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나라를 들어먹을 동안 청와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거짓말로 일관해왔습니다. 그 결과 국민이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거짓말로 일관했던 건 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모든 행정부처가 전방위에 걸쳐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하여 대체 이게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살펴봐도 혈압이 올라 현기증 날 지경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족사를 국방부가 나서서 세탁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모 단체 주관으로 열리는 박정희 37번째 추모식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는데요, 박정희가 광복군에 몸담고 있었다는 설명이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박정희가 광복군이었던 적이 있느냐 하는 사실만 얘기하자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박정희가 한국광복군에 편입된 시기는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우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해방이 되고도 한 달이나 지난 1946년 9월 21일이었습니다. 광복 이전까지는 알려진 대로 '다카키 마사오'로서 일제의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 신분으로 '대일본제국'을 위해 복무했죠.

 

앞뒤 정황을 잘 살펴보면 박정희의 광복군 편입은 그의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맥락을 쏙 빼놓고 마치 박정희가 독립운동이라도 한 사람인 양 포장하려는 국방부의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독립협회 창립 멤버이자 회장이었다가 을사오적이 된 이완용을 독립 유공자로 볼 수 있겠습니까? 자기네 치부를 가리기 위해 할 수만 있었더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국방부더러 집필하게 하고 싶었을 겁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걸까요? 외교부 또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실이 드러났죠. 제2의 한일협약으로 일컬어지는 지난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실제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조건만 충족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기자회견문의 내용과 실제 합의문이 달랐던 겁니다. 발표 당시 우리 외교부는 12.28 합의에 대해 일본의 사죄와 반성까지 포함하는 것처럼 뭉뚱그렸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는 애초에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강제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음이 드러났죠. 처음부터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계산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외교부는 누리집에서 실제 합의문을 삭제하고 왜곡된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만 게재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에 올라와 있는 합의문을 보며 한때 일본이 합의문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합의문이 진짜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교부는 정정 요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최순실의 통제에 의해 진행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박근혜 정부 동안 진행된 국정의 상당한 부분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음이 드러난 지금, 국민 대다수는 국정 역사교과서 또한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20만 명이 모인 광화문 촛불집회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여론이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혼이 나간 상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사실상 혼이 나간 상태, 혼이 없는 상태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는 시·도 교육감, 교사, 학생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역사교사들은 "박근혜정부가 처음 펴낸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를 보면 국정화 강행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며 "뉴라이트 세력의 건국절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기술되어 '독재'를 독재라 서술하지 못하는 '홍길동 교과서'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728명도 이날 시국선언에서 "시대의 흐름과 국민 여론을 거슬러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밀실에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인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때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 10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공저'라고 쓴 가상의 국정교과서 표지에 낙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에서 촉발된 국민적 분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정국과 맞물려 국정교과서 반대 움직임의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원래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으니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 부처 중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거짓말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은 올해를 대표할 전략 상품으로 밀었다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폭탄 갤럭시 노트7으로 사기를 쳤습니다. 산자부는 지난 9월 13일 갤럭시 노트7의 안전성 관련 1차 전문가회의를 열었는데요. 같은 달 결함 원인과 제품 수거 등의 계획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문위에서는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한 리콜 제품은 안전하다는 삼성의 분석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산자부는 이틀 뒤 삼성이 제출한 대로 리콜을 승인했죠. 하지만 리콜된 갤럭시 노트7조차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자 삼성은 10월 11일 갤럭시 노트7을 단종합니다. 산자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서 위험물을 허가한 셈이었던 겁니다.


더 웃긴 사실은 산자부가 정보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갤럭시 노트7과 관련해 원인을 조사 중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전문가회의 참가자나 회의록, 그리고 삼성의 폭발 원인 보고서 등을 비공개 처리한 겁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가 정부의 안전 규제가 대기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때 국민 안전과 나아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대기업에 대한 통제를 박근혜 정부의 산자부가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만 부풀린 셈이 되었습니다.

 

 

총제적 난국에 처한 대한민국

 

출처 - 스포츠경향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정국 혼란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과 그 배후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최순실과 비선실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만 처리한다고 우리나라의 총체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분노가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20만 촛불은 그 시작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4·19 혁명을 뒤집어엎고 유신정부를 만든 박정희나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민주정의당을 만들어 집권한 전두환은 이 자리에서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747’(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 정책,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 정책으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좋아졌는가? 그들은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가? 쥐구멍을 더 크게 만들고, 쥐들이 더 천천히 다니게 하는 법을 만들지는 않았는가? 서양의 민주주의는 우리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유신헌법을 만들어야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던 박정희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는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조금씩 이뤄냈지만, 공화제의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시절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와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틀을 만들었지만, 이후 이 땅의 지도자들은 정작 중요한 ‘권력이 공공을 위한 것’이라는 공화제의 이념과 거리가 먼 정치를 서슴지 않았다. 헌법에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이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 공화정이 저절로 실현되는 건 아니다. 국민 대다수의 이익보다 다국적기업이나 일부 재벌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주는 나라를 어떻게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헌법 제10조에서 명쾌하게 확인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릴 권리’, 즉 자유의 폭이 확대되고 부와 권리가 소수에게서 다수에게로 확대되어야 한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교육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정치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도 공화정도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공화제를 말할 수 있는가? 

출처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변화를 위한 행동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일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특정 정당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나 행동할 때 가능해집니다. 지금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 때입니다. 광장에서만 촛불을 들고 외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직장, 학교, 공동체 등 자신이 속한 곳에서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면 됩니다.

 

출처 - 뉴스1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천주교 시국미사가 전국에서 봉헌되었으며 참석한 사제들과 신도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변화를 향한 움직임입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연데 이어 대학생들은 8년 만에 동맹휴학을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인권을 고민하는 대학생이 모여 만든 대학연합체 '사람들'은 오는 10일을 '동맹휴학의 날'로 정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곳곳에 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전남대, 서울대, 부산대 등 10여 곳의 대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전국 50여 개 대학교 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시국회의' 또한 동맹휴학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는 12일 시청광장에서 민중총궐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지난 11월 7일 《한겨레》 특별기고를 통해 "하야를 강행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하야라는 평화로운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힘은 정객에게 있지를 않다. 국민이 국민의 힘으로 국민을 위하여 국민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이 생각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씀 말입니다.  또한 이런 말씀도 기억납니다.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늦더라도 국민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올바르게 결단하고 행동할 때입니다.

 

1999년 우리나라 뮤직비디오 상을 휩쓴 이승환의 <당부>, 이별을 겪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 역사왜곡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15년째 명성황후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조수미의 <나 가거든>, 그 이후로 빅뱅의 <거짓말>, 이효리의 <유고걸>, 싸이의 <행오버>까지, 이 쟁쟁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뮤직비디오 감독이 차은택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2016년 10월, 한국 뮤직비디오의 거장 차은택은 또 하나의 유명세를 치르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리 중 하나인 미르재단의 행동대장이라는 혐의인데요, 이미 여러 정황 증거가 나왔습니다. 미르재단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를 차은택 감독의 후배가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비리 논란이 일었을 때 사퇴한 미르재단 이사들이 모두 차은택의 지인들이었습니다.


출처 - YTN


이처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박근혜 정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이 때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신이 내린 재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요. '신'을 보호하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엔 박근혜와 최순실이 있습니다. K스포츠 2대 이사장 정동춘은 최순실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었습니다.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는 한 달 만에 사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죠.


출처 - 연합뉴스


미르재단에는 앞서 언급한 차은택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그는 인천아시안게임 영상감독, 밀라노 엑스포 전시관 영상감독, 창조경제추진단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각종 감투를 돌려썼습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김형수 교수는 차은택의 은사이고, 사무총장에서 팀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사가 차은택의 지인이나 추천으로 임명됐습니다. 미르재단 이사인 김영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한복의 디자이너입니다. 이 한복을 최순실이 주문했다고 알려져 있죠.

 

국가 차원의 문화 스포츠 육성이 동창회를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재단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 수석, 현재 정책조정 수석이 기업들로부터 800억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더해졌습니다. 전경련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됐다고 발뺌하고 청와대는 개입설에 선을 그었지만, 이미 재단 설립과 관련된 녹취록과 문서가 공개되었습니다.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전국경제인연홥회, 전경련에 이야기해서 전경련이 일괄적으로 개별 기업에 출연금을 할당해 미르재단에 출연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가 재단의 실질적 주인인 기업들에 불과 나흘의 시간을 준 채 수십억에 달하는 출연금 납부를 독촉한 사실이 문서로도 드러났죠. '갑질'하기로 유명한 대기업들한테서 돈을 받는 을의 처지인 재단이 비상식적인 단기간에 수십, 수백억 원을 내라고 독촉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최저임금 몇백 원에도 죽는소리를 하는 대한민국 대기업들을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이는 재단들의 배후에 대기업들이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출처 – JTBC


그런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향후 3~5년간 기업의 정기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400억가량을 더 모금할 계획이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재단 설립부터 사업 계획, 운영 과정 등 전 과정이 불투명한데 1200억 원대 재단이 광속으로 허가를 받고 설립될 수 있었던 데에는 '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의 호구지책을 위한 '비자금 조성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재단들의 시작, 조성 과정, 출범까지 너무나 비상식의 연속이다 보니 의혹의 눈길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전경련은 돌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뜬금없는 사태 해결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군요. 초록은 동색이니까요.


출처 - 아시아경제


이 때문에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논란부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등에 이르기까지, 독재시대 때 아부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만 전경련을 해체해야 마땅하다는 해체론부터 검찰수사 촉구까지 전경련이 한국 기업들의 대표로 존립할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정권 눈치만 보며 호구처럼 돈이나 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 때처럼 사실상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발언을 해 이번 재단 비리를 어영부영 넘길 태세입니다. 검찰은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해 사실상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와 전경련 대기업들은 증거 은폐에 나섰습니다. 미르재단 특혜 의혹을 담은 공공기관 공개 보고서가 국회의 문제 제기 직후 정부 홈페이지 첨부 파일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VIP(박근혜 대통령) 관심사라고까지 표현되었던 보고서인데 말이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기업에서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9월 28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청와대 개입 의혹과 재단 모금과 운영 과정의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일 테지요. 우리나라에서 증거 인멸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미국 같으면 훨씬 큰 벌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출처 - 뉴시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급히 해체하고 새로운 통합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전경련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재단 재설립과 재단 잔여 재산 이관을 놓고 벌써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으며, 재단 설립 인허가권을 가진 문체부도 통합재단 설립 승인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겁니다. 이 모든 의혹의 배후에 있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일인자'라는 소릴 듣는 최순실을 정조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우리가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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