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말들이 국가와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또 멀게 만들었을까요? 송년회의 건배사처럼 2017년 한 해 있었던 '말말말'을 가볍게 한번 훑어보겠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아마 2017년 나왔던 수많은 말 중에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바로 이것이라는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이 한 문장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시민들은 1년 전 추운 겨울 광장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쪽엔 탄핵 표결이, 나아가 탄핵 인용이 실제로 될까? 시위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했죠. 그런 만큼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이정미 재판관이 낭독한 박근혜 탄핵 심판의 주문이 주는 감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출처 – JTBC

 

“자살 임무를 맡은 로켓맨”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하지만 2017년 전 세계적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강 대 강'이 맞붙어 불꽃 튀는 막말의 향연이 더 유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과 미국 대학생 웜비어의 사망 그리고 무엇보다 핵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그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골치 아픈 한 해였습니다.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에 비유하며 조롱하자 북한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폭언을 퍼부었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의 영문 성명에 들어있던 잘 쓰이지 않던 단어인 'dotard(늙다리)'가 메리엄 웹스터 사전 등에서 검색이 폭주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SBS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 허리 똑바로 펴고 있어라. 나를 주주님으로 불러라.”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



2017년의 경제계 화두는 재벌들의 갑질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폭행 전문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화의 3남 김동선은 자기 회사도 아닌 로펌 김앤장 회식 자리에서 만취해 남자 변소사의 뺨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조폭 영화인 친구의 대사 같은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는 물론이고 내가 돈 주는 너희 변호사들은 나를 주주님을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뿌리며 한화그룹의 수준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갑질에 대해 역대 가장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월 대기업 경영진과 간담회 후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면서 조금 늦었는데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 때문에 품위가 없는 발언이었다는 비판도 있긴 했습니다만 갑질 뉴스에 분노하는 국민 대부분은 통쾌한 마음이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 밖에도 올해의 유행어라 할 수 있는 김생민의 “스튜핏! 그뤠잇!”처럼 생활밀착적인 말들부터 여전히 망언을 일삼는 정치권의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 국정원으로부터 1억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친박 최경환 의원의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까지 2017년 한해도 말의 스펙트럼은 넓었습니다.


하지만 올 연말 나왔던 말 중에서 영화배우 정우성이 한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생긴 것만큼 선행과 평소 정치적 견해를 서슴없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인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출처 - SBS

 

“어느 순간부터 국민이 권력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치적 발언이라는 프레임으로 발언 자체를 억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 나라와 관련된, 사회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 '정치적 발언이 아니냐' 하고 자제시키는 것 같다. 저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제가 하는 발언이 정치적 발언이면 우리 국민 모두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관심이 바람직한 정치인을 만든다. 국민의 무관심은 이상한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맞습니다. 2018년에 우리는 더 정치적이어야 하고 더 관심을 보이고 더 과감해야겠습니다. 2017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이야기로 포털 사이트, 인터넷 언론, TV 방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언론이 떠들썩합니다. 최근 정우성과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던 이지아가 오랫동안 서태지와 결혼한 사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이지아와 서태지의 관계를 전혀 몰랐던 정우성이 생일파티를 취소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들려오는 가운데 언론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좀 더 자세한 정황을 캐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소송 기사가 터진 시기에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맞물려 있었습니다.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정부, 공공기관의 부정 이슈였습니다. 이에 몇몇 네티즌은 '이지아 열사가 묻어버린 뉴스'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서태지-이지아 이슈에 묻혀버린 뉴스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BBK 수사 검찰, 언론사 상대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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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검찰과 소송을 벌였던 《시사IN》

지난 2007년 BBK사건 특별수사팀 검사 10명이 시사 주간지 《시사I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수사팀은 '김경준씨의 일방적인 진술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소속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시사IN》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무죄) 직전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에게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 주겠대요’ 같은 내용을 적은 김경준의 메모와 함께 “김경준씨가 검찰에게 협박당했다”는 김경준 가족의 주장을 보도했기 때문이죠.

2009년 1월에 열린 1차 공판은 검사 측이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시사IN》과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실명이 노출된 검찰 수사기획관과 검찰 부부장에게 각 1,000만 원, 나머지 검사 8명에게 각 200만 원 등 총 3,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열린 2차 공판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판부가 검사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보도된 김씨 자필 메모 등이 사후 조작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기사의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언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시사IN》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시사IN》이 검찰에 승소했다는 소식이 TV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금산분리법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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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법을 소개한 릴레이 만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산분리법 완화가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산분리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금산분리법 완화는 특정 기업에 대출처럼 자금 융통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 은행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얘기죠. 기업이 은행을 보유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기업이 은행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기에 그동안 금산분리법으로 엄격히 규제했던 걸까요?

금산분리법을 완화하면 은행의 거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모 기업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받거나 싼 이자로 대출받는 문제가 생깁니다. 기업이 그 돈을 새로운 연구에 투자하고, 상품을 개발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사용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대출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유용할 여지가 생기며, 엄청난 돈이 정치계 로비나 후계자 승계에 불법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불법적인 대출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합니다. 모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은행이 연쇄적으로 손실을 보아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일반 시민과 대출받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연예기사에 가려졌습니다.

무한도전 기부금 유용한 복지단체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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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달력

한국 사회에 기부에 대한 관심이 일다가 가장 큰 모금 단체의 자금 유용 사건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일명 사랑의 열매 일부 직원이 성금을 유용하여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죠. 이에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또다시 기부자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MBC 간판 예능 프로 <무한도전>에서 맡긴 성금을 복지단체 간부들이 가로챈 사건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달력을 비롯한 관련 상품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을 어려운 학생과 이웃을 위해 성금으로 내놓았습니다. 그 금액이 무려 3억 300만 원이었죠. 그 가운데 8000여만 원 정도를 복지단체 간부들이 되돌려받아 배를 채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저지른 비리는 밝혀진 것만 해도 두 차례가 넘는다고 합니다.

<무한도전>의 성금은 관계자의 노력과 더불어 국민의 온정이 담겨 있습니다. 마땅히 좋은 일에 써야 할 돈을 횡령한 큰 사건 또한 연예기사에 묻혀버렸습니다.

묻혀버린 4.19, 알려지지 않은 4.19 기념 도서기부 캠페인

생각비행은 지난주에 <시와 함께 읽는 4.19> 기사로 4.19혁명의 경과와 그 의미를 돌아보았습니다. 언론에서 4.19 관련 보도로 눈에 띈 건 이승만 대통령의 후손이 4.19 묘역에 사죄하러 갔다가 수모를 당한 이야기뿐이었죠. 4.19의 경위와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보도하는 기사가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는 한국사를 필수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고,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나마 내년부터 한국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바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나마 반쪽짜리 정책이긴 하지만요.

4.19를 아쉽게 보내는가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상에서 좋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4.19혁명 책을 선물하세요>라는 소셜 도서기부 캠페인이었죠.

4.19, 4.19혁명, 4.19혁명 서적, 10대가 만난 현대사 시리즈-4.19혁명

소셜 캠페인으로 기부하는 책은 《10대가 만난 현대사 시리즈 - 4.19혁명》입니다. 참가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여러분의 페이스북, 트위터, 혹은 미투데이 아이디로 접속하셔서 기부할 곳을 등록하기만 하면 됩니다. 수집된 개인정보는 책 전달 후 모두 폐기한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요즘 개인 정보 누출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까지 캠페인에서 밝히고 있나 봅니다).

신청방법


현재 386권의 물량이 남아 있는데 112명이 참가한 상태입니다. 생각비행은 당연히 참여했습니다.^^ 홍성에 농부들을 위한 도서관인 '밝맑도서관'이 개관 예정인데요. 그곳의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부디 이 캠페인이 널리 알려져서 전국 각지와 여러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4.19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이 이 사이트를 널리 전파해주시고 가까운 도서관에 책도 신청해주세요.

참여하기 : http://419.2u.lc/2


오늘 소개한 이슈 외에도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수많은 소식이 가십기사에 묻혔겠지요. 생각비행은 그동안 블로그 기사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과연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로 그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고 있습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식을 전해 판매 부수나 페이지뷰만 높이는 하이에나 언론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사회적 관심을 고양하는 심층적이고 꼭 읽어야 할 기사를 전달하는 길잡이 언론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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