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 투표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안철수, 홍준표 등 모든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헌이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동시 실시 무산에 대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SNS에도 정리된 형태로 올라왔습니다.


출처 – 문재인 트위터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가 무산된 이유는 국회의 방치 때문입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준비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시한인 4월 23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되었어야 합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치를 수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절대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이고 두루킹 사건으로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국회는 사실상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1987년 이후 31년 만에 개헌을 이룰 호기를 놓친 셈이 되었죠.


출처 -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드물게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국민의 뜻을 모아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국회가 심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각 당의 대선 후보였고 지금은 당의 지도부인 사람들이 앞다퉈서 개헌을 약속했다가 이제 와 없던 일처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게다가 법을 만들 의무와 권리가 있는 국회가 위헌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3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입니다.


출처 - 문화일보


당의 입장에 따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정 사항을 가지고 토론을 하던가 국회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그게 상식적인 국회의 모습이겠죠.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이번 국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논의하여 국민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라면 국민이 개헌안에 접근할 기회조차 막은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 아닐까요? 자유한국당이 그렇게도 두둔하는 대기업 지도부가 자기 할 일을 방치하고 다른 일을 일삼는다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한중일 개헌 삼국지 – 어떤 나라 꿈꾸나? : http://ideas0419.com/820


생각비행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헌법 전문부터 많은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이뤄진 개헌 이후 30년 동안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국민만을 주체로 한 기본권 조항은 외국인 200만 명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평등과 환경, 안전 등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성인이 되어 성인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30년 전 청소년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꼴입니다. 특히 이번 개헌안은 박근혜를 탄핵하고 촛불혁명이 내포한 정치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큰 시기였는데 적절한 기회를 이렇게 흘려보내고 맙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개헌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야3당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촛불 혁명을 완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시작된 개헌 기회가 거대 양당의 정쟁에 가로막혀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회 주도의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다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합니다. 야권에서는 9월 개헌론을 이야기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 조기 전당대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적 개헌 논의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자유한국당이 그간 국회를 공회전시킨 이유는 뻔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6월 지방선거, 그후 총선까지 지금 이대로라면 자기네 밥줄이 끊어지게 생겼으니 뭐든지 물고 늘어지려는 겁니다.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합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고 말입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단 방북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6월 지방선거용 아니냐며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구시대적 안보 프레임으로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여정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였습니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보이콧했던 것도 자기네에게 불리한 국면을 피해보겠다는 심산이었죠. 하지만 촛불혁명을 이뤄낸 국민이 얕은 홍 대표의 생각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출처 - 국민일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4월 전쟁설'을 운운하던 자유한국당의 예측과 루머가 무색하게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남북 정상이 4월 27일 2018밀리미터 크기의 탁자 앞에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2018년 두 정상 간 거리를 탁자의 크기로 상징한 것이죠. 자유한국당의 발악이 무색하게 남북화해의 분위기는 이미 국민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평화는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행보의 결과입니다. 개헌을 향한 뜻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여야 합니다. 역사적인 개헌을 가로막기 위해 국회를 공회전시킨 주범과 당을 심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던 주구인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더 이상 없다는 걸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21세기 중국에 황제가 등극했습니다. 현재 중국 주석인 시진핑 얘기라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인대에서 99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중국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중국 국가 주석은 두 번 이상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인데요. 이 개정헌법으로 시진핑은 임기인 2022년을 넘어 영구집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100페센트 찬성이라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와 기권을 끼워 넣어 99퍼센트 찬성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공산당 농담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한편 시진핑은 헌법 서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인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마오쩌둥의 교시로 마련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이번 개헌으로 와해되었죠. 반부패 작업 명목하에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 주석들의 측근도 모두 제거했고, 국가감찰위까지 설치가 완료되면 측근 감시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1인 체제가 들어서게 되어 명실상부한 21세기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 원로들과 작가, 학자, 언론인 사이에서 질타가 쏟아졌지만 서슬 퍼런 검열에 잠잠해졌습니다. 이제는 관변학자들이 시진핑을 살아 있는 보살이라고 찬양하는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소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기 위한 일본의 개헌 드라이브도 만만찮습니다. 이번에 나온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개헌안, 즉 내각제인 일본으로서는 일본 정부 개헌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안 역시 일당 독재로 국민들을 옥죄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평화헌법인 9조의 개정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헌법 9조에 의해 공식적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게 되어 있었죠. 그러니 9조를 개정하여 일본 국방군을 신설하는 것이 현재 일본 아베 정권의 지상과제이며, 이를 위해 내놓은 개헌안에는 긴급사태발동권, 문민통제 철폐, 개헌안 발의 요건 완화 등등 군에 대한 족쇄를 풀어버리는 안건이 대부분입니다. 아울러 이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주의적인 조항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특히 21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공익 혹은 공적 질서를 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그 목적과 결사에 대한 단서 조항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표현의 자유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부득이하게 제한하는 경우 단서 조항을 붙이더라도 자유와 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정안 3조인 일본 국민은 국기 및 국가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보면 아베 정권을 위시한 자민당 일당 독재가 제한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와 그 목적, 결사에 대한 생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이 개헌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드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개헌안이 나왔습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법개헌안 초안을 보고했습니다. 여기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5.18 민주화운동 등의 헌법 전문 포함, 사법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초안을 토대로 국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개헌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대선 당시 공약대로 6.13 지방선거 투표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부치려면 늦어도 이번 달 21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초안에는 3.1 운동과 4.19 민주이념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이 헌법 전문에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혁명은 빠졌죠. 시민혁명으로서의 성격은 분명히 있으나 지난해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은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정부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미국과 같은 식의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하고 선출된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점입니다.

 

출처 - 뉴스1


정부 헌법개정안은 삼권분립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실질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하죠. 또한 지방분권이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기 위해 자치분권의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여러 요소가 도입되었습니다. '국민'에서 '사람'으로 기본권을 확대했고 새 기본권도 신설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국적이 있는 국민이 아니더라도 마땅히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보장입니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원칙을 명시했고, 무엇보다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를 포함했습니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민이 투표로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는 제도이며, 국민 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7.9퍼센트가 개헌에 찬성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은 헌법 전문에 추가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5.18과 촛불혁명을 꼽았습니다. 국민이 선호하는 정치 형태는 상당히 많은 국회의원이 좋아하는 내각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한계가 많은 선거구제에서 현재 수준의 국회의원들이 중심이라면 내각제가 도입된다 한들 옆 나라 일본의 열화된 짝퉁에 불과할 겁니다. 사실상 일당 독재의 유사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우기는 나라가 될 뿐입니다. 그 점을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초까지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6.4퍼센트였습니다. 그런데 개헌 쟁점을 숙의한 후 토론을 거친 뒤에는 개헌 찬성 입장이 93.4퍼센트로 늘었다고 합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중일 동아시아 3국 중 이미 중국과 일본은 개악이라 불러 마땅한 개헌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갔습니다. 시민이 주축이 된 촛불혁명으로 헌법정신을 유린한 권력자를 법으로 심판한 우리나라만이라도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개헌안을 만들어 '사람'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9년 만에 제창한 〈임을 위한 행진곡

 

요즘 뉴스 볼 맛이 난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주도 안 됐는데 우리 사회가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고 의견을 밝히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37년 전 5월 18일 광주는 자유와 정의를 외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함성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는 계엄군을 동원해 총칼로 무고한 시민들을 짓밟고 불온한 세력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5.18 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제창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내걸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하게끔 업무지시를 내렸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 있는 현실"이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임을 언급하며 새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을 천명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기념식에서 희생자 가족 김소형 씨는 〈슬픈 생일〉이라는 영상과 편지로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소형 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 18일 태어난 딸을 보러 완도에서 광주로 왔다가 사흘 뒤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19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소형 씨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문재인 대통령은 소형 씨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아버지 묘에 같이 참배가자"며 위로했다고 합니다. 기념식이 끝난 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소형 씨와 같이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에 많은 국민이 감동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뉴스1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깜깜이 인사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죠. '수첩 인사'로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만 등용하고서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탄핵되어 감방으로 가고 말았죠. '문고리 3인방'이니 '십상시'니 하는 표현은 박근혜 인사의 총체적 부실을 방증합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스스로 권력에서 거리를 두었습니다. '3철'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딴 것이죠.  

 

조선조 실학자 안정복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관리로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들었습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명리만 좇는 자인 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인 탐리를 경계한 것이죠.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리, 능리, 탐리만 등용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진실된 사람,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사람만 가까이 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를 보좌하던 이들 대부분이 감방에 가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는 연일 화제입니다. 대선 레이스 당시 문재인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존경하는 리더십 모델로 세종대왕을 꼽았습니다. 조선시대의 성군 중 으뜸인 세종대왕은 국민을 위해 공평한 조세제도를 만들었죠. 문재인 후보는 세종대왕이 17만 명의 백성에게 여론조사를 행한 후에 조세개혁을 실행한 사실을 예로 들며 국민과 눈을 맞추고 그 속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세종대왕은 소통능력이 뛰어난 리더이기도 했습니다. 세종대왕을 본받겠다던 문재인 후보는 불통의 시대에 질려버린 대한민국 국민의 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불의와 불통의 대통령 시대를 끝내겠다"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인사를 펼칠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소통'과 '통합'이 바로 그 답이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실제로 그랬을까요? 

 

출처 - 포커스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비검찰 출신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법학자 출신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티뷰에서 민정수석은 검찰 출신이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밝히면서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되는 것을 보고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민정수적으로 앉힌 건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되죠.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정통 경제관료 출신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측근이 아닌 공무원을 발탁함으로써 권령형 비리의 악습을 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를,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을 지명했습니다. 김상조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재벌개혁 전문가입니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죠. 김 내정자 발탁으로 새 정부의 재벌 개혁에 힘이 크게 실리는 모습입니다. 

 

국가보훈처장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예비역 장교가 임명된 것도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입니다. 피우진 전 육군 중령은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조종사 등을 지냈습니다. 피 신임 처장의 발탁은 여성 공직자를 30퍼센트 기용하겠다는 공약 실현의 신호탄으로 풀이됩니다. 피우진 보훈처장 임명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역대급 홈런"이라며 "국방부의 부당한 처분에 맞서 싸워 이긴 참군인을 보훈처장에 임명한 것은 단순한 인사조치를 넘어서서 정의의 실현입니다. 그 자체가 '보훈'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주말인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습니다. 김 부총리 지명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강 외교장관 지명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두 사람 다 친문 인사가 아닌 셈입니다. 친문과 거리가 먼 인물은 또 있습니다. 신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를 주도한 경력이 있습니다. 한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보수성향의 경제학자죠.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야당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매일 아침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 '문모닝'(문재인+굿모닝)이라는 얘기를 들었죠. 그런 그가 페이스북에 "취임 11일 문재인 대통령 너무 잘하시다. 지금은 문재인 태풍이 분다"며 호평했습니다.

 

출처 - 박지원 트위터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경제라인 인선은 경제민주화의 실천과 안정적 국정운영을 조화시키려 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고, 정의당 또한 "개혁기조, 내각은 전문성을 중시한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 광폭행보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여야 대표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여·야·정 협의체 신설과 같은 '협치'를 위한 현안 외에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근본적 처방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출처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이야기를 꺼냈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헌 문제는 지난 박근혜 정권 때부터 줄기차게 제기됐던 이슈입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전에 개헌을 이야기한 바 있죠.

 

출처 - YTN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24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자신의 임기 안에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개헌을 지지했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탄핵당하자마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은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한 뒤 대선과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습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격으로 하는 개헌안이었죠.

 

출처 - JTBC


애초에 개헌 같은 중차대한 일을 국민 그리고 적어도 당원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토론하지 않고 당 대표부 몇몇이 모여 쑥덕쑥덕 정하려고 한 것이 이상합니다. 그것도 총선에서 친박, 진박 타령하며 '옥쇄런' 하던 새누리의 분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끼고서 말이죠. 그나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대선 후 개헌 입장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에 개헌을 하자는 꿈 같은 소릴 하기도 했습니다. 개헌 찬성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맞지 않아 쇼를 했던 것을 국민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지난 대선 정국에서 등장한 개헌은 박근혜가 탄핵을 모면하고자 정치권에 던진 떡밥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연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던 때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행 이후 나온 개헌 논의에 일부 찬성한 국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착각하면 곤란한 것은 그당시 국민들조차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에 찬성한 게 아닙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에 찬성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해 개헌에 찬성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고 박근혜 탄핵으로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조차 파면시킨 국민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국민들 앞에서 수준 미달인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뽑은 내각 총리에게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내정 권한을 이양하라고 했으니 여론이 들끓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제대로 된 개헌안을 마련하지도 않고 충분한 토론도 거치지도 않은 채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개헌을 추진하려 했던 정치인들은 반성을 먼저 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이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 합의를 발표했을 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갈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권한으로 결정합니까? 국민들 의견 물어봤습니까?" 하고 말이죠. 한편 "지금 국회에 개헌특위가 이미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개헌특위를 통해서 개헌이 논의되고 있죠. 또 개헌 특위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국회의 임기 동안 계속 되어 가는 것이죠. 그러면 개헌특위는 개헌특위 자체의 논의를 모으는 것에서 넘어서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개헌 관련 토론회라든지 지역을 순회하는 공청회라든지 이런 국민들의 의견을 절차들을 밟아나가야죠"라고 하면서 급한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2016년 11월 25일 경기대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수원지역 대학생과의 시국간담회 중 개헌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보면 개헌에 대한 더 확실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헌법에 죄가 있는 게 아닙니다. 헌법에 무슨 죄가 있나? 헌법이 피해자죠. 그렇다면 무엇이 박 대통령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돼서 국정을 마구 농단하도록 했냐. 그 책임이 누구에 있나. 첫째는 박 대통령에게 있죠. 그담 책임 있는 존재가 누군가. 전 바로 새누리당 집권여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당도 국회 일원이잖아요. 한국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에요. 여당도 그 역할을 해야죠. 근데 지금까지 우리 여당이 대통령의 월권, 독선 견제하는 거 본 적 있나요. 무조건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맹종했죠. 대통령이 아무리 독선, 월권해도 바로잡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잖아요. 그럼 제왕적 대통령 만든 그 말하자면 주범이 첫째가 집권 여당 새누리당입니다. 새누리당은 정말 공범으로 속죄해야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없애는 첫 번째 시급 과제는 개헌이 아니라 정당 개혁입니다. 정당이 민주적인 정당이 제대로 돼서 집권 여당으로 국정운영을 지원하지만 월권, 독선하면 권한 남용하면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개혁 필요한 거죠.

 

문재인 전 대표의 지적대로 당시 정치권이 떠들어대전 개헌 논의가 얼마나 자기들 이득을 위한 정략인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헌법이 문제라 박근혜 탄핵 같은 사달이 났습니까? 아닙니다. 헙법을 유린했기 때무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기에 개헌은 대선을 무사히 마치고 범죄자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의 처벌과 단죄가 끝난 후 충분한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리더로 뽑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여야 원내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가 한 말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내년 6월에 반드시 개헌합니다”라고 확인해주었습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이 함께 이뤄진다면 대통령제가 아닌 다른 권력구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애초 문 대통령은 대선 때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했죠.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지키겠습니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개헌을 꺼낸 만큼 정부 형태를 놓고 앞으로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합니다. 보수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고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는 큰 편입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라는 것이었고, 2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교과서 폐지였기 때문입니다. 연이어 내린 업무지시 3호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 대책으로 6월부터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었고, 4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여교사 2명 순직 처리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7일 내린 업무지시 5호는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이었습니다. 이처럼 적폐청산을 위한 업무지시와 더불어 파격적인 인사를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국민은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카드도 국정 동력을 받쳐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한 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회 개헌특위를 즉각 가동하고 대통령도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국회가 개헌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습니다. 또 다른 야당의 원내대표는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습니다.

 

국회가 집권 형태의 개헌에 매몰된다면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 없는 개헌 논의가 횡행했던 것처럼 무의미한 개헌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개헌은 촛불민심을 반영해 국민이 주도하게끔 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국회는 적폐청산, 일자리 창출, 민생 안정화, 외교 정상화와 같은 현안에 주력하기 바랍니다. 개헌 논의에 앞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잊지 않기를 당부합니다.

 

JTBC, TV조선 등 뉴스에서 폭로되는 최순실 게이트가 점입가경입니다. 새누리당이 나서서 특검을 수용함에 따라 12번째 특검은 최순실 게이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줄도 모르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의 의혹을 잠재우고 정치인들의 이목을 끌 블랙홀로 '개헌 카드'를 들이민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사실상 묻혀버렸지만, 이 역시 '박적박', 즉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무당 놀음에 놀아난 것으로 밝혀진 헬조선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6개월 만에 경제가 살아났다고 확신했나 봅니다. 아니면 머리가 나빠서 6개월 전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했던 걸까요? 

출처 – 시사오늘


애초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 카드를 다급히 들이밀었기 때문에 국민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박근혜는 '최순실 방패용 개헌'으로 헌법을 능멸하려고 한다"며 돌직구를 날렸죠.

출처 - 페이스북


아버지인 박정희는 유신헌법으로 헌법을 압살했다면 박근혜는 최순실 방패용 개헌으로 헌법을 능멸하고 있으니 권력에 취한 가문의 몰락을 볼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는 불발로 끝나겠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25일 "개헌 논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긴급 제안"한 바 있고, 김종인·손학규 등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을 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죠. 개헌은 줄곧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고 이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려는 이도 많은 편이라 결국 개헌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헌법은 민주공화국의 토대입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헌법이 바뀌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기초가 되는 헌법만 해도 9차 개헌된 헌법이니까요. 아래 표를 보시면 어떤 때, 어떻게 개헌을 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the300


1948년 제헌절에 제정된 제헌 헌법은 대통령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저지른 죄에 대한 소급입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방된 지 3년밖에 안 됐기에 친일파를 처단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헌법이 그 시점에 그냥 선포되면 친일파를 처벌할 길이 막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제헌 헌법 부칙에 광복절 이전의 악질적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습니다. 이에 의한 것이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반민특위)'였죠.


안타깝게도 1차 개헌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의 연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피난 간 부산 국회의사당에서 군인과 경찰에 포위된 채로 이뤄졌죠. 개헌 과정 자체가 위헌이었습니다. 2차 개헌은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으로 4.19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죠.


3차 개헌은 4.19 혁명의 결과로 헌정사상 최초로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개헌이었습니다. 의원내각제로 전환되었고,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 유보조항이 삭제되는 등 국민 기본권이 강화되었죠. 헌법재판소와 지방자치제 등 오늘날과 같은 정치의 토대가 3차 개헌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출처 - 중도일보


하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두 독재자 치하에서 이뤄진 5차~8차 개헌은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었습니다. 5차 개헌으로 헌법재판소가 폐지되었고,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한다며 5.16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들이밀어 헌법을 더럽혔죠.

 

6차 개헌은 박정희의 3선을 위한 방책이었고, 7차 개헌이 그 유명한 유신헌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죠. 8차 개헌은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로 들어선 전두환에 의해 이뤄졌는데요, 유신 독재 때와 비교한다면 국민 기본권이 약간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대통령 간선제였고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었죠.


출처 - 프레시안


그러나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법. 1987년 6월 항쟁으로 인해 9차 개헌이 이뤄집니다. 지금 우리가 지키고 있는 헌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했으며 대통령의 국회해산권도 사라졌습니다. 또한 국회의 국정감사권과 헌법재판소가 부활했으며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습니다. 국민 기본권도 폭넓게 보장되었죠.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를 살펴보면 명약관화한 사실이 있습니다. 정권의 치부를 가리고 안위에 집착한 개헌은 언제나 헌법을 망가뜨리고 국민의 권익을 짓밟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힘을 결집해 개헌을 이뤄냈을 때 헌법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법질서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금 정치권이 들먹이는 10차 개헌은 이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하물며 무당 손아귀에 놀아난 대통령과 그 세력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빌미로 개헌을 입에 올린다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출처 - 한겨레

출처 - 민중의 소리

 

민중이 다시 궐기하려 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에서 전국 5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투쟁본부는 "국민의 힘으로 불통정권을 끝장내고 민중의 희망을 열자"고 촉구했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진 세월호 투쟁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진 장기 투쟁, 2015년에 비롯된 민중총궐기 투쟁이 도화선이 되어 4.13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가 달라졌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은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공권력 폭력의 실상을 자신의 죽음으로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권은 개헌이니 뭐니 하며 권력을 잡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만있으면 안 됩니다.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가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합니다. 힘을 모읍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