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인 양 나라가 거꾸로 돌아갔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까지 마수를 뻗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자 의혹을 극구 부인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는 양상을 보면 혹시나가 역시나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억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요, 판사들이 이와 같은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던 시점에 대법원 컴퓨터에서 2만 개가 넘는 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파일 중에는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대법원 차원에서 증거 인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대법원 특별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법원행정처의 김 전 심의관이 판사들의 인사 이동이 예정됐던 날 새벽 2시간 동안 2만 5000여 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심의관도 삭제 후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파일 중에는 당시 논란이 뜨거웠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된 파일도 포함됐습니다. 이 시기는 판사들이 행정처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주장하던 시기라 더욱 큰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파일 삭제 나흘 전에는 인권법 연구회 관련 업무를 맡은 심의관이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할 정도였으니 의도적으로 파일을 삭제했을 것이라는 심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판사들은 파일 삭제가 증거 인멸이나 공용 서류 무효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 고발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서민들에게 크게 와닿을 문제는 KTX 해고승무원 관련 재판을 미끼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법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일 겁니다. 지난 2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잘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2월 KTX 승무원 관련 재판 등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당시 대법원은 KTX승무원의 실제 사용자는 코레일이라는 1, 2심 판결을 갑자기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1, 2심 승소로 코레일로부터 미지급된 임금과 소송비용 등을 받았던 승무원들은 이 대법원 판결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회사로 돌려줘야 했습니다. 한 해고 승무원은 이 대법원 판결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한 달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습니다. 만약 당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뒷거래를 한 끝에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라면 사법 살인이라 할 수 있는 크나큰 사태입니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양승태를 구속하고 엉터리 판결로 고통을 가중시킨 당시 정부와 철도공사의 사과 그리고 복직을 요구했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김명수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재판 개입과 판사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간부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국회에 나가 범죄 혐의가 뚜렷한 사안은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이와 관련된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7건이나 접수되어 있어 검찰은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조단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이 사태에 관련됐던 박근혜 정부 당시 대법원 판사들이 피고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출처 - 천지일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원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즐비한 마당에 사법정의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제눈의 들보부터 처리해야하지 않을까요? 신속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김기춘에게는 원심의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던 조윤선에게는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문화계에 지원 혹은 지원 배제를 좌지우지했던 조윤선은 블랙리스트 존재를 모른다던 증언 또한 위증죄로 다스려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박근혜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에서 좌파 배제 국정 기조가 형성됐고 이 지원 배제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며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공모 관계까지 인정되었습니다.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핵심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모든 행위는 정책이 아닌 위법행위라고 적시한 것이며, 이는 박근혜의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또 다른 블랙리스트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고 일선 판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성향을 파악하고 핵심그룹, 주변그룹 이렇게 구분해 개입한 정황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으며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을 뿐 특정 판사와 그룹의 차단, 견제, 고립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건에는 이름, 직책, 연수원 기수, 생년월일, 출신학교, 경력 등은 물론 우리법, 노동법, 젠더법, 인권법에 대한 특성, 보수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회장 역임, 여성친화적 가치관 등 꼼꼼하게도 사찰해 리스트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관리에 방해가 되는 판사 익명 카페 자진 폐쇄 유도 방안 등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리스트를 통해 대법원은 이른바 강성으로 불리는 진보 법관들을 배제하고 보수 법관들을 요직에 추천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은 블랙리스트란 단어가 쓰이지 않았으니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머리기사를 올렸지만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어린아이조차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선 판사들은 여기까지 드러난 이상 특검을 통해 진상조사를 해야 하며 법원행정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으로 행정처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에서도 청와대 캐비닛 문건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선고 전후로 대법원이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판결 전후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연락해 의견을 나누고 정치권, 언론, 법원 내외부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한다는 청와대의 요구에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우회적, 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요구를 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우병우였습니다. 그는 전원합의체라는 특정한 선고 방식까지 요구했는데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그해 4월 국정원 댓글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습니다. 박근혜, 우병우, 국정원, 대법원 등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그들이 얼마나 유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에 따라 이미 사퇴하긴 했지만 이를 대법원 안에서 총괄 지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참여해 청와대와 거래를 한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사조처를 넘어 형사책임까지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만으로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을 두고 대법원이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건 업무 방해, 직권 남용 위반 소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은 사회 최후의 양심의 보루입니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공정히 판결할 때라야 법이 그 사회에서 권위를 가질 수 있죠.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블랙리스트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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