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군대 등은 정권이 바뀌면 적폐 청산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특히 군대는 군사독재라는 뼈아픈 역사가 있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년 여를 썩다 나오는 곳이라 더욱 관심이 많을 텐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방산비리, 구타, 성희롱, 탈영, 자살 등의 각종 문제로 얼룩진 곳이 바로 오늘날 군대입니다. 그런데 최근 군대가 해괴한 방식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의켰습니다. 군인 중 동성애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있었던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징병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집총을 거부하거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을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있죠. 많은 선진국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개인의 가치관과 인권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마땅합니다. 실제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5월 25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만 15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국민 인권의식 조사'를 벌였습니다. 2005년과 2011년 조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각각 89.9퍼센트와 64.1퍼센트였던 반면 2016년 조사에서는 52.1퍼센트로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0.2퍼센트에서 33.3퍼센트를 거쳐 46.1퍼센트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 인식에 반해 군대 내에서 복무 기간 중 성범죄를 일으킨 대상자도 아닌, 그냥 성정체성이 동성애자인 사람을 굳이 색출하고 집요하게 처벌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를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지시했다니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출처 - KBS


군인권센터는 지난 13일 이한열 기념관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 6항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올해 초 복수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참모총장의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2~3월 육군에서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여 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 약 15명의 진술서를 확보했으며 모두 육군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급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복무 중인 군인이 동기나 후임을 대상으로 동성애적인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일삼았다면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의심된다는 심증만으로 수사를 진행하여 대상자를 색출했다는 것이 관건입니다. 심지어 군은 동성애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트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여 동성애자 중 현재 복무 중인 사람들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을 무릅쓰며 수사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습니다. 이쯤되면 동성애자에 배척에 대한 종교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침해는 참담합니다. 아무런 물증 없이 수사 대상자에게 접근해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강제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 중 동성애자를 지목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지목된 사람과의 성관계 여부를 캐묻고 성관계를 했다는 허위진술을 강요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수사관들은 성관계 시 성향, 체위, 콘돔 사용 여부, 첫 경험 시기, 성 정체성 인지 시점 등 추행죄 구성요건과 무관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수사가 끝나면 이번 일을 계기로 성정체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동성애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고 합니다.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부대에 아웃팅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군대입니까 양아치 집단입니까?


출처 - 뉴스앤조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현행범이 아닌 이상 성정체성만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은 반인권적 범죄행위입니다. 아울러 증거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치에 어긋나는 불법 수사를 군대가 자행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모든 인권침해와 불법수사가 참모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면, 군사독재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육군참모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정확한 사실을 따지고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 명령권자가 누구인가를 떠나 이번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육군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 군대를 둘러싼 적폐가 상상 이상의 분야까지 뻗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군은 당장 불법 수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봐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군법'이 아니라 평시에는 군인이 일반 시민과 같은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입니다. 1919년 4월 13일,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죠.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정부를 선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는 대한민국이 '법치'와 '민주주의'의 힘으로 후안무치한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현재 시점에서 상기할 만한 날입니다.


출처 - 중부매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에 맞서는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습니다. 연통제라는 비밀 행정 체계를 만들어 대한민국 본토에서 독립운동을 도모하는 한편 활발한 외교 활동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기도 했죠. 파리 강화 회의에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일이 이런 맥락입니다. 1940년엔 광복군을 창설하여 실질적인 독립운동의 중심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한 것과 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자주성과 민족문화를 고취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백범 김구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한 대목을 생각해볼까요?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영화를 여럿 만들고, 한류 붐으로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우리.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묵인 속에 미르 재단과 미래창조과학부가 '문화융성'을 한답시고 자행한 일로 대한민국의 국격에 먹칠을 한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김구 선생님께 한없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출처 - 뉴스1

 

김구 선생님은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이 태탕하여야 한다.

 

조기 대선 정국에 4월 폭격설 따위의 가짜뉴스가 판을 칠 정도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더해가는 요즘,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고 햇볕정책으로 평화를 갈망하던 따뜻한 봄날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을 위한 사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휘청거리더니 우리 의지와 상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의 변덕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국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실만 놓고 볼 때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신세가 떠오른다고 하면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요? 백범 김구는 나라 안에 봄바람이 화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의 기반은 무력이 아닌 평화임을 인식하고, 이를 수행할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무겁게 느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2년 뒤면 우리나라는 자주독립과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과연 그때 우리는 어떠한 나라에 살고 있을까요? 한 달 뒤 우리의 선택이 그 날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2.18, 3.1, 4.3, 4.16, 4.19… 날짜만 나열해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압니다. 2.18 대구 지하철 참사,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이 많은 인명이 희생된 슬픈 역사로 간직될 날이 있는가 하면, 민중이 변혁의 주체가 되는 역사의 교훈을 남긴 혁명이 일어난 날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5.18은 어떤 의미인가요?  

출처 - 연합뉴스


올해 5.18은 그 의미를 조금 더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듯합니다. 최근 "나는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장본인 전두환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전두환은 자신이 광주사태의 상처 치유를 위한 제물이라며 억울함을 표현하는 한편 시대적 상황이 12.12와 5.17을 불렀다며 자신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건 시대의 부름이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아울러 그는 5.18은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도 썼습니다. 회고록 출간일이 4월 5일로 되어 있는데 식목일에 나온 '책 같지도 않은 종이 뭉텅이'에 담긴 역사왜곡을 보고 있자니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부터 떠오릅니다.


출처 - JTBC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이 군대를 앞세워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짓밟는 학살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역사적인 항쟁이었습니다. 1982년 보안사령부에서 발간한 '제5공화국 전사'라는 문건을 보면 1980년 5월 21일 새벽 4시 30분 전두환을 비롯해 군 주요 지휘부가 참석한 회의가 열렸으며, 계엄군의 자위권 행사 문제는 그 회의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군을 동원해 시민들을 학살하기로 결정한 최종 의사결정을 전두환이 내렸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법원 또한 '이 회의에서 자위권 행사라고 표기된 무력 동원은 목적과 다르게 내린 내란 목적의 살인'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죠. 포괄적으로는 법원이 전두환 발포의 책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두환 회고록》에서 발포 명령이 없었고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억지 주장이 역사적 사실과 상반됨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 회고록》 발간일인 지난 4월 5일, 5.18 기념재단은 미국 CIA 기밀 해제 문서 분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재단 측은 5.18과 관련된 CIA 기밀 해제 문서 44건을 분석한 결과 5.18에 북한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 6월 6일 CIA 일급 기밀 해제 문서에 "김일성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어떤 위협적 조치도 전두환에게 이용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달 북한은 불개입을 여러 차례 천명하고 확연한 조치를 회피하면서 전두환이 북한의 위협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려는 의도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5.18이 가까워지면 '북한 빨갱이 타령'을 하던 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국 정보부가 북한의 개입이 없었음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상식 없는 자들의 억측과 종북 몰이 때문에 끊임없이 5.18과 관련된 역사적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뼈아픕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무조건 북한 빨갱이 탓이라고 우기는 사람들과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기네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일본 정부가 어떻게 다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5.18을 북한 탓으로 모는 약빨이 점점 떨어진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다른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입과 취직에 대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방식입니다.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됐다는 전단지와 노량진 학원가에 붙어 있다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 최근 SNS에 올라왔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출처 – 트위터(@Kimgrae2359)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된 전단지는 '네가 왜 취업이 힘든지 알고는 있니?' 하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해마다 늘어나는 5.18 유공자 때문에 가산점에 밀려 원래는 네가 취업했어야 할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전단지 뒷면의 내용은 더 기가 막힙니다. 5.18 유공자가 귀족 대우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트위터(@by9CM2hlhT86jlT)


노량진 학원가에 붙은 포스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제목은 더 자극적으로 '공무원 싹쓸이'로 뽑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봐야 5.18 유공자들이 입양까지 하며 혜택을 연명하기 때문에 너희들은 가산점에 밀려 불합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정보는 허위이며 날조입니다. 2006년 공무원 시험 가산점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국가유공자는 10퍼센트, 그 유족은 5퍼센트의 가산점을 받지만 과다합격 문제 때문에 합격률은 전체 합격자의 30퍼센트 이내로 제한됩니다. 게다가 10퍼센트의 가산점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5.18 사망자 또는 행불자 유가족이 아닌 전몰 군경 유가족입니다. 가짜뉴스가 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다던 5.18 유공자 유가족은 국가보훈처 통계에 의하면 183명에 불과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처럼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면 5.18 유공자 운운하는 거짓 프레임에 현혹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헬조선에서 일자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배포된 전단지와 포스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을 비방하던 방식과 똑같은 저열한 수법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겁니다. 3년 전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고 자녀들이 대입 혜택마저 취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싸우게 만든 이상한 우익들이 있었죠. 가짜뉴스의 폐단은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노컷뉴스》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선동을 조장하는 기사를 극우 언론이 2013년을 기해 쏟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납니다. 대한민국의 온갖 구린 사건 뒤에 있는 국정원이 이번에도 뭔가 기획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는군요. 

 

출처 - 노컷뉴스 (사진=여선웅 구의원 제공)

 

얼마 전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15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제목의 가짜뉴스를 올려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죠.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지난 4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배포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방글을 전직 국정원 직원이 최초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여 의원은 "대규모 가짜뉴스의 최초 작성자를 확보한 첫 사례인데다, 그 작성자가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며 "가짜뉴스에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다면, 유포에도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역 갈등에 이어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의 이면에 국민의 분열을 선동하고 있는 세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조작 개입과 더불어 들어선 박근혜 정권은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반통일의 행보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끊임없이 되돌렸습니다. 지난 3월 20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22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대 긴급현안’과 ‘30대 촛불 개혁입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일을 기억합니다. 2016년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1600만 촛불의 염원이 담긴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구속으로 사필귀정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친일의 역사, 유신의 잔재, 군사독재의 폐해에서 벗어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

 

동백꽃 이순덕 할머니께서 지난 4월 4일 오전 7시 30분께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향년 100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이었던 분이시죠. 이순덕 할머니는 16살 때인 1934년에 좋은 옷과 쌀밥을 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에 의해 만주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다 해방 후 사람들에 섞여 귀국하셨다고 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고 이순덕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이른바 관부 재판의 마지막 원고였다는 점입니다. 관부 재판은 1992년 12월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는 야마구치 지방재판소에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이 원고가 되어 약 9년에 걸쳐 진행된 재판을 말합니다. 일본 법원 소재지였던 시모노세키의 한문 표기에서 '관' 자를 따고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부산에서 '부'를 따서 '관부' 재판이라고 부른 겁니다. 이 재판을 위해 한국은 물론 진실을 규명하려는 일본 시민단체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 결과 1998년 4월 사상 최초로 일본 사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정확히는 행위 자체보다 입법부작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인데요. 일본국 헌법 해석상 국회에 침략전쟁 피해자에 대한 전후보상 입법 제정의무가 있는데 이를 태만히 하여 원고인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고통을 받도록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야마구치 지방법원은 이는 여성차별, 민족차별 및 헌정질서에서 허락지 않는 방치상황이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간접적이나마 일본 사법부가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책임과 그에 대한 입법 및 사법 조치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의미가 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1심 판결은 3년 후인 2001년 3월 일본 정부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 뒤집힙니다. 일본 정부의 작심한 항소와 압력으로 히로시마 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든 역사에서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작태가 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출처 – 미디어몽구 트위터


이후 아베 정부의 극우 일변도 행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박근혜 정부가 매국적이고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에 동조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회복은 더 힘들어지게 되었죠. 이런 마당에 외교부 윤병세 장관은 이순덕 할머니의 빈소를 찾지도 않았으면서 직원(정병원 외교부 동북아 국장)으로 하여금 대리로 조객록에 이름을 남기게 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윤 장관 대신 국장이 조문한다"며 "이번 경우도 정 국장이 장관 보고를 거친 뒤 대신 조의금을 전달했으며 이 할머니의 유족에게도 미리 알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직접 장례식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일 때 지인에게 조의금을 전달하여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상주와 유가족을 위문하는 것은 관례이긴 합니다. 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역사의 오점인 위안부 합의를 한 외교부의 수장이 아닙니까? 굴욕적인 합의의 내용을 왜곡해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외교부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낸 것처럼 호도했지만, 실상은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기만 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애초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반성을 요구할 생각 자체가 없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외교부 인사들은 이런 황당한 합의로 일본의 사과를 받아냈다고 주장하니, 이들이 과연 제정신인 인간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병세 장관이 진심으로 이순덕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할 마음이 있다면 장례식장에 와서 잘못된 합의를 한 과오를 뉘우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더 늦지 않게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그럴 마음도 없는 사람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장례식에 대리 조문으로 마음을 쓴 것처럼 이름을 올리니 사람들이 곱게 보지 않는 겁니다. 인두겁을 쓰고 이따위 작태를 보이는 이가 외교부 장관이라니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게 되는군요.


출처 –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 페이스북


이순덕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으로 복귀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주한 일본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소녀상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소녀상 문제(이전)와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권 이행기를 맞아 정보수집에 더욱 힘쏟고 차기 정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 이후 1년이 조금 더 흐른 사이에 벌써 9분의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분 중 남은 생존자는 38분뿐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날로 뻔뻔해지는 일본의 대응에 맞서 차기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분들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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