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추모 문화제 '네 눈물을 기억하라'가 열렸습니다. 3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안산분향소에서 출발해 1박 2일간 행진한 희생자 가족들이 추모 문화제에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세월호 100일을 외면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19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에서 180도 돌변한 것입니다. 실로 괴물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결과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활개 치게 방치한 결과입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적 욕망에 생을 저당 잡힌 채 괴물을 닮아가는 우리의 일그러진 얼굴을 포착한 문화비평집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심연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대형 참사가 드러낸 자본주의의 민낯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결과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활개 치게 방치한 결과였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선령 규제 완화, 더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기 위한 선박 개조와 증축, 안전 규제 완화와 철폐,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벌, 승객보다 선장과 선원을 먼저 구조한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 방식, 인명 수색 작전에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잠수업체 언딘과 해경의 알 수 없는 유착 관계,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를 위한 의전 통화에 바빴던 119상황실과 해경, 사고 초기부터 인명 수색에 이르기까지 재난구조체계의 총체적 부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 면피에 급급한 정부와 대통령, ‘정피아’ ‘해피아’ ‘관피아’로 통칭되는 정부와 산업계 전반의 이권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 허위 정보를 받아쓰기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감추는 언론의 저급한 보도 행태…. 이 모든 게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과 권력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끔찍한 모습이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청대 말기 오견인(吳趼人)은 견책 소설(譴責小說, 사회 개혁을 목적으로 폭로와 풍자적 성격을 담은 소설)인 〈20년간 목도한 괴현상〉에서, 구사일생(九死一生)이라 자칭하는 주인공이 20년간 겪은 내용이라는 형식을 빌려, 청조 말기의 관계에 있던 매관(賣官) 풍습, 뇌물의 실태, 관료의 부패·타락, 민중 박해의 상황을 낱낱이 폭로했다. 숱한 세월이 흘러 시대가 변했지만 위정자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대만판 ‘20년간 목도한 자본주의의 괴현상’이라 할 만하다. 국립대만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대만《연합보(聯合報)》의 명인 칼럼과 《중국시보(中國時報)》의 시론광장 칼럼에 기고한 문화평론을 엮어,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7일 태풍 모라꼿이 대만 남부와 동부 지역을 강타하여 700명이 넘는 사상자와 엄청난 물적 피해를 남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8·8 물난리를 몸소 겪으며 공포에 떨었을 이재민과 구조대원들보다 복구 작업의 불성실 등을 이유로 여론의 맹렬한 비난을 받은 정부 관료들한테서 ‘충격 방어’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징후가 먼저 포착되었다. 신속하게 재해 상황을 조사하고 복구 작업에 힘써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재민처럼 행동했다. 심지어 복구 대상이 ‘태풍’의 재해인지 ‘정당’의 재해인지(당시 마잉주 정부는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급기야 관련자 처벌 명단을 발표하고 내각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정부와 관계 당국의 ‘보신주의’는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대판 사회의 ‘정치 재난학’을 떠오르게 한다. 대형 참사 앞에서 책임을 면피하려는 위정자의 행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괴물을 닮아가는 우리의 일그러진 얼굴

 

과거 ‘자본주의는 괴물이다’ 식의 경직되고 완고한 사유 방식에서 자본주의는 사람을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뼈까지 통째로 잡아먹는 무소불위의 거칠 것 없는 힘과 잔인성을 소유한 괴물로 비유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태적 사고로는 ‘생산’하고 ‘변화’하고 ‘도주’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실태를 포착하기 어렵다.

 

세계화 시대에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신감각의 산물로 엄청난 운동에너지와 시장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시대의 괴물들은 자본주의의 신세대 권력으로 인간의 욕망을 조작한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급진적이고 돌발적인 방식으로 경계를 허물고 다시 경계를 만들어 해체와 재편, 분출과 흡입을 거듭하는 ‘시장 괴물’ ‘정치 괴물’ ‘미인 괴물’ ‘영상 괴물’ ‘젠더 괴물’ ‘공간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괴물’을 문화비평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유 방식으로 관찰하면서 대만 사회라는 ‘문화 유격전’의 현장에서 작동하는 괴물의 실체를 생생히 포착한 비평집이다.

 

‘시장 괴물’은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그 작동 방식을 살펴보자. 저자는 ‘늙지 않는 젊음’에 대한 대중의 경이와 흠모, 그리고 그런 시선을 비판적인 인식으로 들여다본다. 여배우의 ‘영원한 젊음’은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부권 사회의 강박과 내화(內化)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늙는 것은 자연의 한 현상이지만 부권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또 여배우의 ‘영원한 젊음’은 자본주의 상품 시장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다루고 착취하는지 잘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몸집이 불고 늙기 마련이다. 하여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미션 임파서블’, 그러니까 영원히 소녀 같은 몸매와 피부와 얼굴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이문이 남는 장사가 된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우리 사회에서 ‘공간 괴물’은 또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많이 긁을수록 이득이 되는’ 방법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현대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이성’은 ‘욕망’적 소비 충동으로 전락해버린다. 모든 ‘욕망’ 안에 ‘이성적’ 계산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경제 발전 동력의 지표가 되는 각종 성장률이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는 대만의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본의 흐름에서 불균등하게 이뤄지는 자원 분배의 문제는 은폐되고, 거시적 ‘문제’들이 개별 소비자군의 미시적 ‘징후’로 단순화되는 현실이 거론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은 창립 기념 할인 행사를 하는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앞에서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여자들만 볼 수 있을 뿐, 현재 우리의 소비 관념과 소비 유형, 소비 내용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경제구조의 변화는 볼 수 없다.

 

다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자.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정부, 정치인의 약속만으로는 앞으로 벌어질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이 없는 한, 그리고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흘린 눈물은 의미 없이 증발하고 말 것이다. 이런 시점에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의 저자가 대만 사회의 자본주의 문화 현상을 비판하며 들려주려는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은 동시대 자본주의적 욕망에 생을 저당 잡히고 점점 괴물을 닮아가는 우리네 모습에서 벗어나 삶의 근본적인 조건을 변혁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장샤오홍(張小虹)

국립대만대학교 외국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영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대만대학교 교수로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전투적 글쓰기로 자본 권력과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여성》《젠더 크로싱》《욕망의 새로운 땅》《‘성’ 제국주의》《정욕 미물론》《이상한 가정 로맨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대만에서 최고의 책에 수여하는 ‘금정상(금정상)’과 ‘최우수 도서상’을 받았으며, ‘10대 좋은 책’에 다수 선정된 바 있다.

 

 

옮긴이 박성희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은 5년 동안 오로지 책만 읽은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간이 없었다면 세인이 알아주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른바 고령 출산모인 나는 기운 뻗치는 머스마 둘과 부대끼며 “혼자 있고 싶어!”를 하루 한 번은 꼭 외친다. 그만큼 공부(책 읽기)가 간절한 까닭은 가진 것 없는 부모로서 물려줄 건 ‘바른 가치’라는 깨달음과 믿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전공한 뒤 저작권 에이전시 그린북(Greenbook)에서 책 기획과 번역을 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여행 중국어 회화》가 있고, 옮긴 책으로 《중국어 어휘 시리즈―언어(속담편) 》《중국문인열전》 등이 있다.

 

 

목차


저자 서문  오늘의 대만, 그 자본주의적 감성 배치


시장 괴물
짝퉁의 속도 혁명
대국굴기와 짝퉁 정신
팝 마오쩌둥
‘자본주의’와 유통기한
베이징의 비자소(妃子笑), 타이베이의 앵두홍(櫻桃紅)
합법 복제판 장아이링(張愛玲)
여자들의 자기 노출
상어 피부를 입은 수영복 그리고 스포츠 신화
수전 보일의 심미적(審美的) 아비투스
뚱보들의 아메리칸 드림


정치 괴물
달라이라마의 영어
‘가짜’ 책가방의 역사 미물론(微物論)
국부의 새 옷
정계의 ‘머리 타래 강탈’
놀라운 ‘정치 재난학’
청년들,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함께 거리에 나서다
소수의 힘, 집단 자수운동
명명법(命名法) 속에 숨겨진 부권 논리
세계 정상들의 ‘슬픈’ 패션쇼
협상 테이블 위의 우울한 유머       


미인 괴물
동안거유(童顔巨乳)라는 괴물
글로벌 몸 
두려낭(杜麗娘)의 가슴
바비는 집에 없어요
여배우의 미션 임파서블
여학생의 몸
폭식증의 봄날   
여산(廬山)에는 진면목이 없다
옷을 입은 토용과 벗은 토용   


영상 괴물
영부인의 옷장
강렬한 일별(一瞥)의 영상 미학
인간의 ‘성(性)’은 줄곧 과학기술과 함께했다
시각이 지배하는 문화
누란녀(樓蘭女) 부활하다  
‘명화-영화’ 속의 악마
영상의 매력과 말의 힘
삼국지 이야기
‘얼굴’을 포기한 루브르 박물관 


젠더 괴물
공자의 딸 성씨는 ‘공’이 아니다     
‘국민 욕설’의 젠더 정치
왕씨 집안의 ‘세기적’ 결혼식
우리는 나쁜 여자는 사랑하지 않아요
연극 〈올랜도〉 보면 영화 〈매란방〉 관람은 공짜! 
여성의 몸에 관한 두 가지 신화
문학 월계관의 성별
너의 두건을 벗어던져라
여성 총리의 옷장  


공간 괴물
도시의 꽃들
도시와 괴수
백화점의 경제 살리기?
만국기의 공간 정치학        
문학원의 복수전
노래하는 몸, 유랑하는 영화제
타이베이 아레나의 아프리카 대초원
박물관을 집으로
화약 예술가 차이궈창(蔡國强)
미술관에 갈까 예랑에 갈까?


옮긴이 후기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자본주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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