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내일(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됩니다. 전대미문의 의혹을 남긴 세월호 사건은 무엇 하나 확실히 밝혀진 게 없어 보입니다. 미궁을 헤매는 것과도 같았던 98일간의 수사. 세월호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세월호 사건의 중심인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전 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그냥 덮여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에 세월호 참사 100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해결책이 나오기는 했는지, 안전대책은 세워졌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출처 - 뉴스1



유병언 사망, 그동안 헛다리 짚은 경찰과 검찰


경찰과 검찰의 미흡했던 초동 대응은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두고도 똑같았습니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 전 회장은 40일 동안 누군지 모르는 노숙자로 취급되어 순천의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YTN


변사자의 시신이 유병언의 시신으로 판단된 날, 검찰은 숨어 있는 유병언을 찾겠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검찰이 재수사의 의지를 밝힌 지 불과 4시간 만에 경찰은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 DNA가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식 결과를 알립니다. 지난 6월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다음 날 순천 지청에 변사 보고를 했지만 담당 검사는 이를 허투루 넘겼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유 전 회장의 검거를 촉구한 사건을, 검찰은 바빠서 잘 몰랐다며 방치해놓고 죽은 유 씨에 대해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경향신문

 

시신이 발견된 6월 12일은 검경이 합동으로 구원파 금수원 2차 진입 수색을 시도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당시 총 1만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허탕을 치고 끝났습니다. 그 이후 검경은 유 전 회장의 추적을 계속해왔다고 밝혀왔는데요.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유 전 회장의 변사체를 확보해놓고도 망자를 찾아 국민의 혈세를 어이없이 낭비한 꼴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정부가 보였던 무능함에 어깨를 견줄 만하네요.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유 전 회장을 검거하고 못 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소위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사태이며 최종적으로 국가의 의무인 구난과 후속 조치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입니다. 그간 대한민국 정부, 대통령, 검경이 대대적으로 유 전 회장을 쫓은 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를 어떻게든 한 개인의 부정과 비리로 몰아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컸죠. 그런데 이번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발견으로 이들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무능함의 극치를 온 국민에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이 죽었으니 검경 입장에서는 세월호 관련 유병언 수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설정해놓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유 전 회장의 장남이나 가족을 잡아봐야 연좌제를 적용할 수도 없고 사건 자체가 공중에 뜨게 되었죠. 세월호 참사 배상 책임을 위한 재산 추적도 유병언의 죽음으로 취소됩니다. 재산 가압류도 당사자의 죽음으로 상속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법리 해석이 새로 필요할 듯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살인지 타살인지 각종 음모론만 횡행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정부나 여당에서 피의자의 사망을 이유로 세월호 참사 수사 자체가 종결되었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무엇 하나 바뀐 것도, 누구 하나 벌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국회 헛바퀴 100일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정치권의 행보는 분노를 넘어 헛웃음마저 나올 지경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던 국무총리는, 후임 총리 후보가 부패와 비리로 청문회 문턱도 못 가보고 줄줄이 낙마한 탓에 결국 유임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체를 공표했던 해경은 스리슬쩍 남겨두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며, 세월호 특별법을 당장에라도 입안할 것처럼 굴던 국회는 당리당략으로 말미암아 표류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가리고 후속 조처를 위한 입법을 해야할 국회는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100일을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지난 6월, 19대 국회 후반기 첫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세월호 국회로 명명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주요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안마다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우선 입법 과제로 꼽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여야가 TF까지 꾸려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을 두어 조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애써 진상조사위의 권한을 축소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들의 비리와 무능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조사위 구성도 여당은 여야추천권을 배제한 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희생자 가족 측 추천 인사로만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정부와 여당 입장을 대변할 인적 구성을 할 수 있으니까요. 조사위의 의결 정족수도 여당은 3분의 2 찬성을, 야당은 과반 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를 보다 못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이 국회 앞에서 열흘에 이르는 단식 농성을 하며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표류해도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날 의료민영화에 대한 법은 착착 진행되고 있더군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유족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자기 이익만 챙기는 치졸함 때문에 국민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과연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세월호 유족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천박한 보수단체들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세월호 참사의 가족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오죽하면 직접 나섰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의 마음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사건이 지난 21일 벌어졌습니다.


 

출처 - 한겨레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이 세월호 가족의 단식 농성장에 난입해 세월호 참사가 거짓 폭력이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기를 뒤집어엎고 소리를 지르는 추태를 보이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이해라 수 없다며 유가족을 비난했습니다. 이들은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이라는 단체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봅니다. 어떻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리 짓밟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이들 보수단체의 주장은 애초에 틀렸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직접 내놓은 가족대책위의 세월호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이나 특례입학 같은 혜택 조항이 없습니다. 그런 혜택은 정치권에서 여야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내놓은 별도의 세월호 특별법안에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유가족이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에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입학 없다(슬로우뉴스)

http://slownews.kr/28079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하라는 보수단체의 주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박근혜 정권의 안위를 위한 것에 불과해보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100일 100리 행진'



출처 - 참세상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참사 100일을 맞아 약칭 '100일 100리 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오전 9시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1박 2일 행진에 돌입하는 것이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하늘공원, 광명시민체육관까지 행진한 후 국민대토론회와 촛불문화제를 개최합니다. 이튿날에는 광명시민체육관에서 국회로 행진해 단식 중인 유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후 서울역 광장을 경유해 저녁에는 광화문 광장을 거쳐 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광장까지 행진합니다. 23일 행진과 함께 서울에서는 반대로 팽목항으로 가는 기다림의 버스가 운행됩니다.

 

희생된 아이들과 가족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을 올려놓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 참사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