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3월 보석 석방되어 논란이 있었는데 2심 선고로 350일 만에 재수감된 것입니다. 이명박은 선고가 끝난 뒤 3~4분 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표정 없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으나 반성의 기미는 없었습니다. 이명박 자신은 항소로 징역이 늘어 억울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저지른 죄를 보면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출처 - MBC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이명박은 지난 19일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17년으로 오히려 징역이 2년 더 늘었습니다. 이번 선고로 보석 중이던 그는 다시 감방으로 향했습니다. 서울고법은 다스 법인자금 횡령, 뇌물 수수 등 16가지 혐의로 징역 12년에 벌금 130억 원을,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해 총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재판부는 피고인 이명박이 뇌물 총액이 94억에 달하고 외국 법률회사를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하는 등 은밀하게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으며,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삼성의 뇌물 총액이 는 것이 1심보다 형량이 높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 대납 비용으로 받은 51억 원으도 뇌물로 추가 기소했는데 1심 재판부는 61억여 원만을 뇌물로 인정했으나 이번 2심에서는 27억여 원 늘어난 89억 원을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스 횡령액도 1심이 인정한 247억에서 5억 원 늘어난 252억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다스와 관련된 이명박의 횡령 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사실상 다스가 이명박의 소유임을 2심 재판부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도 직권상 대가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은 법원 앞에 있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웃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으나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탓인지 매우 인위적인 행동처럼 보였습니다. 이명박의 변호인 측은 즉각 상고하기로 했는데요. 파렴치한 짓은 이제 그칠 때가 됐습니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대로 이명박은 대통령으로서 뇌물을 받는 공무원을 감시, 감독, 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개인, 공무원, 사기업 등에게 광범위하게 뇌물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책임이 명백한 부분에서조차 반성하거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죠.

 

출처 - 박순찬 페이스북

      

   

출처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2심 판결로 징역이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이명박의 국정농단에 대한 가장 큰 처벌은 뇌물과 횡령, 나아가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으로 유용한 국가예산을 모두 환수하는 것입니다. 국가를 회사로 알고 사기업처럼 해먹은 이명박과 그 패거리에겐 그게 가장 명확한 처벌일 테니까요.

'진박' '친박'으로 권력 다툼을 조장해 총선을 말아먹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위기 국면 때마다 외국으로 도망하는 건 당연지사가 되었죠. 총선이 있던 지난달에는 멕시코, 이번 달에는 이란으로 외유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고의 경제외교 성과를 올렸다는 자화자찬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이란에서 벌인 패션 외교로 MOU 64건 체결, 42조 원 경제 가치를 지닌 성과를 올렸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 외교 거짓말에 당한 경험이 있으니, 이제 경제 성과 운운하는 보도를 그대로 믿는 분은 안 계시겠죠?

 

출처 - 뉴스타파


 

대통령의 패션 외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는 국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벌어진 일입니다. 2013년 대선 여론조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파문, 2014년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유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정원 해킹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현안을 내팽개치고 해외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의 신분을 망각한 채 심판자라도 되는 양 아랫사람들을 단죄하는 유체이탈 행태를 보였죠.

 

출처 - 프레시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지난해에 이뤄진 방미도 그런 연장 선상의 외교적 외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방미 중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 결과에 관해 양국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CNN 기자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폭력 사태에 관해 물었습니다. 반면 한국 관련 질문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측 기자석과 수행원 석에선 웅성거리는 동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다른 질문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미사일 실험과 시리아 문제, 힐러리 클린턴이 TPP에 반대한 것 등에 관해서만 질문할 뿐 한미 정상회담 직후임에도 한국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겨우 하나 질문이 나오긴 했습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가서 러시아, 중국 지도자와 함께한 것으로 미국에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하도 길게 말씀하셔서 질문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아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언론은 여느 때와 같이 호들갑을 떨었죠. 펜타곤 의장대 행사를 16분이나 한 건 파격적인 최고의 예우였다느니,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에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사진 액자가 3개 배치됐다느니, 부통령 관저로 아시아 정상을 오찬 초청한 건 처음이라느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를 찬양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외교는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속셈으로 보였습니다.


뭐, 패션 외교든 한복 외교든 외교적 성과가 있다면 국민은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번 방미로 거둔 성과는 전무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건을 해결하려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왔죠. 여기에 들어갈 세금만 18조 원이었습니다. 방미 후 여론이 불리해지자 국방부는 차세대 전투기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죠.

 


MOU는 구속력 약해, 경제 효과도 거의 없어


박근혜 정권에 빌붙어 있는 언론들은 도박 용어인 ‘잭팟’에 ‘대박’까지 써가며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외교 성과를 역대 최고라고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단독 면담하는 것처럼 사진도 정성스레 잘라서 내보냈지만, 이란 신문을 보니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점점 위기가 가시화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그나마 외교로 밥값을 하는가 싶었지만, 실상을 뜯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MOU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그 문자적 의미는 ‘서로 이해한 것을 정리해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간 국제 계약에서 본 계약서 전 단계로 MOU를 체결하고 그다음 수순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 계약을 맺습니다.


출처 - JTBC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국가 간 외교 문서의 격으로 따지자면 MOU는 가장 낮은 단계, 그러니까 그 문제에 대해 두 국가가 서로 얘기를 나눠봤다 정도를 확인하는 문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고 진짜로 일을 진행할 거면 바로 계약을 맺거나 조약을 발표하지 MOU나 맺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가 이번 세일즈 외교 성과로 발표한 30건의 프로젝트 중 정말로 실행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가계약 2건, 일괄 정부계약 1건, 그리고 업무협력합의각서까지 6건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이란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와 똑같은 얘기를 다른 나라와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치장만 요란한 경제 외교,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텐가?


치장만 가득한 허세로 점철된 경제 외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 외교를 빼놓을 수 없죠. 이명박 정권이 자원 외교로 맺은 것도 MOU였습니다. 총 96건의 MOU로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외교 성과라고 떠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본 계약이 된 것은 16퍼센트인 16건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계약된 것도 경제적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막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퍼줘야 하거나 그 과정에 비리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수두룩했죠.
 

출처 - JTBC


이명박 정부의 외교 허세는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에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13차례 33개국 순방을 다녀오며 5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62조 원가량의 투자를 해외에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되거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방미 성과로 7개 기업에서 약 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떠들었지만, 실제 계약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진행 중이라 그 돈이 언제 들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도 MOU 34건 체결로 사상 최대의 경제효과를 거뒀다며 자화자찬했죠. 하지만 그 MOU 내용은 '멕시코 기업은 좋은 한국 상품을 열심히 발굴하고, 코트라는 한국 수출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의례적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친구끼리 언제 밥 한번 먹자 하는 약속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이 체결한 MOU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까지 되어 있었다지요.


출처 - 뉴스타파


이번 이란 MOU 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언론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투자를 할 것이며 기술 이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술 더 떠 한국이 이란에 2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기사까지 떴습니다. 한국은 42조 원을 벌었다고 떠드는 반면 이란은 250억 달러를 벌었다고 떠듭니다. 돈을 낸 사람은 없는데 번 사람만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중간에서 돈을 낸 호구는 누굴까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들통날 거짓말을 열심히 떠드는 청와대와 정부기관 그리고 주요 언론은 대체 언제까지 박근혜에게 빌붙을 생각일까요? 참으로 한심합니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세계 33개국을 국민의 혈세로 패션쇼 하러 놀러 다닌 것밖에는 안 됩니다. 국민의 비판을 면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멕시코, 이란 순방길에서 맺은 MOU를 실제 계약으로 성사시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인식하듯,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결과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활개 치게 방치한 결과였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선령 규제 완화, 더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기 위한 선박 개조와 증축, 안전 규제 완화와 철폐,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벌, 승객보다 선장과 선원을 먼저 구조한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 방식, 인명 수색 작전에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잠수업체 언딘과 해경의 알 수 없는 유착 관계,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를 위한 의전 통화에 바빴던 119상황실과 해경, 사고 초기부터 인명 수색에 이르기까지 재난구조체계의 총체적 부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 면피에 급급했던 정부와 대통령, ‘정피아’ ‘해피아’ ‘관피아’로 통칭되는 정부와 산업계 전반의 이권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 허위 정보를 받아쓰기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감추는 언론의 저급한 보도 행태….

 

           

출처 - 경향신문

 

이 모든 게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과 권력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더 안전해졌을까요? 국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약속했으나 세월호 유가족과 충돌을 빚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철회에 대한 답은 회피했습니다. 팽목항에 있던 9명의 실종자 유가족은 그런 박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하는 엄숙한 날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를 풀 생각이 전혀 없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잠깐 팽목항을 방문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진정성이 결여된 처사라는 국민의 비판을 면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선체 인양은 유족의 아픔을 달래주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기까지 진실을 밝힐 마음이 없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선체 인양을 추진하겠다며 태도를 바꾼 정부와 여권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이 신뢰를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오늘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한 채 돌아갔습니다. 전명선 가족대책협의회 대표는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모든 사람 앞에서 확실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4.16 가족협의회는 정부가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며 오후 2시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주년 합동추모식을 취소했습니다.

 

한편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보건의료인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4일부터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보건의료인 다짐과 선언>에 동참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해 세월호 1주기인 오늘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에는 의사와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보건의료노동자, 보건의료학생과 활동가 등 900명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보건의료인 다짐과 선언


 

우리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참담한 심정으로 묻습니다. 과연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해결되었습니까.
한 사람의 생명은 곧 하나의 세계입니다. 304명의 생명이 한 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모든 국민들 앞에서 침몰과정이 생중계되다시피 했음에도 이들은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딸과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누이요 오빠였으며 또 누군가의 어버이였습니다.

다시 그 날입니다. 그날 이후 1년. 무엇이 변화되었습니까? 세월호는 아직 9명의 시신과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습니다. 단 하나의 진실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세월호를 캄캄한 바다에 수장시키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잊혀지길 바랍니다.
유가족들이 1년전과 똑같이 세월호 인양과 참사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찬 농성장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대답없는 외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세월호 참사 1년, 새로운 다짐과 함께 우리의 뜻을 밝힙니다.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 세월호 시행령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과정과 그 이후의 구조작업의 총체적 실패의 원인은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 커다란 배가 속절없이 침몰하였으며 침몰되기 전까지 왜 수많은 안전장치들은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선박도입 규제완화와 증개축과정에서의 안전규제의 허술함이 침몰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조는 왜 그토록 더뎠으며 구조업무를 담당해야할 해경에 의해서는 사람들이 왜 구조되지못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침몰된 이후에도 왜 특정 민간기업이 구조작업을 전담하다시피 했고 심지어 군을 포함한 정부 기관들조차 구조작업 참여가 배제되고 늦어졌는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부여된 조사권마저 정부조사결과의 조사로 제한되고, 정부파견 공무원이 조사당사자가 되는, 특별법 시행령이 정부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시행령은 즉각 폐기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위원회는 최소한의 독립된 기구로서 자체적인 조사권한을 가진 특별위원회가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는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이후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을 추궁받아야 할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세월호 인양의 기술 가능성을 조건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인양 가능에 대한 결과보고서는 지난해 이미 조사가 끝난 자료임이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돈이 많이 들어서라는 정부의 변명과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서라는 정부의 변명은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그 진실과 함께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캄캄한 바다 속에 있는 9명의 희생자들을 가족 품안에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규명을 위해서 반드시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1년동안 너무도 비상식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들이 마치 반정부세력인 것처럼 격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권에 의해 유가족들의 요구는 경제불황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되었고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마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그만 멈춰야 할 요구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지만, 생명과 안전을 위한 요구가 돈을 위해선 뒷전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이야 말로 정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주장입니다.

열 일곱 열 여덟. 꽃보다 예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을 사회의 문제덩어리인양 취급한 정권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이들의 아픔과 분노에 연대한 사람들은 반정부세력이나 반체제세력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아픔에 연대하고 슬픔에 동참하는 것이 반정부이고 반체제라면 도대체 현 정부는 무엇이고 이 체제는 무엇입니까?
이윤을 위해 낡은 선박의 수입이 허가되고 과증축 되었고 모든 안전규제는 완화되었으며 심지어 구조작업조차 민영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돈벌이를 위한 규제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안전과 생명을 위한 규제는 단두대에 올려야 할 것이 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도 돈이 벌린다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정권의 탐욕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한 사람의 생명이 하나의 세계라고 배웁니다. 우리는 4월 16일 오늘 별이 된 아이들에게 다짐합니다. 의료현장에서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아픈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그대들의 눈망울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세월호 참사 1년. 우리는 점차 기울어지고 있는 세월호처럼 쓰러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침몰시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기억하는 것은 슬픔과 분노에 함께 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1.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고 세월호 시행령을 폐기하라.
2.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
3. 돈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이윤을 위한 안전 규제완화 중단하라.
 


2015.4.16
보건의료인 선언자 일동 

 

 

식물총리와 성완종 리스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 추모일에 해외 순방차 출국하면 27일까지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정치판이 점입가경입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일국의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중 할 말인지 모르겠군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궁지에 몰린 게 아닌가 짐작하게 되는군요.

 

50여 분 분량의 녹취록 중 10분 분량만 공개되었으나 그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비리 정치인들의 거짓말 또한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태반이 박근혜 정부 요직을 차지한 정치인이라 비리의 최종 목적지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떠도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예측이 요동치고, 대통령 지지율도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기자협회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폭탄 돌리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경남기업 회장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되자 지난 9일 유서를 쓰고 자택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경향신문》과 50분간 전화 인터뷰를 한 뒤 잠적했으나 북한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자살하기 직전 성 전 회장은 자신의 상의 주머니에 메모지를 남겼는데요, 여기에는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란 바로 이 메모에 거론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성완종 리스트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성 회장의 메모는 박근혜 정부의 상왕이라고까지 거론되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10만 달러,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7억 원,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3억 원, 친박의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억 원,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끊어버린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1억 원, 서병수 부산시장은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추청하게 합니다. 이밖에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실세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정치인의 거짓말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통과해 박근혜 정부의 2인자가 된 이완구 국무총리. 얼마 되지도 않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난 2013년 4월 재선거 때 3000만 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완구 국무총리는 그런 일이 없다며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까지 걸겠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들통날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실토하는 걸 보면 이번에도 믿기가 어렵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혈액암 투병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자신의 입으로 이미 천안에만 세 번째 유세에 왔다며 박근혜와 함께 큰목소리로 떠드는 그의 모습이 인터넷 곳곳에서 확인되었으니까요.

 

출처 - 세계일보


성완종 회장과는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다던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이완구 국무총리를 23차례나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났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 4월 총선 전인 1월 16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성 회장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는 이 총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여하튼 이번 혐의가 확정되면 이완구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출처 - 중앙일보


성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친박계의 핵심인 홍문종 의원을 18차례나 만난 것으로 나옵니다. 또한 그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2억을 건넸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성 회장의 다이어리 내용을 보면 리스트에 등장한 8명과 62차례나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돈이 없어 아이들 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평일 해외 골프 투어로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과거에 뒷돈으로 1억을 받았다는 내용이 드러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에게 1억을 전달하기 위해 성완종 회장이 사전에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측근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성완종 리스트로 드러난 정치판의 실태는 전,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친박의 핵심,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총체적으로 썩어빠진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입니다.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 허탈할 따름입니다. 이 와중에도 연루된 정치인들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은 《경향신문》을 압수수색해서 녹취록을 가져오라고 하질 않나, 성역 없는 수사는 해야 하지만 특검은 거부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정말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비리의 뿌리까지 모조리 밝혀야


초등학교 중퇴 후 신문배달 같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경남기업 회장에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던 성완종 씨의 경남기업도 결국 상장폐지 되어 4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잇따른 해외투자 실패로 사세가 기울었지만 경남기업은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라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성 회장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성호 한국서예비림협회 명예회장에 의하면 지난 대선때 박근혜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이완구 청문회 때 충청 총리 당선을 위해 5000개의 현수막을 달아 물밑 작업을 한 이도 성완종이라고 합니다. 토사구팽의 신세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최종 대상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는 것이겠지요.

 

출처 - 팩트TV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가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의 15일 조간신문 1면부터 5면까지 엠바고가 걸렸던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로써 2013년 4월 4일 오후 4시 30분, 성 회장 측이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 사무소에 들렀고, 차에서 비타 500 박스를 꺼내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 《경향일보》에 '성완종 녹음파일' 전문이 공개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론이 분출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2차 태풍이 몰아칠 예정입니다.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성완종 리스트가 또 하나의 찻잔 속 태풍이 되지 않으려면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대응이 이어져야 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성완종 리스트로 드러난 비리의 뿌리를 캐내도록 국민이 힘을 모을 때입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생활 속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운영 중입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사실 알고 계셨나요? 

 

출처- 문화가 있는 날 누리집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힌 국정운영 4대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진 제도 중 하나입니다. 그 취지는 좋았으나 홍보 부족으로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을 수요일로 정했는데 평일에 마음 편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말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면 문화콘텐츠를 주업으로 하는 업체들의 수익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평일로 지정한 것일 텐데요, 제도의 취지와 현실이 동떨어져 있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어제가 새해 들어 첫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파독광부 및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날 관람에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영화 스태프 및 가족, 20∼70대 등 세대별 일반 국민 180여 명이 함께 했다고 하는군요.

 

팍팍한 경제 사정 때문에 그나마 영화 관람이 가장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일 텐데요, 역대 대통령들도 종종 영화를 관람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역대 대통령이 관람해 유명해진 영화들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제시장〉〈명량〉〈넛잡〉〈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을 관람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장면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일전에 박 대통령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서 〈국제시장〉에서 황정민, 김윤진이 분한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을 마치 본받아야 할 전통이나 미담인 것처럼 얘기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영화관을 찾은 박 대통령은 영화 제작 스태프들과 표준계약서를 맺은 점 등을 평가하면서, 문화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만큼 제작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윤제균 감독 등에게 감동적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시장〉은 흥행했는데 영화의 배경이었던 '꽃분이네'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오늘 <한겨레> 사설을 보면 "매주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가게 주인이 권리금을 3배 가까운 5천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관광차 들러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지만 매출이 늘지 않으니 '꽃분이네'는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문화산업의 융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이 여기서도 드러나는군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시장> 외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또 다른 영화인 <명량>을 보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의 충격으로 코너에 몰렸던 정국의 반전을 꾀하며 이순신의 리더십을 통해 국민의 애국심을 건드리려 하는 일종의 정치적 행보가 엿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시사회 기념 애니메이션 산학리더 간담회에 참석해 "뽀로로를 보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작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틀 만에(18일) 대검찰청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요.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관련 전담팀이 설치되고 검사 5명과 수사관이 배치되었습니다. 검찰은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을 대책회의에 모아 놓고 메신저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사범은 벌금형이 아닌 재판 회부를 원칙으로 하고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확산시킨 사람까지 엄하게 벌하겠다면서 말이죠.

이런 일련의 조처는 국내 모든 메신저에 대한 검열을 예고했고, 누리꾼들은 자신의 대화 내용이 언제 국가에 의해 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메신저가 실시간 검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나자 많은 사용자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과 검찰의 과잉 충성으로 빚어진 시대의 희극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던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약속과 참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도가니〉〈워낭소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허울뿐인 자원외교로 천문학적인 국고를 낭비한 혐의로 청문회 증인 채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도가니>와 <워낭소리>를 관람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1990년 <야망의 세월>이란 드라마로 그의 기업인 시절 이야기가 그려진 적도 있었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2011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의 열기가 국회로 이어져 이른바 '도가니법'이란 성폭력범죄 처벌 특별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습니다.

 

오는 2월 2일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오늘 《경향신문》 머리기사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외교 사안에 할애하면서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반면,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광우병 파동 등 재임 중 '내치 실패'에 대해선 대부분 야당과 당시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책임으로 돌려 파장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2007년 대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는 발언을 한 연설 동영상이 나왔던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이에 대해 나경원 전 대변인은 "BBK 설립했는데 주어가 빠졌다"는 궤변의 논평을 내놓아 대한민국 국민의 얼을 빼놓았습니다. 과연 이번에 나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주어'가 있을까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왕의 남자〉〈맨발의 기봉이〉〈밀양〉〈화려한 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많은 영화를 본 대통령이었습니다. <왕의 남자> <길> <맨발의 기봉이> <밀양> <화려한 휴가> 등 공식적으로 본 영화만 해도 5편이라고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왕의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에 의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단어로 많이 쓰였습니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이제는 야인으로 돌아간 유시민 전 의원 등이 '왕의 남자'로 불리는데, 이후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실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된 동시에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 출신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광주의 아들이었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광주 시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을 정작 당사자가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 〈태극기 휘날리며〉〈왕의 남자〉〈화려한 휴가〉


문화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영화를 관람한 적이 없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라 짬을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임 전후로는 꽤 많은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정계 은퇴 후 영국을 다녀온 뒤에는 <서편제>를 봤고,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화려한 휴가> 등을 관람했습니다. 일본의 사회파 감독인 사카모토 준지의 <케이티(KT)>는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야당 후보 김대중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한국의 영화정책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를 보이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진전했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김 전 대통령은 검열 철폐와 문화에 대한 지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문화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여 년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쥐고 흔들려다 역풍을 맞자 또 오해 타령을 하는 부산시장과 현 정부는 문화정책 면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정책을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편제〉


인터넷도 없고 SNS도 없던 시절, 대통령이 본 영화라는 타이틀의 대표적인 예로 통한 영화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관람한 <서편제>였습니다. 100편 이상의 영화를 찍은 국민 감독 임권택의 작품으로 국악과 한을 다룬 영화적 완성도 또한 훌륭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없고 관객 집계도 수기로 이루어지던 시절이라 전국 관객 집계가 남아 있지 않지만, 1993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후 196일 동안 서울에서만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죠. 한국 영화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였으니 우리나라 최고 흥행 영화라는 얘기가 과언은 아니었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살펴본 바처럼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는 당대 최고의 흥행 영화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통령이 봤기 때문에 흥행에 탄력을 받은 것인지 국민이 많이 찾은 영화를 대통령도 본 것인지 선후 관계는 영화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행보에는 일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와 어떤 대통령을 선호하시는지요? 이번 주말에는 여러분이 투표한 대통령이 선택한 영화를 보면서 추억에 잠겨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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