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침내 검찰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검찰이 소환 통보한 3월 14일 이명박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었습니다. 밑줄까지 그어가며 마련한 입장문이었지만 내용은 들으나 마나 한 소리였습니다. 나는 몰랐고, 했더라도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한 거였으며, 이번 조사는 정치보복성이다라는 뜻을 담은 헛소리였죠.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걸린 혐의만 해도 20건이 넘습니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 배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등, 국정농단으로 1심 구형에서 징역 30년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많습니다. 형량이 가장 무거운 범죄는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이명박의 경우에도 110억 대의 뇌물 수수 혐의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앞서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며 이명박을 뇌물수수의 주범으로 규정했죠. 국정원 특활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각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 등 드러난 혐의로만 110억 원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인 이시형을 비롯해 일가친척이 연루되어 있어 마피아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하면 1억 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의 혐의를 법정에서 입증하기까지는 꽤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던 시각, 먼저 구속된 김백준은 법정에서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하여 이명박과 자신의 혐의를 사실상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이명박은 검찰에 정반대로 20여 가지의 모든 혐의를 부정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힐 뜻이 없다는 뜻이겠죠.


출처 – SBS 유튜브


하지만 검찰은 꽤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과 확보한 진술을 들이밀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준비 많이 했네"라며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하죠. 김백준을 비롯해 이른바 최측근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대부분 이명박과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에 이명박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내용 등을 담은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명박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검찰 소환 조사에서 이명박의 부인인 김윤옥에게 우리금융 회장이 준 14억 5000만 원 상당의 돈을 전달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검찰은 이명박이 계속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이미 자백한 측근들과 대질시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명박이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검찰은 증거인멸을 우려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지난 3월 14일, 이명박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날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조차 태극기 집회를 여는 광신자들이 있었건만, 이명박에겐 그러한 지지 세력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명박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나와 있었죠. 

 

출처 - 경향신문

 

검찰 조사 시 보수층이 결집할 거라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명박의 죄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에 맞는 단죄를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명박의 마지막은 검찰로 가는 길보다 훨씬 더 초라할 것입니다.

 

국정을 농단한 핵심 중 한 명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과 벌금이 선고된 후, 지난 2월 27일 국정농단의 주역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이 구형되었습니다. 같은 국정농단의 주범이었던 최순실이 민간인으로서 징역 20년을 받았다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고 세금을 국정농단에 사용한 박근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자 국민의 뜻일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으며, 그 결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버지인 박정희처럼 과거의 유물이 되었어야 마땅한 권위주의 정부의 정경유착을 그대로 답습해, '경제민주화'라는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건 물론이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치부했다는 거죠. 또한 그 죄를 묻는 법정에서 재판을 보이콧하는 등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반성의 뜻도 보이지 않으니 엄중한 처벌로 그 책임을 물어야 역사가 바로 선다는 내용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박근혜는 1심 결심 공판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순실의 1심 판결이 징역 20년이었던만큼 법적인 책임이 있는 직위에 있었던 박근혜는 그보다 더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박근혜의 1심 선고 공판은 4월 초로 예상됩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이명박근혜 시대를 열고 국정농단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이 정해졌습니다. 물론 피의자 신분입니다. 검찰은 오는 3월 14일 9시 30분 이명박을 소환 통보했습니다. 현재 10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다스 관련 등 갖가지 의혹에 엮인 이명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해야 실체적 진실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지난 5일 이명박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곧바로 이들을 소환 조사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을 소환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이 소환에 응한다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역대 다섯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에게 준비할 시한을 충분히, 넉넉히 주었기 때문에 출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박근혜에게 6일 전에 소환 통보를 했었는데, 그에 비해 이명박에겐 이틀을 더 준 셈입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반론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죠.


출처 - 조선일보


이명박은 비서실 명의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면서도 날짜는 검찰과 협의해 정하겠다며,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범치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난 혐의만 해도 국정원 특활비 상납, 불법자금 수수, 다스 의혹, BBK 투자금 반환 과정 직권남용 의혹, 삼성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이면 거래 등등 수두룩합니다. 저지른 범죄가 너무 많아선지 이명박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 소환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 교통신문


대한민국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 하고 외치게 했던 국정농단 사태 해결의 오프닝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은 보편적 상식과 윤리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잘못해도 잡아떼면 모면할 수 있었고, 법정에 서더라도 빠져나가는 악인들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근혜 9년은 국민이 개·돼지로 전락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진 사회, 갑은 철저하게 갑질을 하고, 을은 을들과의 전쟁에 내몰리는 사회였습니다. 사람보다 돈을 앞세웠던 이명박근혜 정부에 맞서 촛불의 힘을 배경으로 탄생된 새 정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보편적 상식과 윤리를 재정립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염원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 사태 해결이 이제 본론에 들어갑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던 삼성 이재용을 잊지 말고 국정농단 사태의 대단원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원한을 앙갚음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을 되돌리는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단지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반영되는 기초가 튼튼한 나라로 탈바꿈하도록 우리가 뜻을 모아야 합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가 그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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