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월 25일 KBS <추적60분>은 제주세계7대경관 의혹을 다뤘습니다. 이로써 국회가 만장일치로 지지를 결의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투표를 독려했던 캠페인이 허점투성이였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옹호로 의미 있는 문제제기가 묻히는가 싶던 차에 <추적60분>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방송 그 후, 지금 제주는?' 편을 방송해 이 캠페인의 짙은 사기성이 전 국민의 눈앞에 다시금 드러났습니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그 사기성에 기가 찬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국가 브랜드가치가 상승한다는 기대 속에서 2011년에 수많은 국민이 제주세계7대경관 선정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중복투표에 따른 신뢰도 하락, 공개되지 않은 재단의 실체문제, 후보지였던 여러 나라의 자진철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추적60분> 첫 방송은 이런 문제를 잘 다뤘지요.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자회사를 통해 세계7대경관 캠페인을 운영했습니다. 누가 봐도 상업적인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제주도와 추진위원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실체는 모호했고, 확실한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뉴세븐원더스재단과 캠페인을 함께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청 관계자는 하나같이 상업성 문제를 지적하며 숫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제주 7대 자연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이 방송되자 유네스코에서 받은 기존의 3관왕 타이틀과 명성은 뒤로 하고 또 다른 타이틀을 쫓아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일이 제주도의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염려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방송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방송 그 후, 지금 제주는?' 편이 새로이 밝혀낸 의혹도 많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웃기게도 우리나라만 전화투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국내 전화인데도 국제전화 번호(001-)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애국심을 유발하려는 저의가 있고, 전화비를 올리려는 꼼수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1년 9월 말까지 전화투표에 사용된 금액이 211억 8600만 원입니다(1억 800만 통). 이 중에 100억 원이 넘는 행정전화비를 이미 KT에 납부했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도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81억 원의 예비비를 전화비로 지출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9월 말 이후 전화 통계는 공개된 바 없습니다. 제주도가 7대경관 에 선정되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행정전화비가 나왔을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코모도 섬 홍보를 위해 세계7대경관 사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후원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한 민간단체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문자투표 수익배분 구조를 보면 통신회사가 10~15%, 공식후원사가 45%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단 1원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합니다. 믿을 수 있습니까?
-법률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공개한 세계7대경관 계약서를 보고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7대 의혹이 아니냐는 불명예만 남겼습니다.
국제적인 캠페인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는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만 전화투표방식을 도입해 운영되었습니다. 또한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투표 비용과 투명하지 않은 방법들, 알려지지 않은 수익배분구조에 이르기까지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묻혀 있습니다. (영상자료: KBS 추적60분)
2월 28일 오후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충진 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은 현우범 부의장은 폐회사에서 “이제는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의 실질적인 이익을 꾀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나가자”며 논란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과 관련한 논란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비 전용을 놓고 제주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도의회가 부지사의 유감 표명에 기다렸다는 듯이 ‘논란 종식’으로 화답했다”며 “이는 제주도의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7대 자연경관 문제를 바라보는 제주도민은 의회의 권위에 도전한 예비비 전용을 비롯해 각종 의혹과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 사정의 칼을 휘두를 것을 의회에 요구한다”며 오 의장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입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유네스코가 인정했는데 여기에 어떤 권위가 더 필요합니까?
실체도 불분명한 상업적인 사기꾼 단체에 휩쓸려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인 것 자체가 문제인데,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무조건 덮으며 문제를 키워왔습니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사업으로 전락한 마당에 명명백백하게 그 진행과정을 밝히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세계7대자연경관 유치하려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웬 말인가
사기꾼 단체에 놀아나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에 제주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공사로 말미암아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 중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라도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추적60분>에 이런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더군다나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강정지역에 대대적인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이지요.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였습니다.
6. 강정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닌 해군기지로 설계되어 있음이 밝혀졌고, 국회예결위 해군기지소위에서는 정부(해군)와 제주도 간에 작성한 2중 협약서(탈법)로 그간의 거짓말이 탄로났습니다. 이 외에도 15만 톤급 크루즈 접안시설 논란, 문화재 발굴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등, 해군기지 공사는 불법적 요소가 가득합니다.
7. 해군기지 유관기관은 강정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을 종북 좌익 세력으로 몰며 색깔론을 들먹이며 공사를 강행했으나 2011년 말, 국회는 예산 1327억 중 무려 1278억을 삭감했습니다.
아름다운 중덕 앞바다. 2011년 8월에 찍은 모습. 평화의 섬 제주와 해군기지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해군기지인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건설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앞선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피력한 것이지요. 이에 해군은 대양해군 정책을 폐기한 적 없다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그러고나서 정부는 2월 29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지역발전계획을 확정했습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인근 지역에 테마쇼핑거리 조성, 해양 레포츠 공원 건설, 정주환경 개선 등 총 37개 사업이 추진하며 총 1조 771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다고 합니다. 향후 10년간 국비 5787억 원을 지원하고 지방비 1710억 원, 민간자본 3274억 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통령까지 나섰으나 앞으로 평화를 원하는 이들과 긴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해군기지의 문제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임을 아는 국민이 계속 늘고 있으니까요. 국가적인 정책이라도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그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면서 추진되는 해군기지 공사가 어떻게 국민의 안위를 위한 전략적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지금 제주에선 강정주민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색깔론으로 위협하는 일이 매일 벌어집니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 강정에 해군기지를 세워서는 안 됩니다.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일입니다. 함께 힘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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