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는 복마전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뜨거운 감자는 음주운전입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던 윤창호 씨가 지난 9일 끝내 숨졌습니다. 가해 운전자는 지난 11일 구속됐습니다. 음주운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에는 일명 윤창호법이라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률이 계류 중입니다.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이용주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죠.

출처 - 경향신문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두 차례에서 한 차례 위반으로 바꾸고, 음주 수치 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 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추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예산안 처리로 서로 치고받는 와중이지만 여야는 윤창호법을 이달 내로 신속히 통과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윤창호법이 15일 국회 처리 가능성이 점쳐지자 대법원도 19일 양형 기준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음주운전에 더는 관용이 없을 것이라며 법원과 경찰이 나선 겁니다. 그동안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에 크게 못 미치는 판결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실제로 지난해 음주운전 혐의로 1심 재판에 넘겨진 사건 가운데 70.9%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7.4%에 그쳤습니다.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끔찍한 범죄행위 중 하나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음주운전이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운전면허증 단계부터 충분히 법률과 운전 기술을 숙지하고 안전 운전을 하지 않으면 면허증을 딸 수 없게 하고, 범칙금도 재산에 따른 비율로 매겨 운전할 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JTBC


도로가 복마전인 또 다른 이유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교통사고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라고 불리며 인도 위의 흉기가 된 전동킥보드 문제를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난 9월 우리나라에서 전동킥보드에 사람이 치어 숨지는 사고가 처음 발생했습니다.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이 차도를 달리던 전동킥보드에 치여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죠. 사고를 낸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전동킥보드를 몰기 위해선 원동기 2종 운전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한데 운전자는 면허가 없었습니다.


출처 – SBS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고 제한속도를 지키며 차도로만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인도 위를 활보하는 전동킥보드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사람이 달리는 속도 정도인 25km로 속도 제한이 걸려 있는 리미터를 임의로 해제하고 오토바이에 육박하는 위험한 속도로 인도를 활보하는 전동킥보드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번호판이 없어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라면서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용만 할 뿐 전동킥보드에 대한 안전 교육 등이 너무 부족해 인도 위 행인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판국이니 규제를 강화하고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필요해 보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이번 주부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 주, 정차 등에 대한 집중단속이 시작됐습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 불법 주·정차 차량은 최근 5년 사이에 6배가 늘어 대책이 필요한 마당이었습니다. 월요일인 지난 12일부터 장애인 주차 구역에 정차를 하여 장애인의 주차를 방해하면 대폭 오른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됩니다. 이전까지 20년 동안 10만 원에 불과해 장애인 주차 구역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약했죠.

 

출처 - 채널A

 

집중단속이 시작됐는데도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정차를 하는 얌체들은 단속반 앞에서 적반하장입니다. 단속반이 과태료 50만 원을 청구하면 고의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1분도 안 세웠는데 어떻게 위반이냐며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이런 얌체족들 때문에 주차에 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정차에 대한 과태료가 5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과 비교하면 불법주차의 경우 과태료가 10만 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상합니다. 이러니 차라리 불법주차를 해버리겠다는 얌체족을 양산하는 상황이죠. 이번 집중단속을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상식이 자리 잡히길 바랍니다.

 

출처 - 세계일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복마전이 되어버린 도로를 좀 더 안전한 배려의 공간으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요?

조두순의 출소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조두순을 재심하라는 청원과 함께 주취감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되었습니다. 조두순의 범행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나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감안해 징역 15년에서 징역 12년으로 형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당시 판결문에서 "술에 취해서 변별력이 없고"라는 점이 제일 화가 난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래선지 주취감형 폐지 청원은 한 달 만에 21만 명이 넘는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아 청와대 조국 수석이 이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국민의 법 감정은 이해하지만 법으로 선고가 내려진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방법은 없으니 전자발찌 등 사후 감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음주감형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건 법을 만드는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SBS


그동안 주취감형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르면 형을 줄여주지 못하게 하고 상습 만취 범행은 형량을 2배로 늘리는 법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폐기되었죠. 우리 형법의 대원칙인 분별 능력이 없다면 잘못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형법 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표현은 감경해줄 수도 있다가 아니라 감경해야만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취 상태로 심신미약 상태라면 감경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판사들은 설정된 법 안에서 선고를 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법이 국민의 법감정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범죄자들이 만취 상태를 자신의 범죄 행위를 방어하는 단골 변명거리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조두순뿐 아니라 2011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 후 성폭행 및 살해한 오원춘도, 2010년 서울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술을 핑계로 댔습니다. 이외에도 셀 수 없는 범죄자가 술을 핑계로 감형을 받았습니다.


조두순 사건이 너무 끔찍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성폭력 범죄에는 술로 인해 감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성폭력 피의자의 30퍼센트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고, 살인은 34퍼센트, 상해는 42퍼센트, 방화는 45퍼센트의 피의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많은 범죄자가 술을 핑계로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피해 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주취를 감형의 근거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주가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만취자를 처벌하는 법을 세우고 있죠. 이처럼 음주의 폐해 중 하나인 음주운전 처벌을 놓고도 우리 사회와 법감정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두순 사건처럼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2015년 1월 10일 새벽, 충북 청주에서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강모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운전자는 뺑소니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란 이름으로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었죠. 신혼이던 강씨의 사연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여겨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곧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고, 이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운전자 허모 씨는 뺑소니 후 19일 만에 자수했습니다. 그는 당시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선고 결과는 국민의 상식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음주운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이를 의식한 법원이 2016년부터 양형 기준을 조금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법감정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위 표를 보시면 음주운전 중 뺑소니 사고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차량용 블랙박스, CCTV 등 사고 상황을 입증하는 관련 장비가 보편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후 뺑소니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피해자의 삶이 피폐해지는 안타까운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을 경우 일본은 징역 22년, 미국은 징역 15년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3년 정도가 대부분이고 최고 형량이 4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더불어민주당의 신창현 의원은 지난 4일 술에 취해 강력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감형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일명 조두순법입니다. 스스로 술을 마셨다면 더는 음주를 심신장애의 범주에 넣지 않도록 하여 모든 경우에 감형을 막는 개정안입니다.

 

연말입니다. 송년회다 뭐다 해서 술을 핑계로 하는 범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사건 피해자들과 국민의 사법 정의감을 훼손하는 주취감형 조항을 없애고 가중처벌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더는 술이 범죄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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