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사전투표에서 26.69%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같은 비상 정국이기 때문에 국민이 자신을 대리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선거판 분석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여야 모두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가운데 25%가량인 60~70석을 접전지로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배경으로 인해 이번 총선을 '코로나 총선'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때문에 정부의 방역 대처에 대한 국내 여론과 국회 호평에 힘입어 정부 여당이 대체로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었죠. 잘 풀릴 경우 무난하게 단독 과반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요. KBS의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48.9%가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20%에 못 미치는 18%였습니다.


출처 - YTN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신속하고 대담한 결정으로 세계에서 찬사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덕을 본 면이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가 오차범위 바깥으로 부정 평가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일간으로 보면 지난 4월 10일 금요일에는 무려 57%까지 올랐습니다. 비공식 집계에서는 60%까지 나오기도 했죠. 이번 총선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코로나 총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른 셈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총선으로 세계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본 중의 기본인 선거를 어떻게 투명하고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모두의 관심을 끌었던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그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입니다. 개표가 완전히 끝난 결과 민주당이 국회 절반을 훌쩍 넘는 180석을 확보함으로써 부동의 제1당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제동에 발목 잡혀 파행이 계속되었던 국회에서 개혁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죠.

 

출처 - BBC News 코리아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일명 공수처의 설치와 검찰 개혁 추진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래통합당의 딴지로 제동이 걸렸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등 경제 및 환경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시급했던 예산 문제나 추경안 등도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주장해왔던 탄력근로제와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비준 등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을 비롯한 노동 분야 정책과 부동산 정책 역시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종부세 강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됩니다. 여대야소 상황은 앞으로 대북 정책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조에 따라 북한과 개별 관광 추진,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DMZ 평화벨트 조성 등 밀려 있었던 대북 정책들을 재가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사법개혁에 속도를 올리고 그동안 추진하려 했던 공정 경제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대책 마련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준비에 본격 착수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번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재보선을 상당수 치를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안건 관련 재판에 넘겨진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이 이번 총선에 대거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출마자 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전 자유한국당 출신은 20명, 그중 미래통합당 후보가 19명입니다. 황교안과 나경원 등 낙선한 인물들을 포함해 미래통합당의 핵심 인물들이 혐의를 받고 있죠. 이 사안이 국회법 위반으로 인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총선 이후에도 정치권은 상당히 술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폐쇄와 장벽, 각자도생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연대와 개방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국민을 죽게 만들고 살아 있는 국민들조차 지리멸렬하게 했던 지난 박근혜 정권, 자신의 입으로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했던 지난 정부는 사실상 존재 의미를 상실했죠. 

 

출처 - 경향신문

 

불통과 무능의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이 연대와 개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국민이 앞장서서 정권과 국회를 창출했으니 이제는 국회가 바통을 넘겨받아 제대로 된 법안 처리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차례입니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결국 중국집에 음식을 시키기로 합니다. 집에 쌓인 각종 전단 중 '신장개업'이라고 소개한 중국집을 찾아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에 기다립니다. 도착한 짜장면을 먹는 순간 이상하게도 전에 먹던 짜장면과 맛이 똑같다고 느낍니다. 주문했던 전단을 다시 꺼내 자세히 살펴보니 상호만 바뀌었을 뿐 다시는 시켜 먹지 않기로 작정했던 동네 중국집임을 알고 분노하게 됩니다. 더 심한 경우 '신장개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전화번호와 상호까지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죠. 소비자를 우습게 알기 때문입니다.


출처 - 주간경향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지금 우파 정당들의 행태가 상호만 바꾸는 일부 동네 중국집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이름표만 바꿔달려고 안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신장개업 속임수의 최강자는 자유한국당입니다.


출처 - JTBC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통합신당으로 개정하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불과 3년 만입니다. 새누리당 이전엔 한나라당이었죠. 자유한국당은 당명뿐 아니라 당 로고, 상징색 등도 다 바꿀 계획이랍니다. 총선 때마다 이름을 바꾸고 상징색을 바꾸면 당이 바뀌는 걸까요? 정작 총선에 나올 면면은 먹던 짜장을 재활용하는 것이나 똑같은데 말이죠.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민중의소리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로 자유한국당 4선 의원인 한선교가 선출됐습니다. 선거법을 악용해 의석을 늘려보려는 꼼수인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도 후안무치한데, 그 대표로 한선교를 앉히고 선거까지 하청 구조로 돌리려고 하니 자유한국당다운 발상입니다. 한선교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는데, 현 상황을 보면 태세 전환이 참 빠릅니다. 성희롱 발언을 하고, 당직자에게 욕설을 하고, 기자에게 모욕 발언을 하는 등 각종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정계에 복귀한 안철수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면서 '안철수신당'을 당명으로 내세웠습니다. 중도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겠다는데 창당 멤버들 다수가 이 이름을 쓰고 싶어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맛집은 어떤 이름이든 맛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요리가 완성되기도 전에 뛰쳐나가 그 길로 돌아오지 않기를 반복한 셰프였죠.

출처 - 경향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사당화와 민의왜곡의 우려가 있다"면서 안철수신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판단 근거는 사당화 우려, 균등한 선거 기회 훼손, 투표에서의 민의왜곡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이제 총선이 불과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줄기차게 이름을 바꿔대는 정당들이 과연 무엇을 세탁하고 싶어 하는지 잘 살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을 마무리하며 크리에이티브 시각디자인 집단인 버틀러 잉크(Beutler Ink)에서 한 해 동안 벌어진 전 세계 사건, 사고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그림은 16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명화인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패러디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그림 안에는 탐욕스러운 트럼프 당선부터 카스트로,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등 우리 곁을 떠난 명사들에 대한 추모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삼성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이 조그맣게 실려 있을 뿐입니다. (그림에 노란색 상자로 표시해두었으니 그림을 클릭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출처 - Beutler Ink.com


2016년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정말 '격동의 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였습니다. 훗날 역사가들에겐 흥미진진할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더없이 고된 한 해였죠. 굵직한 사건만 훑어봐도 이렇습니다.

 

 1월 북한 4차 핵실험

 2월 개성공단 폐쇄

 3월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4월 총선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및 3당 체제 형성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6월 브렉시트

 7월 영남권 진도 5 규모 지진

 8월 브라질 대통령 탄핵 및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9월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 JTBC 태블릿 PC 특종

11월 카스트로 사망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100만 촛불집회 / 탄핵 가결 / 송박영신


이미 일어난 일들이긴 합니다만 정치, 사회, 경제적인 이슈부터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많은 일이 대체 어떻게 한 해 동안 다 일어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훗날 2016년 역사를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이 시기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유튜브

 


이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우리가 이뤄낸 것 역시 작지 않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낸 일은 하나의 쾌거이자 세계인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BBC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한 대한민국 시민의 힘에 놀라워했습니다. 폭력으로 권력을 뒤집어엎는 피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와 비폭력의 방법으로 국민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을 거시적으로 실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이 때문일까요? 2016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습니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16년 한 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뽑았다고 밝혔는데요, '군주민수'란 《순자》의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는 좀 더 전복적인 추천 사유를 덧붙였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군주가 배고 백성은 물이란 비유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는 거죠. 유가사상에 입각한 전국시대의 지식인인 순자가 지배자에게 민본주의를 훈수하는 제왕학에서 파생됐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 어린 백성도 없으니 이 사자성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번역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자는 국민의 힘을 대리하는 선출직 공무원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이 밖에도 '역천자망(逆天者亡)' '노적성해(露積成海)' '빙공영사(憑公營私)' '인중승천(人衆勝天)' 등 민주주의 원칙과 재권주민의 의미를 밝히고 공적인 일을 빙자해 사익을 챙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어린 사자성어가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출처 - 뉴시스

 

2016년 12월 31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에 시민 110만 명이 운집해 '송박영신'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란다는 염원이 10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출처 - YTN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은 최순실-박근혜, 그리고 그 부역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세월호를 비롯한 숱한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각비행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빕니다. 저희도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면서 힘차게 날아오르겠습니다.

 

4.13 총선 개표 방송을 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분이 많으실 테지요. 뜻밖의 총선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어지간하면 개헌선 못 돼도 과반이라고 기고만장하던 새누리당은 참패했습니다. 반면 19대 의석이나마 유지하면 성공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되었습니다. 국민의당은 '천하삼분지계'에 성공하며 약진했습니다. 정의당의 심상정과 노회찬은 금의환향했습니다. 

 

거대 양당의 공천 갈등이 이번 선거의 화두였습니다. 일여다야의 구조 속에 청와대까지 총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설문조사 결과는 번번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역시 민심은 무섭습니다. 20대 총선 결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출처 - 노컷뉴스



새누리당 참패,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


이번 총선 내내 새누리당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습니다. 정권을 잡은 집권당인 데다 단독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견고한 지지를 받은 제1당이었죠. 레임덕이라는 불안 요소를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새누리당을 돕기 위해 탄핵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총선 개입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연일 북한의 동향을 퍼트리고 탈북자 문제를 다루며 북풍 몰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모든 게 이전 선거판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방심은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총선 참패 후 나오는 수많은 조롱은 그간 함부로 내뱉은 새누리당의 오만함의 결과일 겁니다.


출처 – 시사in

출처 – 뷰스&뉴스

출처 - 아주경제

출처 - 트위터


이번 총선에서는 북풍이 통하지 않는 중도층이 선거 판세를 움직였습니다. 총선 국면 전후로 이어진 대북 이슈에도 과거와 같은 보수 세력 결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탈북자 집단 망명 등 주목할 만한 북풍 이슈가 연이어 터졌지만 국민은 이에 대해 염증을 느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인 대북 제재가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결과입니다.


중도층의 관심은 경제와 안전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보수의 아이콘이 집권하고 있고 과반이 넘는 원내 1당인 새누리당이 그 뒤를 받치고 있으면서도 경제는 계속 곤두박질쳤고, 사회적인 참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집권당에 과반 정당이라는 카드를 양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무능하거나 악하거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이 둘에 다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으실 테지요. 어느 쪽이든 중도층은 손을 들어줄 일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문화일보


특히나 이번 총선에선 진박, 친박, 비박 등이 갈리는 추한 공천 경쟁과 충성 경쟁 속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인 영남권조차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영남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새누리당이 꼴 보기 싫고 그렇다고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주긴 그러니 투표를 포기하는 것으로 성난 민심을 표현한 보수 지지자가 많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3의 선택지로 국민의당까지 등장하니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는 결과 또한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TK의 총본산인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영남의 주요 선거구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후보가 대거 당선되며 콘크리트 같았던 보수 지지층인 낙동강 벨트도 끊어졌죠. 여권 지지자는 투표 포기로, 야권 지지자는 적극적 사전투표로 각각 정권 심판에 마음을 모은 결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겁니다.


4.13 총선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레임덕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차기 대권 주자인 김무성은 새누리당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는 공천 당시 살생부, 옥쇄파동 등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습니다. 공천 학살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 이한구 등 친박 인사들도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겠죠.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내친 유승민 의원은 TK의 텃밭인 대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다음 날부터 비대위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에도 세대교체와 권력이동의 돌풍이 불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전과 국민의당의 약진, 20년 만에 제3당 등장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놀랄 정도로 총선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현상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뜻밖에 원내 1당이 되는 승리를 거뒀으니까요. 중간에 잡음이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제통인 김종인 영입과 그의 당 운영이 주효했다고 말합니다. 우클릭이라는 비난을 받긴 했으나 새누리당의 안보 이슈 쟁점화를 노련하게 피했고, 경제 이슈에 전력한 결과 중도 보수층을 흡수해 원내 제1당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아무튼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이 연출됐습니다.



출처 - 아주뉴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국민의당의 약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중진들과 안철수 대표의 약발이 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감돈 적도 있었으나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일부 보수층의 지지도 흡수했습니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죠.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경우에 따라 편을 달리한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는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중도 보수가 향방을 가른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안철수와 국민의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의당이 약진한 결과 국회는 20년 만에 양당 정치의 틀을 깨고 3당 정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의 지지를 거의 상실한 대신 대구를 포함한 영남과 수도권 지역에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며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진출하게 된 셈이고, 국민의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던 당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지역정치 소멸하나? '국회 삼국지'의 시작


20대 총선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40년 동안 선거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되풀이되던 지역주의가 상당히 해체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대구와 부산 등 야권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던 보수의 아성이 붕괴했고 강남 벨트의 한 축도 무너졌습니다.

 

호남과 야권 주류의 결합이 처음으로 사실상 와해되었으나 야권 주류가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원내 1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번 총선에선 여에서 야로 간 사람, 야에서 여로 간 사람 등 상호 교체가 많았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종북세력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노동운동 출신 야권 인사가 울산에서 당선된 걸 보면 이제 한국 정치도 단순한 지역 구도와 북풍 공작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소통의 정치가 시작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어느 당이든 다른 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출처 - 헤럴드경제


각 당은 이번 총선 결과 앞에 겸허해야 할 것입니다. 민심은 곧 천심이니까요. 새누리당은 참패를 맛봤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더 상세히 분석해봐야 합니다. 야권통합이 되지 않아 3자 구도여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곳만 33곳이 넘으니까요. 만일 야권 연대가 이뤄졌더라면 압도적으로 야권 후보가 당선됐을 곳들입니다. 이런 지역을 모두 잃었다면 새누리당은 90석도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습니다. 

 

국민은 그동안 안하무인으로 유신 독재로 회귀하려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셈입니다. 이제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청와대 바라기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자세를 되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 결과 앞에서 겸허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보다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은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원내 1당이 된 셈이니까요. 여기서 기고만장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다가는 제2의 열린우리당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성난 민심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원내 1당이 되었던 열린우리당은 기고만장하다 호남권의 역풍을 맞고 소멸하여 민주당에 흡수되고 말았죠.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TK의 아성을 깨고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하여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호남이란 기반을 잃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당은 기뻐하기에 앞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호남권의 지지가 없었다면 당은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민의를 벗어나는 우클릭은 자신의 존립 기반을 없애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0대 총선이 끝나고 내년이면 대선 정국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박근혜 정부의 독재도 필연적인 레임덕과 더불어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당을 주축으로 하는 국회 삼국지라는 결과를 내어준 국민의 의중을 읽고 각 당은 제대로 된 소통으로 시원한 정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이전투구의 다툼 속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대선을 치르게 될 테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여야를 막론하고 3당은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수용, 테러방지법 폐기, 노동개악 4법 폐기, 청년 고용 및 경제 문제 해결 등등, 국민이 원하는 문제부터 하나하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합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정신 차리고 자신의 의무를 잘 감당하기 바랍니다. 점점 더 성숙해지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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