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3년 3월 들어 비로소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사회혁신 비즈니스―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하루를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수억 명의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변함이 없습니다.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사회를 향한 불신은 커져가고 희망을 잃게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나의 문제이거나 친구의 문제, 또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세계 곳곳에 산재한 많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두 저자의 물음에 관한 답이 바로 《사회혁신 비즈니스》입니다.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쓴 두 사람은 2006년 초여름, 서울 안암동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기독교 사회지도자 양성기관인 ‘한국리더십학교’의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다. 다양한 모임을 함께하며 이야기하던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결 방안’은 늘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활화산과 같았다. 그러한 열정으로 우리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을 읽고, 삶의 현장에서 사회적기업, 마이크로크레디트, 기업사회공헌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한국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책을 펴내며' 중에서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유한양행을 창업하여 기업의 모범을 보인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고 말이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우리가 왜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책에서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분,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분,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관심이 있는 분,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든 분에게 해결 방안을 알려드립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

▸분야: 경제․경영              ▸판형: 신국판(152*225)            ▸발행일: 2013년 3월 15일  
▸지은이: 전병길․김은택     ▸쪽수: 308쪽 
▸가격: 15,000원                ▸ISBN: 978-89-94502-13-7 (13320)


“사회혁신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업과 최근 들어 급부상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다양한 조직이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상생’ ‘공유’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경제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기초를 두고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기업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으며, 사회문제와 비즈니스의 기회를 융합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사회적 참여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활동을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의 사회혁신’이며, 일자리 창출형 중심의 사회적기업을 넘어선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혁신’을 의미한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지구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

이 책의 도입부인 1장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과 ‘정약용’을 통해 ‘한국적 사회혁신’의 기원을 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사회혁신은 대부분 미국, 유럽의 사례로 그 기원은 그네들의 역사에 잠재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면 앞서간 분들이 그 시대 속에서 변혁을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난 자생적 혁신의 움직임을 그동안 등한시한 건 아닌지 반성의 의미를 담아, 조선 후기 실학이 추구한 사회혁신의 모습을 이 시대에 되살려본다.

2장에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소개한다. 사회적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정무역, 마이크로크레디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사회혁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그룹이나 사회적기업이 혁신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고장 난 자본주의를 치유하는 하나의 처방전’으로 좀 더 넓고 의미 있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은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을 통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실천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주로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비즈니스의 목적과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에서 이점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와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한 후 비즈니스를 통해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를 결정한다. 접근 방법은 다르더라도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큰 축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현상과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도움을 주고자 했다.

5장에서는 구체적인 ‘사회혁신 브랜드 구축 방안’을 제시한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사회혁신 비즈니스’와 ‘브랜드 전략’의 연계에 무관심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그동안 경영 컨설팅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업의 브랜드 전략 구축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느껴 ‘S/O/U/L/M/A/T/E’를 사회혁신 브랜딩 전략으로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면, 기업과 사회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긍정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생태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병길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브랜드 혁신가의 삶을 살고 있다. 다수의 기업, 공공단체, 비정부기구NGO, 대학 등을 대상으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앤디 워홀의 상상력, 무하마드 유누스의 실천력을 본받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저서로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2009, 네이버 오늘의 책), 《코즈마케팅》(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김은택
한동대에서 경제학와 국제지역학을 공부하고 스리랑카, 중국에서 자원봉사와 어학연수로 각각 1년을 보냈다. 의미와 적성이 조화된 일을 찾고자 아이티IT벤처, 과외교사, 유학원, 대북지원 비정부기구NGO, 마이크로크레디트, 사회적기업 등에서 일했다. 키바Kiva 창립자 매트를 인터뷰한 뒤 사회적기업 창업을 결심하고 위체인지어스WeChangeUs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향후 동아시아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꿈꾸고 있다.

목차

추천사 | ‘멋진 혁신세계’를 꿈꾸며
          | ‘혁신’, 모두를 위한 일보 전진
머리말 | 사회혁신은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1. 실학(實學), 조선 사회의 혁신을 꿈꾸다

옛사람이 꿈꾼 사회혁신
도탄에 빠진 조선 백성의 현실 | 실학, 새로운 사회를 향한 비전 | 사회개혁을 꿈꾼 다산 정약용 | 현대화된 ‘실학’은 오늘날 여전히 필요하다


2. 자본주의와 사회혁신

1. 변화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씨앗’ |  인류의 삶을 뒤흔든 산업혁명 | 새로운 소외계층의 출현 | 자본주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 | 시장과 기업의 업그레이드 |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대전환 |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물결 |  세계화의 이면에 잠재한 문제와 창조적인 해결방안

2.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의 다양한 모습 | ‘통일벼’와 혁신 | ‘이산가족찾기’와 혁신 | 사회혁신의 정의 | 사회혁신 가치네트워크 | 사회혁신 비즈니스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가지 접근


3.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기업
 
1.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자선’이 아닌 ‘기회’로 가난을 극복하기 |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시작된 배경 | ‘사회적기업’을 향한 오해 | 사회적기업의 두 형태 그리고 ‘사회적기업가’ | 사회적 가치사슬

2. 사회적기업의 유형
‘빵’과 사회적기업의 관계 |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 |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 | 사회적 목적을 위한 수익활동형 사회적기업 |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적기업 |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 | 협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

3. 사회적기업의 5가지 속성, ‘S/M/A/R/T’
‘맥가이버 칼’에서 찾은 혁신의 속성 | 공감(Sympathy) | 비용 최소화(Minimize) | 적절한 해결책(Appropriate Solution) | 관련성(Relevence) | 변형(Transform)

4. 사회적기업의 미래
사회적기업을 이끌 트렌드 | 다양한 사회문제의 대두 | 아시아를 섬기고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전략 | 개방과 공유를 통한 혁신 |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가 양성 | ‘협동조합’의 시대 | 사회혁신 자본시장 구축 | 상생을 위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 사회적기업,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


4. 기업사회혁신, 경영의 새로운 흐름

1.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기업은 ‘이윤’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사례 | 기업의 사회적 책임

2. 기업사회참여의 질적 변화

‘물 부족’ 문제는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물 부족 해결 활동으로 살펴보는 ‘기업사회혁신’ | 기업사회참여의 세 단계 |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Shared Value)’ |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혁신’으로

3. 기업사회혁신전략

전략경영 | 기업사회혁신전략 | 기능별 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사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대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사회혁신’에 대한 비판들 | 한국형 ‘기업사회혁신’의 방향


5. 사회혁신 브랜드 창조하기

1. 소비자가 기업을 바꾼다
소비자는 편익을 찾는다 | 소비자, 윤리를 말하다 | 소비자가 원하면 기업은 변한다

2. 브랜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기업은 ‘브랜드’에 가치를 담는다 | 브랜드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 브랜드는 ‘사랑’이다 |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 ‘진실의 순간’을 추구하는 사회혁신 브랜딩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새로운 날개, 브랜드

3. 사회혁신을 만드는 영혼의 브랜딩, S/O/U/L/M/A/T/E

브랜드의 혼(魂)ㆍ창(創)ㆍ통(通) | 영혼의 비전을 가져라(Spiritual Vision) | 기회를 인식하라(Opportunity Recognition) | 독창적인 가치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 | 연계된 파트너(Linked Partner) | ‘가치’ 포지셔닝을 하라(Make a Value Positioning) | 선도적인 소통 프로그램을 개발하라(Advanced Communication Program) | 이야기로 말하라(Tell ‘the Story’) | 평가(Evaluation)


6. 디자인으로 바라본 세상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계영배(戒盈杯) 디자인에 숨은 의미 | 사회혁신을 이끄는 ‘디자인적 사고’


참고문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일전에 저희는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기사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고, 공정무역 커피를 즐기는 분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회적기업'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커피산업과 연관되는지 더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스타벅스는 세계 40여 개국에 1만 6000여 개의 매장을 둔 세계적인 커피 체인입니다.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말로 성공적인 마케팅전략을 설명하기도 했죠. 그런데 스타벅스가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인증 커피 구매업체 중 하나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스타벅스는 2012년 전체 원두 구매량의 8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430만 파운드의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한다고 해서 스타벅스를 좋은 기업이라고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작년 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습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스트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과격 시오니스트 중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졌고, 스타벅스 운영으로 거둔 수익의 상당액이 이스라엘 군수산업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둘러싼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이 참 기막힙니다. 세상 일이란 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라지만,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독립, 하셨습니까?]를 연재하는 이은 씨가 지난 2월에 '커피 콘텐츠 기획자' 박우현 씨를 만났습니다. 원고를 지난 2월에 보내주었는데요, 3월에 나올 생각비행의 책을 마무리하는 시점과 겹쳐 제때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두루 양해를 구합니다. 찬찬히 읽어보시면 누군가의 커피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커피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커피를 드셨나요?


커피 라이터 박우현 씨가 말하는  
커피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오듯 휩쓸고 지나고 있다. 이 땅에 커피산업이 번성하게 된 과정 말이다. 갑자기 에스프레소 전문점이 번성하고 목 좋은 번화가 길목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겨나더니 급기야 동네 골목까지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그러니 한국 사람들이 커피문화의 확산 속도를 근대화 과정만큼이나 재빠르다고 느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믹스커피 문화의 반대편에 있는 아라비카 커피 시장의 팽창과 공정무역 커피의 개발과 보급, 확산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상품화된 공정무역 커피는 아름다운가게가 내놓은 ‘히말라야의 눈물(네팔산)’이었다. 당시 가게에서 활동하며 이 과정을 주도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우현 씨다.

10년의 세월 동안 변한 것은 커피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만이 아니다. 커피를 통해 그의 삶도 변했다. 박 씨는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 아니라 전업주부, 영화기획 프로듀서, 잡지사 기자, 회사원 등을 거쳐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오는 일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폭넓은 시도와 변용이 가능했고, 지금과 같은 커피(에 관해 쓰는) 저술가, 그의 표현대로 ‘커피 콘텐츠 기획자’가 될 수 있었다.
 
커피에 관한 책이야 많이 접했지만, 그가 쓴 《커피는 원래 쓰다》가 여느 책과 다른 점은 일단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커피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혹은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커피문화사랄까. 인류사에 커피가 등장한 지 추산하기론 약 1000년, 그다지 오랜 세월이 아닌데도 사료가 충분하지 않아 상상으로 그 틈새를 메워야 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커피의 역사에 관한 자료가 왜 그토록 남아 있지 않은지 짐작할 만도 하다. 가장 합리적인 추론에 따르자면 커피는 (서구에서는) ‘이교도의 음료’였다. 음주를 금기시해 커피를 즐겨 마시던 이슬람 문화권에서 커피의 위상이란 독일의 맥주, 아시아의 차문화 사이 어딘가 혹은 그 둘을 더한 것만큼 일상적인 무엇이었을 터다.

커피의 등장, 생각의 발견
 
커피와 카페에 관한 책이야 근래 발에 채고도 남을 만큼 많이 나왔지만, 박우현 씨의 책이 돋보이는 점은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데 있다. 커피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야 가설이 많으니 아주 새롭지는 않다고 해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신 사람으로 ‘정약용’을 추론한 것은 꽤 흥미롭다.
 
“커피에 관해 재미난 이야기가 많아요. 미국이 베트남전에 패망한 이유가 커피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인스턴트커피(나쁜 커피)로 찌들었던 미국이 전쟁에 지고 베트남에서 철수하던 시기, 비교적 양질의 커피를 표준화한 스타벅스가 창업한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거예요. 《커피 견문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커피에 얽힌) 재미난 얘기가 많은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이 유배를 가는 바람에 즐겨 마시던 커피가 끊겨서 어렵게 구해 마셨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지어서 썼어요.”
 
이렇듯 커피가 매력적인 까닭은 역사, 문화,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매우 다양한 텍스트로서 그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 뇌 작용이 활발해져 생각이 깨어나게 된다는 것도 단지 우연만은 아니리라. 우연한 기회에 커피를 업으로 삼게 된 그가 이토록 매료된 것만 보아도 커피의 치명적 매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2005년경, 프리랜서로 영화 일을 하며 이래저래 생겨나던 카페들을 떠돌며 일하던 그에게 생경한 제의가 들어왔다. 아름다운가게에서 ‘별난사업국’이란 이름의 새로운 팀을 만드는데 함께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당시 박원순 변호사의 진두지휘 아래 성장을 거듭하던 아름다운가게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혁신적인 방식과 구성으로 팀을 꾸리려 한 배경이 있었다. 이 사업국의 아이템으로 최종 선정된 것이 재활용사업(에코파티 메아리 등 재활용 디자이너 브랜드 론칭)과 공정무역 커피 론칭 사업이었다.

“당시 한국 시장은 아라비카 시장도 미미하고 로스터리 카페가 막 생겨나는 시점이었어요. 시장이 너무 작아서 공정무역과 아라비카를 동시에 알리는 게 힘들었어요. ‘네팔리바자로’라고 네팔만 도와주는 일본 엔지오에서 네팔 원두를 어렵게 구했어요. 1년에 10톤을 재배하는데 판로가 없어서 절반을 버린다고 하더군요. 도와달라고 요청했더니 생산자가 흔쾌히 한국까지 와서 도와주고, 전광수 선생도 재능기부를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직접 원두를 볶다가 물량이 달리니까 공장에 로스팅 시스템을 만들어주셨어요.”
 
세계적으로 아라비카 커피가 90퍼센트 정도 통용되고 있지만, 정작 ‘공정무역’이라는 공인된 시스템에 속한 커피의 수급량은 미미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애초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공정무역 원두를 브랜드로 양산하는 것은 물론 공정무역 커피믹스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네팔 공정무역 커피가 탄생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착한 소비’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등에 업고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입점한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 커피의 동의어로 통용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개발부터 론칭까지 대략 1년 반, 양산과 보급은 후임 활동가에게 맡기고 박 씨는 가게를 나왔다.

요즘 카페는 차별된 공간으로 만드는 분위기, 사람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사진은 홍대 카페 디스트릭트 D에서 찍은 것. 인위적인 색채를 배제한 빈티지한 톤도 요즘 인기다. 

그 뒤로 전광수커피하우스의 전광수 선생과 함께 프랜차이즈 가맹을 시작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기계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로 만드는 커피가 아니라 다양한 산지별 원두로 핸드드립(쉽게 말하면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에 주력하는 프랜차이즈라는 사실이다. 전광수 아카데미를 이수한 사람 중 ‘슬로우 커피’라는 본연의 방식에 충실하려는 이들을 모아 가맹점을 내는 일을 했다. 그런데 고작 점포 5곳을 론칭하고는 이내 다른 일을 벌였다. 가맹 담당 직원을 뽑아 일을 맡기고서 ‘킹콩커피’라는 원두 판매 온라인 숍을 운영하고 ‘카페인’이라는 커피문화 웹진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직업이 대체 몇 개인지 헛갈릴 지경이지만, 어차피 ‘커피’나 ‘글’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통용될 만한 일들이다.
 
“저는 바리스타도 아니고, 로스터도 아니고, 냉철한 사업가도 못 되니 커피에 관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적성에 맞더라고요. 웹진에 실은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내면서 ‘작가’란 타이틀도 얻게 됐지요.”
 

커피로 다양한 문화적 변용을 꿈꾸다

 
고종이 ‘고히’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커피 문화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계기는 한국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군의 인스턴트커피에 맛 들인 한국인들이 결국 세계 최초로 믹스커피를 양산해낸 것이니. 1964년 이후 근 40년 동안 우리나라는 믹스커피의 식민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뭐든 빠른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습성이, 빠르고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에 쉽사리 적응한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공정무역 커피는 이래저래 식민지 역사와 연관이 깊다. 유럽이 처음 공정무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에 반기를 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수익의 일정 정도를 분배해야 돌아갈 수 있어요. 미국이 중남미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 커피를 제값 주고 사주다가 더 보호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국제커피기구에서 탈퇴해버려요. 미국의 4대 커피회사가 산지를 베트남으로 바꿔버리니 안 그래도 떨어진 커피 값이 더 폭락하게 돼요. 유럽에서 그걸 보자니 미국 주도로 세계가 움직이는 것 같아 기분도 나쁘고 해서, 과거 식민지에서 수탈하던 일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지식인들이 ‘공정무역’을 만든 거예요.”
 
커피는 주로 가난한 제3세계 국가에서 생산돼, 주된 커피 소비국인 선진국으로 흘러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 그 안에 들여다보아야 할 노동 현실과 국경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커피를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산물 혹은 성찰과 실천이 필요한 무언가로 봐도 좋은 이유다.
 
“어느 언론이 ‘커피 컨설턴트’란 이름을 붙였던데, 그 말은 좀 그래요…. 제 인생도 책임 못 지는데 어떻게 남의 일을 컨설팅하겠어요? (웃음) 그저 제 경험을 조금 나눌 수 있는 정도죠. 카페 서비스는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고, 감성적인 비즈니스예요. 어마어마한 일이지요. 이걸 단순히 매뉴얼화하거나 주5일 근무에 익숙한 사람들이 대책 없이 시작하면 안 돼요. 자영업도 작은 기업을 꾸리는 일인 만큼, 이것저것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그의 작업실 '화수목'. 빈 공간이 사람의 온기와 커피향기로 채워지는 순간이 가장 빛나는 때가 아닐까.

박우현 씨는 오랫동안 살던 종로 안국동의 한옥을 떠나 용인시 수지 동천에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커피가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커피문화 교실을 여는가 하면, 작업실에서 상영회와 토론회를 겸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커피를 만나는 일을 벌이고 있다. 공간 한쪽에는 헌책방을 열어 책과 커피가 공존하는 공간을 꿈꾼다. 그의 작업실 이름은 ‘화수목’. 커피에 필수적인 나무(커피체리)와 물과 불(로스팅)을 담은 이름이기도 하고, 일주일에 3일만 일하고 싶다는 바람도 담아 지었단다. 물론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와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아내와 번갈아 육아를 맡았기에 가족의 유대감이 남다른 듯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된 덕분에 삶에 쉼표를 허락하는 일,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커피에 관해 할 이야기가 여전히 많은 그는, 또 다른 꿍꿍이를 준비 중이다. 커피와 영화를 접목하는 일이 그것이다. 연출된 다큐멘터리(페이크 다큐)의 형식에 유에프오에서 커피가 내려온다거나 하는 SF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이래저래 생각을 엮어내는 중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이, 커피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닌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커피란 삶의 매뉴얼을 새로 쓰게 할 수도 있는 존재였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 빈발하는 성범죄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안전망에 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자살률이 대변하는 '삶의 질'

얼마 전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오이시디 국가의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한국은 자체 분석한 ‘삶의 질’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2점을 받아 34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습니다. 
 

논문을 쓴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OECD 행복지수 조사 지표에 소수에 대한 관대성, 국가 신뢰도, 지니계수(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계수), 빈곤율, 여성차별, 지속가능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라는 7개 지표를 추가하여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전 조사에서는 22~24위로 중하위권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새 지표를 추가한 삶의 질 조사에서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삶의 질 지표의 수치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한국은 OECD 국가 중 8년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42.6명으로 연간 1만 5566명에 달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12.8명)의 2.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2위인 일본(21.2명)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infographicworks.com)

현대 사회에서 자살률은 경제변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국민총소득(GNI,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로서, 실질적인 국민소득을 측정하기 위하여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소득지표)가 2000년 1만 1292달러에서 2010년 2만 562달러로 1.8배나 높아졌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0년 31.2명으로 2.3배나 증가했습니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하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 장기요양보험제를 시행하는 등 주요 제도가 정비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자살률(10만 명당 11.7명)이 OECD 평균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률이 높은 원인을 낮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10대 사망 원인 중 남성의 경우 4위, 여성의 경우 5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아직 꽃피지도 못한 청춘들이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이유에 관해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가 사라졌다는 절망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나 직장생활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문이 저소득층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 전반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아동 대상 성범죄

최근 성범죄를 다룬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범죄가 사람의 왕래가 없는 구석진 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흔히들 예상하지만, 사실상 아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에서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람들은 성범죄가 발생하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구조적으로 문제를 풀 생각보다는 일단 자신의 아이를 돌보거나 챙기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범죄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한겨레》에 실린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한 아이를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은 우리 사회가 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사 일부를 소개합니다.

정말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책의 핵심은 이런 ‘아저씨’들을 양산하지 않는 데 있다. 요즘 농촌에 가면 고향에 내려와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종종 아이들에게 집적거린다는 걸 동네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서로가 안면이 있고 함께 살아야 하는 처지라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오히려 역작용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중소도시나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우에도 아이가 길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도 벌을 받고 있거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는 이웃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기 한 몸 추스르기 힘든 부모들은 점점 늘어날 것인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돌봄의 인프라’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가? 안전한 마을을 만들지 않고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  지역 주민자치센터나 공공회관에 부모들이 모여 사랑방을 마련하고 동네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면 끔찍한 일들을 많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피시방 한켠에 구직 상담이나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응접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를 살리고 서로를 돕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에서는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범죄나 세상에 복수를 하겠다는 ‘묻지마 살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

얼마 전 의정부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관련 범죄만 해도 7건이나 됩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거나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기간 경제적으로 빈곤하게 생활했거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소외된 경험이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얘긴데요, 최근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30) 역시 가족과 몇 년째 떨어져 살고 있었으며 회사를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OECD 회원국들은 1인당 GDP가 높을수록 '위험 방지 지출'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위험 방지 지출은 노령, 질병, 실업, 재해와 같은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복지 지출(Social Expenditure)을 의미합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경제변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위 통계를 보면 자살률과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사회복지 지출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니까요. 

(출처: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어느 사회든 문제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취업자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제도 강화,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같이 '사회안전망'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관계적 차원에 이르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회안전망은 브레턴우즈협정 기관들(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개발도상국과 동구권국가들에 차관을 제공하면서 요구한 구조조정으로 야기된 실업 및 생계 곤란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이는 기존의 사회보장이나 사회복지라는 개념보다 긴박하고 과도기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사회적 장치인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안전망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7년 경제위기 당시 IMF 및 세계은행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사회안전망 확충을 요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일본에서 ‘니트(Neet)’란 15~34세의 청년 가운데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들을 약 64만 명으로 추산했는데요, 니트에 속하는 대상을 50세까지 넓힌다면 100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청년 니트족에 관한 자료를 보면, 2003년 75만 1000명에서 2010년 99만 6000명으로 약 24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2011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년 실업자 32만 명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자인 니트. 이들을 '지원'하는 일과 '예방'하는 일 사이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양쪽 다 중요하겠지만, 니트가 되고 난 다음 지원해봐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니트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테니까요. 급증하는 사회보장비로 말미암아 국가 재정은 점점 심각한 상태에 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민중의 소리 인포그래픽)


또한 한번 니트가 되면 사회에 복귀하려고 마음먹어도 취직이 어렵다는 문제가 뒤따릅니다. 니트 기간의 공백 탓으로 채용단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쉽지요. 20~30대 니트 모두가 50세까지 그 상태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예방하는 편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각자에게도 훨씬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뉴욕대 정신의학 교수 제임스 길리건은 20세기 미국의 살인율과 자살률 통계를 분석하여 폭력의 메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그는 "수치심이 고통스러울 때 이를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강력하게 휘두르는 폭력이 살인이며, 그 방향이 자신에게 향하는 게 자살"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하여 실업은 수치심을 증폭시키고 실직은 사람을 비참하게 하므로 실업률 해소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와 기업을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노동계에 '비정규직' 바람이 불면서 노동자들은 무한경쟁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지니계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상승 추세를 보였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상황에 도달하고 말았지요. 

(출처: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이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무현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 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일반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용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남긴 과제가 적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상당히 기여한 건 사실입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 또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문화가 점차 강화되는 긍정적인 흐름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진정성을 보이며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한계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제도적인 장치가 바로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지요. 

생각비행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으로 '사회적기업'에 주목해왔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지막지하게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대안적인 경제활동을 추구합니다. 성장보다는 사회적 나눔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보입니다. 사회적기업이 풀지 못한 과제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저희도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계속 발굴하고 공유하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2011년부터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편으로 사회적기업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해왔습니다. 새로운 공공사업을 이끌어갈 멋진 사회적기업가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종사자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소식을 발굴해 전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제7회 아시아소시얼벤쳐대회

 

주한영국문화원은 세계 각국에서 여러 분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제7회 아시아소시얼벤쳐대회》를 개최합니다. 7월 15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통과한 팀에겐 국내외 전문가의 집중교육(7월 27일 ~ 28일) 및 멘토링(8월 3일 ~ 4일)프로그램의 특권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제7회 아시아소시얼벤처대회(Social Venture Competition Asia, SVCA)

 

• 대회명: 제7회 아시아소시얼벤처대회(Social Venture Competition Asia, SVCA)

 • 응모자격: 대만, 일본, 한국, 홍콩 국적 2인 이상의 모든 대학(원)생 및 사회인 팀

 • 참가신청방법: SEN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접수 (자세한 작성 서식은 SVCA 공식 블로그 참조)

 • 제출 마감일: 2012년 7월 15일(일)

 • 시상 내역 

 - 1등 8,000,000원 및 팀원 2명의 GSVC(UC Berkeley) 참가경비 지원

 - 2등 5,000,000 원

 - 3등 2,000,000 원

 - SIA상 2,000,000 원 및 팀원 2명의 GSVC(UC Berkeley) 참가경비 지원

 • 주최: 소시얼엔터프라이즈네트워크(SEN), 주한영국문화원

 • 후원: 디아지오 코리아



소셜이노베이션캠프


2012년 소셜이노베이션캠프 36시간》은 공익적인 사회변화를 이끌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 선정하고 NGO/NPO,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웹과 어플리케이션 등의 형태로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는 사회혁신 프로젝트입니다.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2008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어 스코틀랜드, EU, 호주, 슬로바키아, 그루지아, 뉴질랜드, 아제르바이잔, 체코, 나이지리아 등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사회혁신 프로젝트입니다.  2010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되어 이후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이 있는 분이라면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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