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에서 속속 밝혀지는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태가 점입가경입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유우성 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측 진술서마저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국정원이 '국가조작원'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서나 조서를 미리 써놓고 나중에 탈북자 등 증인들의 도장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조서까지 광범위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위조한 구체적인 정황이어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술서는 참고인 등이 자신이 할 말을 서술하는 것이고,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에서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모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파렴치하게 유우성 씨 측 증인을 세 차례나 회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초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화교 출신 A(여)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생각비행은 지난 삼일절에 헌법의 근본정신을 돌아보며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나 유우성 공무원 간첩 사건이 오늘날의 드레퓌스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참고 기사: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국가 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해 죄 없는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수사 방식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드레퓌스 사건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니까요.
 
국가나 정부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 사건처럼 엄청난 일이 역사 속에서 그저 사라질 리 만무합니다. 시대적 충격을 일으킨 사건은 언론, 방송, 문학, 회화,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재생산되기 마련입니다. 증거 조작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오늘은 좀 감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이 있는 영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말입니다.

영화 검열의 시작, <드레퓌스 사건>

출처 - GEORGE MELIES : L'affaire Dreyfus

드레퓌스 사건은 그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란 매체가 막 생겨난 그 시대에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멜리에스 스스로 '재구성된 뉴스릴'이라고 부른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건 전체를 12개 장면으로 재현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1899년 프랑스 정부는 이 영화를 포함해 드레퓌스를 다룬 영화를 일괄해 상영 금지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이 막 시작되려는 민감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영화라는 매체는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관객을 만나지도 못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의 생애>

출처 – 네이버 영화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얼마 지났을 때 미국에서 에밀 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드레퓌스 사건을 조명하는 영화가 나옵니다. 1937년 작 <에밀 졸라의 생애>라는 영화인데요, 프랑스 정부와 군부가 증거를 조작하고 침묵을 유지할 때 <나는 고발한다!>라는 명문으로 드레퓌스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진실 규명과 무죄 석방을 주장한 대문호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국수주의에 빠진 권력층과 군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종차별을 고발합니다. 무죄 석방된 드레퓌스가 고인이 된 에밀 졸라의 무덤을 찾는 마지막 장면은 그 시절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193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드레퓌스 역을 맡은 조셉 쉴드크로트는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에밀 졸라 역을 맡은 폴 무니는 상은 받지 못했으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맞선 어머니, <체인질링>

출처 – 유니버설코리아 공식 유튜브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여전사에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한 앤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LA에 사는 싱글맘인 크리스틴은 회사에서 돌아와 9살 난 아들 월터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크리스틴은 5달 뒤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찾은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유괴 사건을 조기 종결해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던 경찰과 권력층은 일이 틀어지면 입장이 난감해지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를 찾아달라고 사정하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경찰이 찾은 아이를 아들로 인정하라는 거죠. 세상 어떤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못 알아볼까요? 결국 이때부터 크리스틴은 부패한 경찰과 세상에 맞서는 어머니가 됩니다.


원칙 없는 세상을 향한 경고, <부러진 화살>

출처 – 다음 영화


"재판장님은 100여 년 전 프랑스 군사재판에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간 드레퓌스 사건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진범이 잡혔는데도 당국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채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요.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21세기에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억지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주인공 안성기의 대사

2007년 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입니다. 

사건 자체에 관해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대입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김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뒤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교수는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위협했다고 하죠.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의 원칙 없음과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배급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의외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안성기의 열연은 대단했죠. 이 영화에서 경찰의 증거보존능력이 의문시되고 담당 판사가 혈흔 DNA 검사를 거부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 드러납니다. 과학 수사와 증거법정주의를 지향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드러낸 영화였습니다.

국가란 국민이다, <변호인>

출처 – 다음 영화

온갖 우여곡절에도 1000만 관객에게 감동을 준 <변호인>도 권력에 의해 증거 조작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림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는데요. 송강호의 신들린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어설프게 조작된 증거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그런 행태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의 생애> <체인질링> <부러진 화살> <변호인>, 다섯 영화를 소개하고 보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이든 권력에 의한 증거 조작과 진실 은폐, 그에 따른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에밀 졸라의 생애>를 제외하면 모두 DVD 구매 또는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비용을 치르고 합법적인 내려받기가 가능한 영화들입니다. 이번 주말엔 위 영화를 다시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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