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인기를 끈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제작진이 사용한 세월호 참사 뉴스속보 장면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방송국에 일베는 없다는데 세월호 유족들은 언제까지 모욕을 당해야 하는 걸까요? 

출처 - MBC


일베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을 어묵에 비유하는 악플을 달아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MBC 파업으로 인한 불법 퇴직자 신분에서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씨가 사장이 된 후에 전참시 사건이 일어나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MBC 현장에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방송을 장악하려던 인원이 아직 많이 남아 있거나 아니면 더 끔찍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제 딱히 일베가 아니어도 일베의 인터넷밈을 재미로 소비할 정도로 심성이 무뎌진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리겠죠. 제작진 단톡방에서 세월호 영상인데 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긴 했으나 모자이크 했으니 그냥 재미로 써도 되겠지 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대목을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출처 - 뉴스엔


전참시 사태로 인해 세월호 유족과 가깝게 지내던 이영자 씨는 큰 충격을 받고 방송 녹화 불참을 선언했으며 프로그램도 결방에 들어갔습니다. 인기 있던 예능이었던 만큼 사회적 비난이 일어나고 점점 일이 커지자 MBC 최승호 사장은 사과와 함께 1차 진상 조사를 벌였습니다. 일이 커진 만큼 MBC 내부 인원뿐 아니라 세월호 유족 변호를 해온 오세범 변호사가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죠. 하지만 1차 진상 조사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전참시 제작진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로 문제가 된 화면을 사용하지 않았고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였다는 겁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엄중한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때문일까요? 여론이 더욱 악화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언론에 의한 2차 피해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성토되었죠. 2차 진상조사가 끝나고 최승호 사장은 페이스북에 전참시의 세월호 참사 희화화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최승호 사장 스스로도 제작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에 대해 당연한 반응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자신도 몇 번이고 그부분을 되물었지만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작진은 물론 감독 책임이 있는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징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슈에서 멀어졌다고 솜방망이 징계로 끝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빕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 4년 만에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4층 좌현과 기관구역 수색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호가 바로 섰다고 우리 사회의 세월호에 대한 인식이 단번에 바로 서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전참시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방송은 앞으로 세월호 영상을 사용할 때 유족 김미나 님의 얘기를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에서 여러 저자분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피력하셨는데요, 여기 간략히 정리합니다.  

 

 

요즘은 문밖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거리에 걸린 노란 바탕색 현수막 천에 박힌 검정색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중에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애도도 있고,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위도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후 참 많은 진단의 언사가 있었습니다만, 단연 정확하고 포괄적인 진단은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 중’이라는 선언(!)일 것입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 빠져서 침몰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서방 식민 제국의 자본주의가 무차별적으로 이식되면서 자체의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급격하고 과격하게 자본주의로 편입되었습니다. 한국은 전후 복구와 재건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자본의 개발과 성장 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회가 되었고, 급기야는 사회 전체가 무한 증식하는 자본의 거대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바다에서 구명해줄 보트나 조끼 따위가 있긴 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라고 또 아무나 타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피튀기는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트를 탄 사람들과 구명조끼라도 입은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버티며 살벌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어떤 연대도 연민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인을 향한 서슬 퍼런 차가움만 있을 뿐입니다.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삶 속에선 자존감은커녕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갖기 어렵습니다.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그렇고, 평생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하루가 그렇습니다.

 

자본 권력의 공격에 ‘인제, 그만!’이라고 외칠 때도 되었는데, 아니 한국 사회의 내구력은 진작 ‘임계점’에 달했는데, 왜 우리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죄 없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것일까요?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글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 쓰는 글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 무게를 알지 못하고, 글 몇 줄로 나서서 위로할 자격은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사를 목도한 우리도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야기하는 분노와 환멸도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때아닌 희생, 그리고 그로 인해 환기된 죽음 자체의 어두움이 전하는 절망과 허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믿음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저 자신에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죽어서 우리를 만들어준 별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새로운 삼라만상을 탄생시킵니다. 이 광대한 순환의 드라마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처연함과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정복한다 한들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는 티끌이자 찰나일 뿐입니다. 은하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세운다 한들 긴 세월이 지나면 결국 폐허로 변하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가는 우주적 순환 과정의 신성한 일부라는 사실과 우리를 이루던 요소들이 머나먼 시공을 넘어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가요. 그간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과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와 한때라도 여기 존재하던 모든 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의 허망함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절실한 소중함으로 뒤바뀝니다.


그렇다 하여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이 거대한 의미만을 붙잡고 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일은 이곳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죽음은 삶의 귀결이지만, 삶이 죽음을 ‘목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 때아닌 어린 죽음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과 슬픔을 줄이고 악을 단죄하는 일은, 탄소나 인 같은 원소로 이뤄진 존재가 아닌 의지와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당연한 책무입니다. 지옥 같은 배 속에서 먼저 떠난, 어쩌면 아직도 버티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떠난 사람들로 인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훌륭한 세상을 만든다 한들 아이들이 되살아나 그곳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국이 정말 있어서 모두가 그곳에 갔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비뚤어진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죽음의 공포가 한낱 꿈이었을 뿐이고 이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저는 순진했던 우리 아이들이 조금 먼저 별을 향해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그곳을 향해 가고 있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만나서, 살아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기적의 신성한 일원으로 함께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공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탑승자 476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현재까지 5명은 실종(미수습) 상태다. 대참사가 일어난 그날,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약 7시간 행적이 공백으로 남아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 기밀 사항이라 절대 발설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대통령의 행적을 일일이 다 국민들한테 밝히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600년 전 조선왕조 시절에도 국가 지도자의 행적은 국가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 사관들의 손에 의해 낱낱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태종 임금은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낙마한 일이 창피해서 실록에 적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발언조차 고스란히 실록에 담겨 있을 정도다.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조차 폐기한 흔적이 역력하다. 행여 기록이 남겼다가 비판을 받을까 봐 없애버린 것이다. 이것이 역사 말살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이 구시대적인 전제왕권 국가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론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보수층이 본받아야 할 선진국이라고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최고 공격 목표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에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중무장한 경호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국 대통령의 모든 행적은 낱낱이 기록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

 

똑같은 국가 지도자인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행적을 다 공개했고,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행적을 끝까지 숨겼다. 이제 와서 보면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대체 7시간의 행적을 왜 감추려고 했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중에서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대적 소명으로 사회에 유익한 책을 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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