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이제 곧 겨울입니다. 눈도 내리겠지요. 푸름을 자랑하던 나무도 낙엽을 떨구며 겨울로 향하고 있고 2012년도 11월을 넘어 2013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올 1월에 세웠던 계획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더라도 한 해를 잘 보내겠다던 생각은 간직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내년을 준비하며 보냈으면 합니다. 

2012년은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로 마감합니다. 대한민국의 정계를 둘러보면 많은 정치가가 입문할 때 다짐했던 첫 마음을 잊고 사는 듯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대개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계에 들어왔겠지요. 부디 그 초심을 기억하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특히 대통령이 될 유력 후보들이 출마하면서 했던 말을 끝까지 지키기 바랍니다.

 


초심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첫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로 일어나네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많은 사업가가 기업을 처음 시작하던 때의 마음을 잊고 지냅니다. 자신의 부를 위해, 돈에 대한 욕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노동자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을 키우려고 열심히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욕망이란 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순수한 사람들의 초심을 앗아갑니다.

초심을 잃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연 어디에서 차이가 생겼을까요. '조금'과 '지금'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조금, 조금만 더 사업체를 키운다면 사회를 위해, 직원들을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조금'을 기다리는 사업가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사업체가 커가는 사이 변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바쁘고, 거래처에 부담을 지우고, 직원의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악덕 기업주로 변해버립니다. 반면 초심을 잃지 않는 사업가에게는 '지금'이 중요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처음 생각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초심을 실천하려 합니다. 

시인은 초심을 "눈 오는 아침은 / 설날만 같아라"라고 표현하는데, '눈이 오는 아침'이 '설날'로 이어지면서 눈에 이입된 초심의 이미지가 확대되는 효과를 거둡니다. 어린 시절 설날은 흥분되고 기다려지는 가장 풍요로운 날입니다. 떡국과 맛난 음식, 세배하고 받는 세뱃돈 등 어린 시절의 설날을 생각하면 언제나 설레는 기억뿐입니다. 이런 기억은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 첫길 가던 새벽처럼" 새 신에 새 옷 입고 아버지를 놓칠세라 따라가는 다섯 살 아이의 설레면서도 조급한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시인은 설빔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 설을 보내러 가는 다섯 살 아이의 마음으로 ‘눈이 오는 날을 설날 같다’고 초심을 묘사합니다. 시인에게 초심은 다섯 살 아이의 마음으로 설날을 맞는 벅찬 감정인 셈입니다. 

어린아이의 초심은 "눈 오는 아침은 / 첫날만 같아라”처럼 눈이 오는 첫날 아침의 이미지로 성장하여 어른의 눈으로 '초심'을 생각합니다. 초심은 다섯 살 어린아이의 천진한 설날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다시 힘을 내어 살아야 하는 첫날로 변화합니다. 지나온 모든 흔적을 덮는 눈, 아무도 밟지 않는 눈, 그것을 보는 시인은 처음 품었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첫날을 느낍니다.

 

"눈에 젖은 대청마루 / 맨발로 나와 / 찬바람 깔고 앉으니 / 가부좌가 아니라도"라는 표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시인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설날을 맞이하는 다섯 살 아이의 설레는 시각과, 오랜 시간 현실과 맞서 싸우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현재의 시점으로 떨어지는 흰 눈송이를 봅니다. 그런 마음이기에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 흰 눈송이 같은데”라고 자신이 걸어온 세월과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겠지요.
  
일관된 삶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시인이지만 혹여 초심을 잃을 수도 있을까 싶어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 심정이 "투둑, 이마를 치는 / 눈송이 몇 /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주 작은 눈송이가 이마에 떨어졌을 뿐인데도 시인은 그것을 천둥소리로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시인에게 이러한 충격은 지금까지 견지해온 삶의 무게에서 기인합니다. 그 충격이 "아, 마음도 없는데 / 몸 홀로 일어나네 / 몸도 없는데 / 마음 홀로 일어나네"와 같은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천지에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하고 스스로 묻지만, 사실 시인은 이미 답을 얻었습니다. 고승의 설법이 아니더라도 시인의 이마를 적시는 흰 눈송이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초심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입니다. 눈을 맞으며 깨달음을 얻은 시인이 눈 내리는 아침을 새롭게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아마도 "눈 오는 아침은 /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 첫날만 같아라"라는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 곧 서울에도 첫눈이 내리겠지요.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지난날의 흔적을 지우려 하기보다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과 올바름을 간직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여러분의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백무산
1955년 경상북도 연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노동의 삶에 관한 관심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한 그는 자본의 무한 잡식성을 비판하고 자본의 가치를 넘어서는 인간의 근원에 대한 생각들을 시에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0년에 출간한 그의 두 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정치 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며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약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투쟁을 한 편의 완결된 장시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가의 실제 삶이 문학적 표현으로 투영된 흔치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인간의 시간》《길은 광야의 것이다》《초심》《길 밖의 길》《거대한 일상》《완전에 가까운 결단》《그 모든 가상자리》 등이 있다. 1989년 제1회 이산문학상, 1997년 제12회 만해문학상, 2007년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2009년 오장환문학상, 제1회 임화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희호

남편에게는 아내의 격려와 때로는 비판만큼 큰 자극이 되는 일은 없다.

	 DJ, YS, 간디, 갈브레이드,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서거 2주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김대중 총재, 김대중의 지난한 삶, 김영삼, 끈기, 내조, 노벨 평화상, 노벨평화상, 대통령, 대통령의 독서법, 대한기독교서회, 도서출판 생각비행, 독서, 독서광, 독서광 김대중, 동료, 동반자, 마하트마 간디, 마하트마간디, 미완성의 희망, 민족사랑과 통일의지, 버릇, 분도출판사, 빛바랜 사진, 사랑의 승자, 생각비행, 서양철학사,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실천이성비판, 아메리카아메리카, 아웅산 수치, 역사의연구, 오동명 기자, 옥중서신, 외조, 을유문화사, 의사지바고, 이희호, 이희호 여사, 인간의굴레, 인동초, 조력자, 종로서적, 톨스토이, 한진중공업, 행동하는 양심,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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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아내의 내조는 정말 값진 것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내가 오늘날 무엇이 됐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김대중 옥중서신 모음》 중에서

김대중, 남편의 죽음을 앞두고 병상 곁에서 아내, 이희호 여사는 점점 차가워지는 남편의 손에 끼워주겠다며 털장갑을 짜고 있었다. 또 이미 오래전인 1980년에 김대중이 전두환에 의해 긴 시간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도 추위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털옷을 직접 짜서 넣어주기도 했다. 김대중은 그런 아내에게,“건강을 생각하시오. 털옷을 짜는 일로 건강을 해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오”라며 편지를 쓴다.

당신 몸이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불의를 물리칠 수 있고 국민을 위해 투쟁도 할 수 있으니까요. - 이희호

이희호 여사를 일 때문에 잠깐 만날 기회가 있었던 나는, 그녀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현명하고 강인한 천생 어머니다운 모습 말이다.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신사임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그때 살았더라도 지금처럼 그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마 그 모습을 찍어두던가 그려두려고 하지 않았을까. 김대중 씨 측근이라는 의원들의 부인들이 남편을 염려하는 이희호 여사의 이런 모습을 좀 본받으면 좋으련만…….’
김대중은 옥중에서 큰 며느리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첫 번째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만약 남편이 그릇된 길로 가려 한다면 이혼을 각오하고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희호, 김대중의 영원한 동반자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수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집안을 잘 다스리려면 남편에게 아내의 내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자신이 무엇이 됐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는 얘기에서 이희호 여사에 대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뢰와 사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정치인으로서 뜻을 굽히지 않게 해준 조력자이자 동료이며 동반자였습니다. 차가워지는 남편의 손에 장갑을 끼워주는 모습에서 정치가의 아내로 살며 모진 풍파를 견뎌낸 조강지처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KBS에서 이희호 여사를 인터뷰하고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지금까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시각에서 조명된 현대사 관련 증언이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은 아내이자 정치적 조력자요, 인생의 동반자인 이희호 여사의 시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한국현대사증언 TV 자서전
이희호의 동행
http://www.kbs.co.kr/1tv/sisa/biography/vod/1736746_37004.html (1부)
http://www.kbs.co.kr/1tv/sisa/biography/vod/1738684_37004.html (2부)

2010년 12월에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 해제 이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석방과 미얀마 민주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면서 존경과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 인터뷰를 계기로 이희호 여사와 수치 여사는 서신을 교환했습니다. 참 뜻깊은 기사여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 겪은 한국 버마 민주화 지지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454575.html

수치 “김 전대통령은 민주화투쟁 귀감”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454652.html

이희호 여사가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보낸 서신 (전문)
 
존경하는 수치 여사께.  연금에서 해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수치 여사께서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승자입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제 남편은 지난 20여년동안 버마 민주화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자유를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2007년에는 서울에서 버마 nld를 비롯한 한국의 저명인사들 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버마 민주화의 밤」을 직접 개최하고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제 남편이 생전에 수치여사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두 분이 만날 수 있었다면 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으리라 믿습니다.

버마에서 수감 중인 민주인사들이 모두 석방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버마에 완전한 민주주의가 이룩되길 기원합니다. 우리 김대중평화센터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버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힘껏 돕겠습니다. 아드님들을 만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버마 민주주의의 승리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수치 여사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10년 12월 14일. 이희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서신 (번역 전문)
 
이희호 여사께. 당신의 친절한 편지와 돌아가신 당신 남편의 작은 시집(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을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한글을 알아서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선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분입니다. 이곳 버마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우리 모두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그분은 대한민국의 최고 직위에 오른 뒤에도 야당 시절과 똑같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준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우리는 김 전 대통령의 고귀한 지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가 자유롭고 평화롭고 번영된 버마를 건설하는 투쟁을 벌이는 길에서 하나의 귀감이자 영감으로 남을 것입니다. 새해에도 당신의 행복과 건강을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2010년 12월 16일. 아웅산 수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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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독서광

좋은 문학작품은 메말라가는 정서를 새롭게 하고 우리의 정신에 활기와 탄력을 주는
윤활유의 역할을 합니다.


 김대중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겠지요?
오 기자   기자, 특히 사진기자들도 아주 바쁩니다. 이리 보내지고, 저리 보내지고…….
 김대중  서로 다 해야 할 일이지요. 국민을 위해서.
오 기자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나요?
 김대중  그럴 시간이 있나요. 하지만 그냥 서재에 넣은 책은 없습니다. 대충이라도 훑어는 본 책들입니다. 읽은 책이 상당수 됩니다.
오 기자  도서관에 들어온 기분입니다.‘문학’예술’철학’종교’처럼 색인표가 있고, 책마다 번호가 붙어 있던데, 누가 하신 건가요?
 김대중  내가 직접 한 겁니다.

사진을 찍기 전, 비서가 서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동교동 집 지하엔 서재가 있다. 그의 서재를 두고 나는 두 번 놀랐다. 예전에 중학생 시절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났다.‘서재엔 김대중의 개인 금고가 있다.’ 이걸 찍을 수 있게 되다니, 아니 찍게 놔두다니, 해서 놀랐다. 다음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책에 놀랐다. 옆으로 밀 수 있게 만든 겹겹의 책장은 비디오 가게 진열장처럼 한 권이라도 더 쌓아놓으려는 소장자의 뜻이 엿보였다. 책은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작은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무려 40여 분간 그곳에 혼자(약 30분쯤 지나니 광고 회사에서 일한다는 여자가 한 명 들어왔다) 있었고, 나는 당연히 서재를 뒤졌다. 그의 금고를 찾으려고. 하지만 다른 데로 옮겼는지, 안 보이는 곳에 숨겨뒀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40여 분간 기다리던 나에게 김대중 씨가 꺼낸 첫 얘기가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겠지요?”였다. 적어도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들을 줄 알았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기자 앞에서 싹싹하게 구는 정치인과 비교하면 역겨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 금고는 그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없는 금고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며,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1년에 김대중의 금고에 대한 기사는 무척 자주 보도되었더랬다. 모두 부정적인 기사였는데, 언론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태껏 국민에게 고착되어 있지 않나 싶다. 언론의,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질 나쁜 보도. 언론이 자만을 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권력을 경계해야 할 언론을 제4정부라고 일컫기도 하니, 권력기관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더 배운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건만, 언론과 언론을 보는 국민의 의식이나 인식은 왜 이리도 후진만 하는지.

오 기자  1980년에 전두환의 정치적 야욕이 김 후보님을 사형 선고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무기로 감형은 됐지만, 그때 망월동에 억울하게 묻힌 그분들과 운명을 함께 하셨다면 과연 국민이나 역사는 김대중이란 인물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김대중  우리 국민은 죽음에는 관대하지요. 지금까지 제 곁을 맴돌았던 모함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지금 살아 있으니, 삶의 의미를 새기며 참으로 국민과 역사에 헌신하고 싶습니다.
오 기자  죄송합니다만, 정말 죄송스러운 질문이지만, 만일 그때 사형을 당하셨다면 망월동에 모셔졌을까요?
 김대중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에게 별 질문을 다 합니다. 다 찍었지요? 그만합시다. 내가 무척 바쁘다는 걸 보셨잖아요.
오 기자  마당에서도 찍어야 하는데요…….

그 뒤로 한참 시간이 흐르고 김대중 씨를 다시 잠깐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오 기자  문득 최근의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강준만 씀, 1995년 발행)이 떠오릅니다. 읽어보셨는지요?
 김대중  그 책을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내 이름에 ‘죽이기’라는 듣기 싫은 말이 붙어 있어서 차마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오 기자  김대중과 전라도 사람에 대해 편파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김대중  네, 알고 있습니다. 고맙지만 왠지 꺼림칙합니다.


인동초의 삶을 지탱한 양분

사진 뒤로 보이는 엄청난 양의 책이 꽂힌 서재가 인상적입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수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그것을 모두 견뎌낸 덕분에 그의 삶을 '인동초'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엄혹했던 시대에 고난의 시간을 김대중과 함께한 벗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고인은 독서광으로 유명합니다. "그냥 서재에 넣은 책은 없습니다. 대충이라도 훑어는 본 책들입니다." 하고 기자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독서광이었기에 자신만의 정치적 신념을 만들어나갔고, 힘겨운 삶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요?

김 대중 대통령은 평생토록 책을 놓지 않았으며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책을 읽기 위해 감옥에나 한 번 더 가야 할 모양"이라고 얘기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실제로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유독 책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1년 2월 21일에 청주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를 보면 말미에 책을 요청합니다.

다음 책을 넣어 주시오.
1) 칸트, 《실천이성 비판》
2) 갈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와 《경제학과 공공무역》
3) 솔제니친의 《암병동(영문)》. 집에 있소.
4) 기타 신앙관계 체험 서적(특히 공산권에서)

1981년 3월 19일 편지 말미에도 책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다음의 책들을 넣어 주시오.
1) 월터 닉, 《프리드리히 니이체》(분도출판사)
2) 〃, 《도스토예프스키》(〃)
3) 〃, 《위대한 성인들》(〃)
4)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문예출판)
5) B. 러셀, 최민홍 역, 《서양철학사》 상·하(〃)
6) 마루야마, 《일본의 현대사상》(종로서적 출판부)
7) 존 힉, 《종교철학》(〃)
8) 최명관 역, 《플라톤의 대화》(〃)
9) 지베스, 《과학정신과 기독교신앙》(〃)
10) W. 리프만, 《민주주의 몰라과 재건》(대한기독교서회)
11) 진단학회, 《한국사》(전7권, 을유문화사)
12) 《일본문화의 원류로서의 비교 한국문화》(삼성)
13) 버클리, 《바울로의 인간과 사상》(기독교문화)
14) 로빈슨, 《신에게 솔직히》(대한기독교서회)
15) 코헨, 《만인의 탈무드》(〃)
16) 노만 제이콥스, 《대중시대의 문화와 예술》(〃)
17) 버논, 《다국적 기업》(현암사)
18) 변형윤,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지식산업)
19) 임종철, 《국제경제론》(일신사)
20) 토인비 저, 강기철 역, 《도설 역사의 연구》(〃)
21) 《신전략 사상사》(기린원)
22) E. 카잔, 《아메리카 아메리카》
23)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

문학부문
1) 도스토예프스키, 《백치》《악령》《미성년》
2) 톨스토이, 《부활》
3) 고골리, 《죽은 넋》
4) 까뮈, 《이방인》(신문출판사)
5) 디킨스, 《크리스마스캐롤》(〃)
6) S. 모옴, 《인간의 굴레》(〃)
7) 파스테르나크, 《의사 지바고》(〃)
8)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왕문사)
9) 니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인문출판사)
10) 司馬遼太郞, 《德川家康》상·하(〃)

《옥중서신》에서 옮긴 이 내용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가 또 있을까요? 고인은 "독서는 정독하되,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하는 사색이 꼭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저자 또는 선인들의 생각을 넓고 깊게 수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김대중 대통령의 독서법을 잘 소개한 글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오늘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독서의 달인’으로 꼽을 만한 주인공은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의 저서인 ‘옥중서신’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으로 인한 오랜 수감생활에서도 그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가 섭렵한 서적들은 철학, 경제, 역사, 문학 등의 분야를 두루 망라한다. 대통령 휴양지였던 청남대에 그의 동상이 독서하는 모습으로 세워진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
특히 그의 독서법에서 특이한 대목은 ‘대차대조 메모법’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선 책의 여백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듯이 왼쪽에는 책의 내용을, 오른쪽에는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고 현실 상황에 대입하곤 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더라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허영섭, 《내일신문》, 2010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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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양심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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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간디는 악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 것을 폭력보다 더 배척했습니다. 그는 악을 방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폭력이 더 낫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결코 폭력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관하는 자세를 악에 대한 투쟁에 더 중요한 제일위적인 것으로 간주한 그의 태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강경대 열사, 그로부터 20년...

1991년 4월 26일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사망한 명지대학교 강경대 열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학원자주화'를 외치다 사복경찰 백골단의 구타로 숨진 고 강경대 열사의 희생으로 다음 날 노태우 정권은 안응모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습니다. 이후 박승희 전남대 학생, 김영균 안동대 학생, 천세용 경원대 학생,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 노동자 윤용하 씨 등이 잇따라 분신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습니다. 

꼭 2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열사들이 흘린 피로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 노동자 백혈병 사태, 유성기업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같은 일련의 문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여전한 재벌과 군 당국, 위정자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일상을 짓밟고, 부당하게 해고하고, 평화의 섬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려는 이들에게 과연 양심이 있는 걸까요?

생전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의 중요성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은 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어록,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는 말씀도 되새겨봅니다. 85호 크레인에서 228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씨와 4년 이상 해군과 지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강정주민은 모두 각자의 양심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연대하는 '희망버스'와 '평화비행기'가 그들을 행복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고난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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