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불구속 상태이던 이재용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청탁하는 데 회삿돈을 빼내 86억 8000만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죠. 최순실, 박근혜에 이어 이재용까지 국정농단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들이 모두 법정 구속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어느 쪽도 개운한 맛은 없습니다.


출처 - SBS


국정농단 당시 이재용의 뇌물죄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와 3심까지 재판을 거치며 그 규모와 성격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특검은 2017년 2월 이재용을 구속기소 하며 그가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총 298억여 원의 뇌물을 건네고 이후 213억 원을 더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봤습니다. 1심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등 89억 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인 2심은 36억 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탓에 이재용은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3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6억 원의 뇌물, 횡령을 인정하고 1심에 근접하는 판단을 내리며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된 최종 형량이 이번 징역 2년 6개월의 법정 구속입니다. 이에 대해 특검을 비롯한 국민은 국민대로, 삼성과 이재용을 옹호하는 경영계와 보수 단체는 그들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재용 재판과 관련해 여태까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 총수의 모습과 달리 교도소로 들어가는 재벌 총수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입니다. 하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장만 다를 뿐 이번 재판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특검과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에게 선고된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대법원판결 취지를 감안한 선고라면서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모두 유죄 확정과 법정 구속되었다는 점은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의 국민연금 합병 찬성 관련 직권남용, 배임 사건도 특검법 취지에 따라 신속하게 선고되길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삼성 승계에 얽힌 문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특검이 우회적으로 삼성 승계에 관한 선고가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국민과 같이 이번 선고의 형량에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법정 구속되긴 했으나 2년 6개월은 이재용에게 법률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최소 형량입니다. 집행유예를 해주지 않았을 뿐이죠. 파기환송심 선고가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며 1심의 징역 5년에 준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되받은 고등법원이 보편적인 양형기준을 무시하고 이재용에게 특별한 기준을 적용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판사의 작량감경이 문제였습니다.


출처 - SBS


형법상 작량감경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유기징역의 경우 최대 2분의 1까지 가능합니다. 이번 이재용의 뇌물, 횡령죄는 원칙적으로라면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그리고 파기환송심에서 양형기준은 현실적으로 선고의 절대적 하한선의 기준이 됩니다.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판결문에 벗어나는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양형기준을 준수하는 비율은 무려 89.7%입니다. 횡령, 배임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더 높은 93.9%입니다. 그러니 이재용이 받은 이번 작량감경은 6.1%만이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특수한 판결인 셈입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판결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논리와 배치되는 무리수를 두며 원칙을 어기고 한계치까지 형을 감해줬습니다. 이재용이 얻지 못한 건 단 하나, 집행유예뿐이었습니다. 특검의 구형량은 9년, 솜방망이 처벌이 특기인 우리나라 법으로도 이재용은 판사의 작량감경까지 반영한다 해도 최소 징역 4년에서 10년 2개월을 받아야 정상적인 형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2년 6개월에 불과한 판결이 나왔으니, '이번 재판의 판사가 조만간 은퇴하고 삼성에 들어가려나 보다'라는 여론의 비판을 직면하게 되었죠.


출처 - 뉴스1


국민들은 "억지로 밀어붙인 지방대 표창장 위조가 징역 4년인데 국정농단 뇌물, 횡령죄가 2년 6개월이라니 말이 되느냐"는 조롱을 사법부에 날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삼성 안에서만 봐도 형량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재용이 받은 2년 6개월은 삼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최지성과 삼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 장충기와 똑같은 형량입니다. 뇌물공여를 교사한 총수인데다 뇌물죄, 횡령죄 등 다수의 중범죄에 얽혀 있는 이재용의 형량이 2년 6개월에 불과한 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법의 대전제를 사법부 스스로 짓밟은 셈입니다. 이런 판결을 내놓은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고 누가 권위를 부여하겠습니까?


출처 - 데일리안


보수 단체와 보수 언론, 경제지들은 선고 당일부터 여론을 호도하며 기레기 나팔을 불었습니다. 이재용이 코로나 백신을 구하러 외국 출국 직전에 구속됐다며 동정론을 펼치더니 이명박, 박근혜 사면에 이재용도 거론했습니다.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극우 단체들은 삼성에게 해외로 이전하라고 읍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죠.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이런 중범죄를 일으킨 자에게 2년 6개월에 불과한 형량을 부과할까요? 


출처 - 한겨레


그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미국의 경우 10~20만 달러(1~2억 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개인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이고, 뇌물, 횡령, 배임 등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기업인은 최소 2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기업 분할까지 보너스로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재용이 최종 선고받은 뇌물 액수 86억 원이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어느 곳에서도 2년 6개월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은 어떨까요? 공산당 일당독재의 중국에서는 5억 이상의 뇌물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자본주의 국가든, 공산주의 국가든 삼성이 한국을 떠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재벌 입장에서 불법적으로 기업 활동하기 가장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매일경제


삼성전자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추이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2015년에는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3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더불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 여파로 2017년 삼성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는 49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의 이미지 추락과 리더의 불법 행위는 이처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출처 - 주간경향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기업 총수와 관련된 범죄 사안을 분석하면 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죄다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조세일보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집행을 유예한다는 뜻이지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 재벌 총수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요?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이 삼성 총수니까, 국정농단 사건이니까 특별히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받아 마땅한 공정한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었죠. 대다수 국민은 삼성이 더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법이 정한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이익을 추구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삼성과 이재용은 사법부의 비호 속에서, 극우 단체가 그렇게나 외쳐대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을 훼손하고 있죠. 그들이 진짜 보수를 자처한다면 사실은 이재용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더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JTBC


하지만 현실에선 숱한 기레기가 삼성에 충성을 서약하며 쓰레기만도 못한 기사를 쏟아냅니다. "이재용 구속으로 주가가 급락해 개미들 곡소리 나온다", "삼성 시가총액 28조가 증발해 개미들 눈물 흘렸다", "삼성이 망하면 서민도 망한다"는 식의 프레임 짜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런 주장은 당연히 헛소리입니다. 이재용 구속 당일 3% 넘게 내려간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했습니다. 증발했다던 28조도 다 회복됐지요. 사실 이재용 구속 당일은 코스피 전체가 2.3% 급락한 날이었기 때문이지 이재용 구속이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합당합니다. 과거 이재용이 구속됐을 때 삼성 주가가 올랐던 것처럼 오너 리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에 주가 면에서는 호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거 이건희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오너 부재의 경영 위기란 말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탈 없이 주가는 오히려 올랐던 전례도 있죠.


출처 - 신안신문


이번 파기환송심의 삼성 이재용 뇌물, 횡령죄 판결은 3.5(징역 3년, 집행유예 5년)라는 단골 판결을 깨고 재벌 총수가 구속되는 형태로 끝맺음 됐다는 명분만을 남겼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과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다시 외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삼성 승계에 관한 국민연금 재판에서는 더도 덜도 말고 상식적이고 법에 따른 판결을 요구합니다.

지난 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은 8시간 동안 구속적부심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이재용의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소명됐다며 구속 상당성과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이재용, 최지성, 김종중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핵심사유인 증거인멸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속의 핵심 요소인 증거인멸, 도주 우려, 범죄의 소명 중 범죄의 소명만 직접 언급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만 언급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증거인멸은 구속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은 단 하나의 증거만 인멸해도 곧바로 구속되는데, 삼성 일가는 이미 여러 차례 조직적 증거인멸을 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을 법원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아닐까요? 대한민국에서 삼성은 법을 초월한 존재라고 인정하는 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민변 등 법조계도 이 부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미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증거가 확보됐으니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한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이를 제대로 심리할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조직적 증거인멸, 금감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는 등 일반인도 다 아는 수준의 증거인멸 전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과연 삼성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마땅할 검찰이 이번 기각에 대해 꼬리를 내린 겁니다. 검찰은 기각이 결정되자마자 아쉽지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물러났습니다. 딱히 검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조직적 증거인멸 사례를 재소명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인데 말이죠. 법원과 검찰이 주거니 받거니 핑퐁 수사를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법원과 검찰이 재벌에 관대했던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출처 - 미디어오늘


삼성의 광고를 받아먹고 사는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삼성 이재용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된 지난 8일 언론은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라는 국민이 60%라는 기사로 도배했습니다. 공정한 기준으로 재벌의 범죄를 엄단하길 바라는 게 지난 총선 결과로 드러난 국민의 의지입니다. 하도 이상해서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언론이 인용한 내용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라는 곳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낸 이상한 자료였습니다. 더 살펴보니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5일간 이재용이 거론된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지식인, 기업/조직, 정부/공공 등 모두 11곳의 글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제외한 11개 채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된 총 게시물 수는 4783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포스팅 가운데 언급된 톱 30위 내 연관어 수량은 모두 3만 4291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겨우 이 정도 데이터 분석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군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 게시물과 뉴스를 빅데이터 분석했다는데, '선처'에 관한 연관어로 심의위원회, 경영, 한국, 국민, 우려하다, 전문가, 세계, 시장, 생각, 회사, 미래 등 11개를 선정했고, 불관용 연관어로는 삼성물산, 의혹, 경영권, 제일모직, 위기, 못한다 등 6개를 선정했습니다. 수치적인 불균형도 눈에 띄지만 의도적인 여론 왜곡을 위해 선정한 연관어도 어이없습니다. 자기네가 글을 실제로 들여다보니 '위기'란 연관어는 삼성그룹 위기란 글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키워드였지만 의외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기' 글이 더 많아 불관용 의견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과 관련해 경영, 한국, 국민, 전문가, 미래라는 단어를 쓰면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란다는 의견으로 분석한 것인데요. 그런 분석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출처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삼성 이재용은 구속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경제 전문가부터 국민까지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렇게 쓰면 이재용을 선처해달라는 의견이 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입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속아줄 것 아닙니까?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어처구니없는 연관어 선정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 40%나 불관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건 거의 전 국민이 재벌이어도 법대로 엄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하지만 기레기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열심히 받아적고 실어날라 삼성과 이재용의 충견임을 증명했습니다.

 

출처 - 구글

 

생각비행은 과연 대다수 국민이 이재용의 선처를 원하는지 궁금해서 '구글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구글신은 "이재용 선처"라는 검색어를 인식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재용 전처"를 찾으셨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런데 이재용 선처를 바라는 여론이 60%라고요?

 

출처 - 구글

 

다시 "이재용 구속"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봤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내용이 많이 뜹니다. 이 검색 결과를 보면 검찰-법원-기레기가 어떻게 한통속이 되어 여론을 왜곡하려 하는지 드러납니다. 검찰은 엉터리로 수사하고, 재판부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재용이 악어의 눈물을 글썽이며 반성하는 기미를 내비치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이 된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지고 뒤바뀌었지만, 이런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로 이제 사실상 종착역이 다가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이재용 측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하나의 기회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 재직 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요, 삼성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도 얌전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 위원회 결정을 핑계 삼아 불기소해버리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과연 삼성 이재용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요. 재벌에 철퇴를 내려 정의를 바로잡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야 하는데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비폭력 민주주의 혁명의 교과적인 표본이라고 할 '촛불혁명'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로 인해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이 지리하게 이어지다 2년 반 만에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대법원은 박근혜와, 최순실, 이재용의 2심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9일 박근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 최순실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 원, 이재용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법원은 박근혜의 1, 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등 공직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심 판결인 징역 25년보다 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심처럼 여러 범죄 사실이 경합할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의 형량에서 2분의 1만큼만 가중해 총 형량을 정하게 되는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처럼 형을 각각 분리 선고할 경우 각각의 형량을 더해 최종 형량을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도 상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파기환송심에 대해서도 상고를 하지 않을 경우 형이 그대로 확정돼 올해 안에 최종 결론이 날지도 모릅니다. 박근혜의 기존 총 형량은 징역 32년이었죠.

 

 

출처 - 뉴시스

 

최순실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와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이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최순실의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돈을 내라고 기업에 강요한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범죄 혐의가 워낙 많아 이 부분이 최종 형량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강요죄가 무죄로 결론 나면서 대기업들이 그간 주장해온 '강요의 피해자'라는 논리가 앞으로의 재판에는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로 이재용, 신동빈, 최태원 등 국정농단과 연관된 대기업 총수들은 추후 재판에서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출처 - 연합뉴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삼성그룹 부회장인 이재용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에서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최순실에게 준 말 3필도 이번에는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로 인해 이재용의 뇌물 액수는 36억에서 88억으로 50여 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이 돈은 삼성 법인자금이라 횡령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횡령 액수가 50억이 넘으면 최소 징역 5년에 무기징역이니 2심처럼 집행유예로 빠져나가기는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앞서 얘기한 대로 최순실의 강요죄에 대한 판결로 그간 되뇌던 '피해자 논리'마저 깨졌으니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은 재구속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이 나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사법정의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수년의 시간을 넘어 이제야 국정농단 재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진 않지만, 국정농단의 주범들에게 법의 단죄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입니다. 이제는 국정농단 세력이 망가뜨린 시스템을 복구하고 그들이 치부한 돈을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그 돈은 애초 국민에게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쓰였어야 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세기의 재판으로 귀추가 주목되었던 삼성의 이재용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풀려났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었는데, 2심에서는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겁니다. 이재용뿐 아니라 삼성 미래전략실장이던 최지성과 차장이던 장충기도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석방되었습니다. 2심 판결에 대해 삼성 측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심에서 집행유예로 뒤집힌 이유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어진 게 형량에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되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은 뇌물 수령으로 나아갔다며 박근혜와 최순실의 뇌물 관련 공모 관계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정확히는 말을 '빌려준 것'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했고, 말의 '소유권'과 '구매 대금' 등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출처 - 머니투데이


게다가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된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인정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심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소유의 독일 법인인 코어스포츠를 통해 송금한 승마지원금과 마필 구입대금 등에 대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행위가 아니라는 해괴한 판단을 했습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 선고되고 도피액이 50억 원 미만이어도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등 중형이 나오는 혐의입니다. 이 때문에 특검과 변호사 양측 모두 이 부분에서 첨예하게 대립했죠.


출처 - JTBC


이재용의 2심 선고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판사의 판결에 의한 법조문의 적용과 집행이 국민의 법감정과 다르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판결문에 나온 표현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관건이었던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라면서 판결한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벌써 시민들이 패러디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시민들의 표현을 보노라면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한 게 아니라 무죄를 주기 위해 참으로 노력했구나 싶습니다.

 

"범죄자 해외도피 의도 없어, 단지 방문 장소가 외국이었을 뿐"


"김정은 남침 의도 없어, 단지 진격 방향이 남쪽이었을 뿐"


"도둑 물건 훔칠 의도 없어, 단지 넣은 장소가 내 호주머니였을 뿐"


"염전 노예 주인 노예로 부릴 의도 없어, 단지 돈을 안줬을 뿐"


"부러진 화살 판사를 해할 의도 없어, 단지 석궁 앞에 판사가 있었을 뿐"


"이재용의 전재산은 원래 내 돈, 단지 이재용 통장 안에 들었을 뿐"



출처 - 페이스북


대부분의 시민이 느끼는 감정과 달리 이재용 석방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삼성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얘깁니다.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의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축! 삼성 이재용 석방"이라면서 그래도 아직 이나라에 희망이 아직 있다는 소릴 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좌파 정권 코드 인사를 해도 사법부가 아직 살아있다며 자유대한민국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항소심 재판부에 거듭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패거리가 이재용 판결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만 봐도 이 판결이 얼마나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고 잘못된 것인지 증명하는 것 같군요.


출처 – JTBC


그나마 이번 판결에서 건질 만한 것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뇌물 수수 공동정범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것, 항소심에서 인정된 36억 수뢰만으로도 박근혜와 최순실은 중형을 피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 정도일 겁니다. 반대로 '삼성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실감할 정도로 이 나라의 최후 권력이 과연 재벌임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을 대상으로 앞으로 어떤 개혁적 조치들을 해야 할지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후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날 것입니다. 키워드는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것이냐에 달렸다고 보는 쪽이 많은데요. 박근혜와 이재용 사이에 명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태까지 법원이 이 묵시적 청탁 법리에 대한 판단이 왔다 갔다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전두환과 노태우 뇌물 수수에 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습니다. 청탁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할 수 있고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거였죠. 그런데 작년에 넥슨으로부터 주식을 수수한 진경준 검사장 재판에서는 이런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조차 진경준이 청탁을 받았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음에도 말입니다.

 

국민의 법감정은 전두환, 노태우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과 사회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저런 혐의를 더욱 엄중히, 어떻게 보면 가혹할 정도로 적용해야 한다는 쪽일 겁니다.


출처 - JTBC


이번 항소심에서는 적폐청산의 흐름 속에서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재벌 총수 3.5 법칙이 아직도 먹힌다는 걸 드러냈습니다. 다른 그룹 총수들은 휠체어 타는 환자 연기라도 했는데 이재용은 그런 시도조차 없이 걸어 나온 걸 보고서 사람들은 재벌 중에서도 '삼성은 환자 연기조차 필요 없구나'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합니다. 최근의 만평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감정이 어떤지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진정한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루였습니다. 이재용과 삼성이 아니라 필부필부였다면 법원은 과연 같은 판결을 내렸을까요? 추후 대법원에서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