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겨울은 '삼한사온'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일주일 중 3일 춥고 4일은 좀 따뜻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삼한사미'라는 말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따뜻해질라치면 중국에서 스모그와 초미세먼지가 밀려와 숨이 막히고, 시베리아 삭풍이 불어오면 미세먼지는 사라지지만 북극 추위가 밀려옵니다. 대한민국의 겨울은 미세먼지로 숨막혀 죽을래, 아니면 추워 죽을래 하고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느낌입니다. 작년에 비해 추위는 좀 누그러졌다지만 초미세먼지는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 MBC


미세먼지의 원인 파악부터 대책 마련까지 그간 다양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죠. 미세먼지와 스모그의 큰 원인인 중국의 적반하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중국 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사람 탓만 하다가는 정작 미세먼지를 해결할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대기는 중국의 발표에 의하면 40%가 개선됐는데 한국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악화됐다며 서울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은 서울에서 배출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이는 중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일 뿐입니다. 

 

출처 - MBC

 

중국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나라 대기오염 물질의 최소 30%가 중국에서 건너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40%나 나아졌다고 자신하는 베이징 일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3년 모두 같은 해 서울 평균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베이징 일대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을 볼 때 중국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죠. 북풍이 부는 시기에 중국에서 밀려오는 공기가 남쪽으로 쓸려내려가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만 봐도 중국이 한국 미세먼지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합니다.


출처 - 조선비즈


초미세먼지와 관련해 또 하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은 원전 마피아들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였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 수치가 높아졌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14일 MIT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서울대 원자력 정책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의 논조를 보면 뻔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발생하며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는 데에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기존 원전에 재투자해 설계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은 MIT의 고언 "한국, 미세먼지 싫다면 원자력 투자하라"였습니다. 원전의 안전 관련 우려와 핵연료 처리문제 등 후처리 비용까지 생각하면 원전은 값싼 에너지가 아니고 만약의 경우 치명적으로 위험한 건 원전 쪽이라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눈을 감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애초에 탈원전을 대신한 화력발전이 미세먼지량을 늘렸다는 것도 틀린 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화력 발전량은 2년 전보다 11% 늘어났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미세먼지는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원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계치입니다. 석탄발전소 6기를 LNG로 전환하고 오염물질을 걸러 내보내는 탈황, 탈진 설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효과를 본 것입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화물차를 조기 폐차하면 최대 3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친환경차 대체 정책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긴 기간이 필요한 일이고, 현재 가동 혹은 건설 중인 원전 현황을 봐도 원전 비율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문제에 탈원전을 끌어들이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러운 주장일 수밖에 없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참모진들에게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때라며 초미세먼지 문제를 재난에 준해 생각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중국와 태국이 실시한 인공강우에 대한 염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중국과 태국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 하나 싶으셨을 겁니다. 비로 초미세먼지를 씻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환경에 끼칠 영향이나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거니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기후 조건 때문에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합니다. 서해안 일대의 온난기단이 접근해 따뜻한 날씨의 고기압이 자리잡으면 서풍이 불며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넘어오는데요, 이렇게 되면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가 됩니다. 현재로서는 비구름이 아예 없는 맑은 하늘에서 인공강우를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태국처럼 우리나라가 비구름 생성이 잘되는 온난다습한 기후가 아니니까요. 그러므로 적어도 현재까지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대책은 되지 못하는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해상에서 실시했던 인공강우 실험을 분석한 결과,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기상과학원은 유의미한 강수 관측은 없었으나, 추가적인 인공강수 실험을 실시하며 미세먼지 변화를 관측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동으로 실험을 진행했던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최소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강우량을 기록할 수 있는 인공강우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주문으로 단행한 인공강우 실험은 정치적 이벤트로 끝난 셈입니다.

 


출처 - 위키트리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유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이를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참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사과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표현할 만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됩니다. 설 연휴가 지난 현재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나쁨(일평균 36∼75㎍/㎥)' 일수를 40일로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책임 있는 저감 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협약화 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오는 11월 개최될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에서 제안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미세먼지특위)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미세먼지특위 운영 계획'과 '미세먼지 대책 중점 추진계획'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환경부는 연차별로 미세먼지 평균 농도 목표치와 감축량을 설정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미세먼지특위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제대로 기능하는 마스크를 쓰는 등 개인의 노력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이 말썽입니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인데요, 지난주는 정말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지난 21일 당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소 4배인 세제곱미터당 119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아 남산타워는 물론 여의도 한강 다리마저 뿌옇게 가려져 보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이날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살피는 사이트 에어 비주얼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질이 인도 뉴델리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고 밝혔습니다. 인천 공기는 세계 여덟 번째로 나빴습니다. 닷새 동안 쌓인 미세먼지에 또 한차례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짙은 미세먼지가 몰려왔기 때문이었죠. 서울의 대기오염도가 세계 2위이고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본토인 중국보다도 공기가 더러웠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미세먼지란 무언인가?

 

여기서 잠깐. 미세먼지가 뭔지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진단도 대책도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미세먼지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합니다. 환경부는 지난 1995년 1월부터 10㎛ 이하의 미세먼지(PM 10)를 새로운 대기오염물질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2015년 1월부터는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 2.5)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었죠. 대체 얼마나 작은지 감이 잘 안 잡히시죠? 머리카락 단면의 크기가 ​50~70㎛입니다. 비교해보시면 미세먼지의 크기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미세먼지는 연소작용으로 발생되며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대도시의 경우 미세먼지의 70퍼센트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면 하늘이 뿌옇게 되면서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숨쉬기가 불편해집니다.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거쳐 폐에 들러붙어 기능을 저하시키며 빠져나가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 흡수돼 온몸을 돌며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후각신경을 타고 뇌에 들어가 세포 손상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를 석면, 플루토늄, 담배 연기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불러 그냥 막연히 먼지겠거니 하시는 분도 계셨겠지만, 사실상 공인된 발암물질을 매 순간 흡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심각한 일이죠.


출처 - SBS


미세먼지, 어디서 오나?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입니다. 사드 보복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중국 북부 공업지대의 스모그가 중국 내에 고여 있다 편서풍과 계절풍을 타고 불어닥친 미세먼지가 또 한 번 우리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가 진행되어 수도권 공장들이 영업을 일제히 중단한 일이 있습니다. 이때 대기오염이 급감하며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시적으로 맑은 하늘을 자랑했죠. 하지만 양회가 끝나고 중국 공장이 다시 돌아가자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도 다시 평균을 넘었습니다.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시설 등 우리나라 자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이는 전체의 20퍼센트 수준이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72퍼센트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의 영향 때문에 우리나라 대기질 수준은 세계 180개국 중 173위로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황사보다 사실상 더 위험한 이 미세먼지가 아직 정식 재난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당사국인 중국이 중국발 스모그에 의한 한국과 일본의 미세먼지 피해를 부정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수도권에서는 시민이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죠. 중국 대도시에서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정도로 미세먼지는 위협적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미세먼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근 미세먼지 대항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 판매업체에서는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퍼센트,  60퍼센트 늘었으며 의류건조기는 무려 12배나 더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판매업체는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71.1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공기청정기 대여 및 판매 규모는 지난해 1조 원 시장이 됐는데 올해는 1조 5000억 원으로 50퍼센트 성장이 예상된다고 하는군요. 미세먼지 대응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깁니다.

 

황사마스크와 클렌징제품도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죠. 11번가는 13~21일 황사마스크 매출이 4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고,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선 1~22일 황사마스크 매출이 30퍼센트 이상, 클렌징‧헤어케어 제품·구강청결제가 40~50퍼센트 대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13~21일에는 황사마스크 매출은 90퍼센트나 수직 상승했습니다.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섬세한 외교력과 오염방지 기술 등을 도입해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 그런 대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한때 고등어구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우리나라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를 '미세먼지'로 표현을 바꾸겠다는데 지금 과연 이름이 중요한 때인가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적어도 황사에 준하는, 그 이상의 재난으로 인정하고 그에 발맞춘 대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의 장본인은 발뺌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무능력하게 당하고만 있으니 시중에는 음모론과 틀린 정보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삼겹살에 황사나 미세먼지가 씻길 리 만무합니다. 다음 정보를 통해 미세먼지에 관한 진실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IZE):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5030209327284506


[팩트체크] 쏟아지는 미세먼지 관련 루머 사실일까?(JTBC):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43894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선 미세먼지용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 정보에 시시각각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장미대선으로 선출될 차기 정부는 무너진 중국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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