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오늘 오전 10시 현재 사전투표율이 14.2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6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겁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다 후보인 15명이 후보로 나왔고(사퇴자 2명 포함) 선거 기간이 짧은 게 특징입니다. 후보가 너무 많다 보니 주요 후보 5명 위주로 선거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바로 '소리'입니다. 유세 차량에서 각 당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확성기 소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큰 특징은 후보별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유권자가 아닌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대중적인 로고송을 만드는 것이 유행인 듯합니다. 어린이날이자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오늘 주요 대선 후보 5명의 선거 로고송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선거에 임하는 각 당은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노래를 섭외하는 데 혈안이 되기 마련입니다. 대중가요나 드라마 OST를 선거 로고송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인지도 높은 노래의 가사를 후보 특색에 맞춰 개사함으로써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선거마다 가장 인기 있고 각인되는 노래가 있기 마련이지만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꼭 한 곡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당의 캠프는 보통 4~5곡 정도를 준비해두고 반응을 보며 로고송의 노출도를 조절합니다.


출처 - 유튜브


외국곡이긴 합니다만 대중가요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로고송으로 공식 도입한 이는 노태우입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 노태우 캠프는 〈베사메무초〉를 로고송으로 사용했습니다. 후보의 애창곡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영삼 후보 캠프는 〈군정종식가〉를 히트시켰습니다. "군정 종식 김영삼, 민주 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로 이전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분위기 잡는 방송부터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베사메무초〉가 끝도 없이 흘러나왔죠.

 

그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록수〉(양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넌 내게 반했어〉(노브레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핫 이슈〉(포미닛) 등 대중가요를 대통령 선거 캠페인송으로 애용하는 흐름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DOC의 〈DOC와 춤을〉이란 노래를 〈DJ와 함께 춤을〉로 개사해 캠페인송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노래는 아마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친근하고 인상 깊은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아닐까 싶군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이번 장미 대선 주요 선거 캠프의 로고송도 만만치 않습니다. 트와이스와 신해철, 홍진영 등 유명 가수와 그룹의 노래가 선택되었습니다. 아이돌, 록그룹, 트로트 등 음악 장르도 다양합니다. 이는 다양한 세대의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함이겠죠.


출처 – 문재인 공식채널 유튜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기호 1번을 강조하기 위해 〈엄지 척〉(홍진영)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부산 쪽을 노린 〈부산 갈매기〉(문성재), 호남을 노린 〈남행열차〉(김수희), 젊은층을 노린 〈Cheer up〉(트와이스) 등 다수의 히트곡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자유한국당 유튜브


기호 2번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굳힌 〈모래시계〉 OST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나치게 장중한 노래라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자신의 지지층이 호응할 트로트인 〈무조건〉과 〈아 대한민국〉 등을 같이 선택했습니다.


출처 – 인동초TV 유튜브


기호 3번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고 신해철의 노래인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을 주요 캠페인송으로 선택했습니다. 의료사고로 아깝게 세상을 떠난 신해철과 같은 사례를 막고자 발의한 신해철법의 발의자가 안철수 후보였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에선 〈그대에게〉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이었습니다. 신해철은 2012년 대선 당시 단일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에게 곡을 준 이후 다음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곡을 넘기겠다는 생각을 SNS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안 후보 측은 동요인 〈떴다 떴다 비행기〉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바른정당 유튜브


기호 4번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의 색깔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동요인 〈파란나라〉와 〈샤방샤방〉을 선거 캠페인송으로 선정했습니다. 트와이스의 〈Cheer Up〉은 인기가 많아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유승민 후보 측에서도 캠페인송 중 하나로 쓰고 있습니다.


출처 - 정의당TV


기호 5번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광장과 가장 가까운 후보답게 세월호 추모곡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캠페인송으로 삼았습니다. 특이하게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의 여는 노래인 〈질풍가도〉를 개사해서 함께 쓰고 있습니다.



 

2017 K 대선 후보자 정보(KBS) : http://dj.kbs.co.kr/resources/2017-04-17/


대통령 선거 로고송이 마음에 든다고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각 방송사와 인터넷 서비스들은 대통령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자 각 대선 후보의 정보와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예를 들면 KBS에서 선관위 자료를 기준으로 만든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각 후보의 개인 정보, 재산, 병역, 납세, 체납, 전과 등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누드대통령

 

누드대통령(피노컬노트 코리아) : https://nudepresident.com/


투표할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분이라면 SNS에서 유행하는 사이트도 참고할 만합니다. 누드대통령은 각 대선 후보의 공약을 무기명 보기로 흩어놓고 가장 마음에 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보기를 선택해 나가면 최종적으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 그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해보시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후보와 테스트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와 난감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공약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전투표로 장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짧은 기간에 치러야 하는 선거입니다. 투표일인 5월 9일까지 크고 작은 일이 계속 생기겠지만,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추운 광장에서 지난겨울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우리의 바람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조직이 흔들리고 높은 분이 위기에 처하자 밑 사람이 자살로 스캔들을 막고, 첩보 활동에 연루된 용의자는 유유히 해외로 도피해 휴양을 즐기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치 일드와 미드를 합해 놓은 듯한 일입니다. 이탈리아 해킹팀 자료 유출로 민간인 사찰 정황이 드러나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담당자인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하고, 해킹 프로그램 RCS를 국정원에 구매해준 나나테크 사장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유유히 캐나다로 날랐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은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입니다.

출처 - 시사인


생각비행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S라는 프로그램을 구매해 지난 대선 개입 당시부터 운용한 사실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빅브라더, 국정원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다 : http://ideas0419.com/566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이 점입가경입니다. 오늘은 그 난맥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해킹 불법 사찰 의혹으로 자살 '당한' 국정원 직원


해킹 프로그램으로 인한 민간인 사찰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확산 기미를 보이던 지난 주말, 국정원 직원인 임 모 과장이 자기 승용차 안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5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고 그의 아내가 소방서에 실종 신고를 한 지 2시간 만인 오후 12시 2분, 소방대원들이 야산에서 임 과장의 시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휴대전화 내 위치추적 앱을 활용해 임 과장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국정원 직원이 휴대전화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고 다녔다는 말인데, 이 사실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더 이상한 점도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아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자살로 추정되는 현장에서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더구나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쳐 외부 접근을 막기는커녕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해 사진을 찍고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하는 일마저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살한 임 과장은 운전석에 앉은 채 몸이 굳어 있었습니다.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자살에 사용된 번개탄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수석에 A4 용지에 쓴 3장의 유서가 있었습니다. 주말에 자살한 시점, 언론과 방송의 이례적인 자살 속보 경쟁, 경찰의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자살 현장이 기자들에게 그대로 개방된 것…. 이렇게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에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지난 7월 18일 오후 9시 17분에 《조선일보》는 <[단독]숨진 국정원 직원은 해킹 내부 직원... "내국인 해킹한 적 없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때까지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 과장이 해킹 업무를 담당했는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어떤 언론사보다 먼저 임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과 해킹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 등을 보도한 셈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던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국정원의 자살 사건을 보도하면서 내국인 해킹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뭔가 짜인 각본에 의해 연출된 듯한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유서 공개를 극구 반대한 유족을 설득해 경찰은 다음 날 임 과장이 국정원 상사들에게 쓴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임 과장은 유서를 통해 국민과 선거에 대한 사찰이 전혀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유서라기보다는 사과문이나 시말서에 가까움을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국정원은 임 과장이 2012년도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주도한 사이버 전문 기술직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유서 내용과 국정원이 밝힌 내용에 근거한다면 임 과장이 자살할 이유는 사실상 전혀 없었습니다. 국정원의 발표대로 북한을 해킹하기 위한 구매였다면 그 부분의 자료만 증빙하면 될 것이고, 연구 목적이었다면 관련 사실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해 의혹을 풀면 될 일입니다. 임 과장의 유서 내용처럼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 적이 없다면 그가 억울해할 일이 전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 과장은 오해를 일으킨 자료를 모조리 지워버리고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정말로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한용이었거나 연구 목적일 뿐이었다면, 그리고 임 과장이 너무나도 억울해서 죽음을 각오할 정도였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에 근거한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관련 데이터를 지워버렸다는 건 역설적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더욱 의심하게 하는 정황 증거가 됩니다. 자살 직전 진행되고 있었다던 국정원 내부 감찰이 임 과장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수는 있지만 첩보 분야 전문가가 그런 부담감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여러 정황 증거를 맞춰보면 임 과장은 국정원의 보이지 않은 압력에 의해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실제로 또 있었습니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권 모 과장은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의 항변도 이번과 똑같았습니다. 국정원이 간첩 증거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거였죠.


일본 정치권이나 우리나라나 거대한 스캔들이 일어나면 몸통이 아닌 꼬리가 희생되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자라며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병언 회장의 자살 사건도 의혹으로 가득했습니다. 그가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맞는가 하는 사실관계의 의구심부터 누군가 그의 시신을 바꿔치기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국정원과 정치권과 경찰의 무능하고 한심한 반응들


진실을 감추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해킹팀의 해킹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매했지만 아무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으며 근거 없는 의혹으로 국가 정보기관을 매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겁니다. 새누리당도 여기에 동조했지요.

출처 - 시사인


하지만 변명 자체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해외 정보기관 역시 이번 해킹팀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FBI와 마약단속국에 해킹팀 해킹프로그램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마약단속국은 해킹프로그램 사용을 시인하고 사용 규모를 공개했습니다. 키프로스 정보기관은 정보보호법 저촉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장이 물러났습니다. 규모가 큰 나라부터 작은 나라까지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뻔히 나오는 뉴스를 두고서도 국정원은 마치 자신들이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는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조작과 변명을 일삼았습니다. 

 

이는 국정원의 마인드가 전근대적인 시점에 멈춰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들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화룡점정은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언론에 배포된 공동성명입니다. 명색이 정보기관이라는 곳의 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감성팔이를 하는 것은 세계 정보 역사에 유례가 없을 겁니다. 직원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고, 위에서는 내부 직원들을 통제조차 못 하는 무능한 조직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사건의 용의자이니 헛소리를 해도 사실을 은폐하고 싶어 그러려니 하겠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과 이로 인한 국정원 직원 자살에 반응하는 정치권과 경찰의 대처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출처 - 뉴스1


유승민 사태 때 박근혜 대통령 보위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번에는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국가 안위를 위해 필요하면 해킹해야" 된다고 발언해 비난을 받았죠. 대한민국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입니다. 여권의 제1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모르고 있다면 크나큰 문제입니다. 알고도 저런 소리를 지껄였다면 이는 더 큰 문제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으면 섭섭하게 여기겠지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부터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산 넘어 산이었던 청와대로서는 이번 해킹 프로그램 사건에 개입하면 일이 커질까 봐 쉬쉬하고 있습니다. 2005년 참여정부 때는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정부나 국정원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 도청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려면 (국정원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비판하던 분이 왜 지금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출처 - 한겨레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최종 지휘권자는 대통령입니다. 국정원이 이번 해킹 프로그램의 용도로 변명한 대공 감청의 최종 허가권자 또한 대통령입니다. 백번 양보해 국정원의 변명을 믿어준다고 해도 이번 사태는 실정법 위반의 혐의가 짙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대북용으로 사용했다 한들 대통령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명백한 실정법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4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으로부터 감청 허가를 몰아서 받는다고 변명했는데요, 법적으로 개별 건마다 대통령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것만으로도 국정원은 위법 혹은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허가를 받은 감청 대상자라도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의 내국인과 통신을 할 때는 추가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따라서 국정원은 어느 쪽이든 법을 어긴 셈입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직속기관이 뭘 하는지도 몰랐던 무능한 대통령인 셈이고, 알고도 허가했다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입니다.

 

출처 - 조세일보


정치권과 국정원이 한통속이니 경찰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경찰은 임 과장의 자살이 불법 민간인 사찰과 맞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사실상 하루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부검 결과 타살 의문이 없고 행적도 다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경찰은 평범한 사람의 자살 사건이라도 한 번쯤은 조사해볼 통화 내역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정원 윗선의 압력으로 인한 자살이라면 부당한 업무 지시나 협박에 의한 죽음으로 볼 의혹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한 윗선의 지시로 데이터를 삭제했다면 이는 증거 인멸 교사라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부분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도무지 수사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렇게 어지러운 판국에 국정원과 해킹팀 사이에서 에이전트 역할을 했던 나나테크의 허 대표는 출산을 앞둔 자기 딸을 보러 간다며 유유히 캐나다로 출국했습니다. 허 대표는 해킹팀의 프로그램 구매와 사용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역시 이번 사건의 중요한 용의자 중 한 명입니다. 그런 사람을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아 캐나다로 나가는 것을 그냥 뒀으니, 이는 일부러 보내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철수 의원 국정원 해킹 자료 요청, 과연 의혹을 파헤칠 수 있을까?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9일 안철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의 불법 해킹을 통한 사찰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련 직원의 돌연한 죽음으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운영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수사 당국은 한 점 의혹 없이 국민 앞에 밝혀 달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가 이번 사건에서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지난 21일 국정원에 7개 분야 30개에 이르는 해킹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해 국정원과 새누리당을 당혹게 했습니다. 보안업계 출신자다운 행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안 의원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3년 6개월치의 모든 로그 파일과 감청 단말기, 인적 사항을 포함한 인원 숫자, 감청 내역 및 조치 사항, RCS 감청 시연 및 운용 실무자 면담까지 물샐 틈 없이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데이터와 관련해서도 그가 삭제 수정해 훼손된 디스크 원본과 복구 파일을 동시에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스스로 복구하겠다며 해킹 미끼 블로그들을 지우고 있는 국정원의 위변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새누리당이 "국정원이 목숨을 끊은 직원 임 씨의 삭제 자료 복원을 완료하는 시점에 맞춰 새정치연합도 여야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합의한 국정원 현장 조사에 응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료가 복원되면 새누리당은 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석연치 않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삭제된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100퍼센트 복원할 수 있다는 국정원의 대응, 새정치민주연합의 의혹 제기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새누리당의 알 수 없는 자신감 등을 미루어 볼 때 과연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가 걸린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도종환보다 시인 도종환으로 훨씬 유명한 그가 세간의 이슈로 떠오른 계기는 편향적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잣대 때문이었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회의원 신분이 된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중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해당 교과서 출판사에 권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교육평가원의 이러한 삭제 권고의 근거로 “교과서 심사 원칙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 현존 인물(현역 정치인 포함)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는 것이었음”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이러한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수필 <아무나 가져가도 좋소>도 빠져야 하고,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뛰어드는 순간 <내 삶의 가치>라는 수필도 교과서에서 빼야 할 겁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제로는 편향적인 교과서 심사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정치가의 기준을 정당에 관련된 인물이나 투표로 선출된 사람으로만 한정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박근혜 대선캠프에 속한 박효종 교수는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의 공동저자입니다. 그는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떠들고 다닙니다. 정치적 이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김동길 교수의 <우리가 이 땅에 사는 이유>라는 글도 교과서 버젓이 실려 있습니다. 한국교육평가원의 기준이 공정하다면 이들의 글은 교과서에 왜 실릴 수 있을까요?


종점

종점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오다
―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골목을 채운 아이들 육이오 노랠 듣는다.
구름은 북으로 기울고 새들은 낮게 나는데
우리 누이들 단발머리 풀풀 고무줄 할 때
양지쪽에 기계충독 오른 머릴 쪼이며
― 원수에 하나꺼지 쳐서 무찔러
쪼그려 앉아 따라 부르던 노래
지금도 도깨비 시장 리어카 끄는 서상사 아저씨
짧은 여름밤은 전쟁 얘기로 흥겨웁고
멋진 군인이 되고파 주먹을 쥐게 하더니
아직도 유월이면 이 증오의 노랫소리 들리고
장마전선은 내일도 걷히지 않으리라 한다.
그땐 어찌하여 말해주지 않았을까.
일방적인 증오가 애국심이 아니라는 것쯤
폭력의 언어와 내용없는 적개심만으로
글짓기 대회 그리기 대회의 상들을 타게 하고
그것은 통일의 방법도 뭣도 못된다는 것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전쟁은 신나는 일도 스릴과 써스펜스도
아니라는 것쯤 왜 가르치지 못했던 것일까.
어둠은 쉬이 오고 곤청색 산들을 끌며
비구름은 지평선을 넘는데
벽 돌담 아래에 아이들은 모여든다.

도종환 시인의 <종점>이란 작품에서 “일방적인 증오가 애국심이 아니라는 것쯤/폭력의 언어와 내용없는 적개심만으로/글짓기 대회 그리기 대회의 상들을 타게 하고/그것은 통일의 방법도 뭣도 못된다는 것쯤/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라는 구절이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보다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사회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세대가 이런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고스란히 받은 이들입니다.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주입식 교육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던 도종환 시인은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쳐왔고 바른 교육을 정립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적어도 그는 <종점>이라는 시에서 지적한 일방적인 증오심을 키우는 교육, 적개심을 일으키는 교육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는 민중이니 민족이니 역사니 하는 것을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식민지 시절에 앗기우며 한 세월을 보낸 할아버지, 태평양전쟁 말기 남양군도에 징병으로 끌려가 돌아가신 큰아버지, 그 큰아버지와도 싸웠을 군대에 배속되어 분단의 전쟁을 치른 아버지, 소금장수, 이발쟁이, 날품팔이, 농사군 형제들, 언청이, 못난이 누이들,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 내 이웃의 삶 속에는 생생한 역사와 삶의 아리고 한스러운 흔적들이 흉터처럼 박히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민중은 내 가까운 피붙이와 내 자신 속에서 늘 꿈틀거리고 있다. 이 모든 동시대인들의 삶에 몇 발작 비켜서서 자학하고 탄식하며 오만함 속에 또한 신비한 체험 속에만 빠져서 반성문 같은 시, 변명 같은 시만 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시는 삶 속에, 이 땅 위에 튼튼히 뿌리를 박는 서정과 용기이어야 하리라 믿는다.
분단시대 약소민족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 속에 서서 튼튼한 시를 쓰고 싶었다."
-《고두미 마을에서》 후기 중에서


시인 도종환은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의 후기에서 말하는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시를 충실하게 써왔습니다. 전교조가 사회의 이슈로 떠올라 시끄러웠던 때에 전교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시를 썼고, 사회의 벽이 느껴질 때는 그 벽을 타고 넘을 수 있는 시를 썼습니다.
 
그렇게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대면했던 시인 도종환은 이제 국회의원 도종환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와 관련 없는 시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 힘든 정치인생을 겪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자랐던 우리는 이제 시인 도종환이 아닌 정치인 도종환의 모습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번에 시인 도종환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했던 한국교육평가원의 판단은 정치인 도종환이 쓴 <담쟁이>의 일부분을 문재인이 대선에 참여하면서 인용했고, 정치인 도종환이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이던 2004년에 문학사상사가 펴낸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라는 책에서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화두가 되었고, 살아가면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면서 “인생의 지표가 된 이 시를 매일 아침 새롭게 가슴에 새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요즘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로 끝나는 함석헌 선생의 시를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인생의 지표로 삼고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정치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많은 사람에게 밝힌다는 것은 그 시의 상징적 무게를 등에 업는 것과 같습니다.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윤동주의 <서시>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정치가는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고들 합니다만, 시의 상징성을 등에 업으려 하는 정치가에게 '시어'는 오만한 거짓을 드러내는 진실의 현미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윤동주의 <서시>중에서)”는 시인의 표현에 맞게 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하며,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중에서)”라는 외침을 과연 실천할 수 있는지 그들은 되물어야 할 겁니다.

2012년은 정치의 해입니다. 많은 사람의 눈과 귀가 정치가의 언행에 쏠려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정치가가 그립습니다. 정치 세력을 따라 호가호위하려는 언론이나 검찰 등 권력층의 행동은 이 더위에 국민을 더 짜증 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도종환
1954년 청주에서 출생하여 충북대 사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청산고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교사의 길과 시인의 길을 함께 걸어오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고 투옥되었으며, 1998년 해직 10년 만에 덕산중학교로 복직하여 교사로 재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청주지부장, 장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충북지회 문학위원회 위원장, 제4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내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을 거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의원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제8회 신동엽 창작기금, 제7회 민족예술상, 2006년 올해의 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06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부드러운 직선》《슬픔의 뿌리》《해인으로 가는 길》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모과》《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마음의 쉼표》 등이 있다.

 


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가족과 돈독한 정을 나누신 분도 계실 테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계기로 삼은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젊은이 중에 안타깝게도 취업 불황 탓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분도 없지 않으리라 봅니다.

앞에서 수차례 말했듯이 소셜 비즈니스의 목적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다. 이 근본이념을 잊지 않는다면 방향성을 잃을 일은 없다고 본다. 거꾸로 생각하면,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건전한 수익 창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수익이 있어야만 비로소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일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하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경영이 순조롭게 이뤄질수록 잊기 쉬운 법이다. 그러니 창업할 때 경영자는 이 근본이념을 마음에 반드시 새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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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소셜 비즈니스 바로 알기(http://ideas0419.com/89)> 포스트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봉사와는 달리 '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렇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흔히 말하는 일반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의 극대화이지만, 사회적기업에 있어서 이윤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은 해당 사회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는 기업가로서 가져야만 할 기업가 정신 가운데 순수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셜 비즈니스 지도자의 리더십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순수성을 꼽을 수 있다, 이 세상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나, 그 타협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에 대한 집념을 가지는 태도를 순수성이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정말 해야만 할 일'을 추구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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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분들 중에는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순수성이 밥먹여주냐고요. 사회적기업은 기업으로서 이윤과 사회적인 책무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므로 경영하는 데 좀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아니면 경영하기가 더 쉽습니까? 어차피 일반 영리기업의 생존비율도 창업 3년 안에 40퍼센트 미만, 10년 안에 10퍼센트 미만에 불과합니다. 낮은 확률을 뚫고 역경을 넘어야 하는 건 영리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바르게 경영하면서 그런 난관을 헤쳐나간다면 사회적기업은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보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초심을 유지하며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의 연봉이라면 만족하겠는가? 사회적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기는 어려우므로 억만장자가 되어 일찍이 퇴직하는 일은 생기기 어려울 테지만, 일반적인 기업에서 주는 급료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40대에 연봉 2000만 엔(* 현재 환율로 약 2억 7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실제로 있으니 말이다. 민간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봉에 일의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더욱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니 새록새록 소셜 비즈니스가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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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직전 MBC에서 안철수와 박경철을 다룬 신년특집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여러 기사에는 '이효리의 굴욕' 정도가 화제로 다루어졌지만, 사실 이 방송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MBC스페셜 : 2011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2011.01.28) -> 클릭

'정직해도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안철수가 CEO로서 가장 존경받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기업가 정신을 그냥 단순한 경영자 마인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비전으로 정의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은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해서 그걸 결국은 이루어내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안철수가 경영했던 회사가 사회적기업이라고 표방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기업의 경영자들이 품어야 할 비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아직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내고야 마는 사람들. 바로 이 들이 사회적기업가입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업인가보다 어떠한 기업가 정신을 추구하고 있느냐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치 있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멋진 일에 동참할 기업가가 날로 늘어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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