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올해 5.18 40주년 기념식은 사상 최초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과 맞서 싸운 최후의 항쟁지였던 만큼 그 의미가 참 남다릅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가 주요 인사들과 5.18 유공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광주의 자식들이 전두환을 단죄하기 위해 모인다는 설정의 영화 〈26년〉, 5.18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기념식 영상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기념식 행사의 백미는 기념식 장소이자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옥상 등에서 제창된 〈님을 위한 행진곡〉 헌정 공연이었습니다. 1980년 5월 그날을 재현한 듯 수십 명이 옛 전남도청 옥상에 올라 이 노래를 제창한 겁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난무하던 이명박근혜 시절과 달리 이번 5.18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정우성, 송가인 등 유명 연예인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기념했습니다.


출처 - MBC


문재인 대통령은 5.18 40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부가 발포 명령자 규명과 민간인 학살 등 진상 규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시작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018년 제정 및 개정되었고 2019년 말 5.18 진상조사위 구성이 완료되었죠. 위원 구성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5.18 40주년을 맞이해 이번에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지가 큽니다. 진상조사위는 5월 12일 본격적으로 조사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출처 - KBS


정치권도 의욕적입니다. 광주 지역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1호 법안으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18진상조사위원회의 강제조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진상규명특별법 개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요. 미래통합당마저 총선 패배를 의식했는지 납작 엎드렸습니다. 5.18 망언과 관련해 사과를 했으며 4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죠.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난 과오를 볼 때 과연 진심일까 싶긴 하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이 정도의 예의는 앞으로도 지켜주길 바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5.18 광주민주화 40주년을 맞이한 때입니다만, 5.18 관련 혐오 발언과 망언은 여전히 쏟아집니다. 종편은 전두환 때가 우리나라 최고의 호황이었고 헬기 사격과 관련해 전두환은 몰랐다고 변호하기 바빴습니다. 김진태 등 5.18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두둔하는 왜곡 보도가 지난 총선 기간에도 계속된 바 있죠.

 

출처 - 경향신문


광주의 진실을 규명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광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 관련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시민군 최진수 씨는 40년간 동료 주검 행방을 찾고 있고, 광주교도소에 끌려간 강길조 씨는 52명의 사망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행불자가 적어도 78명인데, 그간 있었던 5차례의 암매장 조사는 성과가 없었죠. 이번에 출범한 5.18진상조사위는 실종자 규모와 암매장, 사체유기 등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근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1980년 5~6월 일본외무성 문서에 미국과 일본이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움직임을 평가한 내용이 담긴 기록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 기록에서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미쳐가고 있다고 직설적인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군부의 힘을 이용해 한국 정치의 실권을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이 쥐고 있다는 것 역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신군부 쿠데타의 핵심이 이 3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전두환은 지난 40년간 광주 학살은 물론 쿠데타의 수괴 역할을 줄곧 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자료에 의해 일본과 미국은 1980년 5월의 상황이 전두환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국보위 이전에도 국사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사실상 군부 정권 수립을 기도했다는 사실, 전두환이 언론사 편집장들을 모아놓고 광주진압작전 계획을 직접 설명한 사실 등을 보면 전두환이 주모자라고 보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타당하다는 겁니다.


출처 - SBS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한 올해지만 전두환 일가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며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은 전방위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아버지인 전두환에 대한 추징금 자진 납부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죠. 자신의 부동산과 북플러스라는 도서 유통업체 경영에서 손을 떼며 해당 지분을 다 내놓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약속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전재국은 북플러스의 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급여와 법인카드를 받아 펑펑 쓰고 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어려워진 회사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기 월급을 44%나 올렸습니다. 법인카드를 술집이나 국외여행 등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합니다. 압박이 들어올 땐 수그리다가 지나가면 활개 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부전자전입니다. 4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여전히 5.18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번에 출범한 5.18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진실 규명, 전두환 일가의 단죄를 위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두 눈을 부릅떠야겠습니다.

이제 곧 5월입니다. 5.18 민주화항쟁을 떠올리게 되는 때죠. JTBC 보도에 의하면 당시 공수부대 대대장이 시민을 향해 "저건 죽여도 좋다"고 지시하고 계엄군이 그 지시에 따라 시민을 사살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학살자 전두환과 쿠데타 세력은 광주의 시민군이 먼저 공격해 자위권, 즉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지요. 그런데 국방부에 의해 내용이 지워진 채 공개됐던 11공수 상황일지 원본에는 계엄군이 시민을 사살해서 시범을 보였다라고 나와 있다고 합니다. 시민 1명이 버스를 몰고 분수대를 돌아나가려 할 때 그 자리에서 사살, 폭도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고요.


출처 - JTBC


공수부대원의 자필 수기는 더 자세합니다. 버스가 오고 있을 때 대대장이 저건 죽여도 좋다고 했다며 중대장이 병사에게 실탄을 줘 조준 사격을 했다고 합니다. 그 사격에 의해 운전을 하던 시민은 내리다 쓰러졌습니다. 버스가 계엄군에게 돌진한 것도 아니고 돌아나가는 순간 시민을 상대로 사람을 죽이는 시범을 보인 겁니다. 학살자의 수괴인 전두환의 죄는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MBC가 입수한 해병 7연대 상황일지에 의하면 전두환은 부마항쟁의 진압 또한 지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79년 10월 박정희가 죽기 직전 부산과 마산에 들불처럼 번진 민주화 시위인 부마항쟁을 당시 박정희 정권의 계엄령으로 공수부대가 투입돼 무차별 진압했죠. 그런데 당시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이 현장에서 이를 직접 지휘한 사실이 군사 기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출처 - MBC


전두환은 소요사태 수습은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위대에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라는 등 당시 계엄사령관, 3공수 특전여단장 등과 강경진압 작전 계획을 강행합니다.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해 당시 지휘계통에 있지 않았으므로 진압작전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던 전두환이 사실은 그 전인 부마항쟁 진압 때도 현장에서 계엄사령부, 특전단과 작전 지휘를 했던 겁니다. 3공수 여단장을 앉혀놓고 전두환이 직접 보고를 받는다는 자료가 나온 것을 보면 전두환은 그때도 이미 권력의 핵심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환은 부마항쟁 진압 후 10.26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이 무너지자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찬탈합니다. 요컨대 전두환에게 부마항쟁은 5.18 민주화항쟁 학살의 예행연습이었던 셈입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왜곡시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출처 - 경향신문


힘겹지만 왜곡된 역사를 시민의 힘으로 하나둘 고쳐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 23일 '박정희의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당시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1970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김모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건데요.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조치 1호는 헌법의 근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 등에 비춰봤을 때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박정희는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해 대통령의 의무를 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판결은 지난 2015년 3월 사법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이 긴급조치가 위헌이긴 하지만 박정희의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개개인의 권리에 법적 의무를 지지는 않기에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판결했던 것과 정면으로 대치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상 양승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지 못한다고 결정한 이후 나온 판결이기에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늘 TBS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촛불집회는 아스팔트 쿠데타"라고 말했습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해 파문을 일으켰는데요, 전두환, 노태우에 의한 군사정권 당시 여당을 계승한 자유한국당이 촛불집회를 쿠데타로 운운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부마항쟁, 5.18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는 파면 팔수록 친일, 독재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친일파, 독재자가 아닌 민중의 시각에서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는 무리에 대항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연초에는 지난해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가급적 좋은 기억과 더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을 하는 자들이 생겨 벽두부터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멀리는 초계기 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골치 아픈 이웃 일본이 있고, 가까이는 구시대적인 세계관에 파묻힌 학살자 전두환 같은 이가 있습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씨가 최근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지칭하는 망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죠.


출처 - MBC


새해 벽두부터 극우매체인 뉴스타운TV와 인터뷰를 한 이순자는 전두환의 재판 기피 이유인 알츠하이머를 언급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주장했고 한술 더 떠서 "광주 5.18 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며 소송을 제기한 광주 5월 단체들을 폄훼했습니다. 이때 나온 망언이 바로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인터뷰를 한 뉴스타운TV는 대표가 지난 2017년 박근혜 파면 당일 사망, 부상자가 발생한 과격 집회,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고, 지만원과 더불어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하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곳입니다. 애초 극우 지라시라 불려도 시원찮을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라고는 해도 도를 넘은 망언이었죠. 학살자 전두환과 부창부수여서 그런 걸까요?


출처 – MBC 유튜브


국민들과 시민단체, 정당들은 분기탱천해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각 정당은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전두환과 이순자의 망언을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예외입니다. 전두환을 비롯한 친일과 군사독재의 면면을 배출하고 또 이어온 자유한국당은 국회 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식 논평을 낸 다른 정당들과 달리 단 한마디의 논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줄은 아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전두환은 회고록을 통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지난 7일 구인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전두환은 그간 알츠하이머, 독감 등을 핑계로 재판에 불참했는데, 광주지법이 3월 11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잡은 뒤 또다시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강제로 재판정에 인치하기도 합니다. 구인영장 발부는 전두환이 꼼수를 부려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이 강제 소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두환을 추종하는 무리가 지난 7일 전두환의 집 앞에 모여 법원에서 전두환을 강제구인하러 온다면 우리를 먼저 밟고 가라며 시대착오적인 충신 행위를 펼쳤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200여 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 5.18 관련으로 여러 차례 소송당하고 패소한 지만원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또 퍼뜨렸습니다.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있는데도 아직도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소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가련합니다.


출처 – 뉴스1


이번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확보한 미국의 3급 비밀전문 〈전두환 대통령 광주방문: 뒤섞인 신호〉에 따르면 전두환은 광주를 총칼로 진압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 4일 만인 9월 5일 사건 현장인 광주를 찾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전남도청에서 전남도지사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 될 것이다"라며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다른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말을 했다고 하죠. 수많은 시민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탄에 죽어간 학살이 일어난 지 넉 달도 안 돼 직접 현장을 찾은 전두환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조기에 진화하여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해놓고 자기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학살자 전두환이 29만 원으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출처 - 이하


이 때문인지 전두환이 죽었을 때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의 과반인 61.5%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하죠. 사면이 됐으므로 안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은 26.8%에 그쳤습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과 중도층은 압도적으로 반대했으며, 보수층도 반대와 찬성이 같은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이 5.18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밟을 수 있는 위치라면 국립묘지 안장도 인정한다며 전두환의 무책임함을 조롱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5.18 관련 단체들은 이번 강제구인 소식을 듣고 "이제 전 씨가 스스로 걸어 나오든지, 아니면 강제소환돼 재판정에 나오는 두 가지 선택 사항밖에 없게 됐다"며 환영했고,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 씨가 떳떳하다면 재판정에 나와 조 신부와 전 씨 중 누가 사탄인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구인영장 발부를 계기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가치를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학살자가 피해자들의 땅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18, 3.1, 4.3, 4.16, 4.19… 날짜만 나열해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압니다. 2.18 대구 지하철 참사,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이 많은 인명이 희생된 슬픈 역사로 간직될 날이 있는가 하면, 민중이 변혁의 주체가 되는 역사의 교훈을 남긴 혁명이 일어난 날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5.18은 어떤 의미인가요?  

출처 - 연합뉴스


올해 5.18은 그 의미를 조금 더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듯합니다. 최근 "나는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장본인 전두환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전두환은 자신이 광주사태의 상처 치유를 위한 제물이라며 억울함을 표현하는 한편 시대적 상황이 12.12와 5.17을 불렀다며 자신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건 시대의 부름이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아울러 그는 5.18은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도 썼습니다. 회고록 출간일이 4월 5일로 되어 있는데 식목일에 나온 '책 같지도 않은 종이 뭉텅이'에 담긴 역사왜곡을 보고 있자니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부터 떠오릅니다.


출처 - JTBC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이 군대를 앞세워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짓밟는 학살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역사적인 항쟁이었습니다. 1982년 보안사령부에서 발간한 '제5공화국 전사'라는 문건을 보면 1980년 5월 21일 새벽 4시 30분 전두환을 비롯해 군 주요 지휘부가 참석한 회의가 열렸으며, 계엄군의 자위권 행사 문제는 그 회의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군을 동원해 시민들을 학살하기로 결정한 최종 의사결정을 전두환이 내렸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법원 또한 '이 회의에서 자위권 행사라고 표기된 무력 동원은 목적과 다르게 내린 내란 목적의 살인'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죠. 포괄적으로는 법원이 전두환 발포의 책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두환 회고록》에서 발포 명령이 없었고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억지 주장이 역사적 사실과 상반됨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 회고록》 발간일인 지난 4월 5일, 5.18 기념재단은 미국 CIA 기밀 해제 문서 분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재단 측은 5.18과 관련된 CIA 기밀 해제 문서 44건을 분석한 결과 5.18에 북한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 6월 6일 CIA 일급 기밀 해제 문서에 "김일성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어떤 위협적 조치도 전두환에게 이용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달 북한은 불개입을 여러 차례 천명하고 확연한 조치를 회피하면서 전두환이 북한의 위협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려는 의도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5.18이 가까워지면 '북한 빨갱이 타령'을 하던 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국 정보부가 북한의 개입이 없었음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상식 없는 자들의 억측과 종북 몰이 때문에 끊임없이 5.18과 관련된 역사적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뼈아픕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무조건 북한 빨갱이 탓이라고 우기는 사람들과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기네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일본 정부가 어떻게 다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5.18을 북한 탓으로 모는 약빨이 점점 떨어진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다른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입과 취직에 대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방식입니다.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됐다는 전단지와 노량진 학원가에 붙어 있다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 최근 SNS에 올라왔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출처 – 트위터(@Kimgrae2359)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된 전단지는 '네가 왜 취업이 힘든지 알고는 있니?' 하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해마다 늘어나는 5.18 유공자 때문에 가산점에 밀려 원래는 네가 취업했어야 할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전단지 뒷면의 내용은 더 기가 막힙니다. 5.18 유공자가 귀족 대우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트위터(@by9CM2hlhT86jlT)


노량진 학원가에 붙은 포스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제목은 더 자극적으로 '공무원 싹쓸이'로 뽑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봐야 5.18 유공자들이 입양까지 하며 혜택을 연명하기 때문에 너희들은 가산점에 밀려 불합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정보는 허위이며 날조입니다. 2006년 공무원 시험 가산점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국가유공자는 10퍼센트, 그 유족은 5퍼센트의 가산점을 받지만 과다합격 문제 때문에 합격률은 전체 합격자의 30퍼센트 이내로 제한됩니다. 게다가 10퍼센트의 가산점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5.18 사망자 또는 행불자 유가족이 아닌 전몰 군경 유가족입니다. 가짜뉴스가 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다던 5.18 유공자 유가족은 국가보훈처 통계에 의하면 183명에 불과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처럼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면 5.18 유공자 운운하는 거짓 프레임에 현혹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헬조선에서 일자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배포된 전단지와 포스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을 비방하던 방식과 똑같은 저열한 수법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겁니다. 3년 전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고 자녀들이 대입 혜택마저 취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싸우게 만든 이상한 우익들이 있었죠. 가짜뉴스의 폐단은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노컷뉴스》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선동을 조장하는 기사를 극우 언론이 2013년을 기해 쏟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납니다. 대한민국의 온갖 구린 사건 뒤에 있는 국정원이 이번에도 뭔가 기획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는군요. 

 

출처 - 노컷뉴스 (사진=여선웅 구의원 제공)

 

얼마 전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15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제목의 가짜뉴스를 올려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죠.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지난 4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배포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방글을 전직 국정원 직원이 최초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여 의원은 "대규모 가짜뉴스의 최초 작성자를 확보한 첫 사례인데다, 그 작성자가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며 "가짜뉴스에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다면, 유포에도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역 갈등에 이어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의 이면에 국민의 분열을 선동하고 있는 세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조작 개입과 더불어 들어선 박근혜 정권은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반통일의 행보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끊임없이 되돌렸습니다. 지난 3월 20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22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대 긴급현안’과 ‘30대 촛불 개혁입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일을 기억합니다. 2016년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1600만 촛불의 염원이 담긴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구속으로 사필귀정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친일의 역사, 유신의 잔재, 군사독재의 폐해에서 벗어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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