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세 차례의 집회금지 통고 등의 난항도 있었지만, 경찰의 차벽이 없어지자 2차 민중총궐기는 평화적인 시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수많은 시민은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때 경찰이 단행한 폭력 진압을 규탄하고, 노동 개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로 10만 명 이상이 광장에 모였지만 정작 얘기를 들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핑계로 도망쳤습니다. 정부와 경찰은 불통의 벽을 쌓은 채 시위대를 향해 살인 물대포를 퍼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농민 백남기 씨는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 JTBC


1차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폭력 진압은 도를 넘었습니다. 국민은 상식적인 선에서 최소한 물대포에 관해서 만큼은 사과나 문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박근혜 정부의 반응은 적반하장이었습니다.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시위로 낙인을 찍고 시위대를 테러범에 비유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불법 진압만 없으면 평화시위 가능하다

 

지난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복면금지법'에 반대의 뜻을 밝히려는 시민으로 넘쳤습니다. 스스로 제작한 다양한 모양의 복면을 쓴 채 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시민을 구속, 수배, 체포, 소환하고 있습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 평화적 집회와 시위가 일상화되었으나 이명박근혜 정권은 시위와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려 합니다.

 

최근 향수 어린 옛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케이블 TV 드라마로는 공전의 히트를 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응답하라 1988>을 제작해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1988년을 현실로 살아낸 사람들은 그 당시를 서울올림픽이라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눈물·콧물 흘리게 한 최루탄 냄새와 독재타도라는 구호로 기억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2차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경찰 기동대로 이뤄진 '검거 전담부대'를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많은 국민이 이를 사실상 '백골단'의 부활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백골단은 사복경찰 체포조로서 1980~1990년대 군부독재 시대에 무자비한 탄압의 상징이었습니다. 시위 진압에 특화된 경찰부대의 별칭이 바로 백골단이었습니다. 흰색 헬멧을 쓰고 일반 경찰과 달리 사복에 가까운 청 재킷 복장에 방패, 곤봉으로 무장해 시위대를 때려잡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죠. 당시 백골단은 대부분 무술 유단자와 특전사, 해병대 출신이 특채되었습니다.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백골단의 임무는 시위대를 때려잡는 일이었습니다. 전경이 방패를 이용해 시위대를 가두거나 밀어내는 데 주력한다면 백골단은 몽둥이로 시위대를 때리고 발로 차고 끌어내 진압했습니다. 백골단 앞에서는 남자, 여자의 성별도 노인, 아이의 나이도 무의미했습니다. 시위대가 집에 숨어들면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 두드려 팬 후 끌어냈고, 학교 도서관으로 도망치면 무고한 학생마저 때려서 끌어내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렇기에 시위대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백골단은 공포의 상징이었습니다.


경찰 측은 시위와 집회가 있을 때마다 폭력시위, 폭력시위 하는데 사실상 시위와 집회에 각목과 화염병이 등장한 이유가 잔인무도한 백골단 때문이라는 견해도 상당합니다.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공권력이 오히려 시위를 과격하게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역기능이 더 많았던 백골단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해체되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출처 - 민주와운동기념사업회


그런데 지난 2차 민중총궐기를 앞둔 경찰의 강경 진압 방침에서 국민은 백골단의 부활 조짐을 인식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월 30일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시위대를 유색물감을 뿌린 뒤 현장에서 검거한다는 내용의 폭력시위 대응방침을 공개했기 때문이었죠. 경찰관 기동대로 이뤄진 검거 전담부대를 집회 현장에 투입해 복면을 착용한 시위대를 바로 검거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국민은 박근혜 정권이 독재를 공식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파악했습니다. 과거 수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백골단도 공식 명칭은 사복경찰 체포조였으니까요.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2차 민중총궐기를 옥죄려고 강경 진압 방침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백골단의 부활'은 필요 없는 각본이 되고 말았습니다. 2차 민중총궐기가 평화적인 집회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죠.

 

 

박근혜를 비판한 세계 주요 외신 보도

 

많은 국민이 정부와 언론이 쏟아내는 1차 민중총궐기의 불법성을 그대로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차 민중총궐기 이후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미국에서는 공무 집행 중 경찰이 시민을 쏴 죽여도 무죄라면서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경찰이 그대로 패버린다며 그게 정당한 공권력이라는 미친 소리를 쏟아내 민심을 또 한 번 들끓게 하기도 했지요. 이완영 의원의 말처럼 외국에서 공권력의 과잉 진압에도 시위대가 평화롭다면, 외신들은 1차 민중총궐기 때 시위대의 대응을 질타하는 기사를 쏟아냈을 겁니다. 과연 그러했는지 오늘은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외신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BBC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경찰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에게 최루액과 물대포를 사용했다며 경찰의 살인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있는 시민의 모습을 파리 테러 속보와 함께 누리집 메인 화면에 게재했습니다. BBC는 이날 참가자들이 친일 독재를 은폐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AP통신은 11월 14일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정부에 대항해 행진한 민중총궐기의 모습을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물대포와 최루액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의 모습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국민을 탄압했던 독재자였다는 역사적 사실부터 지난 5월 세월호 집회 때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한 사실까지 보도하며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맥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NBC


미국 NBC는 파리 테러, 북한 김정은과 더불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하는 경찰을 고공 촬영한 사진을 11월 14일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했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대항해 많은 시민이 들고일어났으나 경찰은 물대포를 쏠 뿐이었다고 말이죠.


출처 - CTV


이 밖에도 캐나다 CTV 뉴스는 한국에서 7년 만에 최대 규모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다 물대포에 난사 당한 시민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태국 일간지인 《방콕포스트》도 같은 논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1차 민중총궐기 때 취재 중이던 외신 기자 중 몇몇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나동그라지기도 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기자는 손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일진데 말이죠. 사람에게 살인 물대포를 쏘고 환자를 태운 구급차에 물대포를 난사하는 박근혜 정권의 경찰들이 외신 기자 몇 명쯤 신경이나 썼겠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한국의 상황 때문에 방독면을 착용한 채 민중총궐기를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도 있었죠. 복면금지법을 만들면 앞으로 외신 기자들마저 감옥으로 가는 일이 생기겠군요.



《뉴욕타임스》, 한국에서 경제보다 더 큰 위기는 박근혜라고 규정하다


11월 14일 다른 외신들과 현장에서 민중총궐기 참가 단체들의 주장을 상세히 다루고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를 세계에 전한 《뉴욕타임스》는 11월 19일 국제면 사설을 통해 다시 한 번 민중총궐기를 짓밟은 박근혜 정권을 정조준해 비판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꼭두각시 정권에 비해 마치 낮과 밤처럼 대비되는 남한의 민주주의를 역행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첫머리부터 직설적인 비판을 날렸습니다. 우리나라를 북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건 소위 종북세력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란 얘깁니다. 《뉴욕타임스》는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을 통한 카카오톡 감청으로 시민의 비판과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있으며, 친일파였던 아버지 박정희를 왜곡 미화함으로써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국정교과서 추진의 배경 등에 대한 맥락도 상세히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메르스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한국의 큰 위기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 역사를 뜯어고치려는 시도와 반대를 탄압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위압적인 시도에서 올 것이다"라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사설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보호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세월호 시위 당시 차벽을 친 경찰 버스의 유리창이 깨진 사진을 올리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입한 경찰 버스를 훼손한 시위대를 비난하는 트윗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 버스 유리를 깼으니 같이 비난해달라는 거였죠.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의 기자는 어이없다는 듯, 만약 영국에서 경찰 버스로 차벽을 쳐 시위대를 가뒀다면 유리창뿐 아니라 경찰 버스 전체가 박살 났을 거라면서 사진 한 장을 올렸습니다.


출처 - 트위터


영국의 경찰차가 박살 난 사진이었습니다. 사실 촛불시위가 확립된 이후로 우리나라 시위는 너무 얌전해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평화적인 시위로 정착되었습니다. 경찰의 과잉, 불법 진압이 난무하던 시대에 돌멩이와 쇠파이프, 화염병으로 대응해야 했던 과거 시위대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현재의 평화 시위는 메시지 전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을 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판국에 선진국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하면 큰일 나고, 애초에 선진국에는 평화 시위만 있다고 하면서 한국의 시위대를 비판하는 분들은 정신을 좀 차리기 바랍니다. 9.11 테러가 있었던 미국조차 백악관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를 허용합니다. 명박산성과 근혜차벽을 쌓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선진국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선진국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보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해외에서 차벽 치다 망신당했던 박근혜 정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캐나다와 미국을 순방했을 때 현지 교민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및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원들은 현지에서 트럭과 대형버스를 긴급 수배해 광화문 시위를 막는 것처럼 시위대 앞에 차벽을 치려 했습니다. 시위대가 현지 경찰에게 차벽을 언급하자 그들은 설마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겠나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차벽이 등장해 시위대를 가리자 현지 경찰관들은 차벽을 치울 것을 운전기사에게 요구했습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시위대를 제지하려 했을 때 오히려 현지 경찰관들은 경호원들의 행동을 제지하며 시위대에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 주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도망치듯 해외 순방에 나서서 하는 일이란 게 고작 이 정도 수준입니다. 선진국의 공권력이 엄중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고 시위대조차 안전하게 집회를 끝낼 수 있도록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위의 자유는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시위 중에 얻어맞는 일이 생겨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나라 민주주의에 큰 문제가 생긴 거지요.

 

 

또 하나의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 만들려 하나?


백골단이 일으킨 수많은 역사적 과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일 겁니다. 1991년 4월 명지대학교 학생이던 강경대를 백골단이 시위 진압이라는 명목으로 철근이 든 죽도와 쇠파이프로 때려죽인 사건이었죠. 집단구타 후 강경대 학생을 길거리에 팽개치고 죽도록 내버려두었으니, 사실상 공권력이 조직폭력 및 살인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셈입니다. 그런데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성균관대학교 학생 김귀정 또한 경찰의 집단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신군부의 마지막 정권인 노태우 정부는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출처 - 한겨레


그렇게 민중의 피로 일궈낸 민주화의 꽃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역사의 시곗바늘이 돌고 돌아 독재자의 영애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폭력 진압이 용인되는 시대가 다시 오고 말았으니까요. 불통의 정치에 성난 민심을 표출했을 뿐인 농민 백남기 씨에게 살인 물대포를 직사해 사경을 헤매는 상태에 처하게 한 박근혜 정부는 정녕 또 하나의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을 만들려 하는 겁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헌법이 보장한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가' 하거나 '불허'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위헌 결정을 받은 차벽을 없애니 평화시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2차 민중총궐기가 증명했습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헌법을 유린하고 폭력을 자행하는 세력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 경찰이지 무고한 시민이 아닙니다. 독재를 종식하게 한 6월 민주항쟁의 함성을 온 국민이 다시 외치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농민 백남기 씨와 가족에게 사죄하고 그의 쾌유를 위해 노력하기 바랍니다.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입니다. 동시에 지난 17일 콜롬비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함께한 만찬에서 꺼낸 말이기도 하지요. 꺼낸 말은 의미 있지만, 장소가 잘못되어 영혼 없는 발언에 그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말을 도피성/외유성 남미 방문대신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와 19일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에게 사죄하면서 이 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사죄할 마음은커녕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국민에게 폭력을 가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호 1주년을 피하기 위해 급조된 남미 순방길

 

출처 - 연합뉴스

 

국빈으로 방문하는 것처럼 홍보했던 남미 4개국 순방길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는 페루, 칠레, 브라질처럼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방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콜롬비아에서 와주십사 해서 간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가겠다고 먼저 얘기를 꺼내 콜롬비아의 허락을 받은 셈입니다.



세월호 1주기 범국민 추모제와 4.19 기념식이 예정된 상황이었으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내 일정을 마치고 나머지 3개국만 방문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이 없는 팽목항에 나타나 깜짝쇼를 벌이고는, 성완종 리스트로 식물총리가 된 이완구 총리를 버려두고 뭔가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일부러 잡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시급히 출국했습니다. 이게 도피성 순방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요?


 

추모 행사가 불법 집회? 헌법을 무시한 경찰의 불법 대응이 문제!

 

출처 - 참여연대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헌화, 유가족과의 만남 등이 예정된 시청 광장과 광화문 광장은 지난 16일부터 경찰에 의해 도심 속 섬이 되었습니다. 지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시위를 벌였을 때 등장한 '명박산성'처럼 이번엔 '근혜차벽'이 도로나 지하철역은 물론 광화문으로 통하는 골목마저 모조리 막아버렸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대한민국 시민을 향한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세훨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의 만남을 통제한 대한민국 경찰(사진-생각비행)

 

경찰은 "불법집회로 변질된 세월호 1주기에 참여한 군중을 막기 위해서"라고 변명했습니다만, 경찰의 차벽부터가 완벽한 과잉진압의 결과물이자 불법 그 자체입니다.

 

출처 - 슬로우뉴스


경찰의 차벽 설치는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평화 시위를 막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교수는 경찰 차벽은 위헌임과 동시에 경찰직무집행법 위반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법령상으로 경찰버스는 사람의 통행을 가로막거나 집회 현장을 봉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경찰 장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 차벽이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지난 주말 세월호 추모 시위는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되어 차벽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출처 - 미디어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추모제 이전부터 치밀하게 차벽을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추모제 행사 후 헌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을 미리 차단해 시민이 유가족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었죠. 애초부터 경찰은 계획된 의도로 불법을 사전모의한 셈입니다.

 

출처 - 고발뉴스


경찰의 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그리워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을 향해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물대포의 물마저 불법으로 조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경찰이 소화전의 물을 살수차에 불법 주입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트위터에 올린 후 경찰에 항의했습니다. 해당 관할인 종로소방서는 소화전 이용을 사전에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과하기는커녕 이상호 기자를 체포했습니다. 기자마저 체포하는 마당에 경찰이 시민에게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리 없죠. 

 

출처 - 미디어스


경찰은 불법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거하여 시민의 통행권을 제한한 다음 이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과잉대응했습니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경찰이 광화문 일대의 교통 CCTV의 외부 송출을 9시간 이상 차단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참고: '세월호 집회 충돌' 그날 주변 CCTV 중단..왜? )

 

지난 17일과 18일 격렬했던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채증을 남발하며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통행의 자유를 유린하는 경찰이 시민의 개인 정보 공개를 막기 위해 CCTV 외부 송출을 차단했다니,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외부 송출을 꺼놓은 동안 경찰이 이를 시위대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활용했음이 명백합니다. 지난해에도 경찰이 고속도로 CCTV로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경찰은 광화문 부근에서 세월호 유가족 21명 등 100명이 넘는 참가자를 연행했습니다. 헌법부터 경찰직무법까지 어긴 자기네의 불법 행위를 눈 감은 채 말입니다.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한 시기에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정치권의 혼란, 평화시위마저 불법으로 규정하고 진압하는 경찰의 행태는 4.19 혁명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또한 꼭 1년 전 자본주의의 민낯을 목격한 세월호 참사 그날을 방불케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재래입니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혼자 도망치고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책임자를 보호하는 데 안달입니다. 정치권은 세월호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형국입니다. '기레기 언론'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뜻을 전하는 시민들(사진-생각비행)

 

4.19 혁명의 그날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도록 방기한 위정자들을 좌시해선 안 됩니다. 4월 16일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의 슬픔을 짓밟는 인면수심의 괴물들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신동엽 시인은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는 시에서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 /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일어서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그날'은 아직 멀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