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전원자력연료부품동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집진시설 증축공사 중 배관을 절단하다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이 다쳤습니다. 알루미늄 창틀은 폭발로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나뒹굴었고 폭발 충격으로 깨진 유리 파편은 건물 밖 10미터까지 튀어나가 주차된 차량 위로 어지럽게 떨어졌습니다. 건물 내부는 천장재와 형광등이 분리되어 바닥으로 늘어졌고 벽은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경수로 및 중수로용 원자력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은 방사능 물질과 관련이 없는 곳이어서 사고 직후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동안 기사로 다뤄지지 않은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는 핵발전소 부지 내 핵연료봉 관련 사고가 최소 40여 건이나 있었습니다. 2013년 4월 신고리 1호기에서 핵연료봉 장전 중 연료봉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충격을 받아 재사용이 불가능해졌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는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1978년부터 핵발전소 사고 고장 정보를 기록하는 시스템이지만 핵연료봉 사고는 2014년 이전에는 보고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 생긴 보고 의무에 따라 핵연료봉 관련 사고 44건 중 2건만 OPIS에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파손이란 중대한 사고가 났어도 국민은 물론 감독 기관조차 알기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핵발전소 노동 환경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66퍼센트가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입니다. 이들의 70퍼센트는 핵발전소 사고 시 방호·방재 매뉴얼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선지 《한겨레》의 칼럼에 따르면 2009년 3월 사용후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사고가 나 그 수습 과정에서 사람이 폐연료를 집게로 직접 처리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는 너무나 위험한 물질이라 10~100만 년 동안 가까이 접근하면 안 되는 고선량의 방사능이 배출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사람을 들여보내 직접 집어서 나르게 했다는 겁니다. 이 노동자는 4년 전 검찰에서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사고 이튿날 한수원은 은폐 지시를 내리기에 급급했습니다. 사고 관련 이메일을 삭제하고 담당 차장들은 직접 직원들 컴퓨터에 내장된 관련 파일들을 삭제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피폭된 노동자를 비리 혐의자로 모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사고 처리 작업 당시 외부로 흘러나갈까 봐 방사선 피폭 선량계를 빼앗고 작업을 시킨 한수원은 이후 진상 규명에서 피폭량이 허용치 내라고 발표하며 사건을 유야무야 덮었습니다.


출처 - 참여와 혁신


핵발전소 안전도 노동의 문제, 권력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선전하기 바쁜 핵발전소는 3분의 1도 안 되는 정직원들이 방호·방재 매뉴얼조차 교육받지 않은 3분의 2의 비정규직을 주먹구구로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면 비정규직을 자르고 과오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처신해온 겁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와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소비전력량이 폭증하기 시작하는 이때, 진지하게 의문을 품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원전 멜트스루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내에 핵연료가 머물러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온 멜트스루 상황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2호기 원자로 콘크리트 격납용기 내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1미터 크기의 녹아내린 구멍이 생겼고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이듬해인 2012년 실측치 방사선량의 7배가 넘는 것으로 30초만 쐬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해 세운 조사 계획과 피폭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런 일이 사고가 터진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이 한국까지 덮쳐온다며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원전이 우리나라 국민을 피폭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심각한 방사선 피폭 상황


출처 - 오마이뉴스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이 100퍼센트 검출되었습니다. 5세부터 19세까지 아이들도 9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죠.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나온 검사 결과 검사받은 주민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 크기가 매우 작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인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 자체는 약한 편이지만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내에서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주변에 집중되어 세포 손상을 일으켜 암과 백혈병 등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원자력 계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도 암 발생과 연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저선량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소린데 특히 갑상샘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다섯 살로 몸무게가 16킬로그램에 불과한 아이 몸에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검출되었습니다. 킬로그램당 1베크렐이 검출된 일본산 고등어가 불안하다며 아이들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아예 제외했던 일을 생각해봅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이 정도의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니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요?

 

출처 - 경향신문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 정부는 거주지가 원전에 가까울수록 만 5세 전에 암과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때 독일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였습니다. 우리나라 한수원의 안전 기준치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적은 수치로도 독일 정부가 원전 폐쇄를 결정할 정도라면 월성원전 주민들이 당하는 피폭량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며 당장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판도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700만 관객을 돌파한 〈터널〉에 이어 사실적인 원전사고의 모습을 묘사한 〈판도라〉는 2016년 재난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원래 '판도라'라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이 닥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영화 〈판도라〉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차용해 사상 초유의 재난을 초래한 원전사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원자력은 인류에게 '판도라 상자'와도 같았습니다. 핵분열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인류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발견한 지극히 인위적인 현상이었으나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핵분열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생성되고 주변에 있는 물질들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킵니다. 이런 방사성물질들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요오드-131과 같이 반감기가 8일 정도 되는 것에서부터 플루토늄-239(24만 100년), 우라늄-235(7억 년)과 같이 수만, 수억 년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인류가 첫 핵분열에 성공한 지 불과 79년입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변모시킨 건 확실하지만, 그 위험성을 감당할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핵분열이 인간과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다 알지 못하며 완전히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 것처럼 우리나라 내에서도 이런 원전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는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적 그리고 국제관계적으로 할용가능한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가? 지속가능한가? 그런데 원자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에서 에너지 안보상 가장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라늄광은 함량이 0.03퍼센트라 개발하기엔 경제성이 낮습니다. 게다가 우라늄광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농축해야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라늄광을 사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진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4개국 가운데 한 곳에 농축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죠. 만일 이들 국가가 농축우라늄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24기 원자로는 그냥 애물단지가 되는 겁니다. 이처럼 원자력은 기존 에너지원보다 안보상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한편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라스무센 보고서로 널리 알려진 〈원자로 안정성 연구〉는 197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수행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100기의 원전 운영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도가 비원자력 산업 및 인공재해로 인한 위험도에 비해 100배 이상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로에 완전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년에 1기당 2만 분의 1'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98년 울진 3호기를 첫 한국 표준형 원전으로 가동하면서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 중대사고 확률을 '100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척 낮은 확률일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로 원전 노심용융 사고 발생 확률보다 훨씬 희박하지만 매주 평균 6명의 1등이 당첨금을 타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2만 분의 1이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100만 분의 1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 약 400기의 원자로가 50년 이상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동안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3번의 노심용융 사고는 확률상 나오는 값입니다. 확률이란 실제로 그런 겁니다.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죠.

출처 -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원자력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원자로를 해체할 시기가 되어 부족한 비용은 정부의 지원으로 채우든지, 전기료 인상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가 쓰는 전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방사성폐기물을 물려주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비용마저 후손에게 지우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닐까요? 프랑스는 200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원전기업들의 해체 예치금과 해체 예상 비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체 예상 비용을 산정하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적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보조금과 후손에게 미룬 비용 덕에 원자력의 발전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의 거짓이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니까요. 

 

 

관피아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나 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작동을 멈춘 사이, 탄핵정국을 틈타 관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죠. 컨트롤 타워도 상실되었겠다 자기네 멋대로 해 먹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근 5개월 사이 22명의 공공기관장이 관피아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감사 등 고위 간부직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공백기에 공직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한국경제

 

공무원의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강화된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다시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재취업 심사도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가 적발된 공무원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진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 코스가 부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원전계 역시 '원전 마피아'란 말이 있을 정도로 관피아가 득실거립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AI 대란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존재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기, 참 쉽지가 않군요.

 

울산 역대 5번째 큰 지진,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시 동구 동쪽 52킬로미터 부근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5위 규모에 해당하는 지진이라고 합니다. 역대 1위가 1980년 평안북도 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라고 하니 이번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얼마나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었는지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지진으로 울산은 물론 부산, 경남, 경북, 광주, 대전과 경기 지역에서는 진동을 감지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진앙에서 가까운 울산에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흔들렸습니다. 또한 화분이 깨지고 찬장에서 그릇이 쏟아졌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음식점, 주점에서 깜짝 놀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울산의 한 영화관은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관객을 대피하게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신도시에서는 지진에 의한 진동 때문에 창틀이 어긋났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KNN 뉴스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신화는 번번이 흔들렸습니다. 역대 5위의 지진이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마당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이곳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사실입니다. 6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10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서울로 따지자면 여의도 2개 크기 안에 빌딩 숲 대신 원자력 발전소 10개가 들어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KNN뉴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에서 인구 7만 명의 정관 신도시는 불과 11킬로미터, 5만 5000명의 기장읍은 불과 12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산 해운대구도 21킬로미터, 부산의 중심인 부산시청까지도 불과 27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울산 시청은 23킬로미터, 양산시는 2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미국 핵 규제 위원회의가 인구 중심지로부터 원자로 위치를 제한한 기준은 32~34킬로미터입니다. 지금도 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까운데, 이번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제한 기준의 8분의 1 수준인 4킬로미터 거리에 인접해 있습니다. 4킬로미터는 인류 최대의 참극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나 통용되던 거리죠.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해 원전 건설을 승인한 탓에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에 47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난 5일 발생한 울산의 지진이 후쿠시마 대지진 같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뉴스를 보고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입니다. 설마 설마 하며 그냥 둘 일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울산에 지진이 일어나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진앙과 가까운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은 물론 국내 모든 원전이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운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원전은 규모 6.5의 내진설계 덕분에 안전하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죠. 경북 경주의 중,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지진 피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진이 나자 B급 비상발령을 내리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원자력환경공단도 재난 대응 4단계 가운데 2번째에 해당하는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상황실을 가동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정말로 안전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지질학적 데이터로 보면 한반도에 약 400년마다 규모 7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내진 설계 범위를 넘어버리는 강력한 지진입니다. 노후된 원전들도 문제지만 현재 한수원이 강행 중인 신 고리 5, 6호기조차 한반도에 예상되는 최대 지진 규모 7.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내진설계를 기초로 했고 해당 지역 활성 단층대의 지진 평가도 없었습니다. 바다 단층에 대한 평가는 아예 항목에 없었죠.

 

이번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밀집해 있는 원전은 모조리 위험합니다. 만에 하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은 그 자리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증발하게 되고 한반도 전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수원의 주장대로 원전이 정말로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전력 소비가 가장 큰 수도권에 설치하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원전 수도권 분산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에게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수도권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대피가 어렵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진실은 감출 수 없고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지진이 발생한 즉시 논평을 냈습니다. 이번 지진이 의외의 일이 아니라며 "한반도는 강진이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와 같은 판에 위치하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는 낮지만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도 지진 발생 기록이 숱하다. 옛날 일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규모 5∼7 지진이 4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학설도 있다. 과거에 지진이 일어났고 미래에도 지진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부산~경주~울진 일대(양산단층)와 울산~경주 일대(울산단층)에, 그러니까 핵발전소 밀집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또한 "핵발전소는 지진이 없더라도 근심과 공포를 초래한다. 사고의 가능성보다 사고 이후 재앙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눈앞에 닥친 지진 피해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우리의 답은 탈핵일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핵발전소들이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밝혔지만,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배제할 수 없으며, 친핵세력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특히 한 번 터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일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불과 9명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울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에 찬성한 위원은 7명이다. 이제 앞으로 이들의 승인 결정은 땅보다 먼저 흔들려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속속 핵발전소 폐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잘못된 전력수급계획에 기초한 신규 원전 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취소 가처분 소송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력소비 증가율을 실제와 다르게 높여 잡고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안 됐다는 주장을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조처가 잘못됐다는 얘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울산 지진 발생 상황에서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날짜를 잘못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한참 늦은 문자를 지진 발생 당일인 5일이 아닌 4일이라고 표기한 채 1차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겁니다. 6분이 지나서야 5일로 정정해 문자를 재발송했지만, 실제 재난 상황이었다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국민의 혼란만 부채질했을 사태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20퍼센트가 쓰고 있는 3G 폰은 이런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상시로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본은 지진이 일어나기 수 초 전에 이를 예견해서 경보를 발령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 관리는 물론 대응을 위한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지진 발생 상황에서는 대피시간이 5초만 주어져도 근거리로 피할 수 있습니다. 10초면 90퍼센트, 15초면 95퍼센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지진 발생 후 17분이 된 시점에서 보낸 문자가 정확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다 죽고 난 다음일 겁니다.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보낸 이번 긴급재난문자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내용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집이 흔들리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문자 발송 시 글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전력예비율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새 원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원전 마피아들의 잇속과 그들의 뒤를 봐주는 정권 실세들의 검은 배를 채우려는 욕망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지진이 닥친다면 대한민국이 어찌 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때입니다. 500만 명이 사라진 이후에는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시급한 에너지 전환,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왜 우리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지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전은 원자폭탄과 일란성쌍둥이입니다. 원자폭탄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분열을 일시에 폭주하게 하여 ‘빵!’ 터뜨리는 거라면 원전은 천천히 터뜨리면서 열을 이용하는 설비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핵폭탄은 가진 자가 쏘고 싶은 데로 쏠 수 있지만, 원전은 본체 내장형 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전 마피아는 입만 열면 원전의 안전성을 설파하지만 실상 원전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은 체르노빌 참사에 이어 세계 원전 마피아들의 행보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었죠.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예비 발전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외부 전력마저 차단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용융 상태까지 간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100배 이상 되는 방사능을 유출한 채 5년이 지나도록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무서움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단계적 폐쇄 조치를 하기에 이릅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정부는 2010년 10월 28일 사민당―녹색당 연합 정부에 의해 2000년에 채택된 단계적 원전 폐쇄 정책을 뒤집은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죠. 메르켈 총리는 이튿날 즉각 원전의 수명 연장을 철회했습니다. 이후 5월 30일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원전 폐쇄를 시행하여 2022년까지 가동 중인 원자로 17기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국무회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3월 29일 원전 재건설 계획을 최소 1년간 유예한다는 안건을 통과시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듬해인 1987년부터 20여 년간 유지해온 원전포기 정책을 철회하고, 2020년까지 총전력 수요의 25퍼센트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죠.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높아지는 반원전 기류에 저항해 2011년 6월 13일 원전건설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단행하지만 투표 참가자의 94퍼센트가 원전에 반대했습니다.


2011년 9월 28일에는 스위스 상원도 향후 20년 동안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사고 직후 이미 원전 신규 건설 프로그램을 동결한 바 있죠.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직접적 피해자인 일본은 어땠을까요? 일본은 유일한 원자폭탄의 희생국이면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열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라늄 농축에서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까지 핵연료 주기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축적하기에 이르렀죠. 기술 자립을 이룬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3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는 일본 경제에서 압도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일본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사고 발생 한 달을 맞아 일본 도쿄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수만 명이 원전반대 집회에 참석했죠. 5월 7일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고, 석 달째를 맞이한 6월 11일에는 전국 150개 지역에서 원전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원전반대 시위는 9월 19일 ‘원전에 작별을 고하는 1000만인 행동’이 주최한 메이지공원 집회에 6만여 명이 모여 거리 행진을 하면서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2011년 8월 26일 간 나오토 총리가 사퇴하고 후임 총리로 극우파적 역사관을 가진 노다 요시히코가 선출되었습니다. 노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우파 정치인입니다. 그는 취임 후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10월 17일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일부 원전에 대해 가동을 허가해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며칠 후에는 "정기점검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내년 여름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합니다. 당내 반대파 의원들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일본 원전 마피아의 힘이 민주당까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결과입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원전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해 여름을 원전 없이 지내는 데 성공하여 탈핵파가 힘을 받기도 했지만, 아베 총리 등장 이후 슬금슬금 원전 가동이 재개되고 원전산업이 주요 성장동력 산업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되었죠. 그러다 2015년 7월 아베 정부는 2030년 발전원 구성에서 원전의 비율을 20∼22%로 상정한 전력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해 8월 11일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죠.


일본이 여태껏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 사고를 당하고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산업계의 요구가 크기 때문입니다.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모터스(GE)는 물론 프랑스의 아레바와도 연합을 맺은 일본의 원전 3사인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이들은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그룹 내의 매출액 비중이 매우 큰 업체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위기를 해외 진출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스리마일 원전사고가 기술 이전의 기회를 가져왔듯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 마피아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잔뜩 기대하고서 말입니다. 한국의 이런 입장은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이 계속 확대되리라는 희망적인 예상과 일본이 수출 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계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단계적 원전 축소를 선언한 국가가 늘어났으니까요. 안전성 강화에 따라 원전 건설과 운영 비용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죠. 또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의 그리드 패리티(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실현이 가시화함에 따라 원전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현재 에너지 체제의 주역인 화석연료 3인방입니다. 대표 선수는 석유죠! 석유 시대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은 의외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바닷물이 눈에 띄게 뒤로 빠지고 있는데도 막상 닥쳐와야 ‘아∼ 이런, 이게 쓰나미구나!’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이쪽 파에 속합니다. 96퍼센트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연간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을 에너지 사오는 데 쓰고 있으면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상 세계적으로 이쪽 파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외에는 미국 정도가 이에 해당할까요? 물론 미국에서조차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쪽이 많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서 말이죠. 그래도 세계 13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세계 최초로 석유산업을 시작한 나라로서 이쪽 업계의 입김이 여전히 연방정부를 지배하는 건 사실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셰일가스가 붐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화석연료 사랑은 당분간 기조를 유지할 듯합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매장 지역이 한정된 엘리트 에너지입니다. 아쉽게도 한반도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죠.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약 200조 원을 에너지 수입에 사용합니다.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까요?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원자력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값싼 화석연료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도래한 현재의 저유가 상황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앞둔 ‘인디언 서머’일 뿐입니다. 그동안 월가의 금융자본이 버텨준 셰일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마저 끝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이 호기마저 살리지 못했습니다.


원전파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호객 행위를 벌입니다. 하지만 원전의 이런 편승은 경제성, 안전성, 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반면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퍼센트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겁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한정된 지역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엘리트 에너지가 아닙니다. 5대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도 고르게 주어지는 자연의 혜택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현재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체제는 중앙집중형입니다. 대자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화석연료가 동인이 된 1·2차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키고, 인류로 하여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물질문명을 좇게 했습니다. 70억 명을 훌쩍 넘어선 인류는 여전히 지구를 혹사하며 자신의 터전을 황폐하게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재생가능에너지와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소규모 분산성이라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단점이 정보통신산업에 의해 연결되어 극복되고, 에너지 대기업에 의해 독점되던 이익을 소규모 생산자에게 나누고, 집중과 관리가 아닌 분권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사회의 토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온 덴마크나 독일처럼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 후손에게 너무 버거운 짐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모색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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