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관련 1차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최대 18일간 진행되는데, 지난 9월 9일 1차 여론조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9월 10일 조사 결과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론 조사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조사가 끝나는 10월 20일 한꺼번에 공개하겠다는 겁니다. 1차 여론조사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1차 여론조사 이후 시민참여단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에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의견,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500명을 선발하게 됩니다. 선발된 시민참여단 500명은 합숙 교육 및 토론의 과정을 거쳐 이견을 조율하게 됩니다. 2~4차 조사는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 JTBC


언뜻 보면 탈핵과 관련된 일반적인 여론조사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꽤 험난했습니다. 원전을 계속 지으라는 지역주민들의 입장과 탈핵을 원하는 시민·시민단체 사이의 대립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 전공 교수 등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자체를 중지해 달라고 아예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지난 6일 법원은 공론화위원회가 국가 정책 결정 사안이고,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이므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이 공론화 기간에 여론을 선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겠다는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단체들의 여론전이 무척 뜨겁습니다. 지난 9월 9일 주말에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집회와 탈핵콘서트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었습니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전국 탈핵대회’에서는 밀양할머니와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지역 주민들의 발언과 아울러 종교계, 탈원전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정당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울산저널》 보도에 따르면 집회 참여자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투명한 정보를 전제로 시작해야 함에도 그 시기를 놓쳤다고 질타하는 한편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개념을 최인접지역 주민만으로 가두어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울산, 부산, 경남 주민과 분리했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원전 건설이 극히 일부 지역주민만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고고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피해대책 요구가 마치 ‘계속 건설’인 것처럼 혼란함을 방치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신고리원전을 건설에 찬성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노조와 서생면 주민, 원전 관련 교수와 학생, 원전건설 현장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한수원(주)퇴직자 등의 단체도 이날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원전찬성 이상대 대책위원장은 "원자력은 에너지의 대들보이며, 원전이 없다면 신생에너지도 대안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전 찬성 측은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원전으로 인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계에 타격이 오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을 촉구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울산과 부산, 경남엔 이미 세계 최대 다수의 핵발전소가 있고 그것도 세계 최대 용량인 데다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2만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확인된 활성지진대 역시 최대 다수인 곳이죠.

 

이런 곳에 핵발전소 2기를 더 짓겠다는 건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폭에 가까운 위험을 감수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이미 전 세계 전기 가운데 단 10퍼센트만이 핵발전이고, 재생에너지가 24퍼센트일 만큼 핵발전은 계속 감소 중인데, 우리나라만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뭘까요?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은 연일 거짓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는 공동으로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고, '핵'발전에 대한 '노'골적인 가짜뉴스에 깔끔하게 '답'하는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여기서 8번 기사에 해당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전력 등에 문의한 결과라며 "2016년 대비 2030년 가구당 연간 31만3803원이 오른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전력구입단가가 1kWh 당 82.76원에서 19.96원 더 올라 전기요금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 의원이 발표한 금액은 한국전력의 2030년 전기요금 전망치 가운데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을 구분하지 않아 생긴 오류입니다. 대형 공장의 전기요금과 주택 한 가구의 전기요금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것으로,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증가 예상치는 6만 2391원으로, 월평균 5200원 수준입니다.

 

추산 기관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는 다르게 분석되기도 합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전기요금이 2016년 대비 21퍼센트 올라 가구 당 매달 1만 1130원의 전기요금을 더 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한 달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2030년에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은 2만 8328원(할인율 2% 적용)으로 추정되며, 2015년(2만 5619원)과 비교하면 2709원(10.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원전의 발전 단가가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까닭은 세금이 붙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에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관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러므로 원전, 가스, 석탄 등에 붙는 세금을 조정하면 요금 인상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공동 연재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셔서 더는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 한겨레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54개 지역조직, 8개 전문, 협력기관과 함께 캠페인, 시민토론회, 서명운동 등 신고리 백지화 집중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편 탈핵을 주장하는 사회단체들도 한데 뭉쳐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 148개, 울산 202개, 경남 89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운동본부와 탈핵 단체들은 지난 8월 31일 울산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호소하는 차량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죠.


출처 - 한겨레


신고리원전과 관련하여 첨예한 대립 속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6차례의 공개토론회와 4차례의 TV 토론회를 열 계획입니다. 지역 주민 등에 대한 간담회도 4차례 계획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공약대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홍보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etrans.go.kr )를 개설했습니다.

 

신고리 공론화에서 보이듯 '탈원전'이라는 단어가 민감한 이슈로 떠올라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이런 홍보활동 자체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탈핵 환경 단체들은 오히려 순화한 표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정부도 본격적인 홍보활동은 공론화 과정이 끝난 후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정책으로 8년 뒤인 2026년부터 5년 동안 5~10기가와트 규모의 발전 설비가 부족하다고 내다봤지만, 이는 신재생, LNG 발전소 등의 건설로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기 부족 사태나 전기요금이 폭등할 일은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지진과 원전공사 비리, 원전 마피아의 거짓된 행동 등을 생각할 때 탈핵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어렵습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의 중지를 모아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의견을 내기를 바랍니다.

석유 이후, 에너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많은 이들이 에너지 전환을 꿈꾸고 있지만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아직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문화의 포괄적 변화라는 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각축전은 민주주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3020 계획, 탈핵 로드맵 등 에너지 전환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민주적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 생각비행이 펴낸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거의 같은 시기에 해킹으로 큰 소동을 겪고 있습니다. 돈을 노리는 일반적인 사이버 범죄와 달리 이번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사이버 테러에 가깝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해킹을 하는 사례는 좀처럼 없던 일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해킹한 이들은 모두 크리스마스에 커다란 선물을 주겠다면서 다음 해킹을 공개적으로 예고했습니다.


출처 - 유튜브



할리우드를 뒤집은 소니픽처스 해킹


지난 11월 24일, 알 수 없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 소니픽처스의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었습니다. 소니픽처스 컴퓨터 화면에는 빨간 해골과 함께 평화의 수호자라는 글이 남았으며 서버에서 훔친 기밀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남았습니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중 하나인 소니픽처스의 기밀이 해킹으로 유포되자 그 후폭풍은 영화계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니픽처스 경영진끼리 나눈 뒷담화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인종차별부터 성차별까지 온갖 논란거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지요.


출처 - 파이낸셜뉴스


소니의 에이미 파스칼 공동회장과 영화제작사 대표인 스콧 루딘이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는 앤젤리나 졸리에 관해 "재능이 눈곱만큼인 싸가지 철부지"라고 원색적으로 욕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스티브 잡스 전기 영화에서 빠진다고 하자 소니 임원진은 비겁자라며 매도했더군요. 더 큰 일은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언급입니다. 스콧 루딘과 파스칼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조찬을 앞두고 대통령한테 무엇을 물어볼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장고:분노의 추적자> <노예12년> <버틀러> 등등 노예제를 다룬 영화를 늘어놓았습니다. 흑인 대통령과 조찬을 앞두고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비아냥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지요. 

 

또한 배우들의 출연료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지명도의 배우들 중 여배우의 출연료가 훨씬 낮게 책정되어 영화계 내에 성차별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소니픽처스를 먹여 살리는 시리즈인 <스파이더맨>의 리부트와 <007> 시나리오부터 개봉을 앞둔 미공개 영화까지 유출되면서 회사의 장래를 뒤흔드는 실제적 위협을 받았습니다.


출처 - 소니픽처스


FBI와 소니픽처스는 이번 해킹이 김정은을 암살하러 가는 코미디 영화 <디 인터뷰>의 공개를 막기 위한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의로운 세력의 일일 것이라며 해킹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사태는 점입가경입니다. 소니픽처스가 영화 개봉을 취소하고 DVD나 IPTV로도 내지 않는 비공개 폐기를 선언하자, 이번에는 다국적 해킹그룹인 어나니머스가 영화 <디 인터뷰>를 공개하지 않으면 소니픽처스를 해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루 코엘류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디 인터뷰> 판권을 사 자신의 블로그에 무료 공개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결국 소니픽처스는 <디 인터뷰>를 인터넷에 무료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평화의 수호자라는 해킹그룹은 이번 해킹으로 빼낸 소니픽처스의 기밀 중 치명적인 것들을 크리스마스에 공개하겠다고 공언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추가 공개될 내용에 따라 소니픽처스와 할리우드가 혼돈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수원 해킹, 원전 도면 유출


한편 한국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킹을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수원과 원전 자료들이 유출되었는데요. 평소 우리나라에 벌어진 사이버 범죄와 달리 이번에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정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해킹을 동원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인데요, 스스로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칭한 해킹그룹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해킹한 자료 공개와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원전반대그룹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지난 12일 한수원을 해킹했고, 15일부터 17일, 19일, 21일, 23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한수원과 원전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 뿌렸습니다. 여기에는 월성 1, 2호기 제어 프로그램 해설서 일부와 월성 1호기 배관 설치 도면 일부, 고리 1, 2호기 배관 계측 도면 일부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수원 데이터센터를 해킹한 원전반대그룹은 앞선 9일 한수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해킹 공격을 벌여 일부 컴퓨터를 다운시킨 바 있습니다. 

 

원전반대그룹은 19일과 21일 자료 유출을 통해 크리스마스에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료 10여만 점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며,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도 밝혀 원전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2일 한수원의 사이버 공격 방어 훈련을 조롱하며 "원전반대그룹에 사죄하면 자료 공개도 검토해 볼게. 사죄할 의향이 있으면 국민들 위해서라도 우리가 요구한 원전들부터 세우"라고 요구했습니다.


검찰과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가 원전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자료를 조합하면 원전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되면 원전 자체에 대한 보안이 뚫리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5차 자료 유출에서 원전 원천기술의 하나로 알려진 원전안전해석코드(SPACE)과 신형 가압수형 원자로(APWR) 시뮬레이터가 포함되었다고 하여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원전 반대의 메시지나 노후한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원전반대그룹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원전에 대한 직접 공격을 예고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원전의 경우 컴퓨터로 제어할 수밖에 없어 만약 원전 시설 제어망이 악성코드에 감염될 경우 오작동으로 말미암아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경우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될 때 컴퓨터에 의해 자동차단장치가 작동되어야 했는데 그것이 안 돼 재앙으로 번졌습니다.


원전 마피아란 말이 나돌 정도로 비리투성이인 한수원의 대처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인력으로는 이른 시간 내에 이 사이버 공격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등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뚫린 농협처럼 애초에 보안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지 모를 원자력발전소를 총괄하는 한수원 사이버 보안팀 인력이 고작 9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일반 기업조차 수백 명의 사이버 보안 인력을 두기도 하는데 말이죠. 한수원과 비슷한 한국전력의 사이버 보안팀은 200명입니다. 

 

원전은 1급 보안시설입니다. 이 중요한 시설을 고작 9명으로 지키라니 말이 됩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수원 사이버 보안팀은 스팸메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경입니다.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부 보안업체에 컴퓨터를 통으로 맡기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이는 앞으로 더 큰 보안 위협으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이란 나탄즈 원전에서 원심분리기 1000여 대가 악성코드 스턱스넷에 감염되어 가동이 중단된 일이 있었습니다. 원심분리기 100개를 교체하느라 1년간 원전 가동이 정지되었고, 감염된 나탄즈 원전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2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출처 - 한국경제


한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나 내부 문서가 유출되었는데 앵무새처럼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한수원. 해킹 발생 10여 일이나 된 시점에 원인 파악은커녕 사후 대처 방향도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1급 국가 보안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촌극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해킹으로 피해를 본 PC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22일에서야 사실을 인정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마저 보였습니다. 그러고는 사고가 나면 원인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북한 탓만 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안보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중인지 모릅니다. 세월호 사고 때 골든타임을 놓쳐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시점입니다. 과연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범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상황으로 세계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겠지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천재인 대지진에 도쿄전력, 일본 정부의 무능력과 실책이란 인재까지 더해져 발생한 상황이라 보는 이를 더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도움을 받기로 한 이상 모쪼록 일본에 살고 계시는 분들께 더는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빕니다.

요즘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유심히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번 일본의 대재앙과 관련해 대지진과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멜트다운 위험 문제 옆에는 꼭 주식시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망자가 수만 명을 헤아리게 될지도 모를 '일본 전후 최대의 위기'라는 이 사태를 다루면서 국제적인 주식시장에 대한 기사와 국내 증시에 관한 내용을 함께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날 주식시장은 단순히 경제적 지표뿐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세계에서 한 국가가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하는 경제적 척도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원래부터 주식(증권)은 극단적인 위험으로부터 큰 이익을 취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1488년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하고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유럽과 동양 사이에 직접 무역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른바 대항해 시대의 서막인데요. 이로써 유럽 사람들은 동양의 금은보화와 진귀한 물자를 배로 싣고 유럽으로 되돌아가 되파는 해상무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바다'라는 대자연이었습니다. 개척 항로 무역을 통한 이익은 태풍을 비롯한 예상할 수 없는 천재지변을 극복해야만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해적선의 약탈까지 염두에 둬야 했습니다.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어도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위험천만한 성공률 때문에 사람들은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극단적 투기성 무역을 위해 주식 형태의 증서를 발행함으로써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증권의 시작이지요.

이런 동서양 해상무역이 나날이 발전하자 1602년 마침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니 세계 증권시장의 역사는 이제 400년이 조금 넘는 셈이군요.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 세계경제와 주식시장의 중심은 미국, 그중에서도 월스트리트라고 할 수 있죠. 250여 년 전 뉴욕 월스트리트를 따라 맨해튼 쪽에 유럽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을 하역하는 선착장이 있었는데, 물품 대신 송장(invoice)을 근거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화폐가 없던 시절이라 은으로 만든 막대를 사용해 거래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곧 뉴욕 증시의 시작이라고 하는군요. 이 전통에 따라 아직도 뉴욕증시는 주가를 소수점이 아닌 1/8단위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대항해 시대와 마찬가지로 다른 세계끼리의 무역이 주식의 시초가 되었네요.

그리고 1789년 미국 정부는 남북전쟁 비용을 조달하고자 최초로 정부채권을 발행했고 뒤이어 은행·보험사들이 거래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재지변에 이어서 이번에는 전쟁이라니 주식의 역사에서 위험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은 결국 투기로 말미암은 고공비행 끝에 1929년 주가 폭락과 더불어 대공황을 유발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지만 이때부터 미국에 증권감독원이 생겨 주식시장에 증시 안정을 위한 제대로 된 규정과 감독기관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930년 일제강점기에 '취인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해방 이후 1956년 현대적인 의미의 증권거래소를 개장했지만, 상장회사도 투자자도 여력이 거의 없던 시절인지라 거래는 미미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말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1970년대에 들어서 투자신탁회사가 설립되어 기관투자자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기업공개촉진법의 반강제적인 도입으로 1970년대 말부터 상장기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국제화 단계에서 삐끗하게 되어 1997년 IMF 사태가 터졌죠. 이를 극복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코스피(KOSPI) 지수가 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럽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원인이 무엇이건, 과열 후 폭락 그리고 재조정은 주식시장에서 거치지 않을 수 없는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구나 국가 간의 주식시장은 점점 더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주식은 시작부터 위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과연 이번 일본 대지진과 주가 위기가 세계 경제와 주식 역사 속에 어떤 족적을 남기게 될까요? 부디 대재앙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간사한 세력이 나타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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