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추운 겨울 광장에서 외치던 이 한마디가 드디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동안 바닷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000일이 넘는 시간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보낸 세월호를 꺼내는 데에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인양 결정은 박근혜 탄핵 5시간 만에 결정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는 바지선의 유압 장비로 시간당 3미터씩 끌어올렸습니다. 2.4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린 뒤에는 세월호를 바지선에 고정하는 작업이 진행됐죠. 목표했던 13미터까지 끌어올려야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겨싣는 2단계 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가 흔들린 데다 바지선 두 척 사이가 좁아져 세월호 환풍구와 바지선 도르래가 부딪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속보를 보니 2시께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세월호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척의 잭킹바지선이 와이어로 세월호를 묶어 한 덩어리가 돼 5대의 예인선에 이끌려 반잠수식 선박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고은, 조정래 등 문인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세월호가 1000일이 넘도록 바다 밑에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유가 대체 뭐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인양은 업체 선정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세월호 인양 방식은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실패로 끝나 다른 회사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했죠. 당시 입찰에 실패한 업체는 기술평가도면에서 1위였고, 이번에 이뤄진 인양 방식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최종 낙찰은 해수부가 고집한 상하이 샐비지로 선정되어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를 꼽습니다.


출처 – 추적 60분


사실 지난해 9월 30일 기한 만료를 주장하는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세월호 특조위, 그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난과 방해공작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감추기에도 바빴지만, 유가족에게 약속한 인양에도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인양을 막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것이죠.  


출처 - 노컷뉴스


일부 보수언론은 세월호 인양에 든 예산 1000억이란 돈에 집착하며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금에도 마치 유가족들 때문에 나랏돈 1000억이 샌다는 식의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똑같은, 인면수심의 종자들입니다. 나랏돈 낭비가 걱정이라면 박근혜가 탄핵당한 마당에 박정희 기념사업이나 폐기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구미시를 중심으로 짜인 전국의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이 1873억 원입니다. 탄신제, 추모제 같은 굿판들에 쓰인 예산이 세월호 인양 비용의 거의 2배에 달합니다. 보수언론이나 일베의 프레임대로라면 나랏돈을 좀 먹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박정희의 유가족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인 셈입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탄핵 후 구속과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짜 싸움인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도 인양 이후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4월 초 인양은 예고돼 왔지만 참사 원인과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나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인양 관련 기본 방침에 선박 자체는 아무 의미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죠. 대법원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조사 결과인 '조타 미숙'을 인정하지 않기도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입니다. 자로의 <세월X> 다큐의 경우 정부의 침몰 원인 전체를 부정했죠. 과적이나 조타 미숙 급변침 등의 원인이 아니라 '외력'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세월호 선체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제대로 된 선체 조사 계획은 마련치 않고 대형 선박 참사에 대한 조사 경험도 없는 산하 기관에 선체 조사를 맡기겠다는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가 나서자 21일에서야 선체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죠.


출처 - 경인일보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이를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38분께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단구사거리에서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촬영됐습니다. 자연적인 구름인지 비행 항적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의 순간을 보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이 화답한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그 날까지 함께 힘을 내야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어디까지일까요. 지난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가 고양시 비닐하우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CCTV 분석 결과 밤일인 대리운전을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귀가한 김 씨는 혼자 술을 마셨고 1시간 반 뒤 바닥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그는 쓰러지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냈고 현장에서 약통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자원했던 김관홍 씨는 그로 인해 잠수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박근혜 정부와 해경은 헌신적인 민간 잠수사들을 사지로 내몬 것도 모자라 2014년 12월 이후 모든 병원 지원을 끊었습니다. 이듬해 1월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자 2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추가 지급했을 뿐 그 이후로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잠수사들이 병원비를 직접 부담해야 했습니다. 2015년 12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민간 잠수사 전광근 씨는 7월 10일 이후로 정부에서 누구 하나 심리치료 등을 받으라고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잠수를 못 하게 된 김관홍 씨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꽃을 키워 내다 팔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숨진 김관홍 잠수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심해작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체 수색에 나서 25구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작업 중 물살에 휘말려 의식을 잃었지만 응급치료만 받고 사흘 만에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잠수병으로 생업을 박탈당하고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빚더미와 트라우마였습니다. 청문회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라"던 김관홍 잠수사의 절규가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피해자가 사망자들과 유족들이라면, 생업을 팽개치고 자원해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간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수습하지 못하고 방기한 일을 의인들의 희생으로 그나마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생존자는 물론 사건 수습에 참여한 경찰관, 소방관, 응급구조요원뿐 아니라 목격자들까지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테러 발생 10년 후까지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보고서를 만들고 심리치료에만 3조 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체계는 물론 담당 부서조차 없고 관련 예산도 2억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직접적 피해자들만 소극적으로 지원할 뿐, 민간 잠수사 같은 간접적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 끼지도 못합니다.


출처 - 팩트TV


국민의 분노는 지난 총선 여소야대 정국으로 표출되었고, 야 3당은 뒤늦었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입법 공조에 나섰습니다. 민간 잠수사 같은 분들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범위를 확장하고,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 신청 시기 제한을 삭제하며 의료지원 기한을 정해놓은 현재의 법을 피해자들이 나을 때까지로 개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또한 세월호 구조 수습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지정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진실의 인양을 상징하는 세월호 인양 도중 선체가 찢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인양이 연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습니다. 해수부는 세월호 선수 들기 과정에서 기상 악화로 선체 일부가 훼손돼 손상 부위에 보강재를 설치한 후 인양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7월 말로 예정되었던 세월호 인양 공정이 8월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겐 공유하지 않고 언론에만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하더니 이젠 진상규명에서도 유족들을 배제하고 있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끝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에 6월 말로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다고 통보하고 특조위 정원도 20퍼센트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해수부는 특조위의 세월호 선체 조사를 허용키로 했는데요,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지연으로 선체 인양이 빨라도 8월 이후로 미뤄지는 상황과 정리 작업에만 3개월이 걸리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선체 조사는 연말이나 돼야 가능할 듯합니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이 오는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선심 쓰는 척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을 계획했던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구조작업이 왜 지지부진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의 실체는 무엇인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와 연관된 수많은 진실이 은폐되어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의 절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든 덮어버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사악함은 참으로 목불인견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민간 잠수사들을 비롯한 많은 의인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잠수사의 죽음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야 3당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연장과 권한 강화를 위해서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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