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대변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로, 인간에 대한 지구의 역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뭔지 잘 몰랐던 분들도 계실 법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피부 각질 제거에 효과 있는 세안제나 치약 속에 든 작고 꺼끌꺼끌한 알갱이 역시 플라스틱인데요, 1mm 미만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마이크로비드(microbead)라고 합니다.

 

출처 - 키즈현대

 

미세 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작게 제조되거나,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됩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하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되는 게 문제입니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합물질이기 때문에 바다를 부유하다가 오염물질과 만나 이전과는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합니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은 주로 강이나 바다의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다음 잡혀서 인간에게 섭취되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음식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로 광범위하게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염전에서 바닷물을 모아 증발시키고 남은 천일염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보고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섭취하여 대변으로까지 검출될 정도라는 건 처음 검증된 일이죠. 오스트리아 환경청이 조사에 참여한 유럽과 일본, 러시아 국적자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전원의 대변에서 마이크로 비드가 검출됐다고 합니다. 10가지의 다양한 플라스틱 유형을 찾는 이번 조사에서 최대 9개의 다른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조사 대상자는 모두 채식주의자는 아니며 6명은 해산물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플라스틱 포장지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거나 플라스틱병에 든 음료를 마셨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류의 50퍼센트 이상이 대변에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인체 소화기관으로 침투해 있다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 수돗물과 바다, 조류에서 발견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어느 정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 플라스틱은 아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인체 위해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대변에서 검출됐다고 해도 인간이 섭취하는 다른 물질과 달리 미세 플라스틱이 대장 세포에 흡수되기에는 너무 커서 단순히 대장을 통과해 대변으로 배설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미세 플라스틱이 혈류와 림프계 심지어는 간으로 유입될 수 있고 체내에 장기간 남아 있을 경우 염증을 유발하고 장의 내성,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동물 플랑크톤에 실험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플랑크톤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생존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발달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기도 합니다. 지구의 먹이사슬에 미세 플라스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인체에 어떤 위해를 끼치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남용은 이명박 정부가 견인하고 박근혜 정부가 완성했습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추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에는 플라스틱 일일 폐기물량이 이례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합성수지를 제외한 플라스틱 종류만 해도 박근혜 정부 이전 10년 동안 431.1톤 늘었던 폐기물량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에만 1454.5톤으로 급격히 늘었죠.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의 환경 관련 규제의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 빨대 사용 자제 등의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고 있긴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그린피스가 발행한 〈바다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The Microbead-Free Waters Act)'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마이크로비즈를 함유한 '세정(rinse-off)'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자외선 차단제처럼 '바르는(leave on)' 제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에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에서도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업계 차원에서 마이크로비즈 추방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죠. 서구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처이기도 합니다. 

 

출처 - Roman Pawlowski / 그린피스

 

하지만 이 문제에 대다수의 기업들이 소극적입니다. 자기네가 사용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범주를 애매하고 좁게 정의하거나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 약속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 한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2015년에서야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을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조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가 2020년 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출처 - CMN


대한민국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더딘 반면 미세 플라스틱의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화장품 산업의 세계 성장 추세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생활용품 및 화장품 시장은 8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하죠. 2015년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액은 26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약 44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약처가 지난 2017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세정과 각질 제거 등 일부 제품으로 제한했다는 한계가 있죠. 미세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은 전체 화장품의 24.5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기초화장품뿐 아니라 색조화장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기초화장품 일부에만 미세 플라스틱을 제한함으로써 미세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제품 중 2.2퍼센트만이 규제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전체 화장품으로 치면 0.56퍼센트 수준입니다.

 

 

출처 - 그린피스

 

한국리서치와 그린피스가 2016년 6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86퍼센트가 기업 주도의 자율적 규제가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무려 응답자의 99퍼센트가 정부 대응이 부족하며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강제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71퍼센트에 달합니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입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 전체 쓰레기 줄이기 등은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할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기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입에 플라스틱을 쓸어 넣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지난 22일 희대의 '갑툭튀' 대리 수상이 있었습니다. 제55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벌어진 일이었죠. TV조선에서 방영된 시상식에서 〈남한산성〉으로 음악상을 수상하게 된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대리 수상인으로 한 중년 여성이 올라왔습니다. 생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지인이거나 영화사 사람 정도인가 싶었는데, 그는 트로트 가수로서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구인 줄도 잘 모르면서 대리 수상자로 올라온 분이었습니다. 조명상도 대리 수상이 이뤄졌는데요, 이 상 또한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성이 대리 수상을 했습니다. 시상식 현장에는 이 상들의 대리 수상을 위해 〈남한산성〉 제작을 맡았던 싸이런픽처스의 김지연 대표가 와 있었는데 왜 연고가 없는 트로트 가수와 정체불명의 남성이 대리 수상을 했던 걸까요?


출처 - TV조선


이는 대종상 측의 무능한 행사 운영 때문이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미국 스케쥴로 올 수 없어 제작사 측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아 한국영화음악협회에 대리 수상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영화나 음악가와 아무 관련 없는 한사랑이라는 트로트 가수가 대리 수상을 하게 된 연유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연락이 안 되었다면 〈남한산성〉의 제작자가 시상식 현장에 있었을 리가 없죠.

 

한사랑이라는 가수 입장에서도 부탁을 받아 대리 수상을 해줬는데 욕을 먹는 입장이 되어버렸으니 황당했겠죠. 조명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조명상도 알고 보니 영화제 측이 대리 수상을 해달라는 조명협회에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대종상 영화제 측의 무능한 행사 운영과 소통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법합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 대종상에 대한 비난이 넘쳤습니다.


출처 – 대종상 영화제


지난 2015년에 대리 수상 관련으로 보이콧까지 일어나 망신살이 뻗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대리 수상이 문제로 불거졌습니다. 관제 영화제의 대표격인 대종상은 예전부터 마치 민방위나 예비군처럼 충무로 고인물들의 호구지책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폐지론이 만만찮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해프닝으로 이런 영화제를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한편 영화제는 아니지만 이상한 시상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 해프닝을 방송한 TV조선의 본사인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청룡봉사상입니다. 올해로 52주년을 맞은 청룡봉사상은 1967년부터 《조선일보》와 경찰이 공동주최해 경찰과 시민을 대상으로 수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을 수상한 경찰의 경우 1계급 특진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경찰의 선행이나 훌륭한 임무 수행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사람들의 상찬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특정한 언론사가 주는 상이 경찰의 진급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언론사가 특진할 경찰을 선정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지난 7월 2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청룡봉사상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린 사람의 말처럼 "조선일보가 홍보하고, 조선일보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조선일보가 대상자를 추천받고, 조선일보가 심사위원을 선정하며, 조선일보가 프레스센터에서 시상하는 상이 조선일보가 주는 상이지 왜 경찰청이 주는 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대종상 대리 수상만큼이나 어이없고 이상한 상이 아닐까요? 이 상이 계속 존재할 경우 경찰과 언론사가 유착 관계를 형성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특히 그 언론사가 고 장자연 리스트 등 형사사건에 직접적인 피의자일 수 있는 오너가 운영하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실제로 이 상의 수상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1972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한 유정방이 수상자였고, 1979년 청룡봉사상 수상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고문기술자인 이근안이 있었습니다. 1981년 수상자에는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 송성부도 있었죠. 이근안의 혐의가 밝혀진 후에도 《조선일보》는 수상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은 불법오락실 업주 비호세력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어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검거한 경찰관들이 수상했는데 그들이 검거한 이들 중 구속된 인원은 절반도 안 됐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 실적 쌓기에 급급했던 경찰들에게 충성의 시혜품으로 하사하는 상이었기 때문이겠죠.


출처 - 미디어스


청룡봉사상이 주최되지 않은 적이 두 번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41회와 42회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찰청이 공동주최를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상은 부활했습니다. 이쯤 되면 청룡봉사상은 군부독재와 극우 정권에 부역한 사람들이 권력자들을 위해 대리 수상하는 어처구니 없는 시상식이 아닌가 싶네요. 더는 이런 시상식이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라도 경찰은 공동주최를 철회하고 특진은 경찰 내부의 제도에 의해 확정해야 할 것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린 이후 최초로 참여자가 100만 명이 넘는 청원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일주일 만입니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합니다. 살인범 김성수는 지난 14일 오전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피해망상을 호소하거나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 피시방비 1000원을 환불해주지 않았다는 둥 붙잡힌 이후 횡설수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내고 심신미약을 주장하려 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조사 결과 범인의 동생은 인터넷 주장과 달리 공범이 아니라 신고자이며, 피의자의 심신에 대한 자료를 위해 평소 병력이 있으면 묻기 때문에 우울증 진단서도 범인이 아닌 아버지가 제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사의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심신미약이나 주취에 의한 감형에 대한 분노가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쌓일 대로 쌓였다가 이번 사건을 기폭제로 폭발한 셈입니다. 생각비행은 1년 전 조두순과 주취감형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주취감형 폐지 청원, 음주가 범죄의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https://ideas0419.com/781



출처 - JTBC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분노로 폭발한 것은 그동안 진짜로 실수했거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정말로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속셈이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주취감형, 심신미약 감형을 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조두순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범죄자가 자신의 죗값을 이런 이유를 들먹이며 가볍게 만들었습니까? 죄를 짓고도 술 핑계를 대면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어도 풀려나오는 범죄자들을 뉴스에서 수두룩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참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다행히 주취감형에 대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고 직접 말한 바 있고, 국민들 역시 주취감형에 존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주취감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8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의견을 보인 바 있습니다. 입법과 법리 다툼과는 별개로 음주에 의한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법감정과 사회의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2013년 성범죄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의 경우도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를 비롯한 심신미약입니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있으면 쉽게 사람을 죽인다' 같은 오해가 퍼지게 된다면 자칫 선량하게 살고 있으나 실제로 정신적으로 아픈 분들이 사회적인 소외를 당하거나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강조하지만 주취감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신미약 문제와 관련해 도려내야 할 이들은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과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의미라면서 잘못된 보도와 소문이 정신질환자들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심신미약은 기본적으로 정신의학의 개념이 아닌 형법상에 존재하는 법률상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심신미약 상태의 결정은 정신질환의 유무가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의의 정신감정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문제입니다.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격장애자에게도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의식은 있다고 합니다.


출처 – MBC 유튜브


최근 법원은 우울증 치료 전력이나 정신 병력이 있다 해도 범행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사회적인 쟁점이 되지 못한 사건,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의 사건에까지 이런 일관성이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시방 사건과 마찬가지로 강서구에서 일어난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 피살사건의 피의자는 남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딸들이 가해자인 아버지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원을 올려 충격을 안겼습니다. 딸은 청원 글에서 엄마가 끔찍한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하고도 아빠에게 지속적인 살해 협박을 받아왔으며 치밀한 범행으로 엄마를 죽였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평소 엄마를 죽여도 6개월이면 나올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합니다. 심신미약을 이용해서 감형을 받겠다는 속내를 밝혀왔다는 거죠. 이 사건은 딸이 나서서 아빠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원을 할 정도로 심신미약이 사회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 뉴스1


경찰은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를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보내서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실시해 심신미약을 판단할 계획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심신미약으로 감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려면 환각이나 환청 같은 게 들려서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를 때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울증약을 먹은 정도 가지고는 심신 미약이나 심신 상실이 인정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라는 단체는 살인범 김성수에 대해 "심신미약을 빙자해 형량을 줄이려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비판하면서 "살인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의를 표하며 가해자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는 "정확한 사실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신질환이 있다면 기사의 제목은 '조현병 환자, 칼로 경찰관 찔러' 등과 같이 작성되며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하여 배제와 격리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신장애 당사자의 삶"이라며 사회적 환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심각한 범죄가 계기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와 지원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정신질환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오용 또는 남용하는 이들이 앞으로 더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경계와 비판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젊은이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두신 부모님들은 요즘 하루하루 분노의 연속이실 겁니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3~2017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출처 - YTN

 

동탄의 환희유치원의 경우 13건의 비리가 확인됐는데 교비 부정사용 내역 중 루이뷔통 명품 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 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금액이 5000만 원이고, 원장의 아파트 관리비, 벤츠 등 차량 유지비는 물론 숙박업소, 술집,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성인용품을 사는 데도 교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겼죠. 환희유치원 원장은 1000만 원이 넘는 월급을 한 달에 두 번씩 받고 각종 수당을 챙기는 등 2년 동안 약 4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정 수령한 교비가 무려 7억 원에 달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교육 당국은 지난 1월 유치원 원장을 파면하고 2년간 부정 사용한 금액을 환수하도록 처분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당국의 미온적인 처분과 관리에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파면은 했는데 원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파면된 원장이 유치원에 영향력을 여전히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그간 부정하게 쓰인 교비가 2년 동안 아이의 식비와 교재비에서 빠진 것일 터이므로 그만큼 못 먹고 못 배웠을 아이들 생각에 부모님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비리 유치원의 경우 200명의 원생에게 먹일 닭곰탕을 단 3마리로 우려냈다고 하죠. 이렇게 부실한 음식을 먹고 지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부모님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만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원비 등을 설립자나 원장이 쌈짓돈처럼 쓴 사례가 수두룩하게 공개되자 회계, 인사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꾸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교육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비리는 끝없이 반복된 해묵은 난제인데 교육 당국이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까닭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집단행동과 로비가 강한 탓에 표를 기대하는 교육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을 유치원에 도입하기로 했으나 2017년에 유치원 원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흐지부지된 경우가 있습니다. 감독 기관이면서 이를 수수방관한 교육부 관료들의 문제가 많은 건 말할 것도 없죠.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 지원금 등으로 한 해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는 에듀파인이라는 국가회계시스템을 쓰지만 사립유치원은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 등으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회계시스템도 없이 원장이 자기 멋대로 회계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2조나 되는 정부 돈을 받아 쓰면서 감사를 받기 싫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게 싫다면 유치원이 아니라 정말 자기 돈으로 운영하는 사설 학원을 운영하면 될 일입니다.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비롯한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여전히 사태를 덮기에 급급합니다. 어떤 유치원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무혐의 받은 부분만 공개하고 나머지 경고 등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조처는 공개하지 않는 식의 꼼수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는 정부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뻔뻔하게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심지어 충남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좌파 국회의원, 좌파 시민단체가 공모해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모는 노이즈마케팅이라는 주장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유치원은 2016년 교육청의 경고 처분과 함께 260만 원 회수 조처를 받은 곳입니다. 감사 결과 4대 보험 가입조차 시키지 않는 등 잘못이 한두 개가 아니었죠.


출처- 서울신문


한유총은 한술 더 뜹니다. 사회 여론의 전방위 압박이 펼쳐지자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송구하다면서도 억울하다는 알맹이 없는 사과만 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적반하장격으로 정부의 회계 감사 기준이 사립 유치원과 맞지 않아 비리라는 오명을 썼을 뿐이라는 둥 그간 사립 유치원에 유리한 주장을 계속 얘기할 뿐이었습니다. 제도가 잘못되어 생사람을 잡는다던 비대위원장조차 알고 보니 회계부정 비리 유치원의 설립자였습니다. 회계 부정 등이 적발돼 4억 원 가까운 돈을 토해냈던 유치원의 설립자가 이번 사태를 수습할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걸 보면 한유총과 사립유치원의 수준과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유총은 국내 최대 로펌을 동원해 이번 비리 사립유치원을 공개한 박 의원에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 MBC


이런 어이없는 대응 탓에 학부모 단체를 비롯한 여론은 폭발 직전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치원 비리를 척결해달라는 청원이 5일 만에 100건도 넘게 올라왔습니다. 정부도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가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부는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사립 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사립유치원들의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현재 유치원에 지원되는 지원금 형식을 법을 개정해 보조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원금과 달리 보조금은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리가 적발되면 처분받은 어린이집 이름과 처분 결과, 대표자 이름, 원장 이름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강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국 유치원 감사 보고서 실명 공개(MBC) : http://imnews.imbc.com/issue/report/index.html


지난 12일 MBC가 홈페이지에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하루 만에 조회수가 117만 건이 넘었습니다. 그러자 유치원들은 단체 톡방에 MBC 취재에 응하지 말라며 유치원 비리를 제보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을 못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전근대적인 시스템과 전근대적인 비리 그리고 부실한 대응, 오늘날 우리 아이들을 맡고 있는 사립 유치원의 단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민 10명 중 9명은 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 전면 공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88.2%가 '어린이 교육 관련 비리는 보다 엄격하게 처리해야 하므로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물론 연령·성별·이념성향·정당지지층 등 구분에 상관없이 찬성 여론이 90% 전후로 높았습니다. 특히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30대에서는 찬성이 97.3%인 반면 반대는 0%로 조사됐다고 하죠. 이제 더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갈 수 있고, 학부모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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