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뜻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일상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 또한 현대인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용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직장 생활을 우선시하던 과거와 달리 업무 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워라밸은 구직자나 이직 희망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워라밸은 어떤 수준인가요?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월 28일, 주당 52시간 근로를 법제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올해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주5일제가 도입된 지 14년 만에 근로 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된 건데요. 의견 대립과 진통이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도입된 후에도 당분간 진통이 예상됩니다.


출처 - 뉴시스


지난 2004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주5일근무제가 전격 도입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하며 제대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닌 애매한 주말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당시 노사 간 논쟁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자체는 의미 있지만 임금이 줄어들면 안 된다며 경계했고, 경영계는 생산성이 떨어져 인건비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맞섰습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은 주5일제가 당연한 제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시 인건비가 치솟고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어 중소기업 줄도산이 일어난다며 호들갑 떨며 반대하던 기업들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이제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해 최대 52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든 겁니다. 국회 내에서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의 결실입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이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특히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연장근무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8시간까지는 50%의 추가수당을, 이후 4시간분은 100%의 추가수당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주말근무가 일상화되어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 그동안 연장수당, 주말수당, 추가수당을 구분 없이 사용해왔기에 추가수당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혼선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토, 일에 근무한다고 무조건 추가수당이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정 요일이 아니라 기업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휴일을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추가수당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또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에 맞추기만 하면 근무일도 관계없어졌습니다. 하루 10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곳이라면 일 10시간씩 주4일 근무하고 3일 쉬도록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노동 탄력성을 더한 건데 이 때문에 당분간 혼선이 야기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출처 - 매일경제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주5일제는 당시 노사정 위원회 등을 통해 각계의 절충이 계속 시도된 끝에 이루어졌지만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국회 법안으로만 통과된 터라 노사 양쪽에서 불만이 큽니다. 노동계는 시간 단축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임금에 대한 보전 규정이 없다는 데 대해 불만이 크고, 경영계는 일부 대기업을 빼고는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14년 전 주5일제가 정착되었음에도 현실적으로 국내 총 근로시간이 많이 줄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출처 - 잡코리아


2003년 연 239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압도적인 1위였던 우리나라는 당시 주5일제로 근로시간을 2000시간 밑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까지도 연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압도적 2위입니다. OECD 평균인 1700시간보다 무려 400시간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 YTN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신규 채용을 한 경우 채용장려금을 지원하고,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준 기업에 대해서 지원하기로 했으며 설비투자 융자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IT·스타트업 기업·버스운송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 마련과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의 수요와 외국 사례 등을 조사해 탄력적 근로 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를 혁신하려면 대기업의 적폐청산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출처 - MBC

 

얼마전 검찰이 삼성그룹의 노조 탄압 문건을 대거 확보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죠.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노조가 생기자 삼성그룹이 종합상황실을 만들고 조직적 대응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었고, 지난 2월 7일 삼성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 탄압의 실체가 담긴 자료를 대거 확보한 겁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서 한 직원이 달아나 붙잡아 조사했더니 6000여 건의 노조 탄압 문건이 담긴 외장 하드를 숨기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삼성의 노조 탄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건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MBC 보도 내용에 따르면 2012년 1월 작성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삼성이 무노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한 다양한 수법이 담겨 있습니다. 직원을 활용 가능과 불가로 나누고 활용가능자에게는 승격과 보직을, 활용 불가능자는 희망퇴직 등을 통해 아예 퇴출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조 설립을 시도하면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비위 사실을 수집해 모아두어야 한다는 지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이 문건을 눈앞에 두고도 삼성이 문건 작성을 부인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그때 많은 노동자들이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만, 최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삼성과 관계된 일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여전히 삼성공화국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과연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의 과로사회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 개정 후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실효성을 강화할 대책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실제로 삶에 여유를 찾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고용창출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계 일각에서 "개정법 시행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근로시간 단축 정착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이 사안을 안이하게 봤다는 방증(傍證)"이라는 지적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주에 직장인들을 불쾌하게 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노동자(보고서 내용은 근로자)들이 경쟁국보다 일하는 시간이 짧고 생산성도 낮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발표 내용에는 한국 노동자들이 경쟁국 노동자보다 월급은 더 많이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적게 일하는 주제에 돈만 많이 받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 정상화 같은 변화가 꿈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죠. 

 

지난주 기사를 읽는 내내 불쾌함과 의구심이 교차한 분이 많으셨을 줄로 압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OECD 평균 근로시간을 수백 시간이나 초과하는 과로 사회로 인식되었으니까요. 오늘은 국가와 기업이 나서서 아전인수하는 통계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처 - 스포츠경향



일은 덜 하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 한국인 노동자? 

―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발표한 <아시아 경쟁국의 근로시간 임금 생산성 비교 및 시사점>이란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 평균 근로시간이 2011년 2193시간으로 아시아 경쟁국인 홍콩(2344시간), 싱가포르(2287시간)보다 짧다고 합니다. 대만은 2144시간, 일본은 1706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근로시간이 짧았습니다.

 

그런데 IMF가 조사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가 2만 5975달러로 싱가포르(5만 5182달러), 홍콩(3만 7955달러)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대만은 2만 925달러, 일본은 3만 8468달러였습니다. 아울러 노동생산성은 2013년 우리나라가 5만 8700달러인데 반해 싱가포르는 9만 2000달러, 홍콩은 9만 200달러, 일본은 6만 3300달러, 대만은 7만 46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물가 반영 구매력 기준 월평균 임금은 2005년 우리나라가 2598달러로 일본(2418달러), 대만(2162달러), 싱가포르(1757달러), 홍콩(1546달러)보다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이런 통계 자료를 내세우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형성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에 대한 명백한 반대 의사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아시아 경쟁국보다 떨어지는 노동생산성 대비 고임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속셈이 깔렸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다른 정부기관인 고용노동부 집계만 보더라도 2012년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무려 420시간이나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과로 국가라는 게 국가 통계였는데, 이번에 나온 대한상공회의소 인용 자료들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바로 여기에 정부와 기업들의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농구는 점수가 많이 나니 야구보다 우월하다?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까지 긁어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아전인수


출처 - SBS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는 애초에 비교 국가가 잘못되었습니다. 보도자료의 주요 비교 대상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 중심지입니다. 당연히 국가의 가장 큰 산업이 금융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형 제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지요. 그러니 1인당 생산성은 당연히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산업 쪽의 통계 수치가 크게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기간 설비 투자는 응당 제조업 쪽이 훨씬 많이 듭니다. 

 

이렇게 명백한 차이가 있음에도 금융업 국가와 제조업 국가를 같은 선상에 두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농구와 야구가 같은 구기 종목이니 똑같이 점수 차로 비교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어리석은 논리입니다. 슛 한 번에 2점, 3점씩 나와 점수가 100점도 넘게 나는 농구가, 기록적인 득점을 해도 20점 안팎인 야구보다 우월하다거나 효율이 높다는 헛소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비교를 하고 싶다면 농구는 농구와 야구는 야구와 해야 합당하듯이, 1인당 생산성 통계 역시 비슷한 나라를 대상으로 할 때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법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1인당 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치게 시간만 많이 들이는 야근문화가 한몫합니다. 생산성은 단위 시간당 창출된 가치로 평가를 하는 잣대인데, 상사 눈치를 살피느라 일도 안 하면서 회사에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일하는 시간만 늘려봐야 생산성만 떨어진다는 건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임금 후려치기는 또 얼마나 심각합니까?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상승률 등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에 경제의 낙후된 구조라는 크나큰 문제가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산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키우는 일은 노동자의 몫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몫이라는 것도요.

 


출처 - JTBC


우리나라가 일도 못 하면서 홍콩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대목에 들어가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근거랍시고 내놓은 자료라는 게 9년 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인터넷 사이트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SBS와 JTBC 취재 결과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이 사이트를 누가 만들었는지, 이 사이트에 나온 결과를 검증하긴 했는지 캐묻자 대한상공회의소는 발뺌 끝에 검증되지 않은 통계라며 사과했다고 합니다. 국가기관이 출처조차 불명확한 사이트에서 긁어온 통계를 국민 앞에 들이밀며 어깃장을 놓는 꼴입니다. 한국인은 일도 못 하는 주제에 돈만 많이 받는다는 폄훼성 논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과 친일파나 할 법한 얘기 아닌가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임금 현실화라는 여론을 교란하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와 대기업의 협잡에서 비롯된 말도 안 되는 촌극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근거도 없는 내용을 아전인수 격으로 만든 통계로 혹세무민하는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임금근로자 1873만 4000명 중 월급여 100만 원 미만이 12.4%, 100~200만 원이 37.3%로 월급이 200만 원도 안 되는 근로자가 전체의 49.7%에 달합니다. 이것이 한국 근로자의 현실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노동자를 두고 돈만 많이 받는다고 타박입니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기관이 나서서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에게 노예가 되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아전인수 통계에 정부 신뢰 추락


아전인수에 잦은 오류까지 맞물려 이명박근혜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발표하는 기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고 작성 과정에서 실수와 오류가 잦습니다. 관료와 정치인은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아전인수 격인 해석을 곁들이면서 국민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거래량을 발표하면서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으나, KB국민은행과 부동산 114 등의 자료에 의하면 여전히 하락세였습니다. 정부는 월세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시장에선 올 들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실업률 통계도 마찬가집니다. 실질 실업률이 10.1%가 넘어가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취업준비생이나 하루 1시간밖에 일하지 못하는 시간제 노동자까지도 실업자에서 제외하여 실업률이 3.2%라고 진실을 호도합니다. 지난 9월 국토부는 아예 잘못된 미분양 통계를 발표했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통계는 제대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만 애초에 조작과 왜곡의 여지가 많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까닭은 정부와 기업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대책을 세우는 데 통계를 사용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고 아전인수에 바쁘기 때문입니다. 제발 제대로 된 통계 자료로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활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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