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2011년부터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편으로 사회적기업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해왔습니다. 새로운 공공사업을 이끌어갈 멋진 사회적기업가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종사자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소식을 발굴해 전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예방'인가 '안전망'인가 

'니트Neet'란 15세에서 34세의 청년 가운데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들을 약 64만 명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35세 이상 남녀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니트에 속하는 대상을 50세까지 넓힌다면 아마도 100만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일설에 따르면 180만 명 이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니트를 '지원'하는 일과 니트를 '예방'하는 일 사이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양쪽 모두 중요하다는 점은 틀림없지만, 니트가 되고 난 다음 지원을 계속해봐야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니트는 앞으로 계속 생길 테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사회보장비로 말미암아 국가 재정은 점점 심각한 상태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 과제에 따라서는 예방만이 아니라 '안전망safety net'을 우선하거나, 해결할 때까지 양자를 병행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 사회적기업을 생각할 때는 '예방'과 '안전망', 이 양자의 가능성을 반드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_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본문 중에서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마을이 학교다라는 인식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교육을 개최합니다. 마을의 진정한 주민이 되고 싶은 사람,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장래에 마을활동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 40명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귀농, 귀촌의 바람이 불면서 마을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거나  마을을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여기저기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은 부족한 상태인데요, 희망제작소가 준비한 '마을이 학교다'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봅니다.

2012년 6월 23일부터 7월 21일 총 8회 교육으로 진행되며 수강료는 30만 원입니다. 대학생이나 비영리단체활동가,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에게는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더체인지는 불 끄는 법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합니다. 6월 30일(토)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열리며 장소는 하자센터입니다.
이 강의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 팽배한 불신, 불안, 불만, 그리고 이것이 야기한 불행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인데요, 강사진이 무척 화려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방송인 김재동, 김연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진혁 EBS PD가 '不'을 끄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모집인원은 총 250명으로 참가비 1만 원을 입금하는 순서로 마감합니다.


"협동조합, 넌 누구냐?"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입니다. 우리나라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협동조합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에 지역주민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마포두레생협은 협동조합 강좌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6월 14일부터 7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강의가 진행됩니다. 참가비는 4강 1만 원, 개별강좌 5000원입니다. 


1강 왜 협동조합이 대안인가?
-협동조합의 가능성과 국내외 성공 사례 / 강사: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2강 협동조합은 무엇으로 하는가?
-협동조합의 중심 가치와 원리 / 강사: 김기섭(《깨어나라 협동자합》 저자)
3강 협동조합으로 기업하기
-협동조합 기업의 시스템과 운영원리 / 강사: 박범용(한국협동조합연구소 협동조합기업지원팀장)
4강 대안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
-노동과 화폐에 대하여 / 강사:강수돌(고려대 경영학교 교수)


2012년 소셜벤쳐 경연대회
- 참가자격: 소셜벤처에 관한 아이디어와 사업화 계획이 있거나 평소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은 개인 또는 단체
- 모집부문: 청소년 아이디어 부문, 일반 아이디어 부문
- 참가범위: 교육, 보건, 사회복지, 환경, 문화·예술·관광·운동, 보육, 산림보전 및 관리 등
- 신청접수: 2012년 6월 11일(월)~6월 27일(수)
- 주최: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울산광역시 북구, 2012년 마을기업 모집
- 기간: 2012년 7월~2013년 2월 (8개월)
- 대상사업: 지역자원 활용형 공동체 사업, 친환경·녹색에너지 공동체사업, 생활지원·복지형 공동체사업 등
- 대상단체: 법인, 마을회, NPO 등
- 사업비 지원: 5000만 원 이내

제2차 경제민주주의와 마을공동체를 향한 협동조합 시민교육
- 일시: 6월 7일(목) / 6월 14일(목) / 6월 21일(목),  오후 7시~9시 
- 장소: 관악구청 대강당
- 주최: 사단법인 마을, 협동조합기본법연대회의 
- 문의: 02-322-1963, 담당 김일영

제3회 적정기술 이노베이션 캠프
- 일시: 2012년 7월 6일~7일(금, 토)
- 장소: 하이서울유스호스텔
- 대상: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 및 일반인
- 신청: 5월 21일~7월 1일
          (자정 12시 마감, 별도의 참가신청서 작성 후 atsefestival@gmail.com으로 제출)
- 문의: 굿네이버스 적정기술센터(02-3278-2224)
           SK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본부 070-7601-0882

2012년 인드라망 마을학교 개강
- 일시: 6월 12일(화)~7월 5일(목), 매주 화, 목 19:30
- 장소: 신정동 인드라망교육도량 / 현장탐방 - 원주지역
- 참가비: 전 강좌 7만 원(인드라망회원 및 생협조합원은 5만 원), 현장 탐방(원주기행) 2만 원
- 문의: 02-576-1886 인드라망 교육마을팀(bonyfleck@indramang.org)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11월 22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가 간 조약이 날치기로 통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은 비공개로 기자들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을사오적이 한규설을 비롯한 반대파 대신들을 방에 가두고 자신들끼리 조약을 통과시켰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가결 소식에 분노한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한미FTA 반대시위를 벌였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현장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하기 전인 지난 11월 19일(토), 향린교회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복음주의'와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에서 《2011 한미 FTA 비판 강연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계획했습니다. 이날 강연은 박득훈 목사(새맘 교회, 한미FTA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정태인 원장(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제17대 국회의원)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가결한 시점에 어쩌면 이 소식이 너무 늦은 감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 많은 분이 한미FTA가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하게나마 정리하려 합니다.

박득훈 목사

첫 강연을 연 박득훈 목사는 한미FTA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날 <한미FTA와 기독교신앙〉이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한미FTA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관해 강연했습니다. 이날 사회는 청어람아카테미 양희송 대표가 맡이 진행했습니다.

박득훈 목사는 "그리스도인이 경제현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선호해야 할 이념적 관점은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권리를 존중하는 관점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연 중에 한미FTA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적해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참여자가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첫 번째 강의(박득훈 목사)

다음 강연자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었습니다. 정태인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인수위원과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한미FTA와 사회경제〉라는 제목으로 강연했습니다.

사실 이날 강연 내용은 참여정부가 한미FTA와 관련해 정태인 원장에게 자문했을 때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정태인 소장은 당시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FTA를 체결한 두 나라, 즉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예를 들며 한미FTA가 초래할 폐해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에 서야 하는지 정리하면서 그에 따른 경제협력의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한미FTA 비판강연회> 두 번째 강의(정태인 원장)

마지막 강연은 법무법인 한강 대표인 최재천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최재천 변호사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미FTA를 반대했던 분입니다. 이날 강연 주제는 〈한미FTA와 법〉이었습니다.

최재천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한미FTA 협정문을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예를 들며 한미FTA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설명에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고조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세 번째 강의(최재천 변호사)

한미FTA 반대시위 현장

강연회가 끝나고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분이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한미FTA 반대 체조도 하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반대 의견을 적어주셨군요.

한미FTA 반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도록 '개념 시민'이 준비한 커피도 있었습니다. 이름 없이 활동하는 분들이십니다.

늦은 밤까지 한미FTA 반대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뜻있는 시민이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감히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힘은 미약해도 야5당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은 11월 22일 단 4분만에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분노한 시민은 거리로 나왔고, 한목소리로 부당성을 성토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은 무고한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하게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9명의 시민이 연행되었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가결되었다고 해서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아직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심판하고 무기력하게 대응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엄중히 경고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막지 못한 일이라도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할 인물을 국회의원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한 표가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힘과 의지를 보여줄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향신문》에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기고한 칼럼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을 소개합니다.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

여당의 어이없는 ‘날치기’ 폭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통과된 한·미 FTA에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 이유를 다시 밝혀 두고자 한다.

첫째, 한·미 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자 불평등협정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료들은 이를 두고 한동안 ‘이익의 균형’ 운운하고 또 ‘잘된’ 협상이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주장하건대 한·미 FTA는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에서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결과물일 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를 통틀어 가장 미국에 유리하게 체결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안은 강대국 횡포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한·미 FTA가 국내법률인 반면, 미국 내에선 국내법률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둘째, 한·미 FTA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있다 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 정부 측은 한·미 FTA 경제효과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66%에 달하고, 일자리가 35만여개 증가하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며, 또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37억달러 감소했고, 칠레와 7년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5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음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런 상태에서 강자의 보호주의에 다름 아닌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저 미국의 ‘경제영토’가 될 뿐이다.

셋째,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한·미 FTA는 더욱 더 잘못된 협상이 돼 버렸다. 재협상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의 시간을 유예해주고, 미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한·미 FTA 전체를 통틀어 자동차 부문은 그저 한 부문이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이것이 무너짐으로써 사실상 한·미 FTA를 통해 무슨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망하다.

넷째, 한·미 FTA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금융위기는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발생했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현재의 속도대로 악화된다면, 대미 경상수지는 낙관할 수 없다.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무역 적자와 정체 상태인 상품무역 흑자를 놓고 볼 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조만간 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다섯째, 한·미 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 증시를 일러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한다. 한·미 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단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 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여섯째,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없이도 현재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2009년 32%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미 FTA는 수출기업 대 내수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현저하게 심화시킬 것이다. 이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 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위 ‘동반성장’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일곱째, 한·미 FTA는 정의롭지 못한 협정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FTA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상은 어음으로 주어졌고, 결제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동차산업의 기대이익도 한국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율이 이미 절반에 달하는 조건에서 불확실하거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해외유출도 감안해야 한다.

여덟째, 한·미 FTA 협정문에 내장된 저 허다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교과서다. 그 수많은 독소·문제 조항 중 으뜸은 투자자-국가소송제다. 물론 여기에다 역진방지(래칫)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허가-특허 연계 조항 등 이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제약, 위축시킬 것이다.

아홉째, 한·미 FTA는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지국가는 이미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진보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일찌감치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다.

열째, 한·미 FTA를 통한 이른바 ‘중국 견제’가 결국 동아시아의 역내 안정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그저 통상협정을 넘어 정치군사적 협정으로 오남용될 때 역내 안정과 평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미 FTA가 날치기된 상태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99%의 선택은 자명하다. 이러한 무법적인 날치기 폭거를 보며 그저 나는 한·미 FTA 협정문 24.5조를 또다시 떠올렸다. 이렇게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180일 후에 종료된다.” 그 외의 어떤 다른 요건도 없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 협정은 종료된다.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도입한 이 종료 조항은 이제 막연한 조항이 아니라, 살아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애초 절차적 정당성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미 FTA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그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지막 통과 과정 역시 최악이었다. 이제 우리 99%에게도 남은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한·미 FTA의 폐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 통합적이고 복지 친화적인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그리고 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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