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뒤바꾼 일상의 풍경이 한둘이 아닙니다만,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 달 사이에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배럴당 국제유가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20달러 아래로 떨어졌죠. 국제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25%나 격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초기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주도권 다툼을 하며 석유 공급을 늘려 국제유가는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아래 인포그래픽을 보시면 지난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 127만 5000명 가운데 미국의 확진자 수가 33만 6830명으로 최고 많은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국이다 보니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투명성 부족은 미국 정치의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은 중국은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도하면서 특히 미국을 정면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각종 금융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예측대로 1년 정도 장기화한다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나 감소한다는 충격적 전망을 했습니다. 미국 GDP가 –3%가 된다는 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얘기가 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유로존은 –6%, 중국 또한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출처 - 뉴시스


이런 경제 위기 가운데 미국 셰일가스 시장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1일 미국 셰일 석유 채굴, 생산기업인 화이팅 석유(Whiting Petroleum)가 파산 신청을 하며 코로나19의 대혼란에 굴복한 최초의 셰일 생산업체가 됐습니다. 수요량 감소, 산유국 간의 경쟁에 뒤이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오일, 가스 업계의 현금이 바닥나는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마저 치솟고 있어 미국 전통 에너지 업계가 줄도산의 위기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미국은 하루에 약 13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죠. 하지만 생산량 대부분이 국내 소비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 여파로 석유 소비량이 20%가량(20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산유국들이 100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을 한다 한들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20달러 선까지 폭락한 유가는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이 발생하기 이전 수준이라고 하죠. 물, 모래, 화학약품이 섞인 혼합액을 고액으로 분사하는 방법으로 땅속 깊이 매장된 석유를 뽑아 올리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셰일가스는 중동, 러시아 같은 산유국 수준의 채산성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현재 미국 내 석유 소비가 20~40% 감소하면서 초저가 기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 비용 대비 보관 비용의 상승으로 기름을 값싸게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미국 켄터키주에선 갤런(3.78ℓ)당 99센트에 파는 주유소가 생기는가 하면, 오클라호마주에선 0.92센트 주유소까지 등장했다고 하죠.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요지경인 셈이죠. 미국의 3월 마지막 주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갤런당 1.99달러였는데요, 4월이 되면 1.49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6년 만에 최저치라고 하죠.

 

출처 - 개스버디

 

미국 내 최저가 주유소를 안내하는 앱인 '개스버디(GasBuddy)'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미국에서 휘발유가 갤런당 2달러 미만인 곳이 전체 주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미국 내 유가가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말까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준수 기간을 연장한 것도 유가 수요 측면에서는 악재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 경제가 움츠러드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공급 과잉 상태로 내달리고 있고, 그 영향의 직격탄을 받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은 주요 산유국이 유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최대 225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는 얼마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현재 원유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죠. 백악관은 두 정상이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석유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감산을 유지했던 러시아로서는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만 높아졌다는 불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국제유가가 이렇게 떨어졌다는데 우리나라 기름값은 언제 싸지나?"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지난 6주간 기름값은 하락세였습니다. 지난 3월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일 대비 ℓ당 5.9원 하락한 1393.03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날에는 ℓ당 1398.93원을 기록해 지난해 4월 3일(1399.91원) 이후 1년 만에 1400원대가 무너진 겁니다. 지난 3월 10일까지만 해도 1500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20일 사이 ℓ당 100원 이상 급락한 셈입니다. 이날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가격도 1199.27원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러니까 4월 중으로는 기름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기름값이 떨어지면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금리, 물가, 유가, 환율이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구나 경제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 경제만 호황을 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미국의 경기가 나빠진다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 제품은 대개 40~50일 전에 들여온 원유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이 정도로 폭락해 버리면 비싼 값을 주고 사온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휘발유가 애초 원유 가격보다 싸지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봉쇄령에 가까운 조처를 한 탓에 각종 공장이 가동을 멈춰 석유를 가공해 만든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듭니다. 수출해야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일렉트릭파워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에너지 업계 또한 코로나19의 불똥이 튀었습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계도 상당한 원자재 수급을 중국에서 하는데, 아시다시피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국이 엄격해짐에 따라 현장 인력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태양광 업계 역시 국내 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셀, 모듈 등의 주요 수입처가 미국과 유럽인데 이곳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국가 교역이 멈춘 상태이다 보니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더구나 규모가 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의 경우 연기되거나 지연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모습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출처 - CXO 연구소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주요 100개 상장사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 3월 23일 CXO 연구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60일이 되는 지난 20일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629조 859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타난 지난 1월 20일의 895조 8895억 원보다 226조 296억 원 떨어진 금액에 해당합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회사 가치가 3분의 1인 29.7%가 증발한 셈입니다. 특히 지난 3월 12일 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포한 이후 8일간 시가총액은 12.7%(91조 8555억 원)나 더 주저앉았습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5개 전자 기업 시가총액이 60일 동안 126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편 자동차는 27조 원, 금융 19조 원, 석유화학 16조 원, 정보통신 15조 원, 금속철강 13조 원, 조선 10조 원씩 각각 감소했다고 합니다. 두 달 사이 주가 역시 20개 업종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는데요, 팬데믹 선언 당시 유일하게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운송‧물류업마저 지난 20일에는 18.9%나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국제유가 급락 소식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까지,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뜻밖에 선물한 좋은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프랑스 파리, 리옹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위 사진과 설명은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의 '미래창' 블로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원사진 자료는 네덜란드왕립기상연구소(KNMI)가 코페르니쿠스 센티널 위성을 통해 이산화질소(NO2) 변화 정도를 추적해서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산화질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주로 나오는 오염물질인데요, 이 연구소는 2019년 3월의 월평균 농도와 올해 3월 14부터 25일까지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하여 도시 봉쇄정책으로 경제활동이 감소하자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비디오머그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지구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코로나의 역설'을 입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지된 모습만으로는 지구 대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실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GIF 파일 형태로 지구 대기가 변화하는 모습을 알려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출처 - 나우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공장과 자동차들이 멈춰서자 대기질이 극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죠. 이맘때면 닥쳐오던 중국발 미세먼지도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의 경우도 앞서 본 자료처럼 대기가 깨끗해졌고요. 올해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기간의 대기오염 감소와 사망률 감소 이득〉이란 논문을 보면 코로나19로 극적인 대기질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중국에서만 약 1만 2000명의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3월 30일까지 보고된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3304명을 고려하더라도 중국 내 총 사망자가 8000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참 아이러니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군요.

 

출처 - CNN / 어린이동아 

 

심각한 공기 질로 악명 높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가 코로나19의 여파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이 뉴델리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는데요, 국가 봉쇄령과 함께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의 운행 및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기가 맑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의 역설'을 목도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선택해야 할까요? 

 

 

앞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장기적으로 저유가 때문에 재생에너지 산업이 곤두박질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국제 재생에너지 기구는 올해부터 태양광, 풍력 발전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럴당 유가 35달러 이하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수익률이나 안정성 면에서 석유·가스 개발 사업보다 낫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석유가 주로 수송용 연료로 쓰이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발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진다고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업계가 호소하는 문제는 저유가가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으로 각국이 시행 중인 봉쇄령인 셈이죠. 예전에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로 석유파동이 와 고통받았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저유가로 인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니 석유 의존 경제의 취약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화석연료 산업은 지금도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다.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기업 중 5개 기업이 석유가스회사이다.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2017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그룹과 중국석유공사CNPC가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고, 로열더치셸이 5위, 영국석유BP가 8위, 엑손모빌이 9위에 올랐다. 이들의 연 매출액은 각각 260조 원을 넘는데, 시노펙그룹은 약 359조 원의 석유와 가스를 팔았다.

19세기 말부터 사용한 전력은 중앙 집중형 대규모 산업의 대표가 되었다. 전기는 생산하고 즉시 사용하여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양수발전을 통해 물의 위치에너지로 저장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축전지 성능이 높아져 필요에 따라 저장 시설을 갖추기도 하지만 손실이 따른다. 생산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이다. 따라서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그리고 각 가정과 건물, 산업 시설까지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수력발전소는 댐을 건설할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도시와 떨어져 있었고, 화력발전소는 초기에 소비지 근처에 지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화하면서 오염물질을 포함한 배기가 문제가 되었고, 또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므로 도시에서 멀리 밀려났다. 원자력발전소는 무엇보다 안전 문제가 중요하므로 주민들이 적고 물이 풍부한 오지 해안을 찾아 나섰다. 내륙의 강가에 세우려면 거대한 냉각탑이 필요하였다.

주민이 적은 지역에 세우는 대형 발전소와 그 전기를 소비지로 끌어오는 송전망, 소비지에서 각 수용가로 전기를 보내는 촘촘한 배전망을 갖춘 전력 산업은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산업이다. 중국의 전력회사 중국전망공사는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이 자산과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앙 집중화한 관리 체계의 지배를 받는 대규모 에너지 수급 체계에 기반을 둔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구조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오늘 소개한 국제유가 급락 관련 이슈와 관련해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탄소 민주주의》 같은 책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이동 제한이 풀리면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 일변도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스1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핵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는 뉴노멀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우리는 뉴노멀을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구석1열' 족이 장르물에 관심을 보이면서 좀비물, 판타지물이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중에 시장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장르물은 〈킹덤〉입니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에서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죠.

 

출처 - 넷플릭스

 

최근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 〈킹덤〉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6세기 한국 환경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경이적인 좀비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킹덤〉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드라마 순위 10위 안에 안착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콘텐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출처 - 부산행

 

죽은 사람이 몸을 움직이고 돌아다니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판타지 세계에서는 '좀비(Zombi)'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에 좀비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창궐〉이나 〈킹덤〉 등 좀비가 출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잇따라 개봉되고 있죠. 애초 좀비는 중남미 카리브해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전통 신앙에서 비롯된 환상의 종족이었습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도 좀비와 같은 언데드(Undead)인 드라우그(draug)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죽어서 드라우그가 되는 사람들은 살아생전에 인색하고 탐욕스럽게 굴었거나, 이웃들한테 못된 행패를 부려 원성이 높았던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에서는 평판이 나쁜 이웃을 드라우그라고 놀리는 일도 있었다고 하죠.

 

출처 - 킹덤

 


〈킹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피를 좇습니다. 세도가들은 혈동에 집착하고, 좀비들은 살아 있는 인간의 피를 탐하죠. 핏줄에 집착하는 세도가들이 인육을 탐하는 좀비와 같은 선상에 놓이면서 이 드라마가 비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요즘 뉴스를 통해 코로나19가 빚어낸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누구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마당에 누구는 이 상황을 이용해 돈벌이에 열을 올립니다. 이런 혼란한 시국이다 보니 인간의 욕망을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킹덤〉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형 판타지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함께 보면 좋을 생각비행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유럽 판타지 세계의 시작과 끝


유럽의 판타지 세계는 ‘세계인의 보물’과도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동유럽 신화, 핀란드 신화 속 수많은 이야기가 오늘날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럽의 판타지 세계는 한국 고유의 판타지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합니다. 국내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이죠. 영국의 유명 판타지 작가인 J. R. R. 톨킨이 쓴 소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은 각 3편씩 총 6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약 5조 5500억 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출처 - asmustoys.com

 


오늘날 판타지 작품은 고대 신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인 드워프(Dwarf)는 ‘어둠의 요정’이란 뜻으로 다크알프(Dark elf)로도 불리는데, 땅속 세상인 스바르트알바헤임(Svartalfaheimr)에 살고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돌로 변해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을 영국의 작가 톨킨은 자신의 작품에서 트롤(Troll)한테 적용했습니다. 이는 드워프인 김리가 동료인 프로도나 레골라스와 함께 원정을 떠나야 하는 설정을 감안하여 일부러 적대 진영에 속한 트롤한테 반영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드워프의 원래 특성상 김리를 포함한 반지 원정대가 햇빛을 피해 깜깜한 밤이나 동굴 속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면 웅장한 작품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테니까요.

 

출처 - 반지의 제왕

 


한편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그린 국내 창작물의 놀라운 흥행성적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출간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신화》 시리즈는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밖에도 한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밤을 새우며 도전하는 온라인 게임 속의 온갖 괴물(메두사, 키메라, 미노타우로스,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도 늘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조되어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계인의 보물’인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자세히 이해한다면, 현대 문화의 흐름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유럽 판타지 세계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간추려 엮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 북유럽(게르만) 신화, 켈트 신화는 물론 다소 생소한 동유럽(슬라브) 신화와 핀란드 신화까지 망라해 유럽 전 지역에서 전해지는 판타지를 폭넓게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세상의 시작, 신, 영웅, 성자, 마법사, 거인, 괴물, 요정, 정령, 유령, 사후 세계, 신비한 장소, 보물, 세상의 끝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10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총 110가지 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만으로도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충분히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형 판타지 창작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총 7권으로 기획된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입니다. 다양한 지역에 전승되는 신화와 전설 속 판타지 세계를 바탕으로 삼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창작되길 바라는 작가의 희망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지은이

도현신

1980년 수원에서 태어났고, 2005년 순천향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2004년부터 작가의 꿈을 꾸고, 전자책 형식의 소설 〈마지막 훈족〉 발간을 시작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출간한 인문·역사 서적 《원균과 이순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 2012년 12월에 출간한 역사 서적인 《르네상스의 어둠》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2017년 9월에 출간한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전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을 다루는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국형 판타지 창작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옛이야기에서 찾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풍부하게 수록했다. 2019년 7월에 기존 초판 내용에 빠졌던 세상의 시작, 인간의 탄생, 대홍수, 종말에 관한 항목 등 10개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한국적 판타지 세계관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완전판으로 새로이 펴냈다.
2018년 5월과 2019년 3월에는 각각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과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을 출간했으며, 2020년 3월에 펴낸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앞으로 인도, 일본, 제3세계 등 다른 나라와 지역의 판타지 세계를 담은 백과사전을 계속 펴내는 한편 새로운 관점으로 인문·역사를 조망하는 서적도 꾸준히 출간할 예정이다.

 

 

차례

 

_책을 펴내며

 

1. 세상의 시작
001 그리스 신화의 천지개벽 | 002 그리스 신화의 티타노마키아 | 003 북유럽 신화의 천지창조 | 004 동유럽 신화의 천지창조 | 005 핀란드 신화의 천지창조 | 006 켈트 신화의 태초 설화 | 007 그 밖의 천지창조 설화 | 008 그리스 신화의 인류 탄생과 대홍수

 

2. 신들
009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 제우스 | 010 바다를 다스리는 포세이돈 | 011 제우스를 구해준 브리아레오스 | 012 그 밖의 그리스 신들 | 013 고대 동유럽의 신들 | 014 전쟁과 지혜의 신, 오딘 | 015 모든 신의 여왕, 프리그 | 016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토르 | 017 토르의 가족들 | 018 가장 오래된 게르만의 신, 티르 | 019 장난과 재앙의 트릭스터, 로키 | 020 그 밖의 북유럽 신들 | 021 켈트 신화의 신들 | 022 그 밖의 켈트 신들 | 023 벨로보그와 체르노보그 | 024 슬라브 신화의 제우스, 페룬 | 025 페룬과 티격태격하는 벨레스 | 026 풍요를 주는 태양신, 다지보그 | 027 스반테비트와 트리글라브 | 028 그 밖의 슬라브 신들 | 029 핀란드 신화의 신들

 

3. 영웅과 성자, 마법사들
030 그리스 신화 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 | 031 아테네인들이 사랑하는 테세우스 | 032 포세이돈의 자녀들 | 033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 | 034 키마이라를 해치운 벨레로폰 | 035 오딘이 직접 키운 용사, 스타르카드 | 036 북유럽 신화와 전설의 영웅들 | 037 켈트 신화의 영웅들 | 038 핀란드 신화의 주인공, 베이네뫼이넨 | 039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 040 켈트족 사회의 사제 계급, 드루이드 | 041 세르비아 전설의 영웅, 마르코 크랄리예비치 | 042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 | 043 환생을 믿은 고대 서양인들 | 044 신세계를 찾아 떠난 성자, 브렌던

 

4. 거인들
045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 | 046 올림포스 신들과 맞붙은 거인족, 기간테스 | 047 거인 망신의 대명사, 티티오스와 안타이오스 | 048 천둥 망치에도 끄떡없는 스크리미르 | 049 최고의 마법을 보여준 우트가르드 로키 | 050 토르와 싸운 흐룽그니르 | 051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쌓아준 스미드르 | 052 황금 사과를 훔쳐간 티아지 | 053 솥을 아끼다 목숨을 잃은 거인 히미르 | 054 거인 스크림슬리와 농부의 아슬아슬한 내기 | 055 오딘에게 지혜로워지는 꿀술을 빼앗긴 수퉁 | 056 묠니르를 빼앗아간 트림 | 057 게이로드와 딸들 | 058 하염없이 소금 맷돌을 돌리는 페냐와 메냐 | 059 아일랜드 신화의 포모르족 | 060 웨일스를 지키는 전설의 거인, 브란 | 061 왕자의 아들을 데려간 거인 | 062 1만 7000대의 마차에 실린 황금을 챙긴 거인 | 063 걸어서 바다를 건넌 러시아의 거인

 

5. 괴물들
064 뱀 머리카락을 가진 괴물, 메두사 | 065 미궁 속에 갇힌 괴물, 미노타우로스 | 066 반인반마(伴人伴馬), 켄타우로스 | 067 인류 최초의 로봇, 탈로스 | 068 제우스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 티폰 | 069 에키드나와 티폰의 자손들 | 070 새로 변신한 여자 괴물, 하피와 세이렌 | 071 사람을 집어삼키는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 072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늑대인간 | 073 흡혈귀(뱀파이어)를 물리치는 방법 | 074 바실리스크와 코카트리스 | 075 유니콘 | 076 바다 주교와 바다 수도승, 바다뱀 | 077 로키의 자식들, 요르문간드와 펜리르 | 078 탐욕스럽고 멍청한 트롤과 오거 | 079 판타지 속 ‘약방의 감초’ 크라켄 | 080 흙으로 빚은 인조인간, 골렘 | 081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들

 

6. 요정과 정령들
082 그리스·북유럽 신화의 요정, 님프와 엘프 | 083 어둠의 요정과 땅의 정령, 드워프와 그놈 | 084 브라우니, 고블린, 레프리컨 | 085 산의 정령들, 베르크묀치와 코볼드 | 086 해적 떼로 변하는 바다 정령, 블루맨 | 087 여행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제나 | 088 슬라브 신화 속 정령들

 

7. 유령들
089 북유럽의 좀비, 드라우그 | 090 죽음을 알리는 유령, 밴시와 듀라한 | 091 프랑스·영국의 저승사자, 안쿠 | 092 실체가 없는 그림자와 같은 고스트 | 093 유럽 각지를 휩쓴 유령 군대

 

8. 사후 세계와 신비한 장소들
094 그리스 신화의 낙원, 엘리시온 | 095 갑자기 사라진 문명, 아틀란티스 | 096 최고신 오딘의 궁전, 발할라 | 097 거인들이 사는 나라, 요툰헤임 | 098 니플헤임, 무스펠헤임, 헬헤임 | 099 아일랜드 신들의 낙원, 티르 나 노그 | 100 아서왕의 ‘불멸의 섬’, 아발론 | 101 세상의 북쪽 끝, 툴레

 

9. 신비한 보물들
102 북유럽 신화의 보물들 | 103 태양신 루의 보물들 | 104 황금 사과가 나오는 신화들 | 105 《칼레발라》의 보물들 | 106 롱기누스의 창 | 107 세상에서 가장 큰 배, 만니그푸알

 

10. 세상의 끝
108 로키의 골탕으로 죽은 빛의 신, 발데르 | 109 로키에게 내린 형벌로 발생하는 지진 | 110 최후의 대전쟁, 라그나뢰크

 

_책을 닫으며
_참고 자료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손씻기와 기침예절을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는 없을 듯합니다.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너와 나의 건강과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사소한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신종 바이러스가 몰고온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으로 경제적 위기가 시작됐고, 각국의 위정자들은 리더십을 심판받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현실에서 '나만 감염되지 않으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습니다. 지구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생각비행이 펴낸 책 중에서 이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지구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풍요로운 지구를 만드는

생물의 다양성

 

우리는 생물의 다양성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은 생물의 다양성이 빚어내는 결과입니다. 수중과 지상, 도처에 있는 식물, 동물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풍요로운 생태계가 유지됩니다.


인류가 고도의 기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생물의 다양성 덕분이었습니다. 20~30억 년 전 최초의 청색 미세 박테리아가 철을 산화시키는 산소를 바다에 풀어놓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우리에게는 쇠와 강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산화철 광석이 없었을 것입니다. 수백만 년 전에 석회질 조개껍데기의 미세조류가 죽어서 쌓인 퇴적층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활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각종 건설 현장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기계 장치들도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직간접적인 동력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류는 생물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축적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 각종 나무로 울창한 고원, 드넓게 펼쳐진 들판, 광활한 바다, 이 모든 자연이 생명의 다양성이 춤추는 현장이요, 우리 삶의 터전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고문으로 활동하였으며 프랑스물리학회상과 아인슈타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천체물리학자인 위베르 리브스는 하늘의 별들로 향하던 시선을 잠시 거두고 우리가 사는 별인 지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는 생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여행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생물의 다양성은 어떻게 기능하는가

 

우리가 맛있게 먹는 치즈는 우유 속 미생물들이 작업한 결과입니다. 깊고 풍부한 포도주 맛도 포도를 발효시키는 미생물 덕분입니다. 토양 속 박테리아와 곰팡이, 각종 미생물이 온갖 종류의 물(빗물, 이슬, 설수)을 정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연의 협력은 마치 지하에 있는 거대한 연구소와 같습니다. 토양 속 생물의 다양성으로 인해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약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랜 기간 지속된 늑대 멸종 캠페인의 결과 포식자가 사라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와피티사슴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사슴은 식물의 어린 순을 모조리 먹어치웠고, 큰 나무를 제외한 식물군에 교란이 일어났습니다. 비버들은 댐을 만들 적당한 나무를 구할 수 없었고 강기슭은 점차 침식되어갔습니다.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1995년과 1996년에 캐나다산 회색늑대를 재투입하자 와피티사슴 개체수가 조절되며 줄어들었습니다. 야생늑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의 방목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강기슭 주변이 덜 짓밟히게 되자 자연은 점차 푸르름을 되찾았습니다. 이는 늑대가 생물의 다양성에 기여한 좋은 예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야생늑대와 양치기, 축산업자의 대립적인 구도는 여전히 남은 숙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자연에서 옵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야생식물을 작물화하여 쌀, 밀, 귀리, 보리, 호밀, 조 등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화학비료와 농업용 기계에 의존하고 있지만, 실상 자연 속 생물의 다양성이 경작에 기여하는 바는 어마어마합니다. 그중에서 지렁이는 농업 공로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최초의 경작자인 지렁이는 나뭇잎과 땅 표면의 식물들을 분해하여 천연 비료를 만들기도 하고, 흙에 공기가 통하도록 지하 회랑을 구축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렁이가 땅속에서 움직여 만든 지하 회랑은 재배 작물의 뿌리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인데다가 작물이 쉽게 땅속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줍니다.


생물의 다양성은 이처럼 우리에게 큰 유익을 주지만, 때론 외래종의 유입으로 지역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인도양에 서식하는 해초를 수족관 장식용으로 사용하다가 관리 실수로 지중해에 퍼지면서 해양 생태계가 교란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외래종의 유입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적절한 외래종의 유입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외래종을 일부러 들여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식탁에 토마토가 없었을 테고, 사과나 감자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생물의 다양성 차원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우리에게 좋은 것을 제공하는 일종의 ‘거대한 정원’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의 역할로 지구를 풍요롭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버섯이라 할지라도 몇몇 민달팽이들은 먹이로 활용하고 있으며, 여름철 우리를 괴롭혀 해충으로 분류되는 모기는 새와 개구리의 주요한 식량 자원입니다. 만약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모기가 사라진다면 철새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말 것입니다.

 


생물의 다양성은 곧 생명

 

인간이 야기한 기후 온난화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해마다 불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짧은 기간에 먹고, 입고, 놀고, 치료하기에 알맞은 모든 것을 자연이라는 ‘풍요로운 금고’로부터 마음껏 깨내어 썼습니다. 하지만 이 풍요로움이 점차 바닥나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의 환상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이 초래한 상황을 의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인류의 미래가 곧 생물의 다양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생물의 다양성, 그것은 곧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위해, 우리와 관계 맺고 있는 수많은 생물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책의 저자 위베르 리브스는 우리에게 생물의 다양성이 그 자체로 풍요로운 것이란 사실을 알려줍니다. 지렁이의 다양성과 인간의 다양성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연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이유가 생물의 다양성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위베르 리브스
프랑스의 천체물리학자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고문으로 활동하였으며, 프랑스물리학회상과 아인슈타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2016년에는 환경부장관에 의해 프랑스생명다양성기구의 명예회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같은 해,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를 펴내어 출판계에서 성공을 거둔 뒤, 삽화가인 다니엘 카자나브와 협업으로 롱바르 출판사의 【지식의 작은 만화가게】 콜렉션 중 《우주》편을 출판하였습니다.

 


옮김

문박엘리
서울에서 자라 대학에서는 철학을,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는 언어학을 전공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일반회사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했고 현재 서울녹색당의 당직자로 재직 중입니다. 진화는 곧 과학과 기술과 철학의 녹화(綠化)를 의미하며,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인류는 여전히 진화 중이라고 믿습니다. 옮긴 책으로 《프랑스 아이의 과학 공부》가 있습니다.

 

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공식 규정했습니다. 팬데믹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동시에 감염되어 전 지구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동안 WHO는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명명하길 주저했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대책이 이뤄지지 않아 이제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 지역과 미국까지 중국 밖 확진자 수가 지난 2주 사이에 13배나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코로나19 초반 상황 때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일방적으로 차별하던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보다 미흡한 대처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처럼 코로나19 확산에 사실상 백기를 든 나라들마저 나오기도 했으며 이탈리아처럼 전 국민 이동 금지라는 초법적인 수단까지 쓰는 나라가 발생하면서,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한겨레


WHO가 마지막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건 2009년 신종플루 때였습니다. 당시 처음 겪는 감염병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했죠. 바이러스가 신종이고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며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전파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팬데믹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킵니다. 백신 같은 확실한 예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확산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처 방법입니다. 현재까지 114개국에서 11만 8000여 명이 확진자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으나 우리의 방역 조치가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감염병 위기단계를 이미 심각단계까지 올리면서 선제적인 조치들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가 해온 조치들을 계속 이어가면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선제적인 조치를 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 경북 등 확진자가 많은 지역과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처럼 불확정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이러할 때는 집단적 공포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방역 노력이 중요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주요한 행사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한 이상 도쿄 올림픽을 그대로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베 정부는 여전히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조직위 내에서는 1~2년 연기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발언도 나오고 있죠. 아베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올림픽이므로 아예 취소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강행한다면 경제적 충격은 물론 정권 자체가 붕괴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울며 겨자 먹기식이지만 연기라도 하자는 거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연기를 하면 1~2년 동안 올림픽 시설물 관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이 더 심해진다는 주장도 있어서 아베 정권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그간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급급했던 졸속 대응, 믿을 수 없는 통계, 비이성적인 각종 조처로 인해 일본 국민들은 아베 정권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팬데믹이 선언된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폭락한 23,553.2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40.85포인트(4.89%) 추락한 2,741.38, 나스닥은 392.20포인트(4.7%) 떨어진 7,952.05에 장을 마감했다고 하죠.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20% 이상 폭락했습니다.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추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봅니다. 2009년 이후 약 11년간 이어진 장기 강세장이 마침내 막을 내린 셈입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종가 기준 약세장 진입이 코앞이라고 외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출처 - AFP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시장의 극심한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증시도 휘청겨렸습니다. 프랑스 CAC 4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9% 하락한 4347.94, 독일 DAX 30 지수는 5.72% 내린 9841.90을 나타냈다고 하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 역시 5.58% 급락한 2743.29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유럽 증시 급락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팬데믹 조짐을 보이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급속히 퍼지며 엔화에 견준 원화 환율이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제금융시장도 출렁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 주체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환율의 세계는 탐욕과 공포의 전쟁터와 같습니다. '국제금융거래의 안정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실리가 숨어 있지요. 환율 세계는 손익을 다투는 전투가 벌어지며, 각국의 주체들은 매일 벌어지는 전투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환율 변화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환율 예측을 어려워합니다. 세계 각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사회 현상 등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저자는 경제 문제를 넘어 이룩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를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단순한 구호를 배격하는 치밀한 전략과 실행, 배타주의를 물리치는 개방적인 포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미래 환율을 예측하는 작업은 지나온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통해 본 역사의 발전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환율 예측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믿느냐' 하는 철학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외신은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며 일부 유럽국가 방문·체류 입국자를 대상으로 15일 0시를 기해 특별입국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이라 이제는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더욱 긴밀하게 대응해야 하고, 국민은 정부를 믿으면서 인종차별과 사회 단절, 경제 침체 등 코로나19가 야기한 각종 후폭풍에 대응해나가야 합니다. 지나친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을 지양하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이끌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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