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신임 이사진이 구성되어 첫 이사회를 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세월호합동분향소였습니다. 최승호 사장 이하 본부장 등 7명은 분향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께 헌화했는데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방송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들로 가득 찼던 MBC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그들의 세월호 참사 왜곡 및 유가족 헐뜯기는 차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그 언론장악의 희생자였던 최승호 PD가 MBC의 사장이 되었으니 MBC를 근본부터 쇄신하기 위한 첫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그 적폐들이 해임되어 파업도 끝이 났지만 MBC 전임 사장들이 싸질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유능한 언론인들은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자르더니 기자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력기자라는 사람들을 헐레벌떡 채용해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의식도 균형감각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근혜 정권 비호 뉴스들만 쏟아냈습니다. 한때 뉴스의 대명사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으로서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언론사의 얼굴인 뉴스가 이 정도였으니 기타 제작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죠.


출처 - 뉴스1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에 이어 부사장에 변창립 아나운서 등 각 본부장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직도 개편하여 보도본부 내에 탐사보도부를 신설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라 해체됐던 교양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격상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또 뉴스콘텐츠센터를 설치해 영상취재부의 기능을 부활시켰고 프로그램 제작본부는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MBC 최승호 사장은 MBC재건위원회를 통해 MBC 정상화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MBC의 얼굴이었던 〈뉴스데스크〉에 먹칠을 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8일부로 교체되었고, 십수 명에 이르는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이와 맞먹는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만든 책임이 큰 신동호 아나운서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같은 8일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6명은 모두 MBC로 돌아왔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들의 복직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겼습니다. 부당 해직 기간에 병을 얻은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전임 안광한 사장이 만든 MBC의 유배지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유배지 등 비제작 부서로 밀려났던 기자, PD 등이 제작부서로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선'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환골탈태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MBC에 남아 있는 적폐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MBC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정권의 비호가 사라졌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보입니다. 1인당 3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총 20억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내지 않은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오늘(14일) 아침 보건복지부가 밝혔습니다.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 5500만 원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낸 8800만 원을 뺀 1억 670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주대병원은 이를 결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자기 칭찬에 바빴던 이명박과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한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내지 못한 치료비를 모른 체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정부 홍보는 할 대로 다하고서는 정작 영웅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은 겁니다. 수십조를 4대강에 퍼붓고 자원외교로 탕진할 시간은 있었어도 국민을 살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겁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더 노골적이었죠.

 

      출처 - MBC 〈PD수첩〉

 

지난 12일 〈PD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헤쳤습니다. 아울러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퇴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MBC가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몰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언론장악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을 거친 지금에 이르러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잘못이 산재해 있어 단숨에 정상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호전되어 가는 MBC를 보며 KBS가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제 돌파구가 보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게 해임 사전 통보를 하고 해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1명의 자리만 바뀐다면 KBS 노조가 요구하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KBS 파업 사태도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MBC와 KBS를 응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의 특혜 속에서 개국한 종편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국내 언론·방송계의 문제를 연이어 다뤘습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만 3년간 공백 상태였던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 법안이 향후 방송광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미디어렙법 수정안은 찬성 150표, 반대 61표, 기권 12표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미디어렙법 수정안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종합편성채널의 렙 위탁 3년 유예(승인기준)
- 공영방송(MBC포함) 공영렙 지정
- 민영 미디어렙 최대 지분 40페선트 이하 허용 및 지주회사 출자 금지
- 중소방송에 대한 연계판매(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이상)

이로써 지금처럼 광고를 자유롭게 수주할 수 있는 종편 채널은 특혜를 계속 누리게 되었고,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언론사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은 곤란해졌습니다. 종편은 출범부터 1퍼센트 이하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지상파와 비교해 70퍼센트 수준의 광고비를 요구한 까닭에 많은 기업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번 미디어렙법 통과로 말미암아 앞으로 2년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1퍼센트도 보지 않는 종편이 단 1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움직이는 사이에 기존 언론·방송 매체들은 이명박 정부에 휘둘리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로 KBS, MBC, YTN을 장악한 다음 정부의 입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고 방송인들을 억압했습니다. 언론·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옳은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던 뜻있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기발령과 해직뿐이었습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는 정부기관의 광고를 수주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언론과 방송이 탄압을 받으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때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의 영향으로 해직 기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안언론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지금은 <뉴스타파>와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방송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대안언론의 필요성과 미래를 고민해보겠습니다.


방통위 출범으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지

2008년 2월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를 모델로 삼아 발족한 이 기구는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방송·통신, 주파수 연구 및 관리와 연관된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의결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작부터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방송, 통신 등의 정책을 수립하는 기구가 대통령 직속 기구라는 것 자체가 언론인들로서는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EBS의 의결기구인 이사회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를 추천할 권한이 있었습니다. 이는 곧 간접적으로 KBS, EBS, MBC를 지배할 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2012년 초까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활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언론장악에 가장 큰 힘을 보탤 사람이라고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미디어오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방송 장악은 발동이 걸렸습니다. 우선 국가기간방송법을 통해 KBS를 장악했습니다. 국가기간방송법은 국회에 국영방송 인사 선임과 예산편성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인데요, 예산과 인사를 통해 KBS를 장악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일어나면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의지는 더욱 확고했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연주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해 물러나게 한 다음 이병순 사장을 영입했고,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를 압박하여 엄기영 사장을 퇴진하게 하고 후임으로 김재철 사장을 영입합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은 YTN에 압력을 넣어 이명박 캠프에서 언론특보로 활동했던 구본홍을 사장으로 내정하기도 했지요.


낙하산 사장으로 재갈 물린 언론

이명박 정부는 이렇듯 낙하산 인사로 방송사 사장들을 포진시킨 다음 본격적인 방송 장악 활동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KBS, MBC, YTN에선 정부 시책에 반하는 내용의 기사와 탐사보도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YTN의 자랑, 《돌발영상》이 사라졌습니다. 《돌발영상》은 시사 관련 뉴스 영상을 적절히 편집하여 풍자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명박 정부를 풍자하는 내용을 방영하자 몇 번에 걸쳐 경고를 받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멜라민 발언을 꼬집는 영상으로 말미암아 결국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돌발영상, "어 멜라민이란 말이 없네" 


탐사보도의 강자였던 MBC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움직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를 소재로 다룬<PD수첩>의 피디들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오랫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또한 검사와 스폰서 사건을 파헤쳐 검사들의 비리를 다룬 피디는 보직을 변경시켜 탐사보도를 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결국 <PD수첩> 피디 대부분이 물갈이되거나 젊은 피디로 교체되었을 뿐 아니라 간부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들의 노트북을 검사하고 서랍을 뒤지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PD수첩> 이외에도 <뉴스 후>를 비롯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축소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YTN과 MBC의 기자와 PD는 파업을 벌여 언론 장악 움직임의 부당함을 알리려 했으나 파업을 주도한 기자와 피디가 해임되는 바람에 YTN과 MBC에서 이명박 정부에 반하는 내용의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안언론의 가능성을 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이토록 철저하게 이명박 정부가 언론·방송을 장악하자 몇몇 신문과 언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기는커녕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고 선전하는, 정권의 하수인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마침 <나는 꼼수다>가 인터넷 미디어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IN》 기자 주진우, 제17대 국회의원 정봉주가 정치·사회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나는 꼼수다>가 인터넷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큰 반향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팟캐스트 세계 1위에 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나는 꼼수다>가 이와 같은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스마트폰 사용자의 급증으로 수요가 있었고, 기존 언론에 실망한 국민의 불신도 한몫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얻자 유사한 팟캐스트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꼽사리다><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이슈 털어주는 남자> 등 여러 종류의 팟캐스트가 생겼고 저마다 색깔을 드러내며 다양한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존 언론·방송이 전해주지 않던 각종 문제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런 정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공유하고 확산시켰습니다. 


대안언론의 등장, <뉴스타파>와 <제대로 뉴스데스크>

다양한 시사 팟캐스트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대안언론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비싼 장비나 많은 인력과 엄청난 자본이 없더라도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확산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지요.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언론 뉴스가 아니라 집이나 작은 스튜디오에서 만든 내용의 뉴스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2012년 사업으로 시작한  <뉴스타파>는  방송기자 출신이 직접 기획 단계부터 취재·편집까지 담당하는 인터넷 언론입니다. 이들은 음성 대신 특기인 영상을 택했습니다. <뉴스타파>에는 YTN <돌발영상>의 노종면 해직기자, 권석재 YTN 촬영기자,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 변상욱 CBS 대기자, 박대용 춘천문화방송 기자, 박중석 KBS 기자, 미디어몽구 등이 참여했습니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지향하며 뉴스를 만들고 있는데요, 첫 회에 방영한 선관위 디도스(DDos) 사건 관련 뉴스는 많은 이가 호평했습니다. 그간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선관위 디도스 사건을 꼼꼼하게 취재하여 공중파 방송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뉴스타파 1회

최근에 <뉴스타파>와 유사한 또 하나의 대안언론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총파업을 벌인 MBC 노조 기자조합원들이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그간 언론 통제로 망가졌던 <MBC 뉴스데스크>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만든 대안언론입니다. 첫 회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된 정수장학회 비리를 다뤄 기존 방송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뉴스타파>와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각에선 한국판 '애리조나 프로젝트'라고 평가합니다. '애리조나 프로젝트'는 1976년 미국 애리조나 지역의 비리를 캐기 위해 활동했던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탐사 전문기자 돈 볼스의 활동을 기리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애리조나는 마피아, 공무원, 사법부 등이 얽힌 부패가 심각했는데요, 이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던 돈 볼스는 사망에 이르고 맙니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의 언론인들은 돈 볼스가 생전에 만든 미국탐사보도협회(IRE)를 중심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고는 6개월 동안 돈 볼스가 하지 못한 취재를 이어나간 결과, 23일간 보도할 수 있는 기사 40건이 마련되어 신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합니다. 

비록 <뉴스타파>와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전국에서 모인 언론·방송인이 결집해서 만든 방송은 아니지만, 해직 언론인들이 자발적으로 완성도 높은 뉴스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리조나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기존 미디어의 생리와 다른 형태의 대안언론을 가능케 했습니다. <나는 꼼수다>에 길든 청취자가 언론과 방송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추게 되었기에 두 프로그램이 쉽게 정착할 수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대안언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뉴스타파>는 보도 내용을 심화하기 위해 신문과의 협력도 모색한다고 합니다. MBC 노동조합은 <제대로 뉴스데스크> 이외에도 기술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시사매거진 2580> 등의 형식으로 한 주에 여러 차례 뉴스를 방송할 계획이며, 시사교양 피디 10여 명이 <파워피디수첩>을 기획해 동시 다발로 취재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방송을 선보일지 기대해야겠군요. 모쪼록 한겨레 정재권 논설위원의 논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애리조나 프로젝트 정신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해봅니다.


MBC 시사교양국의 간판이자 한국 탐사보도의 상징인 <PD수첩>의 안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건국 이래 한 해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한국경제처럼, 권력층의 치부를 드러내고 비리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PD수첩>이 한시도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없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근 MBC의 행보를 보면 이번 정권 들어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더 위험에 빠진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PD수첩 ‘수난시대’(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521, 기자협회보)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1년 됐다'고 다른 데로 보내면?" [인터뷰] 최승호 PD "비판 저널리즘 질식 시스템이 갖춰졌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303221627, 프레시안)

‘PD수첩’, MB무릎기도사건 끝내 불방(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739404, 노컷뉴스)

스폰서 검사를 폭로하여 2010년 올해의 PD상을 받은 최승호 PD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인사이동하더니, 지난 8일 생생 이슈 코너에 방영하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은 시사교양국장 지시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사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언론은 그 존재가치가 무색합니다. 그래서 현대 저널리즘에서 탐사보도에 바탕을 둔 '폭로'는 사실을 알리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죠.

폭로 - 사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가치

잡지 연재 초기에 스탠더드 오일을 폭로하는 기사에 대한 찬사가 꾸준히 이어졌다. 타벨은 헨리 데마레스트 로이드에게 받은 찬사에 답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제가 하는 일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니 참으로 기쁩니다. 저는 양쪽의 입장을 치우치지 않게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동조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제가 가진 목적을 끝까지 고수하려 합니다.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_360p

아이다미네르바타벨어떻게한명의저널리스트가독점재벌스탠더드오일? 상세보기

그런 의미에서 <PD수첩> PD들의 인사이동 조치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의 중지를 명령한 시사교양국장은 스스로 언론의 본령을 훼손한 셈입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따분한 시사 프로그램도 관심 없어, 그렇게 밤늦게 하는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누가 본다고... 난 <무한도전>이랑 <나는 가수다>만 보면 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나만..."이라고 외쳤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가 말해줍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항변해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르틴 니뮐러

Ahlul Bayt 뉴스 에이전시에 따르면 2011년 3월 4일자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골드만 삭스를 통해서 페이스북을 170조 원에 현금으로 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체 왜 석유로 잘 먹고 잘사는 사우디 국왕이 뜬금없이 페이스북을 천문학적인 현금으로 사겠다고 한 걸까요? 그 이유는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 민주화 혁명을 분쇄하기 위해섭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중심으로 혁명세력이 결집하고 혁명주도 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막아 혁명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이지요.

'석유'와 '페이스북'과 '혁명', 그리고 '민주화'. 이처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일도 가만히 따져보면 연쇄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 <PD수첩>이 사라지면 다음에는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아니 위험해진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 <PD수첩>과 <무한도전>의 PD들이 '세트로 묶여' 위협받아 왔으니까요. 딱딱한 저널리즘으로 '진실'을 지키는 일이 결국은 온 국민의 피로를 풀어주는 '웃음'을 지키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 여러분, <무한도전>을 사랑한다면 <PD수첩>을 지켜내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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