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주말에 있었던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으로 걱정 많으셨을 줄 압니다. 서울까지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죠. 17시간이나 타오른 불이 266만 리터의 기름을 태우고 43억 원 가량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그런에 화재의 원인이 1000원짜리 풍등으로 밝혀져 우리를 어이없게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고 전날 밤 한 초등학교 행사에서 풍등을 날리는 행사가 있었고 그 풍등을 주운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ㅂ씨가 근처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렸습니다. 풍등은 300여 미터를 날아가다가 대한송유관공사 경기지사 저유소 탱크 옆 잔디밭에 떨어졌습니다. 이 풍등에서 떨어진 불씨가 저유소 주변 잔디밭으로 옮겨붙어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18분간 불타다가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휘발유 탱크 내부로 옮겨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나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갔습니다. 우리가 본 화재는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처음 속보가 나왔을 때는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사고 원인이 알려지면서 초등학교, 나아가 가장 큰 책임이 대한송유관공사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죠.


출처 - 연합뉴스


풍등을 날리는 행사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풍등은 불장난, 모닥불, 흡연, 화기 취급과 동급의 위험물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풍등 및 소형 열기구 날리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이죠. 법 개정 이후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화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시 풍등을 날리지 못하며 날린 사람에게 200만 원가지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금지·제한 명령이 없다면 풍등을 날릴 수는 있습니다.

 

출처 - KBS

 

외국인인 스리랑카인보다야 공공기관인 학교가 법을 더 잘 알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개정된 지 1년 채 되지 않은 터라 풍등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이 널리 인지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인터넷을 통해 풍등을 너무나 쉽게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를 초등학교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출처 - 다음 검색 결과

 

이 때문에 우선적인 책임이 저유소를 책임지는 대한송유관공사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폭발물이 아닌 풍등 하나가 저유소를 폭발시킬 수 있다면, 이런 식의 대형 사고가 수도권이나 도시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겠죠. 당시 저유소에는 6명의 공사 관계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잔디가 불타던 18분 동안 아무도 불이 난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CCTV를 보면 저장탱크 주변이 불타오르고 있는 게 선명히 보이는데 말이죠. 그곳에 설치된 CCTV만 46대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한편 풍등과 별개로 대한송유관공사의 방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탱크 내부에는 온도가 800도 이상 올라가면 경보가 울리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외부에는 센서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휘발유 탱크 안에는 유증기 압력 조절을 위한 환기구가 설치돼 있는데, 이 환기구의 안전장치가 부족했던 점도 비판받을 지점입니다. 유증기는 쉽게 불이 붙는 가연물질이기 때문에 유증기 환기구에 유증기 회수장치가 있으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환기구 입구에는 인화방지망이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풍등의 불씨가 환기구를 통해 옮겨붙어 폭발이 일어난 것이라면 인화방지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사의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경찰은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출처 - 한겨레


당시 불이 활활 타오르는 탱크 옆에는 다른 저유탱크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자칫 연쇄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불이 잡혔죠.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화하면서 인근 탱크로 번지지 않도록 물을 뿌려가며 온도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는 개인부터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여전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까요. 저유소 화재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지자체들이 풍등 행사를 취소하거나 규모 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북 진안군은 오는 18일부터 나흘 동안 여는 '2019 진안홍삼축제' 때 풍등 날리기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 축제를 끝낸 제22회 전북 무주반딧불축제 제전위원회는 저유소 화재를 계기로 풍등 날리기 행사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무주반딧불축제 때는 '반디 소망 풍등 날리기' 행사가 6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제전위원회는 내년부터는 한꺼번에 날리는 풍등 개수를 줄이고 재질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풍등 낙하 예상 지점에 배치되는 모니터링 요원 수도 늘릴 방침이라고 하죠. 매년 9월이면 열리는 효석문화제 때 강원 평창군 봉평면의 하얀 메밀꽃밭에서 수백명이 동시에 소망을 담은 형형색색 풍등을 날리던 모습도 내년부터는 보기 어렵게 됩니다. 축제를 주최·주관하는 이효석문학선양회가 내년부터 풍등 날리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환경문제 때문에 폐지를 고민하던 차에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가 풍등 행사를 없애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주유소 화재로 도마 위에 오른 대한송유관공사가 올해 안전한국훈련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를 비롯한 산업부 소속기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5조'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안전한국훈련평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대한송유관공사는 2014년 B, 2015년 C, 2016년 A, 2017년 B, 2018년 A등급을 받았습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ㅂ씨가 날린 풍등으로 인해 불이 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지난 5월 18일 고양저유소에서 안전한국훈련을 했다고 하죠. 그런데도 실제 화제에 대한 사전대응이나 사후 초동조치가 미흡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요? 이 때문에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양시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미숙한 안전관리에 대해 질타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당연한 일입니다. 화재의 책임을 스리랑카인 한 명에게만 돌리는 건 우리 사회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선장이나 유병언에게 돌리려 했던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더 큰 구조적 문제인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들이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스리랑카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시 저유소 화재는 스리랑카노동자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나라가 미쳤다! 왜 스리랑카인에 뒤집어 씌우려해?'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던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경찰에 긴급 체포된 ㅂ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여 48시간 만에 풀려났습니다. 검찰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결정한 것은 경찰이 적용한 형법의 '중실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유소 폭발의 책임을 이주노동자 한 명에게 묻지 않을 정도의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출처 - 수자원공사블로그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습니다. 큰 재해가 있기 전에 이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포착된다는 건데요, 미국 여행보험사의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5000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혔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해 방치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저유소 화재를 사회의 안전의식을 점검하고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7년 수능은 11월 16일이 아닌 11월 23일에 치르게 되었습니다. 예정된 수능일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포항 지진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지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고층에 있거나 민감한 분들은 서울에서조차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입니다. 포항 시내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 외벽이 깨지거나 금이 가는 등 실로 아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예비소집이 이뤄진 날이기도 해서 포항 지역 학생들은 난데없는 지진에 혼비백산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진 직후 정부의 입장은 수능을 예정대로 치른다였습니다. 이 때문에 수능 전날 저녁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학부모와 입시생들의 혼란과 반발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은 인간이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천재지변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능을 치르는 도중에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포항 시내의 상황과 작년 경주 대지진 때의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여 생각하면 '수능 연기'라는 전격적인 결정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나아가 입시생 전체의 형평성을 고려한 의미 있는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스포츠경향


우선 포항에서는 오늘 수능 고사장으로 사용될 전체 시험장 건물 14곳 중 10곳이 벽 등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예비시험장으로 마련해두었던 포항중앙고에서조차 균열이 발견되었죠. 포항고는 균열이 너무 심하고 포항여고는 뒷담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심지어 포항여고 과학실에서는 보관 중이던 실험용 포르말린이 지진으로 깨지면서 누출되었다고 합니다. 떨어진 타일이나 파편들은 밤 사이에 치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균열이나 넘어진 담을 하루 만에 복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에 하나 건물에 균열이 간 상태로 시험을 강행하다 여진이라도 일어나 2차 균열과 파괴가 발생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학생들에게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 때문에 수능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포항교육청이 교육부와 청와대에 수능 연기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현장에 가도록 지시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항으로 급파되었습니다.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본 김부겸 장관은 이대로는 도저히 수능 진행이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진으로 파괴된 현장을 보면 겨우 일주일만 연기하고 복구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를 취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 보고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을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수능일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로 이에 따른 후폭풍이나 심리적 물리적 어려움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우리가 목도한 안타까운 죽음과 안전불감증을 생각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 얼마나 상식에 근거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를 현장으로 내려보내 사태를 파악한 후 최고 결정권자가 책임을 지고 그 보고를 받아들인 과정은 지난 9년간 정부에서 보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이 아닙니까? 

 

출처 - SBS


참고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경주 대지진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국민이 죽든 말든 감히 장관이나 대통령의 단잠을 깨우려 하다니 무엄하도다, 이런 식이 아니었나요? 현재 문재인 정부 같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하라는 뜻에서 우리는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외쳤던 것 아니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처지인 포항 학생들만 따로 나중에, 혹은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전체 학생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고 수능 보안에도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수능 강행이냐 연기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 셈이었고, 학생들의 안전과 형평성을 고려해 현 정부는 수능 연기라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난데없는 천재지변으로 일주일을 더 고생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시험보다 학생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원래 예정된 수능일이었던 오늘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예정대로 휴교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포항의 모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전국 지역별 85개 보관소로 배포된 수능 시험지는 보안에 문제가 없도록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가 합동으로 경비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위원들도 일주일 더 감금(?)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수능 끝나자마자 여행 가려고 예약한 사람들,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 등을 다 버려버린 학생들 등, 천재지변으로 꼬여버린 일정에 마음이 아프겠지만, 생명과 안전보다 귀한 것이 없음을 생각하면서 일주일 뜻깊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학생들은 자기 실력만큼 좋은 성과 거두시길 빕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안녕을 하루하루 걱정해야 하는 요즘입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백화점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19년 전 삼풍백화점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500여 명이 희생된 참극이 발생한 날과 같은 6월 29일,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천호점의 1층 천장이 느닷없이 무너져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입니다.

출처 - SBS


지난 29일 오후 2시 1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백화점 1층의 한 매장에서 천장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이 부상당했다. 소방당국은 "안경점 안에 설치된 환기구, 즉 덕트가 분리돼 천장 마감재 위에 얹혀졌고, 갑자기 늘어난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장이 4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현대백화점에는 시민 1000여명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으며 사고 현장에도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상자 중에는 휴일을 맞아 엄마와 함께 쇼핑을 나온 5살짜리 아이까지 있어 충격이 더했는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뜩이나 안전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어린아이마저 다치는 사고가 재발하는 걸까요.

현대백화점 천호점의 천장이 무너진 이유는 노후한 석고보드가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소방, 경찰이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 천장 구조와 건물 자체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이번 사고를 단순히 넘길 문제는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형인 상태에서 또다시 벌어진 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고 당시 현대백화점은 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음에도 1000여 명의 고객에게 ‘1층 선글라스 매장 위의 석고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다른 층 고객들은 안심하셔도 된다’고 안내했을 뿐 별도의 대피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느닷없이 천정이 떨어졌지만 다들 안심하고 쇼핑이나 하라는 얘기인 걸까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고객들이 마감재가 떨어진 것이라고 해도 사람이 다쳤고 어디서 더 떨어질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피방송조차 안 할 수가 있느냐고 항의하자, 현대백화점 측은 큰 사고가 아니었고 건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어서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사고 이후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마감재가 떨어진 주변에만 천막을 쳐놓고 전 층에서 정상 영업을 강행했습니다. 사람이 다치든 말든 돈이나 벌겠다는 심보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렇게 일어났고, 20년 전 삼풍백화점을 붕괴하게 했던 심보가 이와 똑같았습니다.

출처 - 뉴시스

삼풍백화점도 사고 발생 전부터 벽에 균열이 가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고, 사고 발생 당일 오전에는 5층 천정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영업을 강행했고 보수공사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그날 오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수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푼 더 벌어보겠다는 안전불감증이 단일 사고 최다 희생자를 낸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죠.

출처 - 뉴스1

공교롭게도 현대백화점 천정이 무너져내리기 열흘 전, 정지선 회장은 자사의 화재 대피 훈련 현장을 찾아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가 일어나자 현대백화점 측은 대피는커녕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장삿속 채우기에 바빴습니다. 안전을 여전히 전시행정으로 챙기는 윗사람들의 전형이었던 셈이죠. 

출처-인사이트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한 이야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관계자들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덮으려고 해경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웠고, 인제 와서 정부는 해경 해체는 오해라는 헛소리나 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안전이란 헛구호만 외치며 장삿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들의 행태가 저질이며 똑같은 수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와중에 송파에서는 건축 과정 자체가 재앙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 근처의 도로가 꺼지고 싱크홀로 추정되는 현상이 발견되어 많은 주민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의 무리한 건축으로 석촌호수의 물 빠짐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근처 지반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아랑곳없이 임시 개장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6월 30일 오후 6시쯤 서울 동대문구 중앙선 청량리역에 정차 중이던 용산행 전동차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발생해 승객 전원이 전철에서 내려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습니다.

 

출처 – SBS

세월호 참사에도 변함없는 안전불감증과 배금주의 속에 2014년 상반기가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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