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생각비행은 채용비리로 만연한 한국 사회에 대해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고위층 아들딸 중에 뽑을 사람을 정해놓고, 취직이 절실해서 열심히 준비한 취준생들을 들러리로 세운 강원랜드나 우리은행 등의 문제 말입니다. 다른 직업군보다도 정직하고 깨끗해야 할 공공기관과 금융업계가 그 첫발을 내딛는 취업 관문에서부터 더러운 청탁과 비리로 점철되어 있었죠.


출처 - 미디어오늘

 


특히 강원랜드는 합격자 전원이 취업 청탁자였다는 충격적인 채용비리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주요하게 청탁을 받아주고 압력을 넣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국회의원 직함으로 청탁을 받고 강원랜드에 압력을 넣은 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미현 검사의 폭로에 의하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안 검사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수사사건을 인계받은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4월에 수사가 덜 됐는데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에게서 사건을 종결하라는 지시를 갑자기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가 불구속, 구속으로 결정되지 않고 열린 상태였는데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바로 다음 날 불구속하는 거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죠. 이후 검찰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습니다.


출처 - JTBC


이 과정에서 당시 권성동 의원과 모 고검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의 측근 사이에 많은 전화 통화가 오가는 등 개입 정황이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한 수사팀과 춘천지검 지휘부에서 안미현 검사에게 일방적으로 증거목록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박근혜 시절 임명된 국회 법사위원장, 전직 검찰총장, 지방검찰청장 등 중앙부터 지방까지 수직적으로 연루된 권력형 외압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고강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출처 - 머니S


비리를 저지른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전 검찰총장 등에서는 부정하고 있습니다만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정황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아 채용 비리는 지역 국회의원의 힘으로 저지르고, 수사 외압은 법사위원장의 지위를 악용해 저지른 것이 아닐까 국민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사람이 법사위원장이라니 수많은 민생 현안과 권력형 비리를 단죄할 법안들이 법사위를 통과 못 하고 계류되어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법사위가 모든 법에 대한 최종 관문이기 때문이죠. 자유한국당의 태업으로 권성동 위원장을 필두로 한 법사위는 국회의 '상원' 역할을 하며 780개의 법안을 계류시키는 등 정국을 어지럽혔습니다. 이렇게 늦어지는 법 개정으로 인해 삼성 이재용같이 그 그물코로 빠져나오는 재벌 미꾸라지들이 생기는 것이겠죠.

출처 - 경향신문


2월 임시국회는 시작한 지 7일 만에 파행을 맞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시작한 여야 기 싸움 때문이었습니다. 민생법안 처리를 제1 목표라고 외치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권성동 한국당 의원의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며 법사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퇴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과를 요구하며 각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회가 멈춰버렸습니다.

 

그런데 강원랜드 수사외압 논란이 여야 대치 국면으로 확대되면서 '5.18진상규명특별법'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1980년 당시 군이 헬기를 이용해 광주시민들을 사격했으며 당시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을 통해 광주 시민들을 상대로 사격을 가하는 등 무력 강경진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의 결과 발표로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사퇴문제를 둘러싼 여당과 야당 간 힘겨루기로 20일과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출처 - JTBC

'5·18진상규명특별법'은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불의의 세력이 권력을 찬탈한 뒤 중화기를 동원해 시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게 1980년 광주 5월의 실체입니다. 그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온전히 심판하는 것은 정의와 상식의 문제입니다.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번번이 특별법 처리를 무산시켜온 자유한국당은 불의의 세력을 비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만의 커넥션을 국민의 관심으로 끝장내고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6.13 지방선거용 공직선거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기초연금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통과되도록 관심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구속되고 다소 잠잠해지나 싶었던 검찰 내부 적폐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뿐 아니라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성추행 사건이 여검사들의 폭로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한국 최고의 권력 중 하나이자 법조계 최고의 엘리트로 인정받는 검사마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 고통받고 차별받는 현실이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첫발은 통영지청의 현직 검사 서지현이 뗐습니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인 안태근이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의 강제추행을 한 사실을 밝힌 것이었죠. 서 검사는 이에 반발하여 당시 소속청을 통해 사과받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으나 그 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서 검사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발령을 받았는데 그 배후에 안태근 검찰국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죠.


출처 - SBS


서 검사의 뒤를 이은 폭로자는 임은정 검사였습니다. 임 검사는 15년 전 직속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2003년 경주지청에서 성추행당한 상황을 '지옥 생존기'라는 표현으로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직속 상사인 부장검사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성추행을 하고 집 안으로 떠밀고 들어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 검사가 이 문제를 같이 근무하던 선배 검사에게 상의하자 되레 자신에게 사표를 쓰라면서 알려지면 너만 손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죠. 결국 당시 지청장에게 찾아가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한 뒤에야 겨우 사표를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임 검사는 2005년에는 성매매 전담 부장검사가 2차로 성매매까지 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감찰조차 없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직장 내 차가운 눈초리와 상사 뒤통수 치는 꽃뱀이라는 멸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검사의 용기에 힘입어 다른 여검사들이 피해 사실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손바닥처럼 입장을 뒤집은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내부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더구나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여검사가 성추행과 성매매를 하는 남자 검사들을 두둔하며 덮기 급급했던 사람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피해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죠.


출처 – JTBC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에 성추행 진상조사를 위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습니다. 임 검사는 거시적 안목에서 정의로운 검찰을 당장 꿈꾸기에는 난망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부끄러움을 알아주시면 하는 것을 검찰 수뇌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부에 대한 자정 작용이 되어야 할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JTBC


검찰 조직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가 문화계의 미투(#Me Too)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최영미 시인은 JTBC에 출연하여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폭로했습니다. 〈괴물〉이란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지칭하고 있었는데요, 최 시인은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해당 원로 시인이 '괴물'임을 시사했습니다.

 

출처 - JTBC

 

아울러 문단 내 성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으며,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복수의 대상이 된다고도 밝혔습니다.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에서 펴내는 잡지 등의 편집위원으로 있는 남성 문인들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피해 당사자들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는 최 시인의 이야기는 문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출처 - Psychology Today

 

최근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투 운동을 혹시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소설가 공선옥의 <시대의 기미>라는 칼럼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을, 느낀다. ‘차마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밝히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시대는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시대는 다시는 올 수가 없게 되었기를 나는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든,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기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아가는데 미투 운동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2차 가해하고 조롱하고 따돌리는 행태, 나아가 성별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은평녹색당에서 기획한 강의가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은평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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