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전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커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3연패를 당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였던 중국의 커제가 인공지능에 패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가 인류사에서 인공지능에게 승리한 마지막 인간이 이세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커제의 완패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인간 바둑 기사들이 쌓은 전체 기보가 16만여 개에 머무르는 반면 알파고는 이번 커제와의 대국에 임하면서 일부러 인간 기보 데이터를 빼고 인공지능끼리의 대국으로 3000만 개 이상의 기보를 축적한 상태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알파고가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인간의 지력과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자기 학습 덕분입니다. 커제에게 완승한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기량을 보면서 이젠 정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특정한 분야에 국한해서만 그 성능을 선보이기 시작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무섭죠.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차원으로 도약하리라 예측했는데 벌써 수긍할 만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때때로 섬뜩한 일도 벌어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글로브(GloVe)라는 유명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는 동안 사회적 편견까지 덩달아 학습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브는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텍스트들을 분석하고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딥러닝 AI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통계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의 중간 개입 없이 텍스트를 스스로 학습하고 각 단어 사이의 의미적 연결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생성해놓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학습한 이 인공지능이 인종차별이라는 인간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유쾌함(pleasant), 불쾌함(unpleasant)의 두 그룹으로 단어를 분류하는 실험에서 꽃은 유쾌함으로, 벌레는 불쾌함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실험을 인간에게까지 연장해보니 흔히 백인 이름으로 쓰이는 에밀리나 맷은 유쾌함으로 분류했는데 흑인에게 주로 쓰이는 이름인 에보니, 자말은 불쾌함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면서 부정적인 편견까지 그대로 학습했음을 방증합니다.



출처 - 로봇뉴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트위터 AI 테이(Tay)는 인터넷에 확산된 인간 언어 습관을 학습하고 이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이 있었습니다. 테이가 막상 작동을 시작하자 사용자들의 질문에 백인우월주의, 흑인 비하, 대량학살 옹호 등을 일삼아 마이크로소프트가 황급히 서비스 자체를 종료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인간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문제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295가지 언어로 총 4400만 건 이상의 기사가 공개된 위키피디아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기본적으로 그 기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직접 작성과 수정을 하고 있지만, 방대한 규모 때문에 기사 편집 작업의 일부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이른바 봇(Bot)이 담당하게 하여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봇은 인간의 0.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위키피디아 전체 편집 작업의 15퍼센트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작업 효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옥스퍼드 대학교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위키피디아 편집 이력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봇끼리 서로의 편집 작업을 삭제하는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자기가 작성한 글이 반복해서 삭제되고 반려된다면 그 이유를 알아보고 토의를 통해 타당한 결론을 도출했겠지만, 당시 봇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봇끼리는 편집을 두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구 결과 이 싸움은 여러 가지 언어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사의 특정 단어에 대해 링크가 있다면 봇끼리 영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 일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를 두고 싸운 겁니다. 언어의 차이가 맹점이 되어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다행히 이런 현상은 2013년 다른 언어 간 링크를 보조하는 위키데이터가 세워진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출처 - 이데일리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 언어에 따른 봇의 행동 경향 차이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각각의 봇이나 봇이 동작하는 환경의 이면에 인간 설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인공물인 인공지능이 인간 문화를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신화를 보면 늘 인간은 조물주인 신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조물주인 인간을 닮아가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분석 자료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감소하는 일자리를 걱정하여 연대해야 할 대상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다소 감소시킬 수 있겠으나, 그와 반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여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같은 유행에 함몰되어 기계화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의 고용 형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하청사회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일자리 파이가 줄고 그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을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의 '갑들'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상세한 내용은 생각비행이 펴낸 책, 《하청사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까 걱정하기 이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업의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편견을 학습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대목은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속에 있는 차별 혹은 추악한 욕망에 대한 경계가 아닐까 합니다.

 

'갑'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 '을'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우리 속에 내재한 편견을 깨고 화합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의 단단한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사이에 이뤄진 세기의 대결이 1승 4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마치 월드컵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인간 대표인 이세돌을 응원하신 분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호언장담하던 이세돌의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4승을 올린 결과에 대해 '인공지능이 여기까지 성큼 다가왔구나' 하고 놀라신 분들도 계실 테고, 바둑을 둔다는 것의 의미와 그 아름다움을 살린 인간 이세돌의 1승에 감동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무튼 세기의 대결에 쏠린 관심을 배경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끼치게 될 영향력에 대한 담론과 기사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박근혜 정권은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이번엔 인공지능에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이른바 '한국형' 알파고를 만든다며 5년간 3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우선 올해 300억 원을 투입해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등과 함께 설립한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인공지능을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까지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챙긴다고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 수 있을까요?



벌여놓고 수습 안 하는 '한국형' 타령은 인제 그만

 

미래부의 인공지능 사업 육성 발표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지난 이명박 정권은 강물에 국민의 혈세를 흘려보내더니 이번 정부의 눈먼 돈은 인공지능이냐는 성토입니다. 기초과학을 무시하는 한국의 풍토와 이미 벌어진 선진국과의 격차 등을 놓고 볼 때 한국형 알파고는 총선을 의식한 박근혜 정권의 냄비 정책일 뿐이니까요.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습니다. 과학 분야는 하나의 연구 과업을 끈기 있게 기다려 결과가 쌓여야 발전이 있습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라 단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예산 집행으로 무슨 발전을 볼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정부가 주도해 '한국형 ○○'를 만들겠다고 했던 것 중에 제대로 진행되고 있거나 결과를 낸 것이 있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을 줄이고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의 안정적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한국형 리눅스'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부요(BOOYO)'를 개발했습니다. 제대로 된 리눅스라면 공개하는 게 맞습니다. 카피레프트를 기반으로 하는 리눅스 중에 성능 좋은 게 널렸죠. 하지만 현재 부요를 쓰는 사람은 전무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세계 4대 곡물 유통기업인 카길처럼 안정적 곡물 확보를 위해 '한국형 카길' 사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곡물 유통망 확보조차 못 하고 2014년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남은 건 사진 박은 공직자들과 눈먼 돈에 달려든 장사꾼들뿐입니다.

 

2011년 지식경제부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수 있는 '한국형 모바일 운영체계'를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5년이 지난 지금 한국형 모바일 OS가 있기나 한 건지 존재조차 모르실 정도로 의미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최다 조회수 신기록을 경신할 때 숟가락을 올렸던 '한국형 유튜브'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래부 주도로 2013년 말부터 진행되어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결과물인 'K-ContentBank', 기억하십니까?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은 전문가들 사이에 그냥 구림, 개악의 대명사로 전락했습니다. 현실인식 없이 전문가들의 분석과 판단을 무시한 채 정부가 정했으니 기업은 따르라는 독재 정권 시절 관치 사업의 잔재가 아직도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첨단 산업의 총아라는 인공지능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정부 주도 사업으로 나올 수가 있다고 보십니까?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한국형 인공지능' 숟가락 얹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래부 제2차관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승리한 제4국장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도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해괴한 소리를 떠벌였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박근혜가 국회에 처리를 요구한 경제 개악 3법 중 하나로 의료, 보건, 교육 등 공공의 영역을 사실상 민영화하자는 악법입니다. 인공지능과 하등 상관없는 악법까지 끌어와 숟가락 올리는 해괴망측함만큼은 박근혜식 창조경제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출처 - 미디어오늘



연구보다 체면부터 차리는 한국 과학계


지난 13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과학 현실을 폄하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유명 암센터 교수 출신인 하킴 자바라 연구소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력도 업적도 상관없이 한국 과학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터뷰하여 한국 과학계의 체면을 실추시켰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과연 하킴 소장이 악의를 가지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가며 인터뷰를 한 걸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출처 - 네이처




하킴 소장은 《네이처》의 구직활동 안내서 코너에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논문조작으로 세계 유명 저널 편집자들이 한국의 연구자들이 결점이 있다고 판단해 논문 게재가 어렵고, 학연, 지연 문화로 인해 연구과제 선정 및 정부 지원금에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하고 외국인의 과제 수탁에 어렵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너의 조건을 들어줄게'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문서화 필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황우석 사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터뷰 내용 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하킴 소장의 인터뷰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소장으로서 한국 과학계의 폐단을 알리고 비판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는 주제에 감히 한국 과학계에 쓴소리를 하다니 건방지다는 이유로 그는 해임되고 말았죠. 연구나 업적보다 체면과 서열부터 챙기는데, 대체 어떻게 인공지능을 운운하고 과학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단 말입니까? 큰 업적을 쌓은 외국인 과학자에 대한 처우조차 저런데 국내에서 연구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의 입장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다양성 말살하는 한국 교육이 알파고를 운운하는 아이러니


딥마인드를 세워 알파고를 만들고 구글에 인수되어 이번 대국까지 성사시킨 데미스 하사비스는 영국 출신 천재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습니다. 올해 갓 마흔을 넘긴 그는 13살에 체스 마스터에 올랐고 세계랭킹 2위였습니다. 그가 인공지능에 눈뜨게 된 계기가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17살에 게임계의 전설적인 거장 피터 몰리뉴와 함께 세계적 히트작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다니면서 그는 또 한 번 피터 몰리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란 게임을 만들죠. 게임 플레이어가 문자 그대로 신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 게임에는 크리처라는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하사비스는 이 게임에서 크리처를 비롯한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담당했습니다. 그 이후 사업을 접고 대학으로 돌아간 후 신경과학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후 딥마인드를 창업해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구글에 5000억 원에 인수되고 수십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인공지능은 이처럼 게임으로 인해 본격적인 실험의 장을 얻고 개화한 셈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 사이에 이뤄진 바둑 대국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주목을 받자 우리나라에서는 '코딩 사교육'이란 말부터 튀어나왔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사라져버릴 일자리 1순위인 대기업 사무직을 위해 사교육을 그렇게 시켜대더니 이제는 코딩을 사교육 하겠답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에서 학부모와 정부가 게임을 탄압하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나영이 주치의'라는 프로필로 홍역을 치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같은 사람이 게임을 마약으로 낙인 찍었죠. 하지만 알파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이라는 단계가 없었다면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도 나올 수 없었습니다. 게임의 좋고 나쁨을 떠나 아이가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를 폭넓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창의성의 첫걸음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은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있습니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에는 앞으로도 이세돌, 김연아 같은 낭중지추 같은 천재들이 등장할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창의성과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비뚤어진 사교육으로 내몰리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기적인 투자도 비전도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만을 세우는 정부, 수십·수백 조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도 미래 가치에 투자하거나 작은 기업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는커녕 골목상권이나 넘보는 대기업들, 남을 짓밟더라도 제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획일화된 생각으로 로봇 같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을 교육이라 우기는 부모들.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교육 그리고 문화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낙후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형 인공지능'을 운운하기에 앞서 한국 사회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할 텐데, 유신시대를 거슬러 일제 식민지 시대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걱정이 깊어집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바둑 대표 이세돌 9단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초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고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결이었지만, 막상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5전 3선승제 방식의 바둑 대결에서 내리 3판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겼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슈퍼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최첨단 알고리즘 기술로 탄생한 알파고를 과연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판세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열린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기자 "이세돌이 이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긴 것"이라고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알파고의 승리는 곧 구글의 승리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두고 모든 것이 구글의 뜻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우선 구글은 인간 바둑 대표를 꺾어 명실공히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2025년 최소 2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이지요. 그에 비한다면 이번 대회에 구글이 우승 상금으로 내놓은 100만 달러(약 12억 원)은 껌값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구글은 이번 대국을 위해 20억 원 안팎을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대국 장소인 포시즌스 호텔 임대료와 행사 진행비 등이 포함되겠죠.

 

출처 - 구글

 

'인간 vs 인공지능'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로 시작된 이번 행사로 구글은 전 세계에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사를 선점했습니다. 알파고에 관한 뉴스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었죠. 특히 세 판 연속으로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의 기술력에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로써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최강 기술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대결로 돈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구글은 대회 개최 전부터 "알파고가 승리하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인 셈인데요, 아주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뒀으니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알파고도 이세돌 9단도 아닌 자신들이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뒀습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권리가 있고 의무를 진 완벽한 사회의 구성원, 즉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이윤을 얻고 튀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고 의미 있게 기여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이유의 이면에는 수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사익을 추구해온 씁쓸한 역사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저희가 예전에 올린 관련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나?> <기업사회참여(CCI)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가?>) 

 

기업이 돈으로만 공헌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로 인해 인공지능 분야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점치는 분석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구글은 전통적인 검색 시장에서부터 모바일폰, 드론, 무인 자동차까지 넘보며 다양한 IT 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이번 알파고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인 핵심 기술, '딥러닝'을 많은 분야에 접목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와 지메일(Gmail)에도 신기술을 적용해 기술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동시통역 시장 등을 개척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구글은 '돈'보다는 '기술' 그 자체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기업이 취해온 사회공헌활동의 노력과 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 '활명수' 의 사회공헌활동과 접목해서 다뤄보려 합니다. 저희가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역시 이런 시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02년부터 '전략적 자선' '사회적 투자' '전략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을 이야기하며 기업이 사회를 위해 어떻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해왔습니다. 포터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상호연관성'에 주목해야 하고, 대의명분이 얼마나 가치 있느냐보다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를 얼마나 창출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 《사회혁신 비즈니스》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How to Fix Capitalism)〉라는 논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보다 진일보한 개념인, 기업과 사회가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양산한 사회적 부작용을 벌충(trade-off)한다는 개념으로 대두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날 기업이 자본주의가 내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기업의 공유가치창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이론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는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사회혁신 비즈니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잘 유지되려면 보건, 의료, 주택 보급, 영양 개선, 복지시설 확충, 재정 안정성 강화, 환경오염 방지와 같은 다양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데는 발 빠르지만, 사회적 요구에 따르는 수요를 놓치는 일이 빈번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안한 공유가치창출 개념은 이러한 현실에 입각하여 기업이 갖춘 자원과 자본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기업과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공유가치 개념을 사업에 적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제품과 시장 재정의 제품이 어떤 사회적 요구를 담고 있는지 파악,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사회적 욕구 인식
• 가치사슬 재정의 운송과 유통 단계 혁신, 생산 과정에서 환경, 인권 등의 사회적 요소 고려
• 지역 클러스터 개발 지역 내 인프라 활용, 다양한 주체의 역량 결집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를 적용하면 기업은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공동체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한국 경제도 2011년 이후 사회적책임경영(CSR)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공정무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입니다. 공정무역의 대표 상품은 기호식품인 커피와 초콜릿인데요, 이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부들은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5퍼센트도 채 가져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반면 중간 유통업체와 식품회사는 전체 이익의 70퍼센트 이상을 가져갑니다. 따라서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에 제값을 쳐주자는 공정무역운동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보면 공정무역은 '착한소비로 빈곤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의 일정 부분을 생산자에게 분배하는 데 그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생산자들을 조금 '덜' 가난하게 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공유가치창출 관점은 커피, 카카오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나아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 생산 농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협력과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시도합니다. 농부들로 하여금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게 함으로써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도록 돕는 식이죠.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농가의 수익 증가로 이어져 생산자와 농작물을 구매하는 기업 양쪽에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활명수, 아프리카를 살리는 생명의 물이 되다


깨끗한 물 없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80만 명이 더러운 물 때문에 병에 걸려 생명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은 특히 어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콜레라, 장티푸스, 설사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매일 수천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시기에 더러운 물로 인한 사망 위험이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이나 말라리아로 인한 위험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하니 깨끗한 물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출처 - 동화약품 


깨끗한 물이 없어 생명을 잃는 어린이를 위해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매년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활명수' 이름의 뜻에 걸맞은 이 캠페인은 물부족 국가의 식수 정화 사업, 우물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식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입니다. 1897년, 탄생부터 우리 민족의 생명을 살리는 물로 제 역할을 했던 활명수가 이제는 전 세계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는 물이 되기 위해 공유가치창출(CSV) 관점에 입각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출처 - 의계신문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해마다 한정판 활명수 제품을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기부해왔습니다. 2013년 패키지 제작에는 박서원(크리에이터), 홍경택(팝아티스트), 권오상(사진조각가) 등 유명 작가가 참여하여 '생명을 살리는 물'을 주제로 각자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활명수 117주년 한정판'(2014) 패키지 제작에는 이동기(팝 아티스트), 이용백(미디어 아티스트)이 참여하여 2종의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2015년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 디자인은 전통 공예 기법인 나전칠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활명수가 탄생한 시기(1897년)와 같은 19세기 말 작품 <나전칠 산수문 끊음질 이층롱>의 문양을 새긴 것으로, 바다의 생명을 상징하는 소라와 전복의 껍데기로 만들어 오래도록 빛을 발하는 나전칠기를 통해 활명수가 대한민국의 최장수 브랜드로서 '생명을 살리는 물'의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를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출처 - 동화약품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깨끗한 물 1250만 리터를 물 부족 국가에 전달했습니다. 이는 약 1700명의 어린이가 한 해 동안 위험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오지 않고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깨끗한 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자라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동화약방, 소의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하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기 약 100여 년 전에 동화약방(동화약품의 전신)은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활명수의 모체 동화약방은 교육기관인 '소의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습니다. 소의학교는 1907년 인재양성을 통한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동화약방 민강 사장을 비롯한 서소문 주변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조개골(현재 지하철 충정로역 3번 출구 부근)에 설립한 초등학교였습니다.

 

설립 당시 소의학교의 수업연한은 4년이었고 학생층은 7~8세에서 20세 이하까지 다양했습니다. 학교 이름인 '소의'(昭義)는 동화약방이 있던 '서소문'(西小門)의 정식 명칭인 '소의문'(昭義門) 지역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소의학교와 동화약방은 5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화약방과 소의학교 그리고 서소문 지역사회는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강 사장과 지역 유지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던 소의학교가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 동화약방은 조선물산공진회에 참가하여 그곳에서 활명수와 여러 약품을 판매한 수익금을 소의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소의학교는 1920년대에 이르러 천주교 재단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까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 혜화동에 있는 동성중고등학교가 바로 소의학교의 후신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제약업의 특성을 살린 공헌, '희귀약품센터'


'활명수'라는 최고의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은 동화약방-동화약품은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업'이라는 특성상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1944년 일본군에 강제징집되어 만주로 갔다가 1946년 대한광복군의 일원으로 돌아온 청년 윤광열은 1948년부터 동화약방 업무에 참여하게 됩니다. 당시 시대적 과제는 한국 사회의 현대화였습니다. 

 

동화약품의 상무였던 윤광열은 이런 흐름 속에서 동화약품을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특히 힘을 기울인 활동은 동화약방의 자체 역량에 근거한 사회공헌사업이었습니다. '희귀약품센터'가 일례입니다. 1973년에 개소한 희귀약품센터는 의사가 진단을 내려도 약을 구할 수 없었던 시절에 의약품을 수입하여 24시간 전국에 약을 실비로 제공하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로써는 정부 보건당국도 하지 못하던 획기적인 시도였죠. 

 

이처럼 기업과 상공인들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했는가를 살피면 우리나라만의 공유가치창출 역사와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활명수와 동화약품은 한국 브랜드와 기업의 역사를 대표합니다. 공유가치창출 역사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활명수의 공유가치창출 노력은 수많은 기업의 CEO가 기업을 경영하는 데 큰 모범이 될 것입니다.

 

 

구글의 힘, 활명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구글맵 사용자 10억 명, 스마트폰 80퍼센트 구글 안드로이드 탑재,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타임》 선정 최고 발명품 구글글라스, 이메일 중심의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막을 알린 지메일과 구글드라이브, 스마트 TV 시대를 연 구글 TV와 크롬캐스트, 개시 5년 만에 7억 명의 사용자를 돌파한 웹·모바일 통합 브라우저 크롬 등 세계를 열광시킨 혁신의 아이콘 구글.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이란 책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긍정의 문화를 세워라
- 해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하라. 긍정의 말은 일을 진척시키는 핵심이다.

 

폐쇄보다는 공개를 기본으로 설정하라
- 혁신을 추진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개방이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라
- 늘 학습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고개만 끄덕이는 인형을 조심하라
- 조직을 결속하고 궁극적인 결정에 이르게 하는 힘은 서로 다른 의견에서 나온다.

 

계급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라
- 시간을 들여 사람을 파악하라.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인간관계에 있기 마련이다.

 

일단 내어놓은 다음 개선하라
- 너무 잘하려다 망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뜻밖에 간단했습니다. 구글의 힘은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곧 구글의 힘이었습니다. 구글의 성공을 보면 누구나 아는 간단한 원리를 실천할 수 있느냐가 기업 성패의 관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118년간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최장수 브랜드 활명수의 모체, 동화약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동화약품의 윤도준 회장은 2009년 제2회 기업가정신 국제 콘퍼런스에 기조 연사로 초청돼 '장수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국내 최초의 제약회사 설립(1897), 부채표 활명수 만주국 특허등록(최초 해외상표 등록, 1937), 국내 최초 희귀약품센터 설치(1973), 국내 최초 전사원월급제 실시(1978)" 등 최초의 역사를 기록해온 기업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동화약품이 국내 최장수기업이 될 수 있었던 5가지 비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1. 위기는 좌절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한다.
2. 직원들이 남의 회사가 아니라 내 회사라고 느껴야 한다.
3.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히트상품과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이 있어야 한다.
4. 신뢰는 기업의 생명이다.
5.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구글과 동화약품, 특정 분야에서 1위의 자리에 있는 두 기업이 걸어온 길과 사회공헌활동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구글과 동화약품의 행보를 보면 과학을 발전시켜 지구를 살린다는 느낌을 주요한 사업 방향으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기술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시도하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앞날을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 공유가치창출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은 두 기업을 미래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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