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 적폐의 원흉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칼끝이 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의 측근들이 줄줄이 그간의 비리를 불기 시작했고 '만사형통'이라던 친형 이상득과 MB의 부인 김윤옥에 대한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 총무기획관이었던 김백준과 민정2비서관이었던 김진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구속한 바 있습니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서는 결정적인 진술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죠.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상득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나눠먹었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입니다. 이상득은 2012년 저축은행 로비 사건 수사 당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1년 2개월 징역을 산 바 있습니다. 2015년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재판 중이지요. 여기에 이어 국정원으로부터 억대 자금을 건네받은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 이명박으로 가는 관문인 이상득으로 국한해도 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만 세 가지인 셈이죠.


출처 - 연합뉴스


형에 이어 MB의 부인인 김윤옥도 국정원으로부터 10만 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당시 보좌했던 전직 청와대 행정관을 불러 수사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과 김희중 실장, 청와대 행정관 등 돈 전달 통로에 대한 소환 조사가 모두 이뤄진 만큼 수수자로 지목된 김윤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지난 17일 검찰이 특수활동비 수사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MB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측근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4일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었는데요, 이 부사장은 다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고 말했다죠. 무슨 마피아도 아니고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가족이 이토록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요.


출처 - YTN


그 가운데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에 국정원 자금을 받아 사용한 배경에 이명박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어디다 쓸지 또한 이명박이 관여했다고 밝혔고요. 김백준은 이명박과 40여 년의 인연으로 집안 대소사를 챙겨 MB집사라 불린 사람입니다. 이에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에게서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출처 - SBS


여기에 이명박이 테니스를 치러 가는 경기도 가평 별장에는 현대건설 직원이 상주했으며 관리비 또한 현대건설 직원이 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테니스장은 MB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현대건설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쩌면 취임 전, 퇴임 후에도 대기업 특히 현대와 모종의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스 또한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죠.


출처 - 경향신문

 

지금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유행어처럼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에 진술하고 있는 자신의 옛 측근들을 탓하고 있는데요. 그간 윗사람으로서의 그릇이 아니라는 평을 들어온 MB답게 연이어 터지고 있는 측근들의 검찰 진술 이면에는 이명박이 사람들을 쓰고 버려왔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걸 보고도 저러고 있나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하죠.

 

 

생각비행은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이뤄진 적폐를 기록한 이 책을 통해 그 시절을 우리가 어떻게 겪어왔는지, 우리가 어떠한 역사를 후대에 남길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특히 미래 세대가 이명박근혜 9년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어, 그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제 다스가 누구 것인지 밝힐 때가 왔습니다. 이명박 적폐 수사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쌓인 적폐에 대한 단죄를 상징합니다. 더욱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김기춘에게는 원심의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던 조윤선에게는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문화계에 지원 혹은 지원 배제를 좌지우지했던 조윤선은 블랙리스트 존재를 모른다던 증언 또한 위증죄로 다스려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박근혜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에서 좌파 배제 국정 기조가 형성됐고 이 지원 배제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며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공모 관계까지 인정되었습니다.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핵심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모든 행위는 정책이 아닌 위법행위라고 적시한 것이며, 이는 박근혜의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또 다른 블랙리스트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고 일선 판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성향을 파악하고 핵심그룹, 주변그룹 이렇게 구분해 개입한 정황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으며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을 뿐 특정 판사와 그룹의 차단, 견제, 고립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건에는 이름, 직책, 연수원 기수, 생년월일, 출신학교, 경력 등은 물론 우리법, 노동법, 젠더법, 인권법에 대한 특성, 보수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회장 역임, 여성친화적 가치관 등 꼼꼼하게도 사찰해 리스트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관리에 방해가 되는 판사 익명 카페 자진 폐쇄 유도 방안 등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리스트를 통해 대법원은 이른바 강성으로 불리는 진보 법관들을 배제하고 보수 법관들을 요직에 추천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은 블랙리스트란 단어가 쓰이지 않았으니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머리기사를 올렸지만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어린아이조차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선 판사들은 여기까지 드러난 이상 특검을 통해 진상조사를 해야 하며 법원행정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으로 행정처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에서도 청와대 캐비닛 문건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선고 전후로 대법원이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판결 전후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연락해 의견을 나누고 정치권, 언론, 법원 내외부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한다는 청와대의 요구에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우회적, 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요구를 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우병우였습니다. 그는 전원합의체라는 특정한 선고 방식까지 요구했는데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그해 4월 국정원 댓글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습니다. 박근혜, 우병우, 국정원, 대법원 등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그들이 얼마나 유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에 따라 이미 사퇴하긴 했지만 이를 대법원 안에서 총괄 지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참여해 청와대와 거래를 한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사조처를 넘어 형사책임까지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만으로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을 두고 대법원이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건 업무 방해, 직권 남용 위반 소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은 사회 최후의 양심의 보루입니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공정히 판결할 때라야 법이 그 사회에서 권위를 가질 수 있죠.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블랙리스트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요즘 많은 주목을 받으며 사회적 이슈마다 인기를 얻고 있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재미있는 청원 글이 올라와 소개해봅니다. 제목은 〈번역청을 설립하라〉입니다. 1월 22일 현재 약 73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으며 2월 7일에 마감됩니다. 이 청원은 말 그대로 외국 콘텐츠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펴내는 국가 기관인 번역청을 설립해 더 많은 국민들이 해외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출처 - 청와대



청원한 사람이 청원 개요에서 밝혔다시피 번역은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받아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이에 따라 시대와 국가를 바꾸는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세 유럽 사회에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의 신문명이 유입되고 오랜 전쟁으로 지배층이었던 봉건영주 대다수가 몰락했습니다. 그 결과 왕권이 강화되어 교권을 능가하면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되었죠. 하지만 신문명인 이슬람의 우수한 콘텐츠를 번역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웠을 겁니다. 또한 종교개혁 당시 라틴어 성경이 각 나라의 사정에 맞춰 독일어, 영어 등 자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서양 문명이 존립할 수 있었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먼 나라의 예를 들 필요 없이 근대 일본이 적극적인 번역으로 서양 문명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한때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근대 일본의 번역 사업은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메이지유신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군사제도나 부국강병에 관한 서적뿐 아니라 태정관, 원로원 같은 권력 기관이 주도적으로 정치, 사상,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책을 번역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힘은 지금까지 이어져 번역 왕국 일본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물론 우리나라에 한국고전번역원처럼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한문, 고어로 된 서적들을 오늘날의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관이 있긴 합니다. 이 작업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만 현재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번역은 주로 한국어로 된 서적을 외국어, 특히 영어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가의 교육 방침과 국민 스스로의 기준은 외국어를 개개인이 직접 공부하여 각자도생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예만 봐도 외국어 공부가 번역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공부했다고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면 오늘날 많은 외국어 학원이 돈을 벌고 있지는 않겠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국어를 직접 배워 해당 국가의 콘텐츠와 정보에 접근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의 외국어 공부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야 합니다. 공교육에서 강조하여 가르치는 영어는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프랑스어는요? 독일어는요? 일본어는요? 수천 개에 달하는 언어를 어떻게 다 배울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 많은 언어를 습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국민 전체에게 도움이 될 정보의 질과 지식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외국어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된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느냐는 소립니다. 인간은 모국어로 사고할 때 가장 창의적이라고 하니 번역에 드는 시간을 연구와 사고의 효율화로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겠죠. 한편 번역청 같은 국가 기관이 생긴다면 출판사나 학계마다 중구난방인 외국어 번역 기준이나 용어 등도 통일성을 꾀하기가 쉬워질 겁니다.

 


출처 - 앱스토리 매거진


서양의 동양학 연구자들은 연구 대상의 동양 고전이 자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으면 고전 텍스트 번역 작업을 우선시한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학, 한국학 전공의 석·박사 논문 절반 이상이 번역으로 채워진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 학계에서는 이런 식의 번역을 학문적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조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되는 콘텐츠의 질은 고사하고 절대적인 양이 너무 적은 편입니다. 

 

출처 - 국제신문

 

앞으로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적용한 구글 번역기가 번역의 대세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질이 높고 많은 양의 해당 언어의 콘텐츠가 필수적입니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시대이기에 우리말로 된 양질의 콘텐츠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진화 속도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거나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아직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우리의 후세대가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번역에 힘을 기울여 양질의 콘텐츠를 쌓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사진이 SNS상에서 공분을 샀습니다.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는 청소노동자의 사진이었죠. 이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민간 고속열차인 SRT를 이용하면서 열차가 역에 들어서자 미리 대기하던 청소노동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분들은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용역회사 직원들인데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객차 길이 간격으로 도열해 허리를 구부려 공손하게 인사한다고 하는데요, 기차가 멈출 때까지 인사를 거듭한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사진을 올린 분은 안전하게 장거리 운행을 마친 기관사와 승무원들의 노고에 드리는 헌사 같은 것이라 생각하려고 했는데 기관차가 지나간 후에도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과잉 친절을 강요하는 어떤 압박이 있지 않았겠나 싶었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 사람들은 청소하는 사람이 무슨 노예도 아니고 저렇게 도열해서 대기하다 인사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노했습니다. 수많은 항의가 들어가자 SRT 운영사는 이와 반대로 왜 인사를 안 하냐는 민원이 과거에 많았다면서 난색을 표했습니다. 청소하는 사람들이면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얘긴데, 참으로 씁쓸한 풍경입니다. 

 

물론 일본 같은 철도 왕국에서도 기차가 떠나거나 들어올 때 인사나 수신호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차에 승차하는 기관사나 승무원 같은 정규직이며,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겠다는 의미에서 하는 인사입니다. 친절까지 비정규직에게 외주를 주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출처 - 매일경제


사실 우리의 민낯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제지인 《매일경제》는 ‘평창가는 첫 길목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기사를 내어 평창 올림픽 경기장을 향해 달리는 KTX 용산역 일대가 폐가 등 낙후지를 그대로 노출하니 임시 가림막이라도 설치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국격을 높일 올림픽이 되레 국가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까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죠. 대체 기자가 생각하는 부끄러운 민낯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마치 전두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민낯이 무엇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기사는 이건 다 용산 재개발이 안 되었기 때문이라며 건설 마피아들을 핥아주기에 바쁩니다. 아무리 낙후된 곳이라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88올림픽 때처럼 또 사람들을 타지로 몰아내어 가둬두고 싶은 걸까요? 정말요?


출처 - 한겨레


그나마 우리 사회가 정상화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기사가 같은 날 나와 다행이었습니다.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안전사고의 원인인 새벽 작업을 앞으로 낮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평균 590건에 달하는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오는 2022년까지 90퍼센트 이상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새벽 작업은 피로 누적의 원인이 되며 밤 거리의 사고 위험 또한 큽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청소 노동자가 쓰레기 수거차 뒷바퀴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죠. 음주운전이나 밤거리 부주의 운전에 의해 숨지거나 다치는 청소 노동자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쓰레기 수거를 새벽이 아니라 낮에 합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은 남이 봐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고 누군가 해야 하는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런 일을 두고 미관 차원이니 어쩌니 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새벽에 일을 시켰던 그동안의 관행이 직업에 귀천이 있는 듯한 오해를 낳는 겁니다. 

 

청소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전 세계가 깨닫게 된 사건이 있죠. 2017년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주요 도시를 열흘 넘게 쓰레기 대란으로 몰고 갔던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약 6500명의 임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자 고용 계약 갱신과 노동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6월 1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정부에 정규직으로 정식 계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은 사이 그리스 주요 도시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 찼고, 무더위 때문에 벌레가 들끓고 악취를 풍겨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노동자 대표들을 만나 계약 연장과 신규 채용 추진을 약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때 정부는 일자리를 구실로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파업으로 인해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난했고, 노동자들은 고조되는 비판 여론과 혹서 예보에 마음을 돌려 결국 일터로 복귀하게 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그리스에서 일어난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를 임금 투쟁 정도로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2010년 이후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재정 지출을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공공 부문에서 정규직 채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는 현재 소방, 환경미화 등 필수적인 부문조차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죠.

출처 - 경향신문

 

청소 노동자가 하는 일이 의사들의 의료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노동이 공중 보건의 가장 중요한 바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노동이 존중받아야 하며 친절마저 외주화하여 강요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넓게 보면 대한민국 안에 사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한 노동자의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일상이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하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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