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주말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맞이하여 열린 평화군축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한반도에 당면한 평화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과 수출주력사업으로 육성해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이 되었고, 국방비 지출은 세계 12위에 해당합니다. 지난 25일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였습니다.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반면 2013년 국방예산안은 35.5조 원에 달하며, 매일 972억 원을 국방비로 쓰게 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는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군비증강, 전쟁무기 도입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제주 해군기지처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방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한편 시민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투자(교육, 주거, 의료 등의 복지예산의 중요성 등)를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세계 평화의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IAUP) 의장을 지낸 조영식 박사가 1981년 6월 개최된 세계대학총장회 제6차 총회에서 제안한 뒤 유엔에 의해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총성 없는 날'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2001년부터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평화의 날 31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 현장] 풍선으로 만든 탱크 뒤편으로 평화단체에서 다양한 참여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기수출 세계 7위 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첨단무기를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수시로 벌였습니다. 남북관계는 급속히 단절되었으며 그 결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낳았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는 군사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무기산업을 키우고 군비를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자명한 현실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육, 주거, 의료 등 복지를 위한 예산을 희생하면서 적정규모 이상 책정되는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3회 평화군축박람회는 우리 사회에 평화에 관한 관심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면서 군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토크쇼, 콘서트,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휴전 상태이므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 여성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방위비 감축과 여성복지 확대, 군사주의 문화를 평화문화로 전환' 같은 의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당장 모든 군대를 없애자거나 무장을 해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하자고 제안할 뿐입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친구가 되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와 핵억지력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켜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닐 뿐더러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총을 내려놓고 조금씩 군비지출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신뢰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전>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변모하는 세계정세,
과연 군사력이 대안인가?  


과거 국제정치에서 국력을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현실주의'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그동안 많이 변해왔고, 국력만큼 중요한 요인도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을 강조하는 이들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세계정세를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동안 세계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간과하거나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차이는 절대적이었으나 이제는 그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파탄 났던 우리나라가 지금 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군비증강이 그 요인입니까?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하면서 인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우리와 같은 역량을 갖춘 나라가 앞으로 많이 생겨날 겁니다.

과거 강대국은 세계의 주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렸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룬 국력으로 지금도 세계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미국을 '불량국가'로 규정합니다. 미국이 세계 유수의 지역분쟁을 유발했으며, 지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깡패국가이기 때문이지요.

시민 한 사람 사람은 도덕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의 사회는 비도덕적이기 쉽고, 깡패국가나 불량국가가 되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친 국방력 그 자체가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미군, 미국의 경제의 한 축이 된 군산복합체, 국가안보사업에 집중되는 최첨단 기술 등은 사실상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토대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유지비가 듭니다. 이 때문에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는 미국은 시시때때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 재고를 소진하고, 지하자원을 획득하거나 전후 복구를 떠맡으면서 국가경제를 쇄신해왔습니다.

이렇게 국력 강화에 힘을 쏟는 미국조차 최근 국제정치에서는 영향력을 잃고 있습니다. G3, G7, G8, G20... 이런 국제적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세계정세가 단극화 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요? 일부 깡패국가를 제외하면 전쟁보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편이 각국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세계 정상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와 연대를 공고히 하고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도둑, 강도, 깡패가 있다고 전 국민이 무장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당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위해를 가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신다면, 비록 지금 국제기구의 힘이 약하다고 하나 그 실효성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막연한 이상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이 깡패국가를 이겨낼 만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이 오히려 더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과거 대한민국 안보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북한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국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적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전쟁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국방비로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논리는 필요 이상으로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조장했고, 때때로 무력 충돌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는 예산을 복지와 다른 측면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후대에겐 지금과 다른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최근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분쟁이 미·중 간 신경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미·일 양국은 괌 일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데요, 양국 군이 합동으로 도서 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동 군사훈련이 일본과 중국 간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미·일 삼국의 군사동맹 강화 시도나 신냉전 구도를 연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해군은 "제주남방해역은 한·중·일의 울타리 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보호가 절박하다. 주변국들은 항공모함, 잠수함 건조 등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우리의 해양영토 넘보기를 노골화하는 등 우리의 각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해군의 논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미국의 해양패권전략을 위한 것인지가 드러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 행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실체를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는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요,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제주도민을 속이고 이중계약서까지 써가면서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사업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항만 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입출항이 불가능하다고 해군조차 설계 오류를 인정했지요. 그 밖에 절차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는 2011년 12월 말에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예결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삭감된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거부감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해군기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거짓과 은폐를 조장하여 강정마을 주민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게 함으로써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켰습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볼까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KBS <추적60분>에도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퍼센트의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연산호 현황조사 미비와 보존 및 저감대책 부재, 해양 환경의 영향 예측 검토 미흡, 공유수면 매립 및 부유사로 인한 저감대책 부재, 공동생태계조사결과 반영 미흡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입니다.

6. 2010년 12월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포함 2011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2월 16일에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건설 중인 해군기지를 대한민국 해군은 여전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속이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하여 강정마을 주민, 평화지킴이, 종교인을 위시한 평화지지자들을 탄압하면서 인권유린 또한 서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렸습니다. 9월 18일 《한겨레》신문에 <세계자연보전총회 뭘 남겼나>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부각하여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군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제주 강정마을을 고립시키고 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와 자본, 군사주의에 굴복하고, 과학적 근거로 자연 생태계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립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기사 주요내용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집행부가 한국 내 환경 현안에 대해 중립적 입자을 취하지 않고 한국 정부 쪽에 기운 듯한 태로를 보이면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하러 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일본 지부 대표의 입국 신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국외 환경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조처를 남발했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결의문(자연보전과 경제개발의 지송가능한 전략으로서 녹색성장) 통과 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 포장된 원전 확대 정책과 토건 사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의한 환경파괴 사태를 직시하지 않고 결의문이 채택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결의문 발의안 원안에 있던 "한국 녹색성장의 지도국이며,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녹색성장의 사례로 고려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거의 삭제되고,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전략과 비전으로 채택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만 살아남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을 전세계 환경단체들에 홍보하고, 자연환경 부문 세계 환경단체 연합체로부터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공인받으려던 계획은 절반만 성공한 셈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총회장 안팎에서 뜨거운 문제로 부각됐다. 강정마을회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총회 부스 설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총회에 참석하려던 외국 활동가 7명의 입국이 거부됐다. 국방부와 해군은 기자호견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국의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 평화, 통일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입니다. 이런 시국에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 무기를 앞세운 평화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화군축박람회는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평화와 군축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만남은 앞으로 더 자유 열려야 하며, 평화와 군축을 지향하는 시민의 공감을 더 많이 끌어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추진한 실리 외교의 결과는 실로 참담했습니다. 대북정책의 실패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습니까? 남북 간에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우리 국민이 득 본 게 있습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한미혈맹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굴욕적인 외교협상도 모자라 끝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염려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한미FTA를 통과시켜 애초에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았습니다.

이처럼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계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남북화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계기가 되어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테니까요.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생각비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휴가를 제주 강정마을로 다녀왔습니다.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강정평화대행진 행사 준비를 돕고 이틀간 행진에도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강정평화 대행진 행사가 있기 전 강정마을의 상황과 행사 준비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7월 26일 강정마을에 도착해서 중덕삼거리를 방문했습니다. 공사장 펜스 옆에 우뚝 솟은 망루는 여전했습니다. 송강호 박사를 그린 고길천 화백의 걸개그림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송 박사는 4월 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연맹의 전국노동자대회 행사 도중, 해군이 설치한 철조망을 넘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4월 3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송강호 박사는 제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로 수감 125일째를 맞이했습니다. 여태껏 해군기지 건설반대를 주장하다 많은 이가 구속되거나 벌금형을 받았으나 투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제주의 평화는커녕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며 해군과 정부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7월 27일 점심때 찍은 사진입니다. 강정마을 곳곳에 강정평화대행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 행사가 불과 사흘 남았습니다. 강정마을은 이 행사를 잘 치러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기독교 단체가 진행하는 '강정의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러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으로 나갔습니다.  

강정천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부자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오후 3시, 뙤약볕 아래에서 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정에 상주하고 있는 분, 활동가, 지지방문자들이 합심하여 강정의 평화를 노래하고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오후엔 마을회관 한쪽에 모인 각종 쓰레기를 트럭에 싣고 분리수거함으로 가져가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종이류가 많아 무겁지는 않지만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일은 담당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먼저 하면 됩니다. 어떤 분은 식사 준비로, 어떤 분은 행정 업무로, 어떤 분은 청소 등으로... 각자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녁 7시에 강정평화센터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마을주민, 활동가, 지지방문자 등이 평화센터를 가득 메웠습니다. 주민과 지지방문자의 신 나는 노래공연과 발언으로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21일 토요일 10시 30분, 천주교 단체에서 생명평화미사를 준비 중입니다. 해군기지 공사단은 해군마저 부정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거짓말을 여전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문정현 신부는 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강정에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라는 구호를 매일 이 자리에서 외치는 문 신부는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의 주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문 신부에게 위해를 가하는 공사단 관계자의 비열한 행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용역 한 명이 문 신부의 수염을 잡아 뜯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11시부터 이영찬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해군기지 사업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강정천 옆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으로 경찰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30여 분간 주민과 활동가를 고착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생명평화미사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야 공사단 측이 공사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나올 수 있도록 경찰력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겨우 공사차량 10대를 내보내기 위해서 경찰은 생명평화미사를 훼방하고 주민과 활동가를 고착하고 최루액까지 분사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해군과 한통속이 되어 있는 경찰을 규탄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주민과 활동가들이 나서서 종교집회 방해, 최루액 분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경찰 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했습니다.

생명평화미사가 재개되어 문정현 신부가 해군기지 공사의 부당성을 성토했고, 이에 동조하는 경찰의 위법행위 또한 비판했습니다.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했던 이영찬 신부는 종교집회를 훼방하고 주민을 고착할 뿐 아니라 최루액마저 분사하는 경찰의 위법적인 행태에 반대하는 뜻으로 풍림콘도 앞에 있는 레미콘에 올라가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 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각서로 받고서야 레미콘에서 내려왔습니다. 상식을 저버린 공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에서 바람직한 성직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 촛불문화제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순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 강정평화대행진을 알리며 근 한 달간 전국을 순례한 '생명평화 바람개비 자전거 국토 순례단'이 도착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단은 전국 24개 도시, 1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일주를 마쳤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를 알리고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땅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출발한 자전거 순례단은 서울 쌍용자동차 분향소, 서울 용산참사 남일당 현장, 서울 재능교육 농성장, MBC 언론노조투쟁 현장, 인천 콜트콜텍 사업장, 아산 서해안 걸매리갯벌, 안산 SJM, 여주 4대강 남한강, 홍천 구만리강원도 골프장, 강릉 강원도골프장 농민사망 분향소, 평택 쌍용자동차공장투쟁 현장, 평택 대추리미군기지사업장, 양평 4대강두물머리, 청주 4대강미호천, 부산 한진중공업 투쟁현장, 부산 신고리원전,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 현장, 울산 발레오만도농성 현장, 영덕 신규원전부지, 경주 방폐장, 밀양 원전송전탑 농민분신 보라마을, 청도 원전송전탑 마을노인투쟁 삼평마을, 합천 일본원폭피해 평화마을, 지리산용유담댐, 전주 고속버스투쟁 현장과 연대했습니다.  

순례단 일행 중 최고령인 최종대 씨(77)가 긴 순례를 끝낸 감회를 밝히자 다들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단의 박용성 국장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생명평화의 아픔과 상처의 현장과 연대하면서 국민을 만나 온 순례단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강정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촛불문화제에서 강정마을회는 "강정마을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난 2008년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밀어붙이기식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강정마을은 인권유린 측면에서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지만 기각된 바 있습니다. 그 후 강정마을에서 주민동의 없이 토지 강제수용이 진행되는 일에 관해 진정서를 냈을 때도 기각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강정마을은 2011년부터 해군과 경찰의 인권유린 사태를 목도하며 10월경부터 인권위에 진정서를 수십 건 보냈으나 인권위는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신속히 사안을 종결했습니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현 위원장 체제하의 인권위원회의 방문은 사절하겠다"며 "강정마을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촛불문화제는 신짜꽃밴의 공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발언, 부산에서 강정마을을 지지방문한 예술팀의 공연 순서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화합의 춤마당이 펼쳐졌습니다. 

7월 29일 오후, 강정평화대행진을 하루 앞두고 마을회관에서 행진 때 사용할 깃발을 준비했습니다. 마을주민, 평화활동가, 지지방문자들이 힘을 모아 깃발을 만들고 정리하면서 단합의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기독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강정을 방문했던 제주평화순례단이 26일 아침에 남기고 간 현수막을 강정평화센터 실내에 걸었습니다. 많은 청년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가 절절합니다.

마을의례회관으로 이동하니 강정평화대행진 식사 준비를 위해 감자와 양파를 까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엄청난 양의 감자를 까며 많은 분과 친해졌는데요, 올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감자와 양파를 까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생각보다 시간이 덜 들었습니다. 꼬마 친구도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강정에서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남녀노소가 똑같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강정평화대행진 전야제 행사가 있는 강정포구로 향했습니다. 

강정평화대행진 전야제는 ‘강정 동화 읽는 밤, 치유와 평화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열렸습니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라는 책을 쓴 김선우, 전석순, 이은선, 나미나 씨가 강정마을회에 책을 기증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책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운동에 뛰어든 마을사람들, 활동가들, 사제들의 투쟁과정을 13살 한별이의 눈으로 담아낸 동화입니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는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를 입체낭독하는 공연을 마련하여 전야제 참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어른들의 대립과 마을의 혼란 속에서 해답을 찾아 나가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지난 5년여의 해군기지 반대투쟁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야제 공연장 뒤편에서 강정평화대행진 스태프들이 참여자들에게 티와 배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입체낭독이 끝나고 나서 인디언수니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심리기획자 이명수 부부가 강정마을에 연대의 뜻을 표했습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이 자리에 모인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곧 구럼비의 '엄마'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엄마에게도 아픔을 치유할 시간과 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출처: 이지상 블로그)

이지상 씨가 <탄타오와 문정현>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블로그에 "전쟁은 사랑의 적이라는 뼈아픈말씀을 남겨준 탄타오 시인. 여전히 아픈다리 이끌고 구럼비로 향하시는 문정현신부님... 부끄럽지만 그냥 한번 봐주십시오"라는 글로 이 노래를 소개했더군요.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시면 감동이 배가됩니다. 

베트남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탄타오는 1968년 하노이 대학을 졸업하고 민족해방전선에 문예전사로 참전했습니다. 1968년 3월 16일 미군이 자행한 밀라이 마을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 소식을 듣고 구찌터널 안에서 틈틈이 <밀라이의 아이들>이라는 연작시를 썼습니다. 이 시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가장 뛰어난 서사시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탄타오 시인은 베트남작가협회 최고작품상, 국가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시인, 평론가, 기자 등으로 활동 중입니다.

탄타오와 문정현

                       이지상 시, 곡

탄타오는 밀라이 사람
슬픔을 슬픔으로 엮는 시인
그런 일이 있었다네 밀라이에선
하늘과 달빛과 아이들이 뛰노는 들판 위로
하나의 총알이 한 아이의 심장에
또 하나의 대검이 여인의 가슴팍에
그렇게 흘린 피로 강물이 흐르고
꽃이 되고 시가 되고 평화가 되고
워 워워워~~

탄타오는 밀라이 사람
슬픔을 슬픔으로 엮는 시인
그렇게 말한다네 베트남시인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고
구럼비 학살이 강정의 학살이
밀라이의 학살과 무엇이 다른가
하늘까지 닿는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네
워 워워워~~~

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을 걷는 사제
그런 일이 있었다네 제주도에선
수만 년 사람과 파도와 바람이 놀던 바위 위로
육지경찰 몰려오고 굴착기 포크레인으로
사람들을 패대고 바위의 심장을 뚫고
군사기지 만들어서 평화를 팔아먹는다네
이런 놈의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네
워 워워 워 워워 워~~~

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을 걷는 사제
그렇게 말한다네 길 위의 신부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고
구럼비 발파가 대추리의 함성으로
강정의 외침이 용산의 비명으로
하늘까지 닿은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가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네
워 워워 워 워~~~~

탄타오는 밀라이 사람 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탄타오는 밀라이 사람 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이후 강정평화대행진 전야제 순서는 문정현 신부의 발언, 신짜꽃밴의 공연, 노찾사 문진오 씨의 공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환영사로 이어졌습니다.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30일부터부터 본격적인 강정평화대행진이 시작됩니다. 섭씨 30도를 넘는 불볕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자발적으로 행진하겠다고 찾아온 많은 시민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희망의 빛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강정평화대행진에는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함세웅 신부, 도법 스님 등 종교계 인사와 소설가 현기영, 시인 김선우 등 문학계 인사는 물론 가수 안치환과 전인권, 영화감독 김조광수, 변영주, 방송인 김미화 등도 함께합니다. 평화대행진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연인원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강정평화대행진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위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월 25일 KBS <추적60분>은 제주세계7대경관 의혹을 다뤘습니다. 이로써 국회가 만장일치로 지지를 결의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투표를 독려했던 캠페인이 허점투성이였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옹호로 의미 있는 문제제기가 묻히는가 싶던 차에 <추적60분>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방송 그 후, 지금 제주는?' 편을 방송해 이 캠페인의 짙은 사기성이 전 국민의 눈앞에 다시금 드러났습니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그 사기성에 기가 찬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국가 브랜드가치가 상승한다는 기대 속에서 2011년에 수많은 국민이 제주세계7대경관 선정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중복투표에 따른 신뢰도 하락, 공개되지 않은 재단의 실체문제, 후보지였던 여러 나라의 자진철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추적60분> 첫 방송은 이런 문제를 잘 다뤘지요.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자회사를 통해 세계7대경관 캠페인을 운영했습니다. 누가 봐도 상업적인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제주도와 추진위원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실체는 모호했고, 확실한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뉴세븐원더스재단과 캠페인을 함께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청 관계자는 하나같이 상업성 문제를 지적하며 숫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제주 7대 자연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이 방송되자 유네스코에서 받은 기존의 3관왕 타이틀과 명성은 뒤로 하고 또 다른 타이틀을 쫓아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일이 제주도의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염려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방송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방송 그 후, 지금 제주는?' 편이 새로이 밝혀낸 의혹도 많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웃기게도 우리나라만 전화투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국내 전화인데도 국제전화 번호(001-)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애국심을 유발하려는 저의가 있고, 전화비를 올리려는 꼼수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1년 9월 말까지 전화투표에 사용된 금액이 211억 8600만 원입니다(1억 800만 통). 이 중에 100억 원이 넘는 행정전화비를 이미 KT에 납부했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도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81억 원의 예비비를 전화비로 지출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9월 말 이후 전화 통계는 공개된 바 없습니다. 제주도가 7대경관 에 선정되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행정전화비가 나왔을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코모도 섬 홍보를 위해 세계7대경관 사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후원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한 민간단체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문자투표 수익배분 구조를 보면 통신회사가 10~15%, 공식후원사가 45%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단 1원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합니다. 믿을 수 있습니까?

-법률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공개한 세계7대경관 계약서를 보고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7대 의혹이 아니냐는 불명예만 남겼습니다.

 

국제적인 캠페인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는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만 전화투표방식을 도입해 운영되었습니다. 또한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투표 비용과 투명하지 않은 방법들, 알려지지 않은 수익배분구조에 이르기까지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묻혀 있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2월 28일 오후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충진 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은 현우범 부의장은 폐회사에서 “이제는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의 실질적인 이익을 꾀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나가자”며 논란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과 관련한 논란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비 전용을 놓고 제주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도의회가 부지사의 유감 표명에 기다렸다는 듯이 ‘논란 종식’으로 화답했다”며 “이는 제주도의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7대 자연경관 문제를 바라보는 제주도민은 의회의 권위에 도전한 예비비 전용을 비롯해 각종 의혹과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 사정의 칼을 휘두를 것을 의회에 요구한다”며 오 의장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입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유네스코가 인정했는데 여기에 어떤 권위가 더 필요합니까?

실체도 불분명한 상업적인 사기꾼 단체에 휩쓸려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인 것 자체가 문제인데,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무조건 덮으며 문제를 키워왔습니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사업으로 전락한 마당에 명명백백하게 그 진행과정을 밝히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세계7대자연경관 유치하려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웬 말인가

사기꾼 단체에 놀아나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에 제주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공사로 말미암아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 중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라도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추적60분>에 이런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더군다나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강정지역에 대대적인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이지요.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였습니다.

6. 강정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닌 해군기지로 설계되어 있음이 밝혀졌고, 국회예결위 해군기지소위에서는 정부(해군)와 제주도 간에 작성한 2중 협약서(탈법)로 그간의 거짓말이 탄로났습니다. 이 외에도 15만 톤급 크루즈 접안시설 논란, 문화재 발굴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등, 해군기지 공사는 불법적 요소가 가득합니다.

7. 해군기지 유관기관은 강정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을 종북 좌익 세력으로 몰며 색깔론을 들먹이며 공사를 강행했으나 2011년 말, 국회는 예산 1327억 중 무려 1278억을 삭감했습니다.

아름다운 중덕 앞바다. 2011년 8월에 찍은 모습. 평화의 섬 제주와 해군기지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해군기지인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건설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앞선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피력한 것이지요. 이에 해군은 대양해군 정책을 폐기한 적 없다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그러고나서 정부는 2월 29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지역발전계획을 확정했습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인근 지역에 테마쇼핑거리 조성, 해양 레포츠 공원 건설, 정주환경 개선 등 총 37개 사업이 추진하며 총 1조 771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다고 합니다. 향후 10년간 국비 5787억 원을 지원하고 지방비 1710억 원, 민간자본 3274억 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통령까지 나섰으나 앞으로 평화를 원하는 이들과 긴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해군기지의 문제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임을 아는 국민이 계속 늘고 있으니까요. 국가적인 정책이라도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그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면서 추진되는 해군기지 공사가 어떻게 국민의 안위를 위한 전략적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지금 제주에선 강정주민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색깔론으로 위협하는 일이 매일 벌어집니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 강정에 해군기지를 세워서는 안 됩니다.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일입니다. 함께 힘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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