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민주주의 혁명의 교과적인 표본이라고 할 '촛불혁명'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로 인해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이 지리하게 이어지다 2년 반 만에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대법원은 박근혜와, 최순실, 이재용의 2심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9일 박근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 최순실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 원, 이재용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법원은 박근혜의 1, 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등 공직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심 판결인 징역 25년보다 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심처럼 여러 범죄 사실이 경합할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의 형량에서 2분의 1만큼만 가중해 총 형량을 정하게 되는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처럼 형을 각각 분리 선고할 경우 각각의 형량을 더해 최종 형량을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도 상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파기환송심에 대해서도 상고를 하지 않을 경우 형이 그대로 확정돼 올해 안에 최종 결론이 날지도 모릅니다. 박근혜의 기존 총 형량은 징역 32년이었죠.

 

 

출처 - 뉴시스

 

최순실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와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이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최순실의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돈을 내라고 기업에 강요한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범죄 혐의가 워낙 많아 이 부분이 최종 형량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강요죄가 무죄로 결론 나면서 대기업들이 그간 주장해온 '강요의 피해자'라는 논리가 앞으로의 재판에는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로 이재용, 신동빈, 최태원 등 국정농단과 연관된 대기업 총수들은 추후 재판에서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출처 - 연합뉴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삼성그룹 부회장인 이재용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에서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최순실에게 준 말 3필도 이번에는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로 인해 이재용의 뇌물 액수는 36억에서 88억으로 50여 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이 돈은 삼성 법인자금이라 횡령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횡령 액수가 50억이 넘으면 최소 징역 5년에 무기징역이니 2심처럼 집행유예로 빠져나가기는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앞서 얘기한 대로 최순실의 강요죄에 대한 판결로 그간 되뇌던 '피해자 논리'마저 깨졌으니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은 재구속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이 나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사법정의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수년의 시간을 넘어 이제야 국정농단 재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진 않지만, 국정농단의 주범들에게 법의 단죄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입니다. 이제는 국정농단 세력이 망가뜨린 시스템을 복구하고 그들이 치부한 돈을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그 돈은 애초 국민에게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쓰였어야 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피고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내려진 1심 판결입니다.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인 2018년 2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내려진 1심 선고인데요. 1심 공판 횟수만 무려 114회, 긴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주문 낭독에만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박근혜와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든 죗값은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그리고 추징금 72억 원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1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은 최순실을 재판에 넘기면서 무려 19개나 되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핵심은 뇌물수수였지요. 최순실이 삼성에서 받은 돈 가운데 약 73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탔던 말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순실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삼성의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판결과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삼성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그에 대한 뇌물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통되지만 뇌물 액수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뇌물 공여를 깎고 또 깎아 36억 원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1심 재판부가 최순실이 이재용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뇌물 액수는 그 두 배인 72억 원입니다. 주는 사람은 36억을 줬는데 받은 사람은 두 배인 72억을 받았다니, 이게 무슨 무슨 오병이어의 기적도 아니고 어떻게 두 배로 뻥튀기가 됩니까?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끼리의 판단이 이렇게 달랐던 지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도드라졌습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순실 1심 재판부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했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을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 36억 원만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니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종범 업무수첩은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 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 2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고, 1심 진행 중인 최순실, 장시호, 차은택, 박근혜 재판부들도 증거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재판부가 나머지를 다 죽이더라도 어떻게든 삼성만큼은 구하려고 한 결사적인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며, 국정농단 사태의 끝판왕은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삼성과 이재용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 최순실의 1심 판결로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구속되었습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넨 돈은 뇌물로 봤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박근혜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거로 판단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신동빈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롯데가 삼성 정도의 취급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칼을 갈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난 이재용 판결과 이번 최순실 판결을 비교한다면 정의가 구현된 판결이라기보다는 롯데가 삼성만큼 부와 권력이 있었으면 또 유유히 빠져나갔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이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을 한 사법부의 실책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순실 역시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후원금을 받아낸 행위는 모두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외에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 하나은행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등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공모관계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1심에서 형량이 남았을 뿐 유죄는 확정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앞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마지막 대법원이, 최순실은 2심이, 박근혜는 1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랬다저랬다 하는 판결로 사법부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큰 흠을 남겼습니다. 문자 그대로 '국가를 말아먹으려고 했던 시도'에 비하자면 징역 20년도 낮습니다. 우리는 풀려난 이재용과 삼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 대법원에서 삼성과 이재용이 단죄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기의 재판이라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1심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마음 졸이신 분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재벌 총수의 경우처럼 휠체어 타고 들어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를 받고 유유히 집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재용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문자 게이트로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임을 보여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와 최지성은 각각 4년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는 집행유예로 일단 풀려났습니다.


출처 - JTBC


이번 선고에 대해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그 자리에서 모든 혐의와 양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2명을 포함해 삼성그룹 관계자 5명의 법원 1심 판결이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모든 부문에 대해 전부 항소했습니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뇌물 약속과 일부 뇌물공여 등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청와대 강압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란 이유로 무죄 판단된 미르, 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들도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12년을 구형했던 특검 입장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5년의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판단입니다.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범죄이고 피고인들이 범행을 여전히 부인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마당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재용 재판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갈리고 있습니다. 판결 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이른바 야 3당의 공식 회의나 논평에서 이재용과 삼성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국정농단 심판의 핵심 어젠다임에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건지, 이리저리 회피하며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틀 연속으로 강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는 최장 45년형까지 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최저형을 선고함으로써 재벌에 약한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자초했다고 재판부를 비판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징역 5년 판결은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판부가 양쪽 눈치를 지나치게 보다가 줄타기를 한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 부장판사인 이정렬 국민TV 이사는 삼성 장학생이 즐비한 법조계에서 역시 재벌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국정농단에서의 이재용의 비중을 생각하면 최소 징역 15년 이상이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용 판결은 유죄와 무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것이고 제기된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되었다면 최소 징역 10년 이상으로 선고해야 하는데 일부 무죄로 5년으로 형량을 낮춰줬다는 겁니다. 요즘 추세상 항소심에서 무죄가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 관련 무죄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아 걱정이라고 합니다.


출처 - JTBC


또 다른 전문가인 김태현 변호사는 아예 무죄면 모르되 유죄로 판결이 났다면 5년은 너무 적다고 말합니다. 또한 혐의 적용의 논리적 일관성도 문제로 보았습니다. 제3자 뇌물죄가 걸린 동계스포츠 영재센터는 유죄인 데 반해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은 무죄가 나왔습니다. 동계스포츠 영재센터는 박근혜와 이재용의 3차 독대 때, 미르, K스포츠 재단은 2차 독대 때 문제입니다.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독대를 한 뒤 생긴 문제로 뇌물 혐의가 나온 것인데, 하나는 유죄고 하나는 무죄라는 판결은 이상하다는 겁니다.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이 무죄로 나온 것은 삼성이라는 대기업과 최순실, 박근혜 재판과 연결이 되어 있어 이에 따른 안배가 아닐까 하는 시중의 우려를 더 크게 만듭니다. 삼성이 미르,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점, 최순실 소유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에 대한 삼성 지원금 77억 9735만 원 중 36억 원만 재산 해외도피로 인정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재산 해외도피죄는 50억 원이 넘을 경우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이 되기 때문이죠. 또한 미르재단에 출연을 요청받은 기업 대부분이 돈을 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친기업적인 법안을 밀어붙였던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미르재단 출연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나마 이재용 1심 판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불리해졌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뇌물 부분이 일부라도 유죄라고 인정됐기 때문이죠. 독일로 보낸 뇌물은 유죄로 인정된 것인데, 준 사람이 유죄면 당연히 받은 사람도 유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르, K스포츠 재단 건이 뇌물 인정은 되진 않았지만 강압은 인정되었으므로 강압을 한 박근혜로서는 더욱 불리해졌습니다.


이재용 1심 판결로 89억 2227만 원의 뇌물 혐의가 인정되었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 지원을 노리고 제공된 자금 가운데 소유권이 삼성에 남겨진 부분을 제외한 80억 9095만 원 상당은 법인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횡령)도 인정되었습니다. 독일로 넘어간 자금 중 64억여 원은 범죄수익은닉에 해당하며, 그중 최순실 소유 법인 계좌로 들어간 금액은 재산국외도피 성격도 갖는다고 봤습니다. 

 

이런 1심 판결문이 박근혜와 최순실 재판의 증거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재판부가 독립해서 판단하므로 원칙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만,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뇌물을 건네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본 판결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검찰은 "뇌물공여자(삼성) 측에 대한 1심 선고결과를 충분히 검토, 반영해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 사건 공판에서 효율적인 공소유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하지만 온 국민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지켜봐도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등 국정농단의 핵심들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1심 판결이었습니다. 항소심과 이후 정경유착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적극적인 입법 조치와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 법의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한 문건이 쌓여 있는 일명 마법의 캐비닛이 청와대에서 발견되어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7월 14일 민정비서관실에서 이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발견된 후 민정 총무비서관실에서 일제 점검을 시행했는데, 현재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등에서 다량의 문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간 발견된 전체 문건의 규모만도 약 2000여 건으로 마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캐비닛이 문서를 마구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출처 – 〈브루스 올마이티〉,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 문건들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것들로, 당시 민정수석은 법꾸라지 우병우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밀히 지원한 치부도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후 국정농단 및 우병우 재판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많은 문서 중에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이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히 하고 관계 부처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표현도 들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을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출처 - 경향신문

 

또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는 대목이 나와 박근혜가 국민연금의결권 등을 이용해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박근혜가 이재용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했느냐는 사실과 더불어 뇌물 298억 원을 받은 혐의가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발견된 이전 정부의 문건 중 국정농단과 관련해 범죄 사실과 상관 있는 문건들의 사본을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이번에 발견된 문건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와 관련해 천인공노할 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내렸음이 이번 수석비서관 회의 정리 문건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협조해 세월호 유가족 개개인의 일탈 행위 등을 부각하여 세월호 특조위 자체를 무력화하라는 비열한 주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증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세월호 특조위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무력화하려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 문서가 처음입니다.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 편향된 특정 이념 확산을 직접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이를 개선토록 하라는 주문도 보입니다. 참 별것을 다 집적거렸구나 싶은 대목입니다.


자신들 편에 서지 않는 지자체에 대해 직접적 보복을 불사하는 문건도 나왔습니다. '중앙정부, 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이란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을 부당하다고 몰아가야 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는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모든 문서가 우병우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일 당시 생산된 것들이어서 국정농단 사건을 교묘히 빠져나갔던 법꾸라지 우병우를 이번에는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우병우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이에 특검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을 작성한 전직 행정관들을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삼성 승계를 비롯한 문건들을 상부의 지시로 청와대 행정관들이 작성한 것일 테니 이번에 우병우의 직권 남용 사실과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도운 혐의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선지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은 캐비넷 문건을 검찰이 기습적으로 증거로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한편 국정농단의 수괴인 박근혜를 따르던 자유한국당은 캐비넷 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했다며 브리핑을 한 대변인을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불분명할 뿐더러 대통령기록물에 속한다 하더라도 지정기록물을 제외하고는 열람이 가능합니다. 지정기록물은 국회의 인준과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볼 수 있죠. 그런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목록까지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는 해괴한 짓을 해놓은 바람에 캐비닛 문건이 지정기록물인지 아닌지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은 문서 생산 당시 대통령이 각 문서마다 개별적으로 이관하기 전에 보존기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하게 돼 있으므로 그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캐비닛 문건은 지정기록물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황교안의 꼼수는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박근혜, 이재용, 우병우 등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 때문에 미궁으로 빠질 뻔한 국정농단 재판에 탄력이 붙게 되어 다행입니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최종 판결을 받아 죗값을 치르고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이득을 모조리 토해내게 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국정농단 세력의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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