판 중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 등 4명 중 3명은 징역 10년, 비교적 범행 가담 정도가 적다는 1명에게는 7년을 구형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는 이달 25일 열릴 예정이며 재판장의 재량하에 지난 박근혜 탄핵 선고 때와 같이 생중계를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박근혜 탄핵 선고에 이어 초미의 관심이 쏠린 세기의 재판의 서막이 열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가 아무래도 국정농단의 핵심인 박근혜와 최순실의 1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이 때문에 마지막까지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들은 큰 견해 차이를 보였으며 법조계는 각종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한마디로 경제계와 정계의 최고 권력자가 은밀하게 뇌물을 주고받기로 합의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라고 정의하고 있어 이를 엄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삼성측 변호인들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등을 동원했다는 프레임 자체가 특검이 만들어낸 가공일 뿐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이라는, 법조계 예측보다 다소 높은 형량은 4가지 혐의 중 재산국외도피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승마 지원 등과 관련해 독일로 보낸 78억 원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한다는 건데, 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최소 징역 10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300억까지의 횡령은 최대 징역 5~8년, 1억 원 이상 뇌물을 준 뇌물공여죄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재산국외도피죄보다는 모두 최소 형량이 낮습니다. 뇌물의 경우 받은 사람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중처벌하지만 준 사람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하지만 그럼에도 핵심은 뇌물공여죄입니다.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한 특검이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죄를 기준으로 삼아 구형했지만, 많은 혐의가 뇌물을 줬느냐는 사실 판단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죠. 특검에 따르면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했고, 이 돈을 독일로 보낸 것에 대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러니 이 뇌물 공여가 무죄로 선고된다면 다른 혐의들도 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이재용은 징역 형량이 3년 이하로 줄어 역대 기업 회장들이 그랬듯 집행유예로 1심 판결이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뇌물을 받은 박근혜와 최순실 역시 가장 핵심이 되는 뇌물 혐의를 비껴나갈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물론 뇌물과 회삿돈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동했느냐는 별개이기 때문에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은 뇌물공여죄보다 횡령 혐의가 인정되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재용의 경우 뇌물공여죄와 횡령죄 두 혐의가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나야 징역 3년 이하가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집행유예도 가능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재판은 특검으로서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나 모 아니면 도의 선고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아주뉴스


이 세기의 재판에서 핵심은 물증입니다. 재판부에서 안종범 수석 비서관의 수첩과 대통령 말씀 자료 등을 물증으로 채택할 것인지, 새로 제출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증거로 채택될 것인지 등의 여부에 따라 판결의 향방이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거 채택 여부는 판결문을 봐야 알 수 있으니 정말로 끝까지 가봐야 아는 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재판부는 구형이 있던 날 심증을 충분히 형성했다고 말했습니다. 5개 혐의에 대해 각각 유무죄를 어느 정도 결론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지만 법적인 판단이 여론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역사의 시곗바늘이 어느 쪽으로 흐르게 될까요?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할 텐데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한 문건이 쌓여 있는 일명 마법의 캐비닛이 청와대에서 발견되어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7월 14일 민정비서관실에서 이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발견된 후 민정 총무비서관실에서 일제 점검을 시행했는데, 현재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등에서 다량의 문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간 발견된 전체 문건의 규모만도 약 2000여 건으로 마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캐비닛이 문서를 마구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출처 – 〈브루스 올마이티〉,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 문건들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것들로, 당시 민정수석은 법꾸라지 우병우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밀히 지원한 치부도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후 국정농단 및 우병우 재판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많은 문서 중에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이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히 하고 관계 부처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표현도 들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을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출처 - 경향신문

 

또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는 대목이 나와 박근혜가 국민연금의결권 등을 이용해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박근혜가 이재용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했느냐는 사실과 더불어 뇌물 298억 원을 받은 혐의가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발견된 이전 정부의 문건 중 국정농단과 관련해 범죄 사실과 상관 있는 문건들의 사본을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이번에 발견된 문건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와 관련해 천인공노할 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내렸음이 이번 수석비서관 회의 정리 문건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협조해 세월호 유가족 개개인의 일탈 행위 등을 부각하여 세월호 특조위 자체를 무력화하라는 비열한 주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증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세월호 특조위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무력화하려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 문서가 처음입니다.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 편향된 특정 이념 확산을 직접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이를 개선토록 하라는 주문도 보입니다. 참 별것을 다 집적거렸구나 싶은 대목입니다.


자신들 편에 서지 않는 지자체에 대해 직접적 보복을 불사하는 문건도 나왔습니다. '중앙정부, 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이란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을 부당하다고 몰아가야 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는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모든 문서가 우병우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일 당시 생산된 것들이어서 국정농단 사건을 교묘히 빠져나갔던 법꾸라지 우병우를 이번에는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우병우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이에 특검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을 작성한 전직 행정관들을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삼성 승계를 비롯한 문건들을 상부의 지시로 청와대 행정관들이 작성한 것일 테니 이번에 우병우의 직권 남용 사실과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도운 혐의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선지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은 캐비넷 문건을 검찰이 기습적으로 증거로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한편 국정농단의 수괴인 박근혜를 따르던 자유한국당은 캐비넷 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했다며 브리핑을 한 대변인을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불분명할 뿐더러 대통령기록물에 속한다 하더라도 지정기록물을 제외하고는 열람이 가능합니다. 지정기록물은 국회의 인준과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볼 수 있죠. 그런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목록까지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는 해괴한 짓을 해놓은 바람에 캐비닛 문건이 지정기록물인지 아닌지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은 문서 생산 당시 대통령이 각 문서마다 개별적으로 이관하기 전에 보존기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하게 돼 있으므로 그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캐비닛 문건은 지정기록물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황교안의 꼼수는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박근혜, 이재용, 우병우 등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 때문에 미궁으로 빠질 뻔한 국정농단 재판에 탄력이 붙게 되어 다행입니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최종 판결을 받아 죗값을 치르고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이득을 모조리 토해내게 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국정농단 세력의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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