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혹은 집에서까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젠 젊은이들뿐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까지 유튜브를 즐기는 세상입니다. 사용자가 늘었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유튜브의 파급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50대 이상 시니어층의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보통 스마트 기기나 온라인상의 문화를 젊은이들이 주도하거나 최대 향유층인 경우가 많았기에 지금의 상황은 꽤 놀라운 측면이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대는 검색을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에서 한다는 등 젊은층이 얼마나 유튜브에 심취했는지를 다루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장년, 노년 계층 등 시니어들이 유튜브에 심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출처 - 세계일보


지난 4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연령별 앱 사용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유튜브'였다고 합니다. 더 이상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혹은 네이버가 아닌 셈입니다. 시니어들은 보통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그들이 젊은 시절 인기가 있었던 음악을 공유하거나 품바, 판소리 공연 영상을 즐깁니다. 1970년대 유행가를 올려놓은 채널 중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영상도 수두룩하죠. 현재 우리나라 50대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총 51억 분에 달하는데, 이는 10대(76억 분)에는 뒤지지만 20대(53억 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난 8월에는 50대의 유튜브 사용시간이 64억 분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거의 모든 연령대에 걸쳐 콘텐츠 소비가 급격하게 영상, 특히 유튜브라는 매체로 수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출처 - 시사위크


사용자가 많아선지 일부 시니어들은 다른 이가 올려놓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나서기도 합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구독자수 55만 명을 넘긴 스타 유튜버인 72세 박막례 할머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언니 셋이 모두 치매가 와 스스로 조심하기 위해 손녀와 여행 영상을 찍은 것이 유튜버들 사이에서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게 계기였습니다. 노년층의 유튜버 증가 역시 세계적인 추세인데, 얼마 전 영국 《가디언》에서 박 할머니를 세계의 대표적 시니어 유튜버라며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박 할머니는 식당 일만 하다 갈 줄 알았는데 인생이 빈대떡 뒤집듯 뒤집어졌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죠. 이 밖에도 61세 조성자 할머니는 한식 요리를 주제로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고, 81세라는 고령인데도 먹방에 도전한 김영원 할머니가 구독자 15만 명을 넘기며 스타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


100세 시대와 인생 2막이 화두인 요즘 늘그막에 새로운 재미와 할 일을 찾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틈을 노리는 사기꾼들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가짜뉴스 생산자들입니다. 보수 성향으로 치닫기 쉬운 노년층에게 혹하는 정보만 알려주는 유튜브 가짜뉴스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단순한 오보 기사 재가공이나 짜깁기를 넘어 악의적인 왜곡과 음모론에 가까운 끼워맞추기식 정보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지만, 이를 철석같이 믿는 노년층이 상당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얘기해줘도 그들은 요즘 같은 시절 유튜브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송이라며 볼 때마다 지인들에게 공유한다고 말합니다. 상대적으로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을 겨냥해 작정하고 만든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출처 - 미디어스


시니어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소득과 지역에 따른 격차가 상당합니다. 평균적으로 장년층,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58.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막 재미를 느끼고 열심히 쓰기 시작했지만 옥석을 가릴 미디어 리터러시와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새로운 매체를 향유하기 시작한 만큼 이에 대한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도 지나고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입니다. 인생 2막을 즐기는 분들이 책을 통해서든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서든 유튜브에서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고 정보의 바다를 제대로 유영하는 법을 배워나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지난 6일 러시아 월드컵 특집 〈라디오스타〉에는 특이한 출연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축구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안정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서형욱 해설위원과 김정근 아나운서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명이 아닌 '감스트'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사람을 알아보느냐 못 알아보느냐를 두고 시청자들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MBC


본명이 김인직이고 감스트라는 닉네임을 쓰는 출연자는 온라인 방송인 아프리카TV의 BJ입니다. 축구 경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입담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죠. 30대 이상 시청자분들 중에는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분이 많으셨겠지만, 10~20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어느 해설위원보다 유명하고 재밌게 축구를 알려주는 진행자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MBC는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홍보대사 겸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감스트를 발탁했다고 합니다. 감스트는 러시아 월드컵 기간 동안 자신의 온라인 방송 계정에서 MBC 경기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방구석에서 카메라 한 대 놓고 하던 인터넷 1인 방송이 공중파에 정식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죠. 공중파 방송에서 보자면 그동안 인터넷에서나 인기 있는 하위문화로 여기던 온라인 1인 방송을 시청률 경쟁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 문화로 인정한 셈입니다.


출처 - 뉴스엔


감스트가 〈라디오스타〉에 처음 등장한 BJ는 아닙니다.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영상을 제작하는 이사배도 이미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습니다. 〈라디오스타〉뿐 아니라 온스타일 예능 〈겟잇뷰티〉 등에도 게스트로 출연했다고 합니다. 한편 7월부터 JTBC는 온라인 방송 제작자, 이른바 1인 크리에이터인 BJ들의 삶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를 방송한다고 합니다. BJ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소릴 듣는 '대도서관'과 '윰댕' '밴쯔' 등이 출연해 먹방 등 같은 분야의 방송인인 이영자, 김숙 등과 컬래버를 한다고 하죠.


출처 - 와이즈앱


지상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BJ 모셔가기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입니다. 그간 많은 통계 조사에서 20대 이하 젊은이들은 TV를 거의 보지 않고 유튜브를 필두로 한 동영상 서비스를 삶의 일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 온라인 방송에 뺏긴 20대 이하 젊은 시청자를 다시 TV 앞으로 끌어오려는 방송국과 자신들의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확장하고 높이려는 BJ들의 전략적 선택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온라인 방송 제작자들은 TV 방송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과 순발력이 뛰어나고, 이미 구축된 그들만의 팬덤을 활용하기 좋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공기(公器)인 방송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소비를 유도하는 방송들을 BJ들이 하다 보니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언행과 콘텐츠들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혐오 발언, 살해 협박, 욕설 등등 그간 언론지상에 실린 1인 인터넷 방송 BJ들이 저지른 만행은 셀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 정부 차원의 제재와 규제가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뒤따랐죠.


출처 - 유튜브


이런 염려 때문일까요?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문화 확산 태스크포스 활동의 일환인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 중 미디어 부문에서 1인 미디어 제작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차별적 표현이나 혐오적 표현을 막을 수 있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20대 이하 어린 세대가 특히 많이 보는 미디어이다 보니 좀 더 강력한 규제와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법이나 방심위를 통한 규제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규제를 받아봐야 계정을 새로 파서 활동하면 그만이니까요. 이 때문에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해당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를 유도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플랫폼 사업자를 강하게 제재하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뉴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듯이 융성과 규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많은 BJ가 선정적인 몸놀림이나 대책 없는 욕설과 약자 비하 그리고 노골적인 저작권 무시로 인기를 끌곤 했으나 이런 무기를 쓸 수 없는 TV방송에 출연해봤자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방송에 적합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BJ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아무튼 BJ들이 공중파에 입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과연 이들이 기존 방송을 어떻게 바꾸어나갈까요? 현명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덧붙여져 유익한 방송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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