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작과 종말을 담은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2017년 9월 1일에 나온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총 120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근 2년간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비행은 세상의 시작, 인간의 탄생, 대홍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보완하여 총 130가지로 구성된 완전판을 내놓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신화와 전설로 간직해온 세상의 시작부터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적 판타지 세계관을 더욱 넓고 풍부하게 보완해줍니다.

 

분야: 인문·교양       판형: 신국판 변형(145*210)       발행일: 2019년 7월 1

지은이: 도현신       쪽수: 436쪽 

 

전 세계적 한류 열풍을 견인 중인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과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진행된 4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23만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외국인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부르며 감동하는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류 열풍은 우리의 문화를 잘만 다듬으면 얼마든지 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서양인들이 한국의 언어를 스스로 배우면서 한국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면, 그들이 한국의 신화와 전설에도 얼마든지 친숙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담긴 한국 신화와 전설도 얼마든지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2013년 12월 18일, SBS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광해군일기》에 나오는 기이한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지구에 불시착한 UFO를 타고 온 외계인, 말 그대로 ‘별에서 온 그대’를 드라마의 설정으로 도입하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며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2017년, 2018년에 개봉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은 1, 2편을 동시 제작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각각 1441만 명, 122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습니다. 아울러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만화가 영화,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남기는 대표적인 한국형 킬러 콘텐츠로 부상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즐기는 대중 예술 작품의 대부분이 서구의 신화와 전설, 민담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으나, 최근 우리네 정서가 녹아 있는 이른바 ‘한국적 판타지’ 성공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적 판타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뿌리인 한국 신화와 전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랫동안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 같은 서구 쪽의 것들만 알려져 있었고, 한국의 신화와 전설에 대해서는 관심도 적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신화적 세계관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그 내용들도 여러 문헌과 자료로 흩어져 있어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고전 문헌과 민담, 전설 등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내용들만 가려 뽑아 한국적 판타지 세계관 정립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모은 자료집입니다. 21세기 한국에서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소재를 신비한 보물, 신비한 장소, 영웅, 악당, 예언자와 예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신(神), 괴물과 요괴, 귀신, 도깨비, 사후 세계와 환생, UFO와 외계인, 신선과 도사 그리고 이인(異人), 세상의 시작과 끝 등 14가지 항목을 130가지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담긴 한국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삼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앞으로 더욱 많이 창작되길 희망합니다.

 

 

지은이

 

 1980년 수원에서 태어났고, 2005년 순천향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2004년부터 작가의 꿈을 꾸고, 전자책 형식의 소설 〈마지막 훈족〉 발간을 시작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출간한 인문·역사 서적 《원균과 이순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 2012년 12월에 출간한 역사 서적인 《르네상스의 어둠》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으며,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에 호응하고자 내용을 보완하여 제3판에 해당하는 완전판을 내놓았다.
2017년 9월에 출간한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한국형 판타지 창작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옛이야기에서 찾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풍부하게 수록했다.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하여 우리 조상들이 신화와 전설로 간직해온 세상의 시작, 인간의 탄생, 대홍수,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추가하여 한국적 판타지 세계관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완전판으로 새로이 펴냈다.
2018년 5월에 출간한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동양적 판타지 세계관에 관심이 많은 작가와 독자들을 위해 상상력과 재미를 선사하는 진귀한 이야기 100가지를 담고 있다. 2019년 3월에 출간한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동의 고대 신화와 전설, 여러 종교 경전에 등장하는 신, 악마, 괴물, 정령 등 이색적인 존재를 소개한다.
앞으로 유럽, 인도, 일본, 제3세계 등 다른 나라와 지역의 판타지 세계를 담은 백과사전을 계속 펴내는 한편 새로운 관점으로 인문·역사를 조망하는 서적도 꾸준히 출간할 예정이다.


 

차례

 

_완전판을 펴내며

1. 신비한 보물
001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환혼석(還魂石) | 002 모든 병을 치료하는 구리 화로 | 003 미래를 예언한 책 | 004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그림 | 005 사람에게 부를 가져다주는 구슬 | 006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차(飛車) | 007 환상을 만드는 하얀 천 | 008 음식과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박 | 009 술을 만들어내는 용궁의 돌 | 010 귀신을 쫓아내는 살귀환과 경귀석 | 011 생각을 현실로 바꿔주는 거울 | 012 죽을병을 치료한 상륙 뿌리와 신수단 | 013 100년의 수명을 늘리는 약물 | 014 불임 여인을 임신시키는 뱀의 뿔(蛇角)

2. 신비한 장소
015 여인들만 사는 동해의 섬나라 | 016 동해에 있는 신선의 섬 | 017 호랑이와 봉황이 살고 무궁화가 피는 군자국 | 018 〈숙향전(淑香傳)〉의 신기한 나라들 | 019 우리와 다른 차원의 세계 | 020 꿈속에서 찾아간 또 다른 세상 | 021 백두산 천지 속의 용궁 | 022 도적과 괴물 지네가 보물을 지키는 동굴

3. 영웅
023 우산국의 우해왕 | 024 지나가던 스님 VS 지나가던 선비 | 025 율도국(栗島國)의 왕이 된 홍길동 | 026 하늘을 나는 아이와 ‘아기장수’ | 027 백두산의 마귀를 죽인 소년 | 028 이무기를 죽인 박만호와 이복영 | 029 바늘을 던져 왜군 병사를 죽인 조선의 어느 병사 | 030 백마산의 소장군 | 031 소년 씨름꾼 | 032 흑룡을 물리친 백장군 | 033 천하장사 송장군 | 034 백룡을 쏘아 죽인 사냥꾼 | 035 날개 달린 궁수, 묵신우 | 036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정도령의 정체는? | 037 금강산의 승려가 된 일본군 병사

4. 악당
038 백정 출신의 대도적, 임꺽정 | 039 2대에 걸쳐 활동한 도적, 장영기 | 040 갑옷을 입고 활을 당긴 도적 | 041 임진왜란 시기의 도적들 | 042 광해군 때의 마적들 | 043 남원의 비밀 조직, 살인계 | 044 조폭의 원조, 무뢰배와 검계 | 045 5000명의 기병을 거느렸던 장길산 | 046 강원도의 도적, 이경래 | 047 조선의 해적들 | 048 덕유산의 도둑, 이광성 | 049 영조 무렵의 변산 도적들 | 050 말을 타고 총을 쏘는 무법자 | 051 조선을 침입한 영국 해적선

5. 예언자와 예언
052 안동부사의 죽음을 내다본 두 승려 | 053 벌거벗은 예언자 | 054 하늘에 나타난 세 부처의 예언 | 055 정여립의 난 | 056 미륵을 자처한 이금(伊金)과 여환(呂還) 

6.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057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우박 | 058 태양의 기이한 변화 | 059 적조와 해일 현상

7. 신(神)
060 환인, 환웅, 단군 | 061 해모수(解慕漱) | 062 〈남궁선생전〉의 신들 | 063 바다 폭풍의 신, 설운(雪雲) | 064 활쏘기의 신, 송징 | 065 고려를 지킨 송악산의 산신령 | 066 모욕당한 여신, 순군부군(巡軍府君) | 067 조령의 신령과 맞선 관찰사 | 068 신명대왕(神明大王) | 069 제주도의 신들

8. 괴물과 요괴
070 동해의 사악한 식인 괴물, 장인족 | 071 저승에 사는 공포의 금돼지 | 072 머리 아홉 달린 지하 세계의 거인, 아귀(餓鬼) | 073 천둥과 비를 일으키는 백룡 | 074 황해도의 거인족, 우(禹)와 을(鳦) | 075 함경도의 안개 괴물 | 076 바다의 인어 | 077 둔갑하는 여우 | 078 털보 거인들의 섬나라에 간 사람들 | 079 식인 벌레 이야기 | 070 우박을 퍼붓는 강철이 | 081 새처럼 날아다니는 사람 | 082 삿갓을 쓴 외다리 요괴 | 083 승려로 둔갑한 호랑이 | 084 백두산 천지의 요괴, 자라 | 085 사람으로 태어난 불여우 | 086 귀마왕(鬼魔王)과 찰마공주(刹魔公主) | 087 짐승으로 둔갑하는 노인 | 088 우물 속에 나타난 황룡 | 089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 어린 용 | 090 원한을 품고 환생한 뱀 | 091 서해 바다의 섬에 사는 뱀 | 092 괴물 지네

9. 귀신
093 강릉의 무서운 처녀 귀신 | 094 김유신 장군의 귀신이 한 선비를 벌하다 | 095 의병장 고경명을 저주한 처녀 귀신 | 096 악취를 풍기는 귀신을 만난 사람들 | 097 호랑이의 앞잡이, 창귀(倀鬼) | 098 잊힌 전쟁 영웅, 제말의 귀신 | 099 침략군을 물리치는 신비한 병사들 | 100 나무에 붙은 귀신들 | 101 귀신에게 재앙을 당한 사람들 | 102 귀신을 물리친 사람들 | 103 귀신에 빙의된 사람들 | 104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준 귀신 | 105 남자를 홀리는 미녀 귀신 | 106 귀신과 사랑을 나눈 사람들

10. 도깨비
107 이름을 가진 도깨비, 문경관 | 108 미녀를 데려간 폭포의 도깨비 | 109 주인에게 행운을 안겨준 꼬챙이 | 110 동전과 장기알에 붙은 도깨비 | 111 소원을 들어주는 김생원

11. 사후 세계와 환생
112 감사(監司)로 환생한 소년 | 113 아이로 환생한 돌부처의 시종 | 114 저승에 다녀온 박생(朴生) | 115 실수로 저승에 다녀온 사람들 | 116 죽은 친구를 다시 살려낸 정북창

12. UFO와 외계인
117 하늘에 나타난 불덩어리들 | 118 하늘에 나타난 둥글고 빛나는 물체 | 119 하늘에서 내려온 3명의 남자들 | 120 외계인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

13. 신선과 도사 그리고 이인(異人)
121 도술을 부려 공간을 이동한 거지 | 122 조선의 트릭스터, 전우치 | 123 귀신을 부리며 신선이 된 장산인(張山人) | 124 늙지 않는 책 장사꾼, 조신선 | 125 당나라의 귀빈이 된 신라인 신선, 김가기 | 126 볏짚으로 만든 복제인간

14. 세상의 시작과 끝
127 천지개벽 | 128 사람의 탄생 | 129 대홍수 | 130 종말

_책을 닫으며
_참고 자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일상적이고 탈권위적인 모습에 많은 국민이 열광하는 겁니다.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때, 생각비행이 출간한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테무진 to the 칸》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2011년 《딴지일보》에 연재될 당시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한 글을 엮은 책입니다. 연재되는 내내 '만화보다 재미있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읽었다' '글이 빨리 올라오지 않아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는 등 열광적인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딴지일보》 서버에 문제가 생겨 한동안 이 연재물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독자들은 불안한 서버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로 옮기거나 내용을 복사해 PDF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기까지 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재 당시 《테무진 to the 칸》은 종종 소설로 오해받았습니다. 소설도 팩션도 아닌 인문·역사 연재물에 독자들이 이토록 호응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딴지일보》 편집부국장으로 '악마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저자가 인간 테무진이 초원을 통일하며 칭기스칸이 되는 과정을 실로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일 겁니다. 연재 종료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독자들의 열띤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글을 다듬고 보완해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실패를 딛고 초원을 평정한 기적의 기록을 만나보세요! '칭기스칸' 하면 떠올리는 영웅적 면모와 다른 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칭기스칸이라는 칭호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 테무진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테무진이 꿈꾼 사회, 칭기스칸이 만든 사회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시죠. 

 

테무진 to the 칸

 실패를 딛고 초원을 평정한 기적의 기록


 

공정함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다

 

보잘것없는 초원의 사내였던 테무진과 달리 의형제인 자무카는 유서 깊은 집안의 사내였다. 자무카는 좋은 집안 출신답게 20대 초반에 2000명이 넘는 전사를 거느렸다. 타고난 야심가로 잔인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전투 천재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테무진은 자무카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운동 능력이 부족하고 용감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친구인 개조차 무서워할 정도였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장점이 거의 없는 소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테무진의 모친 헐룬은 "가슴에 재능이 있다"고 아들에 대해 평가했다. 그 말대로 테무진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대할 때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으로 대했다. 그는 공정했고 약속을 꼭 지키는 신념을 고수했다.


테무진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었던 '13익 전투'에서 테무진은 자무카에게 궤멸당하지만 전투 후에는 테무진 쪽으로 넘어오는 부족들이 있었다. 한편 테무진 대 반테무진의 전면전이었던 카라칼지드 사막 전투에서 패배한 테무진 진영으로 오는 전사도 많았다. 계속된 전투로 모든 것을 잃고 19명의 부하만 데리고 초원에 섰을 때, 며칠 만에 수만 명의 병사가 테무진을 위해 결집한 것은 평생토록 지켜낸 그의 신념 덕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테무진은 자무카가 합류한 나이만족과의 초원 통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마침내 테무진은 의형제이자 평생의 적이었던 자무카와의 경쟁에서 이기며 초원을 통일했다. 공정함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은 인간 테무진은 이로써 유일무이한 초원의 군주로 등극했다.


 

테무진이 꿈꾼 사회, 칭기스칸이 만든 사회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바꿔줄 영웅을 원한다. 뛰어나고 배경이 든든한 영웅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전혀 달랐던 인간 테무진은 공정함만으로 세상을 바꿨다.

 

'원래 그런' 세상은 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테무진이 지도자 노릇을 하면서 깨달은 '제대로 된 세상'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좋은 사회란 종묘와 사직이 바로 서고 군주가 백성을 자식처럼 어여삐 여기는 사회도 아니고, 신의 종으로 선택받은 군주가 교황을 보위해 정의를 지키는 사회도 아니며, 모든 카스트가 톱니바퀴처럼 각자 자신의 신분과 역할에 몰두하는 시스템을 굴리는 사회도 아니다.

 

좋은 사회란 그저 되도록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다. 테무진은 좋은 사회를 만들기로 했다. 초원 사람들이 보기에 테무진의 생각은 매우 좋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좋은 사회를 만들었다. 이것이 전부다. 진보란 이토록 간단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보란 사람들끼리 정한 규칙이 보다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별난 물질적 기회가 필요 없다. 다수가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로 합의하면 세상은 생각한 그대로 좋아지게 되어 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테무진의 삶은 성공보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정함과 끈기로 끝내 몽골 초원을 통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몽골 사회와 몽골군의 시스템을 정비했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다. 약탈혼과 매매혼, 가축을 훔치는 행위 등을 금했을 뿐 아니라 초원의 모든 야생동물을 백성의 공동 소유로 삼아 사냥철이 아니면 함부로 잡을 수 없게 했다. 또한 서자나 사생아가 생기지 않게 했으며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매일 아침 몽골 조정에 3만 명의 식사를 준비했다.


테무진이 만든 사회에서 몽골인들은 서로 속일 필요가 없었으며 있는 모습 그대로 충성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테무진은 귀족의 특권이나 기득권을 타파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했다. 이 때문에 테무진은 평생토록 부하에게 배신당하지 않았다.《테무진 to the 칸》은 테무진이 칭기스칸이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며 이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시작점에 섰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 시점에 공정한 사회를 만든 인간 테무진의 삶을 기록한 이 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 몽골 초원을 평정하며 테무진이 꿈꾸었던 사회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우리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홍대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해외로 떠나 만화 시나리오를 썼다. 귀국 후 《딴지일보》에 입사, 편집부국장을 지내며 라디오와 종이 매체에서 축구평론가로 활동했다. 연극과 뮤지컬 시나리오도 썼다. 《딴지일보》에 <축구 문화사>를 연재했다. 현재 연재 중인 <초한쟁패>는 많은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서로 소설 《태양의 해적》, 인문서 《축구는 문화다》 등이 있다. 인문 교양 팟캐스트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남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필연과 우연에 천착한다. 반복되는 클리셰에 던져진 인간의 마음이 촉매제가 되어 역사를 짓는다고 믿는다. 무엇이 인생을 촉매하는지 찾는 중이다.

 

 

 

차례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초원 주요 인물 및 부족(세력)

 

01 짓밟힌 소녀
02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03 아버지를 위한 나라는 없다
04 살인의 추억
05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06 달콤한 인생
07 아내가 결혼했다
08 복수는 나의 것
09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
10 테무진 라이징
11 13익 전투
12 레저렉팅 테무진
13 내 이름은 칸
14 에너미 앳 더 게이트
15 패자의 역습
16 킬링필드
17 배신의 계절
18 컨스피러시
19 사막의 폭풍
20 왕의 귀환
21 안티 테무진
22 전쟁의 신
23 초원 통일
24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2)
25 예케 몽골 울루스

 

작가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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