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해 에너지 산업,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12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의결하고 이를 발표했죠.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매 분야를 단계적으로 민간개방하고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도입, 도매 시장도 2025년부터 민간직수입제도를 통해 개방하는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담당하는 분야를 민간에 대폭 개방하겠다는 겁니다.


출처 – SBS

출처 - 경향신문


명목상 수명을 다하여 자본 잠식에 들어간 석탄공사 같은 경우가 있긴 합니다. 이번 발표로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기능은 단계적으로 축소돼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 등 국민의 기본공공재는 얘기가 전혀 다릅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핑계로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와 한전 KDN, 가스기술공사 등 공공기관 8곳을 내년 상반기부터 주식시장에 상장할 방침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이런 기관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주주들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고 그들의 배당금을 높여주려 할 테니 당연히 가스비와 전기요금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출처 - 브릿지경제

 

전기 민영화로 서민이 피해를 본 사례는 세계적으로 목격되었습니다. 최근 국민투표 결과 EU에서 탈퇴하기로 한 영국 사회를 한번 살펴볼까요?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3년 동안 소비자 전기요금은 12.7퍼센트 올랐지만, 요금 규제를 폐지한 2004년 이래 전기요금은 2년 만에 무려 51.7퍼센트가 올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998년 미국 최초로 전기를 완전 민영화했죠. 그 결과 화력발전소를 산 에너지 회사들의 담합으로 전기요금이 무려 70배나 올랐습니다. 게다가 전기 발전소 수리를 핑계로 수많은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2000년과 2005년에 정전 사태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스포츠경향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사업 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소비자란 일반 시민이 아닌 해외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민간업자들을 말합니다. SK E&S, GS에너지, 포스코, 중부발전 같은 에너지 직수입 민간업자들이죠. 에너지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해외에서 전량 사와야 하니 사오는 그들도 소비자라면 소비자라는 식의, 참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다. 

 

국내 전기요금은 현재도 원가 이하여서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더라도 요금을 더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 전기요금이 급상승했던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가스공사는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만일 민영화 추진으로 구매력이 분산된다면 국내 기업 간의 경쟁으로 되레 가스 도입 단가가 높아질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민영화로 편익을 누리려는 에너지 수입업자들은 국내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 가스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수익을 보전하려 할 테니 결국 진짜 소비자인 서민들의 에너지 지출은 점점 더 늘어날 뿐입니다. 지금도 공공요금이 부담스러운데 말이죠.


출처 - 디지털타임스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무능한 낙하산 기관장들이었습니다. 보은인사로 곳곳에 꽂아넣은 전문성 없는 기관장들이 탐관오리처럼 방만한 경영을 한 잘못은 그대로 두면서 공공기관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민영화를 꾀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맛있는 살을 다 발라먹은 것도 모자라 뼈마저 우려먹겠다는 심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기관과 공기업을 필두로 4대강 사업, 해외 자원개발 등 국가 예산을 탕진하고 자기네 배만 불린 일이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전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 공항, 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출처 – 박근혜 공식 트위터


출처 - 프레시안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공공이 51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가지는 형태의 상장이라며 상장과 민영화는 다르다는 논리를 펼쳤죠. 산업은행 등이 조선업 부실 기업들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조 원을 퍼준 마당에 공공이 51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가진다고 해서 공공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 국민은 이명박근혜 정권에 너무 많이 속았습니다.


출처 - SBS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시장개방과 경쟁에 따른 인하 효과 역시 교언영색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장개방은 특정 대기업의 서비스를 장악으로 이어져 오히려 경쟁이 제한되고 서민들은 각종 요금폭탄의 부작용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큽니다. 이동통신 3사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결합상품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던 주장과 달리 애초부터 높은 기본요금 탓에 약간 싸졌다는 착시효과를 유발했을 뿐입니다. 전기와 가스 부문도 이런 착시효과를 유발해 국민을 속일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역사학자 전우용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추진 방침에 대해 "눈 뒤집힌 도박꾼이 마지막에 들고 나가는 게 집문서고, 부패한 권력이 마지막에 팔아넘기는 게 나라 재산"이라고 지적한 뒤, "눈 뒤집힌 도박꾼은 자식까지 망치고, 부패한 권력은 후손에게까지 고통을 떠넘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낙하산 인사, 에너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건 다름 아닌 이명박근혜 정권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환율 조작과 법인세 인하, 부동산 투기 정책 등을 통해 99퍼센트의 부를 단 1퍼센트의 재벌들이 빨아먹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정부가 한전산하 발전회사들과 가스공사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한 것은 각종 재벌로 하여금 에너지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장을 마련해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상 '공기업의 민영화'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죠. '국민 재산의 사유화'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공기업 정상화는 이 지경을 초래한 책임자들과 단물을 빨아먹은 자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으로부터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폭군이 된 수 양제

수 양제, 수나라 마지막 황제, 양제, 수나라수 양제



중국 역사를 보면 '폭군'으로 평가받는 왕이 많습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해 왕조를 세운 진시황제도 그렇고, 고구려에 쳐들어온 수나라 2대 황제인 양제도 그렇습니다. '양제(煬帝)'라는 시호에서 '양(煬)'은 '녹다' '불사르다'라는 뜻으로, 중국 역대 왕에게 붙은 시호 가운데 좋지 않은 순위를 꼽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랍니다.

수 양제가 '폭군'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대표적이죠. 중국을 잇는 대운하 공사는 그 규모가 실로 엄청났습니다. 수 양제는 운하를 건설하면서 그 옆에 대로를 만들어 나무를 심고, 운하가 지나가는 중간에 40여 개의 행궁을 지었습니다. 이 사업에 1억 5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민심은 크게 동요했습니다. 세 차례에 걸친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나자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이 일어났고, 결국 수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수 양제가 일으킨 대규모 토목공사의 결과물인 대운하는 중국 남쪽의 장강과 북쪽의 황허 강을 연결함으로써 남북 융합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규모 사업에 따른 민심의 동요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공사를 감행했으며, 대운하를 자신의 유희 공간으로 사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죠. 그 결과 폭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4대강 사업과 MB정부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MB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벌였습니다. 임기 내 치적사업으로 삼으려는 탓에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고 무리한 공기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게다가 여름 장마를 피해 보 설치를 완료하고자 밤낮으로 작업을 서둘렀죠. 결국 안타깝게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구미와 광주 지역에 단수 사태를 빚어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4대강 본류에 섣부르게 손을 댄 탓에 지류마저 정비해야 한다고 하니 공사 규모는 처음 예상과 달리 점점 커져 엄청난 국고가 동원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애초에 4대강 사업은 시작하기 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훼손할 때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채 MB정부는 막무가내식 삽질로 공사를 밀어붙였습니다. 어떤 공사라도 진행 중에 여러 차례 경고의 징후가 나타나면 일단 작업을 중지하고 과연 그것이 잘하는 일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MB정부는 대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인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노동자가 죽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 탓으로 돌아갑니다.

4대강 사망사고 18건 가운데 지금까지 경찰 또는 노동부가 건설사 법인이나 현장소장을 입건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6건이다. 그러나 입건 이후 건설사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직 협상 중이거나 협상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4건을 제외한 사망자 15명의 유족들 모두 "향후 어떤 명목으로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겨레》 2011년 6월 2일자

지금까지 4대강 공사현장에서 숨진 사망자는 낙동강 17명(16건)과 한강 3명(3건), 금강 1명(1건) 등 21명(20건)에 이릅니다. 올해에만 벌써 13명이나 되는 아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뒤따를지 걱정입니다. 국민의 혈세로 진행하는 사업이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통탄할 일을 자행하는 MB정부의 만행을 막아야 합니다. 분명히 MB정부와 한나라당은 수 양제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을 둘러싼 의혹

세빛둥둥섬은 2006년 한 시민의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시가 기획한 인공섬입니다. 서울시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계획을 잡고 3개의 섬-비스타(Vista), 비바(Viva), 테라(Terra)-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 시작한 공사는 2010년 6월 비스타를 완공함으로써 끝났습니다. 제1섬인 비스타에는 공연장과 달빛산책로가 있습니다. 공연과 문화의 섬인 셈이죠. 제2섬인 비바는 문화체험 시설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담당합니다. 제3섬인 테라에는 수상레저 시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응원지로 세빛둥둥섬을 지정하여 소개했고, 2011년 5월 21일 전망공간을 개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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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은 662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계획되었으나 ‘미디어아트’ 섬을 계획에 추가하고 구조체 형식을 보다 안전하게 바꾸는 등 안정성을 고려한다고 하여, 실제로는 964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서울시는 "공연, 컨벤션, 전시를 중심으로 레저, 축제 등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레저시설로 조성될 '플로팅 아일랜드'는 안전과 한발 앞선 기술, 다채로운 콘텐츠 확보를 통해 올 상반기 시민이 기대해도 좋은 문화공간으로 탄생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여, 시민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빛둥둥섬이 완성되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자, 애초에 발표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세빛둥둥섬과 관련하여 서울시가 사업시행자가 빌린 돈을 갚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하는 등 각종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뉴스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CBS에 따르면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과 관련하여 서울시와 민자회사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다고 합니다.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 사업협약서' 제64조 1항을 보면 "한강사업본부는 사업시행자와 대주단간의 본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차입계약(재차입계약 포함)의 체결, 대주단의 대출실행 및 대출채권의 관리, 상환 등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이에 적극 협조한다"고 적혀 있고, 같은 조 2항에는 "대주단이 대출실행 및 그 관리를 위해 본 사업의 소유·운영권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을 사업시행자로부터 설정받고자 할 경우 한강사업본부는 사업시행자와 대주단의 등록신청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고 대주단과 대주단의 권리를 승계한 자를 보호한다"고 나타나 있다. 
-《노컷뉴스》2011년 6월 2일자

다시 말해 서울시는 사업시행자가 건설을 위해 돈을 빌리고 갚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업시행자가 돈을 빌리고 갚는 일까지 도와줘야 할 만큼 '플로섬'이 부실한 회사인지 궁금하고, 부실한 회사였다면 왜 그런 사업자를 서울시가 선정했는지도 의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 협약서상의 재무모델을 보면, 플로섬은 예상수입금액을 책정하면서 대관료와 주차요금을 해마다 4%씩 상승키로 했다. 이중 주차장 200면에 대한 부지는 서울시가 플로섬측에 무상으로 제공한 것인 만큼 시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서울시와 플로섬이 계약한 월 임대료는 8억 6천여만 원인 데 반해 플로섬이 실제 운영을 맡긴 'CR101'과 맺은 임대차 계약서상에는 월 임대료가 2억 2천여만 원 늘어난 10억 8천여만 원으로 나타나 있다. 이른바 '가격사슬'의 끝에 놓인 시민들만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노컷뉴스》2011년 6월 2일자

새빛둥둥섬 사업을 하면서 플로섬은 전체 사업비의 82.8퍼센트를 대출금으로 이미 끌어썼음이 드러났습니다.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 사업협약서'에 나와 있는 재원 조달계획을 보면 총 사업비 964억 원 가운데 플로섬의 자기자본은 165억 원이고, 나머지 799억 원은 금융기관차입금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플로섬이 세빛둥둥섬을 운영하는 25년 동안 이자로 지출할 금액은 1196억 6300만 원으로, 총 예상 지출 금액인 4271억 400만 원의 28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러니 '특혜둥둥섬'이라 한들 틀린 말은 아닐 듯합니다. 의혹은 또 있습니다.

서울시가 SH공사의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세빛둥둥섬에 대한 총 사업비를 감추려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빛둥둥섬이 전액 민자로 964억원에 조성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정태 서울시의원(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사업 공사원가심사 현황’ 자료를 보면, 총 사업비는 1053억1100만원으로 조정됐다. 김 의원은 “총 사업금액에 따라 플로섬 지분 29.9%를 갖고 있는 SH공사의 투자금액도 달라진다”며 “총 사업비가 964억 원이라면 SH공사는 285억여 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1053억여 원이라면 투자금도 314억여 원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빛둥둥섬 부속시설인 미디어아트갤러리 조성 사업에 당초 계획보다 14억여 원 늘어난 171억 2000만원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업비로만 1224억 3000만 원이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향신문》 2011년 6월 2일자

애초 계획은 수익형 민자사업이었으나 그 정체를 들여다보니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게 없군요. 결국 시민의 돈으로 짓고, 서울 시민의 혈세로 메워야 할 돈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플로섬은 준공 예정일인 2010년 3월 31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해 이행지체 보상금 71억 원 상당을 물어내야 하지만, 서울시는 '불가항력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조차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플로섬의 전체 지분 가운데 57퍼센트를 효성그룹이 가지고 있다는 데서 뭔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플로섬은 MB 사돈가인 효성그룹 소유의 계열사입니다. 서울시가 플로섬에 금융차입, 행정처분 등에서 각종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 단순 추측이 아님이 드러나는군요. 과연 세빛둥둥섬은  누구를 위한 섬일까요? 시민을 위해 만든 섬일까요, 아니면 4대강처럼 삽질로 배를 불리는 사람들을 위한 섬일까요? 삼척동자도 웃을 일입니다.


서울 시민이 입장 못 하는 세빛둥둥섬의 이상한 모피쇼

세빛둥둥섬은 6월 21일 개장했습니다. 개장 기념행사로 잡은 첫 번째 행사는 어이없게도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펜디(FENDI)'의 패션쇼였습니다. '모피제품'을 패션쇼에 포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물보호협회와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국철거민연합회도 성명서를 내고 “모피는 토끼 밍크, 너구리, 친칠라 등 수십 마리의 동물들이 산채로 껍질이 벗겨져 붉은 속살을 내보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고 있기에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조차 없는 동물들을 생각하며 삶의 터전에서 대책 없이 쫓겨나는 철거민들이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분명하게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명경시행정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오세훈 시장은 “펜디와 계약한 후에 모피가 문제가 되어서 모피를 빼달라고 했지만 펜디 쪽에서 ‘무리다’라고 얘기해 계획했던 대로 하기로 결론 났다”며 “펜디가 모피로 출발했는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모피쇼를 허락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전에 환경운동연합의 '모피옷 안 입기 홍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걸 혹시 알고 계셨나요?

세빛둥둥섬, 모피반대집회, 동물보호단체집회, 세빛둥둥섬 개방시간단축세빛둥둥섬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개방시간이 단축되었다.


이러한 서울시의 강행방침에 6월 2일, 동물보호단체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대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세빛둥둥섬 운영 민간업체인 '플로섬'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섬을 개방한 뒤, 나머지 시간에는 입장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펜디 측은 국내외 저명인사와 일부 기자에게 1500여 장의 초청장을 발송했는데요, 《한겨레》의 허재현 기자는 '초대받지 못해 취재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6월 2일 당일, 세빛둥둥섬 앞에서 주최사인 펜디와 이를 허가한 서울시를 상대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5월에는 한국을 동물학대국으로 표현한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지요. 한국을 패션 강국으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행사가 결국은 국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에게 망신만 준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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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반발이 일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공의 공간이어야 할 한강이 소수 특권 상류층만을 위한 놀이터로 전락하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천만 서울 시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서울시가 연이어서 호화 명품 모피쇼 개최를 사실상 조장한 것은 천만 시민을 우롱하고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또 “오세훈 시장이 자랑하는 ‘한강르네상스’는 소수 특권 부자들만을 위한 ‘특권르네상스’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오세훈 시장은 ‘부자들의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하는 소리 또한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결국엔 천만 서울 시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펜디의 패션쇼에 초대받아 세빛둥둥섬의 시설을 즐긴 사람은 15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세빛둥둥섬은 분명 국민의 돈으로 만든 국민을 위한 시설입니다. 그럼에도 세빛둥둥섬은 개장하자마자 소수의 VVIP를 위한 '유희'의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 양제가 운하를 건설하면서 지역마다 세운 40개의 누각처럼 1퍼센트의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지요. 이번 패션쇼는 서울시와 시민 사이에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에 탐사보도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했습니다. 어떻게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탐사보도 관련 기사는 연재물로 기획했습니다. 처음에는 탐사보도라는 장르의 개념을, 그다음으로는 탐사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여러분께 소개하기로 약속드렸죠.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에는 3개의 지상파 방송이 있는데요, 방송국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사라지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연재할 포스팅은 방송사마다 장수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아울러 주요 사건도 함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래 방송되지 못하고 사라진 프로그램도 추후에 다룰 예정입니다.)

오늘 소개할 방송사는 MBC입니다. MBC는 정말 많은 탐사보도 프로그램를 제작하고 방영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주목해서 소개하려는 프로그램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불만제로> 입니다.

<PD수첩>

<PD수첩>은 1990년 5월 8일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편을 시작으로 처음 전파를 탄 MBC의 간판격 탐사보도 프로그램입니다. 1980년대 말, 많은 시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등장한 기념비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부터 방영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보니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직접 취재하여 방영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PD수첩> 스스로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목격자'라는 말과 부합하는 면이 있는 듯하군요.

지금까지 <PD수첩>이 방영한 탐사보도 가운데 사회에 영향을 끼친 내용이 무척 많습니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란, 촛불집회의 효시가 된 효순이·미선이 사건, 사이비 종교 문제,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 고위인사들의 한국 국적 포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회의 부조리를 밝혀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특히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다룬 방송은 국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게 한 기념비적인 방송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 밖에도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간 동포들이 살고 있는 우토로 철거에 대한 탐사보도는, 국내에서 우토로 살리기 운동을 촉발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었죠.

방송금지 사태가 벌어진 3개의 탐사보도


방송을 위해 늘 현장을 취재하는 <PD수첩>이다 보니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세 번의 방송금지 사태였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직전 방영할 예정이었던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편은 MBC 사장의 직권으로 방송을 금지한 사례였는데요, 이 때문에 MBC 직원들은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다음으로 만민교회 이단 목사 파문의 경우가 좀 특별합니다. 방송이 나가는 도중 갑자기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MBC 방송사으로 만민교회 신도들이 난입한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광신도들이 MBC 주조종실에 침입해서 기기를 부수는 바람에 방송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황우석 교수 사태 때는 <PD수첩> 프로그램이 사실상 존폐위기에 놓였습니다.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편은 당시 언론 대다수가 '신화'로 일컫는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에 '황우석 열풍'이 불던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들이 <PD수첩>을 옥죄기 위해 MBC에 광고를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결국 자본의 힘 앞에서  <PD수첩>은 무기한으로 방송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PD수첩>은 끝까지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결국 줄기세포가 없다는 진상을 밝혀냈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PD수첩>은 많은 외압을 받고 있습니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광우병 파동, 스폰서 검사사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탐사보도를 제작 방영하면서 PD가 경찰 조사를 받는 엄청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PD수첩>의 보도 의지는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시청자의 파수꾼, 외압과 무력에 굴하지 않는 <PD수첩>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죠. 이러한 의지의 산물일까요? 올해 <PD수첩>이 20주년을 기념하며 시청자들을 초대해 축하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


앞서 <PD수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PD들이 방송을 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중심이 되어 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시사매거진 2580>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PD수첩>과 비슷한 시기인 90년대 초(1994년)에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외국인 매춘관광' '화장품 피라미드' 등을 다뤘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의 첫 방송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시사프로그램으로, 그것도 심야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24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니까요.

첫 방송 이후, <시사매거진 2580>은 첫해에만 2개의 상(이달의 프로그램상, 한국방송대상 보도부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존파 7인의 어린 시절 등을 다룬 방송으로 시청률 30퍼센트를 돌파합니다. 시의적절한 내용을 발 빠르게 전달했기 때문에 좋은 출발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에 <시사매거진2580>이 폭로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재벌 일가인 어느 중견업체 회장이 회사 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에서 제외되자 항의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인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구타한 사건이었습니다. <시사매거진2580>이 밝힌 내용은 구타 후 발설하지 않는 대가, 즉 맷값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방송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른바 재벌의 폭행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맷값 사건이 방영된 후 수많은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결국, 최 사장은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결국에는 구속되었습니다. '맷값 사건 보도'는 재벌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파렴치한 행위를 탐사보도로 밝혀내어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준 통쾌한 방송이었습니다.


<불만제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돈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죠.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낸 만큼 제값을 따지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이젠 소비자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MBC에선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익을 찾아주는 탐사보도 방송을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만제로>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음식재료를 잘못 쓴 어떤 기업이 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들통 난 사건이었는데요, 그 일이 일어나자 기업 총수가 TV에 나와서 90도로 인사하며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동안 그 기업의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소비자의 대응이 조금 약한 편이죠. 그런데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문제가 있는 상품에 관한 불만사항을 올리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그런 불만이 쌓여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불만제로>는 탐사보도 형식으로 많은 불량기업을 폭로하며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불만제로는 우선 시민의 여러 가지 불만을 접수합니다. 그리곤 직접 확인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 과정이 상당히 정확하고 과학적입니다. 이를테면 기업의 문제라면 내부 고발자를 인터뷰하고, 몰카를 이용하여 잡입취재를 해서 생생한 증거물을 수집하는 방식이죠.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직접 확인하는 실험과 분석을 진행한 다음, 콩트 형식으로 알기 쉽게끔 설명하는 진행방식은 <불만제로>의 큰 장점입니다.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시사적이고 대의적인 내용이 많다면, <불만제로>는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보도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만제로>의 가장 큰 특징은 사후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방송으로 끝내지 않고 다시 찾아가 소비자의 불만 내용이 시정되었는지 재차 확인합니다.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곳은 또다시 고발해서 바로잡도록 했고, 제대로 고친 곳은 그 내용을 시청자에게 당당하게 공개했습니다. 방송에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법이 개정되어 <불만제로>가 문제가 있는 기업체를 고발한 다음 그 업체 정보를 게시판에서 알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기업의 상호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또한 취재 과정에서 우수했던 기업의 상호나 연락처도 공개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잘못된 기업에 대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지금까지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MBC에서 방송했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더 있으며, 그 방송이 정말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은 과거에 쉬쉬하고 지나갔던 암울한 과거를 바로잡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김혜수의 W>는 세계 여러 나라에 눈을 돌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미처 보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W를 통해 제 3세계 불우 아동들에 대한 후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자세히 다룬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로 많지만, 이 정도로도 여러분이 국내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다룰 다른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못다 한 이야기
**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PD수첩><시사매거진 2580>< 불만제로> 등)은 imbc홈페이지에 회원가입후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일부는 다운로드까지 가능합니다.
** <PD수첩>의 인기는 코미디 패러디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김현철 씨의 <PD공책>이 바로 그것이죠. ^^
** 현재 <PD수첩>은 많은 고초를 겪었으며, 낮아진 퀄리티로 인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럴때일수록 따끔한 비판도 좋지만, 따뜻한 지지로 많은 힘을 북돋아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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