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이제 곧 겨울입니다. 눈도 내리겠지요. 푸름을 자랑하던 나무도 낙엽을 떨구며 겨울로 향하고 있고 2012년도 11월을 넘어 2013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올 1월에 세웠던 계획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더라도 한 해를 잘 보내겠다던 생각은 간직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내년을 준비하며 보냈으면 합니다. 

2012년은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로 마감합니다. 대한민국의 정계를 둘러보면 많은 정치가가 입문할 때 다짐했던 첫 마음을 잊고 사는 듯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대개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계에 들어왔겠지요. 부디 그 초심을 기억하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특히 대통령이 될 유력 후보들이 출마하면서 했던 말을 끝까지 지키기 바랍니다.

 


초심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첫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로 일어나네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많은 사업가가 기업을 처음 시작하던 때의 마음을 잊고 지냅니다. 자신의 부를 위해, 돈에 대한 욕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노동자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을 키우려고 열심히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욕망이란 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순수한 사람들의 초심을 앗아갑니다.

초심을 잃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연 어디에서 차이가 생겼을까요. '조금'과 '지금'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아주 조금, 조금만 더 사업체를 키운다면 사회를 위해, 직원들을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조금'을 기다리는 사업가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사업체가 커가는 사이 변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바쁘고, 거래처에 부담을 지우고, 직원의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악덕 기업주로 변해버립니다. 반면 초심을 잃지 않는 사업가에게는 '지금'이 중요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처음 생각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초심을 실천하려 합니다. 

시인은 초심을 "눈 오는 아침은 / 설날만 같아라"라고 표현하는데, '눈이 오는 아침'이 '설날'로 이어지면서 눈에 이입된 초심의 이미지가 확대되는 효과를 거둡니다. 어린 시절 설날은 흥분되고 기다려지는 가장 풍요로운 날입니다. 떡국과 맛난 음식, 세배하고 받는 세뱃돈 등 어린 시절의 설날을 생각하면 언제나 설레는 기억뿐입니다. 이런 기억은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 첫길 가던 새벽처럼" 새 신에 새 옷 입고 아버지를 놓칠세라 따라가는 다섯 살 아이의 설레면서도 조급한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시인은 설빔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 설을 보내러 가는 다섯 살 아이의 마음으로 ‘눈이 오는 날을 설날 같다’고 초심을 묘사합니다. 시인에게 초심은 다섯 살 아이의 마음으로 설날을 맞는 벅찬 감정인 셈입니다. 

어린아이의 초심은 "눈 오는 아침은 / 첫날만 같아라”처럼 눈이 오는 첫날 아침의 이미지로 성장하여 어른의 눈으로 '초심'을 생각합니다. 초심은 다섯 살 어린아이의 천진한 설날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다시 힘을 내어 살아야 하는 첫날로 변화합니다. 지나온 모든 흔적을 덮는 눈, 아무도 밟지 않는 눈, 그것을 보는 시인은 처음 품었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첫날을 느낍니다.

 

"눈에 젖은 대청마루 / 맨발로 나와 / 찬바람 깔고 앉으니 / 가부좌가 아니라도"라는 표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시인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설날을 맞이하는 다섯 살 아이의 설레는 시각과, 오랜 시간 현실과 맞서 싸우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현재의 시점으로 떨어지는 흰 눈송이를 봅니다. 그런 마음이기에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 흰 눈송이 같은데”라고 자신이 걸어온 세월과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겠지요.
  
일관된 삶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시인이지만 혹여 초심을 잃을 수도 있을까 싶어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 심정이 "투둑, 이마를 치는 / 눈송이 몇 /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주 작은 눈송이가 이마에 떨어졌을 뿐인데도 시인은 그것을 천둥소리로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시인에게 이러한 충격은 지금까지 견지해온 삶의 무게에서 기인합니다. 그 충격이 "아, 마음도 없는데 / 몸 홀로 일어나네 / 몸도 없는데 / 마음 홀로 일어나네"와 같은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천지에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하고 스스로 묻지만, 사실 시인은 이미 답을 얻었습니다. 고승의 설법이 아니더라도 시인의 이마를 적시는 흰 눈송이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초심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입니다. 눈을 맞으며 깨달음을 얻은 시인이 눈 내리는 아침을 새롭게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아마도 "눈 오는 아침은 /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 첫날만 같아라"라는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 곧 서울에도 첫눈이 내리겠지요.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지난날의 흔적을 지우려 하기보다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과 올바름을 간직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여러분의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백무산
1955년 경상북도 연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노동의 삶에 관한 관심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한 그는 자본의 무한 잡식성을 비판하고 자본의 가치를 넘어서는 인간의 근원에 대한 생각들을 시에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0년에 출간한 그의 두 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정치 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며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약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투쟁을 한 편의 완결된 장시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가의 실제 삶이 문학적 표현으로 투영된 흔치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인간의 시간》《길은 광야의 것이다》《초심》《길 밖의 길》《거대한 일상》《완전에 가까운 결단》《그 모든 가상자리》 등이 있다. 1989년 제1회 이산문학상, 1997년 제12회 만해문학상, 2007년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2009년 오장환문학상, 제1회 임화문학상 등을 받았다.


여러분은 재포스라는 회사를 아시나요? 미국 온라인 신발 판매시장의 30%를 차지한 온라인 쇼핑몰로 연매출 1조 3000억 원의 업계 1위 쇼핑몰입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1위 쇼핑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나라의 재기 넘치는 세스코처럼 독특한 고객 응대 비법이 있었다는군요.

토니 셰이 CEO ‘물건’ 파는 것보다 ‘고객 행복’이 우선(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994066, 《중앙일보》)

우선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24시간 사람이 응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특정한 메뉴얼에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각자 개성에 따라 응대를 한다고 하네요. 비용 절감과 효율을 위해 한국 콜센터를 인도나 중국에 두고 조선족을 고용하는 탓에 이게 고객응대인지 고객박대인지 헷갈리게 하는 콜센터가 늘어나는 추세와 달리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회사가 미국 업계 1위인데다 2009년 아마존닷컴에 독립경영을 보장 받으며 12억 달러에 인수될 정도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토니 셰이는 행복하길 바란다면 기업도 돈보다는 행복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세상에 길들여져 너무 쉽게 더 많은 돈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다. 돈이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이 최종 목표라면,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 또 회사 일에 깊이 참여하는 직원들이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 모든 것이 기업문화와 직원 행복으로 연결된다."

영리기업 CEO의 말이지만 이는 마치 사회적기업이 지향해야 할 사회문제 해결과 맞닿는 점이 있습니다.

소셜 비즈니스는 전적으로 '사업수익'의 측면에서 경영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소셜 비즈니스가 이윤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셜 비즈니스에서 '돈'은 어디까지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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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재포스 CEO 토니 셰이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직원은 그 에너지를 뿜어내 고객에게도 전파시킨다. 그럼 행복한 직원은 어떻게 만드나? 좋은 기업문화가 만든다. 불만족스러운 직원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업문화가 시간을 두고 체현되는 게 브랜드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 회사마다 고객만족을 위해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는 이 시대에 뭔가 언어도단 같죠? 하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언어도단임을 대부분의 회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눈을 감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충성도는 더 큰 이윤으로 돌아온다 ->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재고하려면 고객이 행복해야 한다 -> 고객이 행복하려면 그들을 대하는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 직원이 행복하려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인수분해를 통해 하나의 문제를 세분화하여 차근차근 연관지어 살펴보는 방법은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문제 분석을 할 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인수분해다. 문제를 차례차례 인수분해하다 보면 본질적인 문제를 정리하고 필요한 대책을 고안하기가 쉬워진다. 인수분해를 확실히 해두면 유효한 대책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으므로 상품이나 서비스 기획을 입안하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또한 상품의 콘셉트나 캠페인을 위한 메시지까지도 분명히 해주므로, 고객이 그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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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와 ARS자동응답전화로 비용절감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많은 회사와 달리 재포스는 24시간 사람냄새 나는 콜센터로 고객에게 다가갔습니다. 싼값으로 끌어들인 고객은 저가 서비스가 등장하면 언제든 떠나버리지만, 인격적인 만남으로 맺어진 고객이라면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리기업, 사회적기업 할 것 없이 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행복해야 모든 게 행복합니다.


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가족과 돈독한 정을 나누신 분도 계실 테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계기로 삼은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젊은이 중에 안타깝게도 취업 불황 탓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분도 없지 않으리라 봅니다.

앞에서 수차례 말했듯이 소셜 비즈니스의 목적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다. 이 근본이념을 잊지 않는다면 방향성을 잃을 일은 없다고 본다. 거꾸로 생각하면,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건전한 수익 창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수익이 있어야만 비로소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일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하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경영이 순조롭게 이뤄질수록 잊기 쉬운 법이다. 그러니 창업할 때 경영자는 이 근본이념을 마음에 반드시 새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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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소셜 비즈니스 바로 알기(http://ideas0419.com/89)> 포스트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봉사와는 달리 '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렇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흔히 말하는 일반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의 극대화이지만, 사회적기업에 있어서 이윤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은 해당 사회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는 기업가로서 가져야만 할 기업가 정신 가운데 순수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셜 비즈니스 지도자의 리더십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순수성을 꼽을 수 있다, 이 세상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나, 그 타협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에 대한 집념을 가지는 태도를 순수성이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정말 해야만 할 일'을 추구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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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분들 중에는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순수성이 밥먹여주냐고요. 사회적기업은 기업으로서 이윤과 사회적인 책무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므로 경영하는 데 좀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아니면 경영하기가 더 쉽습니까? 어차피 일반 영리기업의 생존비율도 창업 3년 안에 40퍼센트 미만, 10년 안에 10퍼센트 미만에 불과합니다. 낮은 확률을 뚫고 역경을 넘어야 하는 건 영리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바르게 경영하면서 그런 난관을 헤쳐나간다면 사회적기업은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보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초심을 유지하며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의 연봉이라면 만족하겠는가? 사회적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기는 어려우므로 억만장자가 되어 일찍이 퇴직하는 일은 생기기 어려울 테지만, 일반적인 기업에서 주는 급료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40대에 연봉 2000만 엔(* 현재 환율로 약 2억 7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실제로 있으니 말이다. 민간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봉에 일의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더욱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니 새록새록 소셜 비즈니스가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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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직전 MBC에서 안철수와 박경철을 다룬 신년특집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여러 기사에는 '이효리의 굴욕' 정도가 화제로 다루어졌지만, 사실 이 방송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MBC스페셜 : 2011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2011.01.28) -> 클릭

'정직해도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안철수가 CEO로서 가장 존경받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기업가 정신을 그냥 단순한 경영자 마인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비전으로 정의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은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해서 그걸 결국은 이루어내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안철수가 경영했던 회사가 사회적기업이라고 표방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기업의 경영자들이 품어야 할 비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아직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내고야 마는 사람들. 바로 이 들이 사회적기업가입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업인가보다 어떠한 기업가 정신을 추구하고 있느냐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치 있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멋진 일에 동참할 기업가가 날로 늘어나리라고 믿습니다.


사회적기업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회공헌이나 봉사 같은 피상적인 의미부터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착한 소비나 공정무역, 공정무역 커피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다소 모호하죠? 저도 얼마 전까지 사회적기업을 사회봉사와 동의어로 생각했답니다. ^_^;;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뜻밖에 사회적기업의 의미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으로 말이죠.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정의) 1항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제7조에 따라 인증받은 자를 말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사회적기업 육성법 및 시행령(http://www.law.go.kr/lsSc.do?menuId=0&p1=&query=%EC%82%AC%ED%9A%8C%EC%A0%81%EA%B8%B0%EC%97%85&x=0&y=0#liBgcolor0)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 사회적기업육성법 제7조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지 않으면 법적으로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물론 대중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사회적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요). 많은 사회적기업이 이 법에 따라 인증을 받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인증받은 기업에 보조금과 같은 각종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생기는 좋은 점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사회적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 예산에 의존에 자본에 대한 자립도가 떨어지다 보니 정부보조금이 끊기면 그 사회적기업이 도산하고 마는 경우가 잦다는 거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정부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기업 활동이 그렇습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봐도 말이죠.

이른바 '후원금 의존, 보조금 의존'적 상태에 발이 묶여 경영상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사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일본) 되면서 '사업 분류'가 있던 시기에 폐지나 축소하기로 결정한 사업 가운데는 NPO와 관계된 일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나라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던 NPO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경영난에 빠져버렸다 .이렇게 되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여력 따위는 없다고 보는 편이 옳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나가려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재무기반이 불가결하다. 아무리 좋은 사업, 서비스라 해도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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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일본에는 정부 인증 제도가 없음에도 이런 지경에 처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부 의존도가 더 높고 인증을 장려하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경우는 더 힘든 경우가 많다고 봐야겠죠.

여기서 사회적기업의 정의를 좀 더 첨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사회적기업은 사회공헌이나 봉사만을 위한 사회단체가 아닌 어디까지나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즉 소셜 비즈니스란 '사회공헌'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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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홍수로 예를 들자면 수재민에게 구호물품을 주는 것보다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하거나 재해 복구 사업을 전개하는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죠. 봉사 활동과 사회적기업 활동은 엄밀히 말해서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정과 신념에 바탕을 두는 건 분명하지만, 그 열정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 활동으로 낸 수익을 그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어야 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 비즈니스는 사업이지 자원봉사 활동이 아니므로 수익을 높여야 하는 일이고, 직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해도 좋다. 아니,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소셜 비즈니스가 이윤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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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사회적기업은 이윤만이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윤이 목적이 되면 그건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그냥 기업일 뿐이니까요. 사회적기업의 이윤은 어디까지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 즉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적기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사회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기업 활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이윤을 내야 하지만 일반 기업처럼 이윤이 주주나 사원에게 보너스나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당 사회문제 해결에 재투자되어야 하죠. 이 목적을 잃는다면 그 기업은 더는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하도록 이윤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진정한 의미에서 소셜 비즈니스, 즉 사회적기업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윤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일이죠. 쉬운 일이 아니고 고된 일임이 틀림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자기희생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뜻이 있어서 사회적기업을 세운 사람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물심양면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라고 여길 테니까요. ^_^

어떻게 보면 사회적기업은 작품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하는 인디음악과도 비슷합니다.


장기하가 소속된 붕가붕가 레코드의 대표도 말했죠. 인디음악도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모토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음악 활동으로 번 이윤은 음악 활동에 재투자되어야만 합니다. 그 딴따라질로 들어온 자본에 종속되면 그 순간부터 그 음악은 인디음악이 아니게 되니까요. 본질에 충실하려면 어디까지나 음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자본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인증'을 받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회적기업 컨설팅도 어떻게 하면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조언해주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자생적이고 민간자율적인 사회적기업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사회적기업 홈페이지(http://www.socialenterpris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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