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목일은 강원도 일대 산불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대규모 산불로 걱정이 많았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 규모에 비해서는 큰 인명 피해 없이 진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산불 신고를 받고 초기 대처가 신속했고, SNS 등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행동이 빛났습니다. 산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진단하여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정부의 대응이 빨랐고, 우리 군과 미군까지 지원을 나온 덕분에 더 큰 피해 없이 화재 진압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전국에서 일사불란하게 모여 온몸으로 산불을 진압한 전국 소방관들의 공로가 컸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로 산불 사태를 겪으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청원이 올라온 지 3일 만에 20만 명이 동의할 정도로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군, 경찰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달리 소방공무원은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 도 소속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마다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나 예산, 장비 등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죠.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에서 개정이 막힌 뒤 계류 중이죠. 원흉은 역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뇌부는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소방 장비 완비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이를 국가직화를 통해 할지 다른 방식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할지는 논의해봐야 된다는 겁니다. 경찰의 지방자치화 흐름에도 배치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정작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내놓은 자치경찰제안에는 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릴 계속 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YTN


작년 예산 충원 당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노는 공무원을 왜 늘리냐며 예산을 삭감한 바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노는 공무원이라고 지칭한 것은, 인력 충원이 시급했던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집배원, 해경, 119 구조대입니다. 놀고 먹는 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자유한국당의 발언은 속기록에도 남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소방관들이 놀고 먹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죠. 하지만 결국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이번에 강원도 산불 진화에 나설 수 있었을 소방관들의 수와 처우가 낮아진 셈이 됐죠.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서 없죠. 이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1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령층, 지지층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가직 전환에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발목을 잡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조차 찬성 65% 반대 28.3%로 과반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은 자기네 지지층의 여론까지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정당입니다. 한마디로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셈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소방관 100여 명이 동원되어 눈을 치우고, 의자를 닦았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대해 '행정착오'였다고 답했지만 추후 거짓으로 드러났죠. 행정안전부 소속 대통령취임행사위원회가 영등포소방서장에게 공문을 보내 제설작업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공문 내용을 보면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2013년 2월 25일 국회 의사당 앞마다에서 거행될 예정"이라며 "취임식 관련하여 국회 의사당 앞마당 제설작업, 주변 도로 청소 등을 협조 요청드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협조를 요청하는 날짜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소방관에 요청한 건 제설작업만이 아니라 주변도로 청소까지 포함하고 있었으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소방관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명단 1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와 정부·해경·기무사·국정원 등 관계자 18명에 대한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출처 - YTN

 

세월호 관련 수사나 재판이 이곳저곳에서 나뉘어서 진행되다 보니 집중적으로 대응을 못하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별도의 전담 조직을 구성해서 수사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형참사는 반복될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결단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권력이 풀어놓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민낯을 드러낸 참사였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참상을 정직하게 보고 대면하도록 요구합니다. 아울러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짜놓은 생존경쟁의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세월호라는 죽음의 공간을 평화와 화해가 넘치는 역사적 화해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이를 위한 일보 전진이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처럼 국민의 안전에 발목을 잡는 세력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소방관들의 처우와 업무환경이 조금씩이지만 개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생각비행에서 불법주차 차량이 화재 진압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그 위험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소방차 방해하는 불법주차 차량, 6월부터 밀어버린다 : https://ideas0419.com/795

 

출처 - JTBC


지난 4월 3일 서울 도심에서는 소방차의 이동 경로를 막은 주정차 차량을 부수고 지나가거나 밀어붙이는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폐차를 놓고 진행된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불법주차 차량을 저런 식으로 실제로 밀어버릴 예정입니다.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이 필요할 뿐 아니라 현장 지휘자가 적확한 판단을 내리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에 많은 국민이 다시 뜻을 모으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원도 산불 진압을 위해 각지에서 소방관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신속하게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건 그나마 이번 정권에서 법 개정을 했기에 할 수 있었던 조처였습니다. 국가재난사태를 해결한 해결사인 소방관들의 처우와 지위 그리고 실제 화재 진압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신속히 국회가 처리하길 바랍니다.


휴일
에 인터넷을 하다가 재밌고 생각해 볼만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연애가 들어가는 드라마를 보며 빼놓을 수 없는 바로 그 단어, ''와 '그녀'에 관한 이야기죠.

'그녀'가 국적불명의 단어라는 것 아시나요?
( http://www.kormedi.com/news/culture/korealanguage/1198998_3007.html, KorMedi 뉴스 )

원래 우리나라 말에 그녀란 말은 없었고 성별 구분 없이 라는 3인칭 대명사를 두루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쉬She를 번역한 일본어 카노죠彼女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 말에 그녀라는 국적불명의 단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상당수 국어학자가 그녀를 퇴출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많은 신문사에서 그녀라는 표현을 될 수 있으면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그와 그녀의 구분이 언젠가부터 그로 통일되어 가는 것 같네요.

일본어의 잔재와 영어가 범람하는 지금 세상에 바르고 고운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특히 글로 책을 만드는 저희 생각비행 같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_^

다만 여기서 현실과의 괴리가 생기는 일이 문제일 겁니다. 기사에도 실린 국립국어원의 입장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라는 대명사 홀로 남녀를 공통적으로 지칭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 현실 속의 풍경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주로 남자를 가리킬 때 쓴다고 돼 있다. ‘그녀’는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여자를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로 돼 있다.

국립국어원의 답변: ‘그’와 ‘그녀’의 쓰임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그’는 남성대명사, ‘그녀’는 여성대명사와 같은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가리킬 때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삼인칭 대명사 ‘그’를 쓸 수 있다. 다만 남자를 가리킬 때 ‘그’가 많이 쓰이고 있으며 ‘그녀’는 사전 뜻풀이에 나오는 대로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말한 여자를 가리킬 때 쓰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단어 하나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나는군요.^_^;; 아무래도 언어는 언중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듯 그녀가 틀린 말이라거나 국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말 바로 세우기를 염원하는 지식인들은 "그녀라고 쓴 문장 어디에든 그를 대체해 넣어보면 하나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모 일간지에 난 동성애 반대 광고로 유명세를 치른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생각해 볼까요? 이 드라마에는 이성 커플도 나오고 동성 커플도 나옵니다. 이때 모든 대명사를 올바르게 그로 통일했다고 하면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제 가 키스했다."

©SBS. All rights reserved

여태까지 흔히 있었던 드라마를 떠올린다면 주인공 남녀 커플의 키스라고 바로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남남 커플의 키스도 등장하는 드라마라면 한 문장으로는 어느 커플이 키스를 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뉘앙스도 미묘해지죠. 이상윤(남)과 남상미(여)가 키스를 했다는 건지 이상우(남)와 송창의(남)가 키스를 했다는 건지 말입니다.

©SBS. All rights reserved

이런 현상은 사회가 다변화할수록 가속화할 것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사랑의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대명사 하나로는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그와 그녀뿐 아니라 모든 단어에 점차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실이상 사이에서 연애만큼 복잡한 그녀의 사정, 무엇이  정답일까요?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 이는 생각비행 출판사 전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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