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3일 전국에서 동시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8, 9일로 예정된 사전투표일을 앞두고 어제(7일)부터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블랙아웃에 돌입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로 표심이 좌지우지되는 걸 막고 공약과 유권자의 판단으로 투표하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블랙아웃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는 여당 후보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14곳은 여당이, 2곳은 야당이, 1곳은 무소속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고, 총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이 11곳, 무소속이 1곳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탄핵까지 이른 박근혜 정권과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무능함에 대한 염증이 심하기 때문이겠지요. 현재 여당의 압도적 우위는 문재인 정권의 후광과 전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 등이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때문에 여당과 야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에 대한 걱정이 여느 때보다 크다고 합니다.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6.13 지방선거가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개최되는데다 이렇다 할 선거 이슈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까지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선거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의 경우 어차피 이길 선거란 생각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어차피 질 선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 하나쯤 투표하지 않는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죠.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진영에, 낮으면 보수진영에 유리하다던 상식이 이번에는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그 때문일까요?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당과 야당은 모두 사전투표율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줄곧 50%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3년 처음 사전투표제도를 시행한 이후 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이 계속 상승해왔으니 사전투표율을 높이려는 이유는 분명해보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정 의원 등 여성 의원 5명이 사전투표율이 20%가 넘을 경우 파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달부터 사전투표를 독려해왔는데 아무래도 잘될 것 같은 북미정상회담의 여파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그전에 치르는 사전투표를 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한반도에 찾아드는 평화의 분위기를 반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보는 정당이라니, 자유한국당이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명약관화하군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 국면이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등장한 당이 있습니다. 바로 녹색당입니다. 2012년 3월 4일 전국 창당대회를 연 녹색당은 그해 4월 11일 총선을 치렀습니다. 총선 슬로건을 "정당투표는 녹색당"으로 결정하고 3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어 선거에 임했으나 103,842표(0.48%)를 득표해 의석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녹색당은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안운동으로서 녹색정치를 표방하여 농업, 생명권, 비정규노동, 소수자인권 정책은 어느 정당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그렇지만 녹색당은 창당 후 1달여 만에 정당등록을 취소당하고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4.11 총선에서 득표율이 2%에 미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기득권 중심의 정치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녹색당 또는 녹색정치조직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어떤 나라의 녹색당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득표율이 일정비율에 미달한다고 해서 정당등록을 취소하고 정당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악법조항 때문이었습니다.

 

녹색당은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고 등록취소를 당하고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되는 시련 속에서도 2012년 10월 13일 '녹색당 더하기'라는 당명으로 재창당해 꿋꿋하게 활동해왔습니다. 그 결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해군기지, 경북 영양댐 등 생명·평화의 가치가 위협받는 현장에 녹색당원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정의가 위협받는 곳에서 어김없이 녹색당이 연대했습니다. 정책정당으로서 탈핵, 탈화석연료, 탈토건을 포함한 녹색전환의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안해왔고, 말 못하는 생명들의 목소리까지도 대변해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2012년 4.11 총선이 끝난 직후인 5월, 정당법 제41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정당은 당명을 너무나 쉽게 버리지만, 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과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2013년 1월부터 당명 찾기 릴레이 1인 시위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정당에 유리한 기호부여제도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6.4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룸에 따라 녹색당은 동일한 당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당법 제41조 제4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후보자들이 녹색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고, 투표용지에도 ‘녹색당’이라는 이름이 찍히게 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출처 - 녹색당

 

그 결과 2014년 1월 28일 녹색당은 정당법 제41조 제4항과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승소했습니다. 이에 녹색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의 이름을 수시로 바꾸는 기존 정당들과는 달리, 녹색당은 이름을 바꿀 수 없는 정당이다. 녹색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명, 평화, 사회정의, 인권, 풀뿌리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를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녹색당’이라는 이름 속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녹색당(Green Party)들이 이 명칭을 공유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논평했습니다.

 

녹색당이 당명을 되찾기까지의 경과

 

– 2011년 10월 30일 녹색당 창당 발기인대회
– 2012년 3월 4일 녹색당 창당
– 2012년 4월 11일 총선에서 0.48%, 103,811표 득표
– 2012년 4월 12일 중앙선관위, 녹색당 정당등록 취소. 정당법 제41조 제4항에 의해 4년간 동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
– 2012년 5월 3일 행정소송(정당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과 헌법소원(명칭사용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 2012년 10월 13일 녹색당 재창당. 중앙선관위에는 ‘녹색당 더하기’라는 명칭으로 정당등록
– 2012년 10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정당등록취소의 근거조항인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 2013년 1월 7일 녹색당,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 시작
– 2013년 11월 11일 지방선거이전에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제기
– 2014년 1월 28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선고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다양성이 배제된 양당 중심의 정치 환경에 맞서 정당법 개정을 주도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탈핵에너지전환 기본법안 마련, 전국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제정운동조직, 공장식 축산 헌법소원진행, 미세먼지를 정치의제로 만들며 대응했습니다. 여성당원이 50%가 넘는 유일한 정당으로 성평등을 실천하고, 전면추첨제로 대의원을 선출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신지예 선거캠프

출처 - 녹색당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연일 화제입니다. 사법부 권력을 비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가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벽보 이미지를 공유하며 지난 4일 페이스북에 "1920년대 이른바 계몽주의 모더니즘 여성 삘이 나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개시건방진”이라며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다. 그만하자. 니들하고는"이라고 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서울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의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가 사라지거나 눈 부분이 파이는 등 훼손된 채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젊은 여성 정치인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실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녹색당 신지예의 정책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벽보 훼손 사건만 부각되는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아울러 나이가 어리다거나, 여성이라거나,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는 사실만 강조되고, 이런 조건을 갖춘 후보를 혐오하는 분위기에서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촛불시민의 힘으로 국가를 바꿨습니다. 정치가 바뀌면 전쟁의 위기를 넘어 평화의 봄이 찾아올 수 있음을 온 국민과 세계인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직장에서 재벌 갑질에 휘둘립니다.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은 폭력 이후 침묵을 강요합니다.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조차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성, 성소수자, 저소득 주민, 동물들이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바꿔야 합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렇기에 지방선거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결과라는 면에서 대선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단적인 예로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재외 국민 투표를 하지 않습니다. 반면 현재 거주지에 등록된 외국인은 투표를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지방선거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지역을 더 좋게 만들 사람을 직접 뽑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현재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면 투표를 할 수 없고, 외국인이더라도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투표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자신의 삶의 질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을 오롯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뽑는 선거가 바로 지방선거인 셈입니다.

 

출처 - 뉴스1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전투표를 한다고 하죠. 이번 6.13 지방선거는 본 투표일이 6월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사전투표는 오늘(6월 8일)과 내일(6월 9일) 각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각자 자신이 투표할 수 있는 투표소 혹은 사전 투표소를 미리미리 찾아두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살아갈 지역을 이롭게 할 현명한 선택으로 소중한 한 표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6월 8일~9일 사전 투표소 찾기 : http://info.nec.go.kr/bizcommon/popup/popup_search_prevoteForm.xhtml?electionId=0020180613


2018년 6월 13일 전국 동시 지방 선거 내 투표소 찾기 : https://si.nec.go.kr/necsps/sps.SpsSrchVoterPolls.nec

 

오는 29일은 제3회 지방자치의 날입니다. 그리고 지방자치제 출범 20년을 맞습니다. 지방자치제에 의해 주민은 스스로 지역의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지역 단위로 자치단체를 설립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시장-의회형의 자치단체 조직을 채택해 주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해왔습니다. 지방자치제라곤 하나 중앙정부가 마냥 내버려두는 건 아니고 자치단체를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으며 주민 또한 선거철에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의무가 끝났다고 여길 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뽑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일을 잘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 20년 평가'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주민의 행정 참여가 늘고 복지와 안전은 나아졌지만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중앙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은 마련되었지만 알맹이가 문제인 셈입니다.

출처 - 한강 타임스

 

 

강남만 따로 살게 서울에서 추방하라는 강남구청장

 

지방자치제 출범 20년이 되었지만 시민은 선거철에 투표만 할 뿐 기초단체장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지냅니다. 지방자치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주민이 그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지방자치제가 온전히 정착되기란 어렵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태도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는 서울시부터 작게는 자기 구민에게도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요, 그 시작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였던 한전부지 대금 1조 7030억 원을 두고 강남구가 서울시에 이상한 요구를 하면서부터였죠.


출처 - YTN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얘기를 쉽게 정리하자면, 약 2조에 달하는 대금은 강남에서 발생한 것이니 강남에만 쓰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당연히 서울 시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이에 대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그럴 거면 차라리 강남구를 강남특별자치구로 만들어 서울시에서 추방하라는 망언을 일삼았습니다. 그러고는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자신의 망언을 비열한 조롱 조로 작성해 마치 개인 블로그인 양 여과 없이 올렸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이 대금을 강남구에만 사용하는 것에 75퍼센트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75퍼센트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인 한전부지 대금 1조 7030억 원을 애초에 강남구가 독식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강남구가 서울의 알토란 같은 땅이 된 것은 서울 시민의 막대한 세금과 인프라가 투자되었기 때문입니다. 말죽거리로 더 유명했던 예전의 강남은 시골로 인식되어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서울시가 공무원 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경기고를 비롯한 소위 4대 명문고를 강남구로 옮겨 8학군을 만들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특단의 조치로 강남 지역은 땅값이 50만 배가 뛴 한국 최고의 부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강남구청장이란 사람이 이런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인제 와서 강남만 따로 살게 해달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추태가 아닙니까? 지금까지 들어간 세금과 인프라를 현재 물가로 계산해 모조리 토해낸다면 차라리 그러라고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강남에 임대주택은 안 돼!


한편 서울시가 KT의 전화국 터를 사들여 임대주택을 지으려 하자 강남구가 KT에 부지를 매각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목부터 'KT수서지점 부지 서울특별시 매각 반대 의견 통보'인 공문을 보면 이 땅에 임대주택을 건립할 경우 인근 신동아 아파트 등 주민들의 집단 민원 발생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리츠 계획의 일환인 이 임대주택은 민간 자금 투자를 활용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짓는 것입니다. KT수서지점 부지는 이 사업의 초기 대상지 중 하나죠. 한마디로 강남구는 임대주택 같은 걸 지으면 집값이 내려가니 땅을 팔지 말라고 민간 기업에 요청을 빙자한 압력을 넣은 셈입니다.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계획에 반대하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입장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강남구는 인근의 수서 공영 주차장 부지에 서울시가 지으려는 행복주택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로 대학생과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기네 욕망에만 충실한 강남구가 얼마나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건지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듣기 싫으면 나가!", 민방위 교육장에서 구민과 싸우는 강남구청장


그나마 공무원들끼리만 싸우면 다행인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구민한테까지 싸움을 걸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강남특별자치구 독립을 요구하다 여론의 난타를 당하자 억울했던지, 전혀 연관이 없는 민방위 교육장에 가서 한전부지 기여금의 당위성을 주장하다 민방위 훈련에 참여한 구민과 말싸움이 붙은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민방위 훈련에 참석한 구민이 한전부지와 민방위 교육이 무슨 상관이냐고 항의하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금 자기 얘기가 강남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안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에 구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 구민이 민방위 교육 와서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재차 항의하자 이제는 귀를 막으라고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습니다.


출처 – 여선웅 강남구 의원 페이스북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이상한 언동은 강남구의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강남구를 비판한 수만 개의 댓글을 모조리 빼버리고 소수의 옹호 댓글만 추려 자료로 배포하려 했습니다. 의장은 당연히 이를 제지했죠. 회의 규칙상 회의 도중에는 자료 배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의장에게 '똑바로 해라 강남구민 아니냐'며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이에 대해 의장은 자신이 강남에 30년 넘게 산 토박이라며 반격했습니다. 하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강남 사람이 아니라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강남의 여왕처럼 굴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사실 강남 사람도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다가 2010년 전략 공천으로 강남으로 넘어온 사람이기 때문이죠. 신연희를 강남구청장에 꽂아넣은 건 새누리당입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행태를 보면 기초단체장으로서 갖춰야 할 품위도 교양도 없어 보입니다. 날이 갈수록 그의 기행과 망언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강남에 사시는 분들이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이런 구청장을 뽑고 왜 그냥 두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합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대안이다

 

앞서 '지방자치 20년 평가' 자료를 보여드렸습니다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처럼 지역 간 불균형을 조장하는 단체장 때문에 지방자치제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제도 자치와 권한 배분에 집중한 탓에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체감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중앙·지방 간 세원 불균형 등으로 인한 재정의 중앙 의존이 날로 심화하여 지방의 책임성과 자율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입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시행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지방 간 협력, 주민참여 확대, 자치 단체장 역량 강화 등을 꼽았습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막말과 이상 행동도 따지고 보면 강남구만 잘살면 된다는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입니다.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지방자치제 고유의 목적을 잘 살리려면 지방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전문역량 강화도 필수적이지만 주민 스스로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이 인품과 능력을 적절히 갖췄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에게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J. 브라이스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명제를 입증해준다"고 했고, J. S. 밀은 "지방자치는 자유의 보장을 위한 장치이고 납세자의 의사표현수단이며 정치의 훈련장이다"라고 했으며, J. J. 스미스는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겐 더 넓고 깊은 지방자치를 통한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할 뿐입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곧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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