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대중 대통령의 연하장 - 평화와 풍요가 온 나라에 이어 신학영 님께서 보내주신 또 하나의 물품을 소개합니다. 세월을 타서 군데군데 해진 봉투지만 가운데 찍힌 빛나는 금박 봉인이 이 편지의 출처를 말하고 있습니다. 네, 대한민국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입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무궁화와 봉황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2003년 2월 퇴임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민께 드리는 마지막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생각비행의 블로그에 옮겨봅니다.


대 한 민 국  대 통 령



친애하는 신학영님께,

새해 안녕하십니까?

5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서, 먼저 그간의 성원에 대해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참으로 감개무량한 바가 큽니다. 좌절도 있었고 성취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너무도 큰 변화가 이 땅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 변화 속에서도 특히 우리 국민의 위대한 발전, 그리고 일류국가의 기초를 마련한 것,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민은 세계가 놀라워하는 업적을 이룩해냈습니다.

외환위기를 맞이하자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를 전개하여 전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한국을 지원하게 만들었습니다. 금융·기업·공공·노사의 4대 개혁을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면서 지지하고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3년을 앞당겨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식정보화의 열풍을 일으켜 세계적인 IT강국을 만들어냈습니다.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시키고 찬란한 응원 문화를 이룩해냈습니다. 관권이나 금권의 개입 없이 가장 공명한 대통령선거를 성공시켰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확고한 안보와 한미동맹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데 소흘하지 않았으며, 긴장완화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오랜 소극성과 수동적 자세로부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큰 변화를 보인 것입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으로 승화, 발전시킨 것입니다.

존경하는 신학영님,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저력과 성원에 힘입어 한국이 21세기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국운융성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금 민주인권국가로서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습니다.

많은 국제기관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경제적 우등생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등 첨단기술이 크게 발전되었고, 이를 전통산업과 접목시켜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과거 50여년에 걸친 900억 달러의 무역수지 누계 적자를 상쇄하고, 이제 흑자 국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의 틀을 갖추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한 것을 비롯해 선진국 수준의 복지체제를 완비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키고, 이산가족상봉과 경제분야, 문화·관광분야 등에서 남북간의 교류를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되어 한국이 유라시아대륙의 물류중심이 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북한 핵문제도 대화를 통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신학영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문제, 농촌문제, 지역간 불균형문제 등 많은 미비한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좀 더 이룩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며, 다음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에서 이 모든 것이 더한층 개선·발전될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위대한 국민 여러분의 현명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더불어 보여준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긍심과 일류국가의 기반을 마련한 성과를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면, 국운융성과 모든 국민의 행복한 내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내외는 한 시민으로서 민족과 국민의 평화와 발전을 기원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거듭 그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2003년 2월


대 통 령  김 대 중
             이 희 호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 편지에서 친애하고 존경한다고 말한 대상은 비단 신학영 님만은 아닐 겁니다. 군부독재 시절 그를 죽음의 수렁에서 매번 구해낸 국민, 인간 김대중이 끝까지 믿었던 현명함과 저력을 지닌 위대한 국민,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남긴 메시지라고 믿고 싶어요.^_^

계속해서 여러분의 좋은 사연과 추억이 도착하길 빌며 인사드립니다. 9월의 첫 주말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_^






《사랑의 승자》-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 http://ideas0419.com/2 )

생각비행김대중 전 대통령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물건, 인연을 담은 , 추모의 글 등을 모집합니다. 언론을 통한 기록이 아닌 생생한 독자들의 사진과 사연을 모아 2주기엔 더 멋진 사진집을 엮고 싶습니다.

짧은 사연은 댓글로 남기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을 담은 글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거나 생각비행으로 원고와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우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다음 포스트를 참조해주세요.

[제안] 김대중 대통령과의 추억들을 모아 보는 건 어떨까요? - 김대중 헌정 사진집 프로젝트( http://ideas0419.com/6 )

(1) 약속의 유효기간 - 오동명 님 ( http://ideas0419.com/9 )
(2) 살아계신 것 같아요. - 이은희 님( http://ideas0419.com/12 )
(3) 평화와 풍요가 온 나라에 - 신학영 님( http://ideas0419.com/14  )
(4) 친애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 신학영 님( http://ideas0419.com/19 )

* 생각비행 블로그에 올리는 이미지 자료는 확인 가능한 대로 출처를 밝히고 있습니다. 출처가 잘못된 경우 알려주시면 수정 조치하겠습니다. 혹시 사용권 협의가 필요한 경우 연락주시면 협의하여 조치하겠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시작되는 달, 동시에 직장인들이 1년 내내 기다렸을 꿀맛 같은 추석 연휴가 있는 달,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_^

언론에 실린 《사랑의 승자》 이후에도 여러 언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포토 에세이사랑의 승자》를 연달아 다루어주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8월 16일자 《전북중앙신문》에는 <오동명 사진집 '사랑의 승자' - 소소한 일상 '인간 김대중'을 만나다( http://www.jj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8356 )>란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습니다.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소한 인연을 말씀해주시며,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마따나 매정한 비판이 아닌 애절한 사랑의 심정이 깊이 배어 있는 책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습니다.


8월 19일자 《딴지일보》에는 <[북 리뷰] 故 김대중 대통령 추모서적( http://www.ddanzi.com/news/40138.html )>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습니다. 1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어준 총수가 직접 쓴 <[틈새논평] DJ가 옳았다.( http://www.ddanzi.com/news/379.html )>를 인상 깊게 읽어서 그런지 이번 리뷰가 더욱 의미 깊은 것 같습니다. 기사가 담담한 톤의 존대말로 쓰여 딴지일보 안에서는 오히려 독특해보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미화하지 않고 우상화를 경계하며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존경한 이야기라고,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책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8월 24일자 《민중의 소리》에는 <[신간 소개] 사랑의 승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 http://www.vop.co.kr/A00000314519.html )>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습니다. 《사랑의 승자》 뒤표지에 실린 김대중 옥중서신의 한 문구를 인용해주셨습니다. "비판은 불만과는 전혀 다르다.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비판은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있다." 그 비판을 틀어막는데 혈안이 된 지금의 세태를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어록입니다. 이 말씀처럼 저희 생각비행의 《사랑의 승자》가 소통의 작은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생각비행김대중 전 대통령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물건, 인연을 담은 , 추모의 글 등을 모집합니다. 언론을 통한 기록이 아닌 생생한 독자들의 사진과 사연을 모아 2주기엔 더 멋진 사진집을 엮고 싶습니다.

짧은 사연은 댓글로 남기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을 담은 글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거나 생각비행으로 원고와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우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다음 포스트를 참조해주세요.

[제안] 김대중 대통령과의 추억들을 모아 보는 건 어떨까요? - 김대중 헌정 사진집 프로젝트( http://ideas0419.com/6 )

(1) 약속의 유효기간 - 오동명 님 ( http://ideas0419.com/9 )
(2) 살아계신 것 같아요. - 이은희 님( http://ideas0419.com/12 )
(3) 평화와 풍요가 온 나라에 - 신학영 님( http://ideas0419.com/14  )


사랑의 승자》에 보여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만간 생각비행의 차기작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생활 속에서 사람 냄새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책을 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_^


 
 
 
 


사랑의승자김대중빛바랜사진으로묻는오래된약속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정치가/법조인
지은이 오동명 (생각비행, 2010년)
상세보기



1971
, 1987, 1992년에 이르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차례 대통령에 출마하고 세 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 그는 이듬해인 1993126일 영국으로 떠났다. 6개월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 및 학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떠나기 전, 민주당 비서실장(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이 각 신문사와 방송국을 돌며 김대중을 대신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중앙일보의 편집국을 들렀고 사진부에도 들렀다. 그때 나는 잠깐 기다리라 하고서 급히 암실로 들어가 환한 웃음을 띠고 있는 김대중의 사진을 인화해 비서실장에게 전했다. 사진 뒷면에 내 소망과 기대를 적은 짧은 글과 함께.

내 기억엔
, 건강히 다녀오십시오. 우리 국민에게 약속한 한국현대사로 다시 뵙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처럼 웃는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길 진정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글귀였다. 인도의 네루가 옥중에서 13살인 그의 딸을 위해 썼다는 세계사 편력과 유사한 역사책을 우리도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김대중이 국민에게 약속했고,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다. 사진에 대한 화답인지, 김대중 씨는 다음 날(영국으로 떠나기 전날) 내게 책을 한 권 보내왔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김대중 옥중서신 모음(새빛출판사)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 속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사진 감사합니다. 간곡한 격려 말씀도요. -오동명 기자에게, 1993125, 金大中.”

세 번의 도전에 실패하고 이국으로 떠나야 했던 절박하고 암담한 상황에 부닥친 그가
, 그런 와중에 보내온 책이라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의 선물인 사랑하는 가족에게에서 김대중의 전혀 다른(언론에 노출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읽고 볼 수 있었다. 이런 계기와 인연으로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사진집 사랑의 승자를 세상에 내게 되었다. 옛날에 내가 선물로 받은 책으로 그랬듯이, 언론에 의해 김대중을 잘못 알고 있는 수많은 국민이 내 책을 통해 한 인간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사진집은 단순한 한 개인의 사진첩이 아니라 아직도 유효할 약속에 대한 희망이자 소망이 담긴 책이다
.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한, 유효기간의 끝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을 담은 포토 에세이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 서거 1주기를 맞아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각별한 추억이 담긴 소장품을 사연과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인간 김대중의 일상을 담은 《사랑의 승자》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생각비행의 이전 포스트를 보아 주세요.

《사랑의 승자》-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http://ideas0419.com/2 )

생각비행김대중 전 대통령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물건, 인연을 담은 , 추모의 글 등을 모집합니다. 언론을 통한 기록이 아닌 생생한 독자들의 사진과 사연을 모아 2주기엔 더 멋진 사진집을 엮고 싶습니다.

짧은 사연은 댓글로 남기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을 담은 글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거나 생각비행으로 원고와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우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다음 포스트를 참조해주세요.

[제안] 김대중 대통령과의 추억들을 모아 보는 건 어떨까요? - 김대중 헌정 사진집 프로젝트( http://ideas0419.com/6 )

(1) 약속의 유효기간 - 오동명 님 ( http://ideas0419.com/9 )
(2) 살아계신 것 같아요. - 이은희 님( http://ideas0419.com/12 )

 


2010년 8월 18일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생각비행이 다녀왔습니다. 전날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문화제처럼 추모하고 싶었지만 평일 아침에 거행된 행사라 참석할 수 없었던 많은 분을 위해 현장을 스케치해 봅니다.


이미 현충원 앞에는 경찰차와 전경 버스가 주루룩 늘어서 있었습니다. 추도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니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한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전날 추모 문화제 때처럼 믿음보단 위협이 느껴지는 세태가 아쉽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은 18일 오전 10시 묘역이 있는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추모 문화제 떄와 마찬가지로 시사 만화와 헌시들이 주차장 입구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추도식장으로 다가가자 추도식 조총(銃)을 위해 도열한 의장대가 보였습니다. 묵념 중 오랜만에 들은 총소리는 생각보다 더 커서 깜짝 놀랐고, 뒤이어 매캐하게 날아오는 화약 냄새가 전쟁 위협이 높아지는 요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화환들도 많이 늘어서 있었는데...... 전두환과 노태우까지 화환을 보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전두환의 화환에는 제12대 대통령이란 문구까지 뻔뻔하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미 전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국가 반란에 대한 재판 이후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뻔뻔히 대통령이란 호칭을 쓰다니 염치도 없는 것 같습니다-_-++




추도식은 간결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인사 말씀과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고은 시인의 추모시로 가사를 붙인 김대중 대통령 추모의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영부인이셨던 이희호 여사께서 김대중 자서전을 헌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추도식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덕 위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에서 헌화와 참배를 드리는 순서가 남아있었어요. 올라가면서 김대중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셨다는 생각에 코가 시큰해 졌습니다.


묘역으로 올라가는데 대부분의 차들은 예의를 지켰지만 어떤 한 차가 현충원 안에서 빵~ 하고 경적을 울리더군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다보니 길이 좁아져서 그랬나 봅니다. 체어맨을 타신 걸 보니 높은 분 같은데 그런 상식없는 짓을 하시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이 거창한 낱말을 이런 기초 상식에까지 끌어 와야 할까요?


힘겹게 올라가다 보니 이렇게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표지판이 생각비행을 안내했습니다. 아마도 이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1주기에 앞서 한겨레 13일자에 난 이번엔 '봉하 물' 들고 광주까지 걸어요 - DJ 서거 1돌 두 대통령 영정 들고 300km 답사 이창희씨(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34971.html )의 사연을 봐도 목적지에 국립 현충원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1주기를 추모하며 5.18 민주묘지와 옛 망월동 묘역에 봉하마을 계곡물을 뿌릴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와 나란히 묻혀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 현충원이란 감옥을 나와 국민 가까이에 묻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는데, 그분 이외에도 국립 현충원 깊숙한 곳에 잠들어 계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자격 문제가 아니라 더 국민들 가까이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같이 떠오르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라는 그분의 포부가 새겨진 돌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 정의의 강물이 거꾸로 흐르려 하는 이때 한 번 더 새겨 두어야 할 말씀입니다.





당연하지만 뉴스에서 익히 보아온 얼굴들이 대단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희호 여사께서 사람들의 박수 속에 감사를 표한 후 돌아가셨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묘역에는 빨간 줄이 쳐져 있었다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가족 및 측근끼리의 예배 시간과 장소의 협소함으로 처음에 일반인들은 빨간 줄밖에 서있어야 했습니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만, 오동명 선생님께서 《사랑의 승자》 본문을 통해 왜 많은 국민들과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장소에 안장 되셔야 한다고 주장하셨는지도 이해할 법 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줄을 서있자니 조금 힘들더군요. 하지만 딸까지 데리고 올라와 제 앞에 선 일본인 어머니를 보자니 약한 소릴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자식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님도 상당수였습니다.



이희호 여사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일반인들의 분향과 헌화가 긴 줄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생각비행도 직접 긴 줄을 기다려 헌화와 분향 그리고 묵념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기렸습니다. 사람들이 묵념하는 자리에 카메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묘소와 제단은 일부러 찍지 않았습니다.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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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문화제 포스트와 마찬가지로 위에 쓰이지 않은 사진들까지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사진을 모두 슬라이드로 모아 봤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좀 더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슬라이드를 이용해 주세요^_^


이 사진은 부록입니다. 헌화하려 줄을 서 있는데 밑으로 KBS의 중계차가 보였습니다. 차체에는 KBS는 시청자가 주인입니다.란 문구가 붙어 있더군요. '그러면 말을 좀 들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독자 여러분과 저만의 비밀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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