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김영춘 후보가 상당히 큰 차이로 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여당의 자세를 보면 명분을 잃고 사실상 패배를 자초한 것에 가까웠습니다. 혹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서울, 부산 시장 재보궐선거는 박원순과 오거돈의 성추행으로 시작되어 LH 사태로 끝장났다고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죽하면 《뉴욕타임스》조차 20~30대 젊은층에게 여당이 외면받은 것에 대해 '내로남불(naeronambul·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때문이라는 한국어 줄임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겠습니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보궐선거 귀책사유를 제공한 우리 당이 후보를 내는 그 순간부터 오늘의 참패는 예견돼 있었다"며 원래대로 무공천 원칙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습니다.

 

출처 - KBS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뭘 잘해서 승리한 선거는 아니었습니다. 용산참사에 대해 철거민을 탓하고 내곡동 땅 특혜 의혹에 엘시티 특혜분양 비리 등등 민주당보다 더한 비리로 점철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주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시민의 뜻을 제대로 안고 가지 못하고, 이전 정권의 실정을 개혁하겠다던 이들의 '내로남불'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한 선거였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18, 19세와 20대 남성들이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하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이 댓글을 조작하고 박근혜가 역사 교과서 파동을 일으키고 오세훈이 무상급식을 못 하겠다고 버틸 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이들이 지금의 10~20대입니다. 그런 이들이 자신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당의 후보를 열렬히 지지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내로남불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싫었다면 다른 선택지도 많이 있었는데, 어째서 10~20대 남성들이 이렇게 표를 몰아주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4.7 재보궐선거는 또 다른 숙제도 남겼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건 놀랍게도 허경영이었습니다. 허언증과 각종 기행으로 세간의 웃음거리였던 그 허경영 말이죠. 그러나 국가혁명당 후보로 나온 허경영 후보는 득표율 1.1%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군소 후보로서 1% 득표율이라는 거대한 벽을 깨버렸습니다. 1% 득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다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0.48%), 미래당 오태양 후보(0.13%),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0.68%), 진보당 송명숙 후보(0.25%), 무소속 신지예 후보(0.37%) 등의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1.91%입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의당 김종민 후보가 1.64%, 녹색당의 신지예 후보가 1.67%를 득표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허경영의 1.1% 득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허경영의 공약이 신뢰할 만한 것도 아니었고, 그가 시민을 위하는 진정성을 내보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허경영은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저는 서울시장에 그렇게 관심은 없다"면서 결혼수당 1억, 출산수당 5000만 원, 연애수당 20만 원, 재산세 폐지 등의 공약만 남발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놀랍게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후보 중 가장 부자는 오세훈도 박영선도 아닌 허경영이었습니다. 그는 무려 72억 6224만 원이라는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그가 신고한 재산인 6억 원이 10년 남짓한 사이에 10배 이상 불어났다는 얘깁니다. 허경영이 하늘궁이라는 사이비 종교 단체를 운영하며 신자들의 돈을 빨아먹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람들을 농락해 배를 불리더니 이제 그 세력을 이용해 국정을 희화화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 유세 중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출처 - 허프포스트

 

부산시장 선거는 또 어떻습니까. 부산시장 선거의 3위는 정규재였습니다. 네, 극우 유튜브로 유명한 '정규재TV'의 그 정규재 말입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 박근혜가 정규재TV에 단독 출연해 자기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정규재는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는 물론이고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쉬지 않고 가짜뉴스를 쏟아내는 기레기 중의 기레기죠. 그런데도 그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1.06%라는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첫 도전한 선거에서 말입니다.

 

출처 - 한겨레

 

혹자는 그냥 가짜뉴스 양산해내는 극우 기레기일 뿐이고 인터넷 관종인 허언증 환자를 두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히틀러가 독일 사회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무슨 개그냐며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이 당선되자 사람들은 마냥 웃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그들은 나라를 망가뜨리고 말았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결과 사회는 분열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세상이 도래하고 말았습니다. 허경영과 정규재라는 사람이 현실정치에 이렇게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이들을 개그의 소재로 계속 써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히틀러와 트럼프를 키우는 꼴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파이낸스투데이

 

말 많고 탈 많았던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여야, 그리고 진보와 보수 양쪽에 큰 숙제와 생각할 거리를 남겼습니다. 특히 시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며 투표했는가를 깊이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2022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 모두가 평정심을 되찾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지난 글 : 한국의 탐사보도 -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불만제로>)
             한국의 탐사보도 - K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추적 60분>)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출간한 뒤로 한국의 공중파 방송-KBS,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공중파 방송인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소개할 차례가 되었네요. SBS는 앞서 소개한 2개 공중파 방송보다 개국이 늦었기에 탐사보도 프로그램 또한 그 시작이 늦었습니다만, 타 방송에 못지않은 훌륭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알고싶다> 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92년 3월 31일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살해범의 목소리>로 처음 전파를 탔는데요,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방영되자마자 25%라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탐정의 사무실을 연상하게 하는 스튜디오를 만들고 소품들을 배치했으며,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PD나 기자가 아닌 연기자를 진행자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시간이 지나면서 박원홍 씨 같은 언론인 출신이나 오세훈 씨 같은 당시 인기 변호사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연기자거나 연기자 출신의 진행자였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역대 진행자들.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


<그것이 알고싶다>는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추리'라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어떤 한 가지 사건을 소재로 잡고 그 전모를 추리해나가는 방식을 적절히 사용했는데요, 거기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추리를 위해 심층적인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각 계통의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철저한 실험을 진행한 다음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추리하여 시청자와 소통했습니다. 실험하는 전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선보이기도 했죠.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영화화 되거나 도움을 준 작품들


이렇게 추리를 바탕으로 하여 나온 내용들은 영화로 제작되거나 몇몇 영화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연출진이었던 박진표 감독은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연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이태원 살인 사건>도 <그것이 알고싶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위해 제작하고 실험한 세트가 영화 세트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도 <그것이 알고싶다>의 화성연쇄살인사건 편을 보고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SBS는 창사 20주년을 맞아 많은 특집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때 <그것이 알고싶다> 또한 <창사 20주년 특집 그것이 알고싶다 - 한국사회 미스터리를 파헤치다>라는 이름으로 특집방송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진행을 맡았던 배우 문성근, 정진영, 그리고 현재 진행을 맡은 김상중 씨가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에 PD를 맡았던 분들과 가수 김장훈 씨도 함께 자리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1995년 9월부터 1996년 10월까지 약 1년의 공백기를 제외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는 SBS 개국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이렇듯 의미 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지만 인 <그것이 알고싶다>는 정작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지난번 KBS <추적 60분>을 소개해드렸을 때의 기분과 비슷합니다. SBS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아도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제작진과 진행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있지만 정작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집방송이 없었다면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정보를 더더욱 얻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MBC를 제외하곤 KBS,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왠지 찬밥신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중간에 사라져버린 약 200회분의 분량. 어떻게 된 것일까?



더욱이 다시보기를 살펴보면 477회 이후 약 200회분의 방송이 업로드 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 일부 회차가 사회적 이슈와 피해자 인권 문제 때문에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써놓긴 했습니다만, 200회분의 분량이 싹둑 잘려나갔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의문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제작진의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란 제목으로 공중파 3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여성 저널리스트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통해 탐사보도의 시작을 알게 되었다면, 세 번에 걸친 포스팅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뿌린 씨앗이 한국에서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알아보는 내용이었습니다. 탐사보도와 관련된 좋은 정보를 앞으로도 계속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사진은 김대중 추모 1주기 문화제 당시 서울광장 풍경입니다.

서울시의회, '서울광장 집회 허용' 조례안 공포( http://www.vop.co.kr/view.php?cid=A00000322725, 민중의 소리)

오세훈 서울 시장이 공포를 거부했던 서울광장 집회 허용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의 직권으로 공포되었습니다. 허 의장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위헌 조례를 합헌 조례로 돌리기 위해 공포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만 이 조례안을 거부했던 오세훈 시장 측에서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지는 않지만 이달 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하니 이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광장이 온전히 시민 곁으로 돌아오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네요.

집회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도 권리입니다만, 서울시 측에서도 민주 시민의 성숙한 의식을 좀 믿어주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물론 시민도 그 믿음에 걸맞은 집회 문화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