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다 보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는 말이죠.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보릿고개, 춘궁기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요즘은 먹을 만큼만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버리자는 캠페인을 열고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풍요롭게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이 풍요는 어디에서 왔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이런 풍요를 누리는 건 아닙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다양한 기술과 지혜의 결과를 지금 이 시대에 그저 누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세상에 산다고 한들 이렇게 넘치게 사는 삶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빠르게 움직이고 교류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한 자동차는 우리의 삶을 확실히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교통체증으로 수많은 이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석유에너지가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기도 하지요.

통신기기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획기적인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불과 10년 전 한국에서 휴대전화가 상용화되었을 뿐인데 지금은 한 사람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스마트 미디어기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기술의 진보는 너무나 빨라서 '공부'하지 않으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똑똑해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지체' 현상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쓰레기문제입니다. 하이테크 시대의 편리함 이면에 잠재된 어두운 그림자를 경고하는 책과 영상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EBS 지식채널e, 불편한 소문. 넘치는 삶이 과연 올바른 삶일까?
 

첨단 디지털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하드웨어 생산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첨단 디지털 산업에는 전문가들이 운영 시스템이나 검색엔진을 암호화하는 분야 이외에 제품을 생산할 때 다량의 화학물질과 금속, 플라스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과 화학물질 오염에 의한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에 첨단 전자 폐기물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첨단 디지털 산업이 성장기로 접어들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과 대중들은 이미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 폐기물과 첨단 전자제품 제조업이 환경과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눈으로 직접 보고 실감하기란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안심하고 밀어 놓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한 이 문제는 문명의 발달에 반대하고 단순한 세계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환경운동가가 사소한 것까지 분석해서 문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알건 모르건 우리 모두에게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정보 시대 기술은 전 세계를 어느 때보다 가깝게 하나로 연결해 왔지만, 동시에 그 잔해와 파편들은 하나로 연결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_《디지털 쓰레기-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중에서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할까

오늘은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만, 저희는 과학기술을 부정하거나 자연으로 막연히 회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류의 행복을 증진할 기술과 자본은 이제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발전해야 하고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전기가 부족할지 모르니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하고, 결과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도 더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많은 기업이 성장을 거듭해야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국가와 기업은 국민을 희생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시민의식도 많이 성숙했습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성장과 발전보다는 분배와 상생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부의 방침에 직접 반대를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도 생겼고, 녹색 모임을 만들어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주요한 흐름도 만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성장을 삶의 주요 목표로 추구했는가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 사회는 가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폐허가 된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960~1970년대 시절, 사람들은 국가 주도의 개발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내면화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엄혹한 시절 전태일 같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에서 국가권력의 요구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당한 분배 없이 몇몇 기업의 독점으로 경제적 질서가 재편되고 일부 정치 권력이 성장하는 시기를 한강의 기적이라며 떠들기 바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정작 뼈 빠지게 일한 시민에게 돌아온 반사이익은 크지 않았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나 잘못 짜인 정치·경제 구조 탓에 1997년 IMF 구제금융체제라는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IMF와 더불어 찾아온 비정규직 제도는 국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할 당시 많은 사람이 해고되는 만큼 또 다른 사람들이 고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출 일변도의 경제정책에 부응하여 경제를 성장시키고, IMF 위기를 금 모으기 운동으로 극복한 국민

먹고살기 어려워진 국민은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지는 잘 몰랐지만 성장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따른 부의 재분배를 생각했던 국민에게 정부와 기업은 아직 분배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며 오히려 더 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은 줄로 착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감지되던 시기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바로 이때 등장한 사람이 CEO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747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자마자 기업이 발전해야 국민이 수혜를 본다며 친재벌 정책을 펼쳐 많은 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안겼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넘치도록 가져가면 흘러넘치는 이익이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이야기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가계 부채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한들 살림살이가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 불법 도박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는 기이한 결과마저 뒤따랐습니다. 

성장은 결코 답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제대로 된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가족을 배불리 먹이고 조금 잘살아 보겠다고 달려온 수십 년의 세월이 소수의 재벌 배를 불리고 국가를 좀먹는 정치집단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오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때 골프장을 지으면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지역에선 서로 골프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녹색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골프장은 지역 환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농약 성분이 너무 높아서 폐기물로 처리된다는 사실, 골프장에서 뿌리는 과도한 농약으로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골프장의 폐해는 점점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골프장으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도 마찬가지죠.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자체의 유치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그것을 환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홍보가 먹힐 때 이야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터지자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거짓도 더는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계획과 방폐장 공기연장 문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발전과 성장을 위해선 자연 따윈 상관없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성장보다는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시작된 녹생당의 움직임은 크고 작은 생태적 화두를 많이 제시했습니다. 4.11 총선에서 0.48퍼센트의 정당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지만 왜 우리 사회가 자연과의 공존을 지향해야 하며 생태적 삶을 고민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인간이 생태계를 좌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그림

또 하나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대기업을 최고의 직장으로 생각하던 인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교가 대기업 사원을 양산하는 스펙 쌓기의 전당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지만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일고 있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도하는 이가 많아졌고, 특히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젊은이가 목표를 찾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옛날에는 대학을 나와 기업에 취직하면 그 분야에서 인생을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성과와 실력을 중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예전같이 기업에 근무하면서 보수를 얻는 길 이외에 '삶의 보람'이나 '하고자 하는 의욕'을 발견하려고 모색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가의 출현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였던 20세기로부터 자연과 공생하고 환경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로 나아가는 시대의 흐름에도 들어맞는다. 그들의 시선 앞에 놓여 있는 곳이 풍요로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사람과 사람과의 긴밀한 유대가 남아 있는 '지방'이었다. 미개척의 지역자원이 잠자고 있는 지방에는 지금까지의 도시 비즈니스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감춰져 있다.


우리의 삶이 단순한 성장과 이윤 추구에 목말라 있다면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대안적인 사업 모델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은 시대에 각종 사회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동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의식이 성장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하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국민이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수많은 기업이 CSR을 행하고 있으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사회참여(CCI, 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겨우 CSR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만 기업이 단순히 돈으로 공헌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는 시대도 지나갈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만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와 연관된 논의는 그동안 저희가 작성한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나?> <기업사회참여(CCI)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가?>) 

성장을 넘어 분배와 상생의 사회로


전 세계는 지금도 성장을 멈추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 FTA, 한-EU
FTA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맺은 통상조약이며,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이 더욱 잘살 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정부의 장밋빛 꿈은 현실과는 달랐으며, 대다수 국민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친화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이제 믿을 수 없는 거짓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추구해왔던 '성장'에 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과연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성장하면 우리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과거 우리가 추구했던 행복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쌓은 환경적 지식으로 이젠 경제적 성장보다는 자연과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친환경적인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환경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으며, 개인은 나 하나쯤 하는 마음으로 손쉬운 선택을 하고 맙니다. 

변화는 한꺼번에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 인류가 직면한 전 세계적인 위기를 완화할 수 있으며 우리의 실천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데서 희망의 싹이 움틉니다. 사회의 변화는 그저 오지 않습니다. 해결의 몫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생각비행도 성장을 넘어 분배와 상생의 사회로 나아가는 움직임에 동참하겠습니다. 그간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알리는 책을 출간함으로써 출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왔는데요, 앞으로 관련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로 뛸 수 있는 일에 더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4월 28일(목요일)은 생각비행 1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십니다. 오동명 선생님께선 제일기획, 《국민일보》를 거쳐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하셨는데요, 1999년 말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의 세무 비리를 《중앙일보》가 언론탄압이라 주장하자, 〈언론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으로 언론의 바른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사내에 붙이고 《중앙일보》를 떠나신 분입니다.

최근 선생님은 제주도에 머물며 책을 저술하고 계시는데요, 얼마 전 서울에 오셨을 때 생각비행을 방문하셔서 강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습니다. 늘 저희에게 유익한 말씀을 들려주시기 때문에 이번엔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생각비행, 도서출판 생각비행, 생각비행 1주년, 생각비행 1주년 기념 강연회, 사랑의 승자, 김대중, 오동명, 보도사진과 혁명, 오동명의 바다소풍, 셔터만 누른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근황을 좀 알려주시죠.

백수로 놀고 있지요. (웃음) 제주도에서 책을 쓰고 있어요. 산이나 들, 바다를 다니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제주도는 도시와는 다르게 하루가 48시간 같아요. 인터넷이나 TV가 없으니 하루를 그만큼 길다고 느끼는 거죠. 최근에 사진 관련 책과 어린이 관련 책 원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생각비행으로 보내신 글과 그림을 블로그에 <오동명의 바다소풍〉이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특별하게 뭔가 해보겠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겁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가 올레길에 속해 있기도 하거든요. 마음을 달래려고 썼던 글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어요. 가끔 생각비행으로 글과 그림을 보냈는데 마침 블로그에 연재해볼 생각이 없는지 문의가 왔고, 뜻이 맞아서 <오동명의 바다소풍〉 연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선생님 경력으로 보자면 〈오동명의 바다소풍〉은 글과 사진이 짝이 되어야 할 텐데, 예상과 달리 그림을 중심으로 보내셨어요. 어떤 이유가 있는지요? 
원래 제 꿈이 미대에 가는 거였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집안의 반대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해야 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 변죽으로 카메라를 잡았다고 할까요. 쉰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예전에 하고 싶었던 일로 돌아간 거죠. 그래서 붓과 펜을 들었어요. 최근에는 돌에 새기는 석판화도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그림은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을 두루 보고 연구해야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물론입니다. 예전에 쓴 《보도사진 강의》에도 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진기를 먼저 다루게 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잡기에 앞서 그림을 보고 읽는 훈련을 시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여러 가지 관찰이 필요하죠. 피사체를 다양한 각도로 보고, 빛의 방향과 그림자도 분석합니다. 사진을 배우는 일도 마찬가지죠. 먼저 자신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어요. 셔터 누르기를 남발하는 일이죠. 예전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필름 값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셔터를 누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관찰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깊이 관찰할수록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기다림이 사라졌어요. 일단 찍고 마구 지워버리죠. 과도한 셔터 누르기 버릇이 들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한 관찰 과정이 사라지고, 생각하는 여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읽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림을 그릴 때처럼 피사체를 깊이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탕이 생기는 법이죠.

요즘 좋은 성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가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레길을 찾는 사람을 보니 하나같이 DSLR을 목에 매고 있더군요. 보도사진을 찍는 기자도 아니고 '찰나'를 포착하는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 목에 부담만 줄 뿐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이 카메라 회사의 상업성에 물든 것 같아요. 좋은 장비를 써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힌 것 같거든요.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기계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카메라 장비에 대한 열망은 한국이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우리보다 잘사는 이웃 나라 일본보다 DSLR이 한국에서 더 잘 팔린다고 하니 말 다했죠. 장비를 신경 쓰면 사진을 즐기지 못합니다. 정말로 사진을 취미로 찍는 딜레탕트(애호가)가 되고자 한다면 기계에 현혹되지 않기 바랍니다.

또 하나, 사진을 배우겠다고 무턱대고 클럽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자기 실력이 조금 부족하니까 실력 있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클럽에 가입해서 사진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고, 덤으로 사진을 배우겠다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생각은 지양하기 바랍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안 좋은 버릇, 즉 장비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장비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값비싼 카메라와 부속 장비가 있어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염되고 맙니다. 젊은 시절 저 자신이 사진을 배우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장비가 좋으면 양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대형 사진을 출력할 일은 적을 것이고, 사진의 색감을 논할 정도로 남들에게 자기 사진을 선보일 기회는 적겠죠.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소형카메라도 기능이 무척 좋습니다.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재미를 몸에 붙이는 일을 앞세워야 합니다. 그러다 자신이 어떤 주제의 사진에 집중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카메라나 렌즈, 부속장비에 관심을 돌려도 늦지 않습니다.

이제 사진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 클럽에 들어가지 마세요. '사진 찍기'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합니다. '제품 설명서'만큼 좋은 카메라 교본은 없습니다. 일단 찍는 방법은 거기에 다 나오니까요. 사진책보다 미술책을 많이 보세요. 보는 눈을 높이면 사진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처음에 제가 강조한 내용처럼 찍기 전에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카메라를 빼기 이전에 눈으로 관찰하세요. '관심'이라는 눈으로 모든 피사체를 바라보세요. 마구잡이식으로 셔터를 눌러서 촬영한 사진은 그만큼 쉽게 삭제하게 됩니다. 빨리 찍고 빨리 지우는 방식은 사람의 성격마저 바꿔버립니다. 진득함이나 신중함이 사라지는 거죠.

〈오동명의 바다소풍〉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쭙겠습니다. 이 연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지금까지는 그림으로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는데요, 5월부터는 돌판화로 제 생각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서울에선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며 산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매개로 제주도라는 외딴곳에 사는 오동명이 육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죠. 언제 돌판화를 제작하는 과정도 한번 소개하고 싶군요. 
생각비행, 도서출판 생각비행, 생각비행 1주년, 생각비행 1주년 기념 강연회, 사랑의 승자, 김대중, 오동명, 보도사진과 혁명, 오동명의 바다소풍, 셔터만 누른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생각비행이 어느덧 창립 1주년을 맞았습니다. 선생님께 강연을 요청했는데요,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 생각이신지요? 

제가 부탁받은 제목이 자못 진지한 것 같네요.(웃음) 보도사진이라고 해서 일반사진과 다를 건 없습니다. 단지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언론에 실리기에 보도사진이라고 부르는 거죠. 사람, 꽃, 동물 등 어떤 사진이라도 언론에 노출되면 그게 곧 보도사진이 됩니다. 그러니 삶의 모든 영역이 보도사진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보도사진의 특징으로 현장성이 중요합니다. 연평도 폭격을 찍은 사진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를 촬영한 사진은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연평도 사진은 시민이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 사진은 휴대전화기으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각종 신문을 장식했고 보도사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보도사진은 '현장'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제가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에서 애기하고 싶은 '혁명'은 거대하고 대단한 내용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카메라를하나씩 갖게 되면서 모두가 보도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특한 모습이나 대상을 사진으로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새벽에 일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미화원분이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다면 그것은 희귀하고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이런 일상의 모습은 사진기자라도 쉽게 촬영할 수 없으니까요.

사진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이것 또한 저는 '혁명'이라고 봅니다. 사진은 사물이나 타인에게 접근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촬영은 피사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무언가에 다가가는, 즉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극적인 모습을 띱니다. 저 또한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점차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촬영하려면 어떻게든 피사체에 다가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사진을 촬영하면서 사람들은 피사체와 교감하고 소통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사진기는 피사체와 사람을 '소통'하도록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이죠. 강의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몇 가지를 말씀드릴 예정입니다만, 결국은 카메라를 즐기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나누고 싶고, 언론 매체에 몸담지 않아도 사진으로 사회와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선생님과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생각비행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생각비행이 벌써 1주년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이익만을 좇아서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소신 있게 좋은 책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따름이죠. 앞으로도 생각비행이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지금과 같은 소신을 지켜나가며, 좋은 책을 계속 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말로 축하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감동을 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 생각비행은 《설득의 스토리텔링》을 출간하고 블로그에 설득이나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연관된 기사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좀 흥미로운 접근으로 여러분께 '설득의 비밀'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 후보로 올라(12개 부문) 알짜배기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의 상을 석권한 영화 <킹스 스피치>는 설득의 비밀을 알려주는 유쾌한 영화입니다. 1939년 세기의 로맨스라는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에드워드 8세 때문에 버티(조지 6세)는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릅니다. 왕으로서 권력을 가지고 명예를 누리게 되었으나, 한편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짊어진 그가 두려워하는 게 있었으니 다름 아닌 '마이크'였죠. 버티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이크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잘해보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점점 국왕의 자리를 버겁다고 느낍니다.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와 수많은 백성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버티가 왕위에 오른 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위험천만한 시대였습니다. 불안한 정세 속에서 자신들을 이끌어줄 좋은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을 위해 그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를 만납니다.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예전과 다른 기상천외한 치료법으로 말더듬증을 극복하고자 도전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보여주면서 남을 설득하고 이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신감이란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버티는 어린 시절부터 엄혹한 부왕을 향한 두려움과 무슨 일이든 자기보다 더 잘하는 형(에드워드 8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엄혹한 시절에 그는 왕족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통감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합니다. 하지만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을 제대로 풀어놓지 못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법이죠. 트라우마가 되어 버린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열등감 때문에 버티는 줄곧 자신을 인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수많은 대중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말문이 막히는 말더듬증에 시달립니다. 말로 백성과 소통해야 하는 왕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죠.



이에 괴짜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이 내놓은 치료법은 유머와 위트로 버티의 긴장을 풀어주고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워 주면서 친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왕으로서 항상 수직적 관계 속에 살다 보니 친구가 없는 조지 6세를 "버티"라고 부르며 라이오넬은 '평등'한 관계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설득의 스토리텔링》의 저자 이안 커러더스도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비법으로 자신감을 꼽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당신에게서 권위가 보이지 않는다면 청중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들먹거리며 거만하게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당신이 가진 기량을 자신감 있게 발휘하라는 말이다. 

그러니 다음번에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 기억하라. 그들은 무언가 듣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설득의스토리텔링 상세보기


라이오넬은 버티와 소통하며 말더듬증을 치료하고 나아가 백성과 친근한 벗이 되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조지 6세의 아버지인 조지 5세는 백성과의 평등한 관계와 소통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백성은 곧 나를 일컫는다."

<킹스 스피치>에는 왕족뿐 아니라 그 시대를 대표하는 다른 위인도 여럿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고 영국을 지켜낸 의회의 수장 윈스턴 처칠이 있군요. 영화 속에서 처칠은 아직 수상이 되기 전의 모습입니다. 처칠은 선천적인 구강 구조 탓에 말을 잘하게 되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는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지 6세의 힘을 북돋아 줍니다. 역사상 위대한 연설가 중에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처칠조차 누군가를 말로 설득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설득의 스토리텔링》의 저자는 다양한 영화를 예로 들어 '설득의 비밀'을 이야기하는데요,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를 예상했던 걸까요? 본문에 이런 내용이 있거든요. ^^

경영진은 술 취한 사람이 몸을 가누기 위해 술집 카운터에 몸을 기대듯 파워포인트를 사용한다. 세상이 불안하게 느껴질 때 파워포인트로 짠 거창한 계획이 그들을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처칠이 요즘 시대에 태어나서 자랐더라면 노트북을 불살라버렸을 것이고,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에는 다음과 같은 말만 적었을 것이다.

나의 제안

-  피
-  땀
-  눈물

나는 당신이 파워포인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음번에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때는 이렇게 해 보라. 사진이나 그래프를 보여 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그런 용도로는 아주 제격이다. 그 외에는 사용하지 마라. 특히 문자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마라. 입이 있지 않은가? 문자로 전달할 것이라면 차라리 말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

설득의스토리텔링 상세보기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 오늘날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통의 도구는 무엇이었을까요? 다름 아닌 '마이크'였을 겁니다. 조지 5세는 왕족이 앞으로 이 앞에서 연기하는 광대가 되어야 한다고 열변합니다만, 버티로서는 그 앞에 서기만 하면 말을 더듬게 되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죠.

하지만 버티는 마지막 연설을 시작하면서 '기술'이 '설득'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 진정성 있는 호소를 하지 않는다면 마이크를 거쳐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설득을 도와주는 파워포인트라는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슬라이드를 현란한 기교로 채워서 다른 이의 눈을 현혹하더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면접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시고 그 감흥을 《설득의 스토리텔링》으로 재정리하시길 권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달라질 테니까요!  



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2010 / 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
출연 콜린 퍼스,제프리 러시,헬레나 본햄 카터
상세보기




폭염으로 녹아 내릴 것 같은 주말에 모두 건강하셨나요?^_^;;
야외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기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극장을 택했습니다.

영화는 장안의 화제 <인셉션>. 이미 관객 520만 명을 넘겨 2010년 국내 개봉 외화 중 흥행 1위라지요?


아트 블럭버스터란 이름이 붙은 영화답게 발상부터 현실에 구체화한 모습까지 입이 안 다물어 지더라고요. 무중력 상태의 전투와 클라이막스에서 연속으로 터지는 싱크로나이즈드 킥은 더운 여름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했습니다^_^

볼거리도 많았지만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건 주인공 코브의 대사였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기생충이 뭘까요?
박테리아? 바이러스?
아니면 회충?

그건 바로 <생각>입니다
회복력과 전염성이 매우 강하죠.
일단 한번 고착되면,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때로는 위대한 업적의 씨앗이 되며 한편으로는 편견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 <생각>. 실제로 남의 꿈속에 자유자재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그럼 현실에서 그 <생각>의 씨앗을 심는 건 무엇일까 궁리해봤습니다.

그건 바로 이 아닐까요? 좋은 책은 읽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위대한 업적의 씨앗이 되고, 나쁜 책은 읽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갖은 편견과 오류들을 강화시키죠. 그리고 책으로 말미암은 씨앗들은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그 방향이 좋은 쪽일 수도 있고 나쁜 쪽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바꿔버리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이 정도면 책을 현실의 인셉션이라고 부를 법 하지요?


이때 올바른 현실인식을 도와줄 토템이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각자 책을 읽고 쌓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서로 나누다 보면 훌륭한 발상은 더 고차원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요. 소통은 헛된 망상이나 나쁜 생각을 현실에 붙들어 매 더 이상 폭주하지 못 하도록 하고, 서로를 더 잘 알게 하니 신뢰가 쌓이게 될 겁니다.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의 현실이 나쁠 리는 없겠죠?

사이토가 일어나자마자 약속을 지킨 것도 비록 꿈속이었지만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쌓인 신뢰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_^

영화에도 나오죠.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야 인셉션이 완벽해진다고.

책과 소통과 긍정의 힘. 생각비행은 인셉션에서 이런 덕목들을 발견했습니다^_^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미국,영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상세보기

사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오늘이 월요일이란 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요ㅠ.ㅠ 지금 앉아 있는 사무실 의자에서 미끄덩 하면 그걸 킥으로 주말에 낮잠을 자던 제가 깨어나지 않을까요?ㅠ.ㅠ

오늘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날이 좀 선선해졌네요. 간식은 특별히 맛있는 걸로 먹고 월요병을 이겨내요 우리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