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엑스에 가보신 분들은 확 바뀐 풍경을 보셨을 겁니다. 움푹 패인 광장의 빛나는 기둥에 책들이 별처럼 꽂혀 있는, 마치 외국의 대형 도서관과도 같은 멋진 풍경말입니다.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인수하며 원래 복층 광장이었던 쇼핑몰 한복판에 60억 원을 들여 만든 별마당도서관 얘깁니다.

 

지하와 1층을 잇는 높이 13미터의 세 기둥과 1층 기둥 사이를 두고 늘어선 책장에는 총 5만여 권의 책이 꽂혀 있습니다. 시사지부터 잡지, 공공 도서 등 다양한 책을 도서 검색대에서 찾아 읽을 수 있으며 때때로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상설 무대도 열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많은 사람이 이동하던 경로에 설치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별마당도서관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엇갈립니다. 새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한 곳에 있어 오래 머물다 갈 수 있다며 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당가를 지나치게 되어 있는 상업성인 공간에 있어 시끄러워 책을 읽을 환경으로는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멋진 도서관이라는 감상부터 이곳은 관광지이지 도서관으로 볼 수는 없다는 평가까지 여론의 폭이 폭이 꽤 넓은 편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별마당도서관은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인구 5만 명 남짓의 작은 마을인 다케오는 시장이 도서관에 과감히 투자를 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죠. 공공 영역이 발벗고 나서 도서관에 투자한 결과 어떤 결실을 보게 되는지를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라고 하죠.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지방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북도청은 350억을 들여 신도시 중심부에 71만 권의 장서가 들어갈 수 있는 경북도서관을 만들겠다며 지난 6월 첫삽을 떴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인 교보문고도 리모델링을 통해 서점의 도서관화에 앞장섰죠. 독서하는 서점을 기치로 내걸고 독서 대중화에 앞장선 기업으로서 사회공헌의 귀감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나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한 페이스북 계정에는 대형 서점의 도서관화에 뿔난 사람이 올린 게시물이 1000개가 넘는 공감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요점은 이렇습니다. 서점에 비치된 책은 출판사가 판매 목적으로 위탁한 상품이기 때문에 손때가 묻거나 더러워지면 반품이라는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책은 수많은 출판사가 만드는데 독자들과의 접점인 대형 서점이 돈도 벌고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는 상업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 게시물에는 견본 책은 서점의 서비스인 줄 알았다거나 서점이 훼손된 책을 책임지는 줄 알았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한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최대 100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독서 탁자가 설치되면서 5만 권의 책이 꽂힐 책장이 사라진 데 대한 출판계의 아쉬움도 많이 있었죠. 이에 대해 교보문고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합니다. 독서 테이블 때문에 출판사 피해가 심각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심하게 훼손된 책은 반품하지 않고 독서용 견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뉴스1


대형 서점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그나마 많지만, 지역의 작은 책방들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책방으로는 유일하게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을 둘러싼 소송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공씨책방은 1972년 경희대 앞에 처음 문을 연 국내 1세대 헌책방입니다. 1991년부터 신촌 인근에 정착해 운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250퍼센트 올리지 않으면 퇴거하라는 요구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씨책방은 문화재 지정까지는 아니어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기에, 미래세대에 남겨줄 가치가 있는 유무형유산을 말하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난 2014년에 서울시가 지정한 바 있습니다. 건물주는 공씨책방 자리에 카페를 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건물주는 법원에서 조정한 임대료 인상 차액을 서울시가 지원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를 거부했습니다. 공씨책방은 건물주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임대료를 낼 계좌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아 법원에 공탁한 상태입니다.

 

전반적인 정황을 보면 건물주의 횡포에 공씨책방이 시달리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재판부는 임대료 감정을 기초로 최종 중재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공씨책방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화려하고 더 예쁜 것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상가 안에 볼거리로 책을 들여놓았더라도 이를 통해 사람들이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골목 상권이 죽어버리는 아픔을 겪은 곳이 많이 있고, 소상공인이 오랜 시간 피땀을 흘려 일궈놓은 상권이 건물주의 탐욕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공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므로 책을 둘러싼 문화도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책을 활용한 화려한 마케팅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책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출판계 전체가 상생하는 구도로 가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형 서점, 지역 서점, 헌책방이 상생하지 않고서는 출판계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번잡하고 화려함에 지칠 때면 가까운 동네 도서관과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요. 이번 주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아닌 한적한 곳에서 한 권의 책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생각비행이 펴낸 《키워드 오덕학》이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덕 문화에 대한 책이 많이 팔릴 리 없겠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출간했는데 예기치 않은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책을 구매하여 공공 도서관과 기관으로 보내게 되므로 더 다양한 곳에서 《키워드 오덕학》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공공 도서관에서 생각비행 책을 자주 만나실 수 있도록 사회에 도움이 되는 책을 더욱 열심히 펴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신간 《키워드 오덕학―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을 소개합니다.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이미 오래 전부터 생명력을 얻고 있는 한국식 표현이지요. 우리의 오덕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되,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은 태반이 혼란스럽거나 혼동되거나 심지어는 적잖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오덕’은 일본의 ‘오타쿠’와는 또 다른 맥락성을 지니고 자생해가고 있는 중인데요. 《키워드 오덕학》은 ‘웹툰(WEBTOON)/오타쿠/코스프레/야오이 그리고 BL/OSMU(ONE SOURCE MULTI USE)/기록과 통계/백합(百合)/모에(萌)/지역 캐릭터/짤방/병맛/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서브컬처(subculture)’에 이르는 총 13가지 키워드(열쇳말)를 통해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봅니다. 한마디로 《키워드 오덕학》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오덕 문화’를 충실히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덕후'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오타쿠'(おたく)는 일본에서도 멸칭으로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는 《만화 브릿코》 1983년 6월호부터 실은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오타쿠를 '안경에 파묻혀 영양실조 걸린 하얀 돼지 같은데' '엄마가 사준 옷 차려입고' '세기말적으로 어두컴컴하다가 만화 행사장에선 잔뜩 모여 활개 치는' '남창 같은 구석이 있어 여자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놈들'이라고 묘사했다. 명색이 연구란 말을 제목에 달아놓은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상적 악담을 쏟아낸 까닭에 연재가 중단되긴 했으나 이 칼럼은 '오타쿠'라는 용어의 정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다 1989년 미야자키 츠토무가 도쿄·사이타마 연속 여아유괴 살인 행각을 벌이자 일본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일본 경찰은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했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 5763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고, 그 안에 호러 영화와 로리콘 성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은 '오타쿠=잠정적 범죄자'란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미야자키 츠토무는 '롤리타 콤플렉스 살인귀'라고 불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본에서 오타쿠는 시각 기호로 창작된 캐릭터에 집착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죄 예비군 정도로 인식되었다. 2008년까지 NHK는 오타쿠를 금지어나 다름없는 방송 문제 용어로 구분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고 그들이 심취한 산업의 규모가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적 연구가 거듭되고 있다. 이로써 오타쿠는 '꽂히는 취향에 일정 이상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지리멸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때 일본의 신어사전은 오타쿠를 '만화, 애니, 비디오게임, 아이돌 등 허구성 강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을 일컫는다'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현재 오타쿠의 관심 대상은 철도나 밀리터리, 성우, 특정 인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의 덕후 문화, 어디까지 왔나?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오랜 시간을 거쳐 생명력을 얻고 있던 한국식 표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넘어 다수의 일반 한국 대중 사이에서 '오덕'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건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tvN, 2009. 3. 31~2013. 11. 26)였다. 2010년 1월 27일자 〈화성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안는 베개(끌어안고 잘 수 있는 등신대 베개)를 들고 나와 "이 캐릭터와 혼인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출연자를 소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조롱처럼 돌아다니던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형 인물이 화성인(=상식 밖 인물)의 대표주자 '덕후'의 표상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오덕' '덕후' 부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중에게 고정된 것이다.

 

이를 보면 한국의 '오덕' 또한 일본 ‘오타쿠’의 전철을 밟은 듯하지만, '오덕 문화'는 거기에 머무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웹툰이 상업적 정립 10년을 넘긴 2013년을 거치며 미끼 상품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상품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덕후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유층과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 문화 코드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정의되던 범위 바깥으로 확장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급기야 멸칭마저도 유희화하는 현상을 겪게 마련이고 그러지 못하는 문화는 역설적으로 박제화하거나 사멸하는데, 오덕 문화는 다행스럽게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근래 화제를 모은 TV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능력자들〉(MBC, 2015. 11. 13~2016. 9. 8)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류는 덕후들의 능력으로 인해 진화되었다" "당신의 덕심이 바로 당신의 능력이다"(프로그램 소개 중에서)라며 '덕후'를 별다른 주석문 하나 없이 전면에 내세웠다. 재밌는 건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 자체다. 말 그대로 덕후를 '능력자'로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술 더 떠 "개개인의 전문성이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라고까지 피력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등장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변화로 비치는 현상 이었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란 바로 덕후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미디어가 '능력자' 이전에 '화성인'으로 분류했던 이들을 의미한다.


아스카(〈신세기 에반게리온〉 여주인공 가운데 한 명)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연예인과 〈도라에몽〉에 미쳐 사는 몸짱 훈남 연예인처럼 사회적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그럴싸한 오덕층의 출현은 스스로를 덕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일반 대중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라? 우와? 세상에?' 하며 놀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사회성 결여' 같은 비상식적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어느 무언가에는 '덕'이다. '덕질'이 즐거운 유희가 되는 시점에 '오덕·덕후=안여돼'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창궐하던 사방천지의 덕질 놀이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TV라는 절대적 대중문화 살포 도구(!)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오덕' '덕후' '덕질'이라는 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능력자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능력자들〉에 출연한 이들은 겉보기에 멀쩡하고 자기 일에도 충실했다. 더구나 관심 대상을 향한 애정과 노력은 실제 해당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다 못해 "너 이쪽으로 와라"라며 취업 제안을 즉석에서 받을 만큼 전문성마저 갖추고 있었다. 오덕들의 노력과 지식은 '덕질'이라는 범주 안에 놓이지 않아 왔을 뿐 덕후 문화가 애먼 논란 속에 정체를 겪고 있던 시기부터 이미 쌓이고 있었던 것들이다. 우리 시대의 흐름이 이들이 쌓아온 면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할 수 있는 데까진 온 것이다.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오덕 문화가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몰입하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콘텐츠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이면 이 분야만 약 17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오타쿠 시장의 규모를 알려주는 단적인 자료가 있다. 2004년 8월 24일 노무라종합연구소(野村総合研究所)가 발표한 〈마니아 소비층은 애니메이션, 만화 등 주요 5개 분야에서 2,900억 엔 시장—오타쿠층의 시장 규모 추계와 실태에 관한 조사〉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애니메이션/만화/게임/아이돌/조립PC' 다섯 개 분야에 걸친 오타쿠들의 소비 시장 규모는 2900억 엔(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콘텐츠 관련 네 개 분야, 즉 애니메이션, 아이돌, 만화, 게임 산업 전체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3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오타쿠 소비층이 금액 기준 1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처럼 오타쿠는 구매 의욕이 높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의 핵심, 차세대 기술 혁신의 장, 신상품 실험 대상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산업 관점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큰 모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오타쿠든 한국화한 오덕이든, 이들에게 통하는 코어한 부분을 이용하려면 이들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덕들의 문화와 역할은 일본의 오타쿠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되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더욱 달라질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워드 오덕학》의 저자는 '오덕'을 '오타쿠'와 단순 동의어로 놓고 용어를 해설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본에서 유래한 '바닥 문화'를 파고드는 차원이라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오덕 문화와 개념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키워드 오타쿠학》이 아닌 《키워드 오덕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는 '오덕' 담론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은이 

 

서찬휘
본명 임채진. 1979년생.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 웹진 《만화인manhwain.com》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 _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

 

01. 웹툰(WEBTOON)
‘MADE IN KOREA’ 만화 형식 웹툰의 정립 과정과 대외 브랜드화 현황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들

 

02. 오타쿠
‘화성인’에서 ‘능력자’까지, ‘덕후’의 즐거운 위상 변화

-생각할 거리들

 

03. 코스프레
불분명한 유래 집착과 일본 콤플렉스를 넘어서

-생각할 거리들

 

04. 야오이 그리고 BL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섹슈얼리티 판타지

-생각할 거리들

 

05. OSMU(ONE SOURCE MULTI USE)
똑바로 서지 못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시한다

-생각할 거리들

 

06. 기록과 통계
한국 만화가 진정 튼튼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생각할 거리들

 

07. 백합(百合)
소녀(여성) 간의 우정과 유대에 천착한 판타지 픽션

-생각할 거리들

 

08. 모에(萌)
극단적으로 부품화한 취향 코드와 언캐니밸리

-생각할 거리들

 

09. 지역 캐릭터
한국에서 ‘쿠마몬 성공신화’를 바라고 싶다면

-생각할 거리들

 

10. 짤방
이미지 속 맥락의 만화적 재해석

-생각할 거리들

 

11. 병맛
조롱을 내재화한 이 시대의 산물

-생각할 거리들

 

12. 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
상반된 마음의 간극을 부품화하다

-생각할 거리들

 

13. 서브컬처(subculture)
오타쿠 컬처? 문화콘텐츠?

-생각할 거리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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