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불구속 상태이던 이재용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청탁하는 데 회삿돈을 빼내 86억 8000만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죠. 최순실, 박근혜에 이어 이재용까지 국정농단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들이 모두 법정 구속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어느 쪽도 개운한 맛은 없습니다.


출처 - SBS


국정농단 당시 이재용의 뇌물죄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와 3심까지 재판을 거치며 그 규모와 성격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특검은 2017년 2월 이재용을 구속기소 하며 그가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총 298억여 원의 뇌물을 건네고 이후 213억 원을 더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봤습니다. 1심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등 89억 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인 2심은 36억 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탓에 이재용은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3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6억 원의 뇌물, 횡령을 인정하고 1심에 근접하는 판단을 내리며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된 최종 형량이 이번 징역 2년 6개월의 법정 구속입니다. 이에 대해 특검을 비롯한 국민은 국민대로, 삼성과 이재용을 옹호하는 경영계와 보수 단체는 그들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재용 재판과 관련해 여태까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 총수의 모습과 달리 교도소로 들어가는 재벌 총수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입니다. 하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장만 다를 뿐 이번 재판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특검과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에게 선고된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대법원판결 취지를 감안한 선고라면서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모두 유죄 확정과 법정 구속되었다는 점은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의 국민연금 합병 찬성 관련 직권남용, 배임 사건도 특검법 취지에 따라 신속하게 선고되길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삼성 승계에 얽힌 문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특검이 우회적으로 삼성 승계에 관한 선고가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국민과 같이 이번 선고의 형량에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법정 구속되긴 했으나 2년 6개월은 이재용에게 법률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최소 형량입니다. 집행유예를 해주지 않았을 뿐이죠. 파기환송심 선고가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며 1심의 징역 5년에 준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되받은 고등법원이 보편적인 양형기준을 무시하고 이재용에게 특별한 기준을 적용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판사의 작량감경이 문제였습니다.


출처 - SBS


형법상 작량감경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유기징역의 경우 최대 2분의 1까지 가능합니다. 이번 이재용의 뇌물, 횡령죄는 원칙적으로라면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그리고 파기환송심에서 양형기준은 현실적으로 선고의 절대적 하한선의 기준이 됩니다.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판결문에 벗어나는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양형기준을 준수하는 비율은 무려 89.7%입니다. 횡령, 배임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더 높은 93.9%입니다. 그러니 이재용이 받은 이번 작량감경은 6.1%만이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특수한 판결인 셈입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판결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논리와 배치되는 무리수를 두며 원칙을 어기고 한계치까지 형을 감해줬습니다. 이재용이 얻지 못한 건 단 하나, 집행유예뿐이었습니다. 특검의 구형량은 9년, 솜방망이 처벌이 특기인 우리나라 법으로도 이재용은 판사의 작량감경까지 반영한다 해도 최소 징역 4년에서 10년 2개월을 받아야 정상적인 형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2년 6개월에 불과한 판결이 나왔으니, '이번 재판의 판사가 조만간 은퇴하고 삼성에 들어가려나 보다'라는 여론의 비판을 직면하게 되었죠.


출처 - 뉴스1


국민들은 "억지로 밀어붙인 지방대 표창장 위조가 징역 4년인데 국정농단 뇌물, 횡령죄가 2년 6개월이라니 말이 되느냐"는 조롱을 사법부에 날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삼성 안에서만 봐도 형량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재용이 받은 2년 6개월은 삼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최지성과 삼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 장충기와 똑같은 형량입니다. 뇌물공여를 교사한 총수인데다 뇌물죄, 횡령죄 등 다수의 중범죄에 얽혀 있는 이재용의 형량이 2년 6개월에 불과한 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법의 대전제를 사법부 스스로 짓밟은 셈입니다. 이런 판결을 내놓은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고 누가 권위를 부여하겠습니까?


출처 - 데일리안


보수 단체와 보수 언론, 경제지들은 선고 당일부터 여론을 호도하며 기레기 나팔을 불었습니다. 이재용이 코로나 백신을 구하러 외국 출국 직전에 구속됐다며 동정론을 펼치더니 이명박, 박근혜 사면에 이재용도 거론했습니다.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극우 단체들은 삼성에게 해외로 이전하라고 읍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죠.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이런 중범죄를 일으킨 자에게 2년 6개월에 불과한 형량을 부과할까요? 


출처 - 한겨레


그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미국의 경우 10~20만 달러(1~2억 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개인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이고, 뇌물, 횡령, 배임 등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기업인은 최소 2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기업 분할까지 보너스로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재용이 최종 선고받은 뇌물 액수 86억 원이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어느 곳에서도 2년 6개월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은 어떨까요? 공산당 일당독재의 중국에서는 5억 이상의 뇌물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자본주의 국가든, 공산주의 국가든 삼성이 한국을 떠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재벌 입장에서 불법적으로 기업 활동하기 가장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매일경제


삼성전자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추이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2015년에는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3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더불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 여파로 2017년 삼성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는 49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의 이미지 추락과 리더의 불법 행위는 이처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출처 - 주간경향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기업 총수와 관련된 범죄 사안을 분석하면 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죄다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조세일보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집행을 유예한다는 뜻이지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 재벌 총수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요?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이 삼성 총수니까, 국정농단 사건이니까 특별히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받아 마땅한 공정한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었죠. 대다수 국민은 삼성이 더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법이 정한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이익을 추구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삼성과 이재용은 사법부의 비호 속에서, 극우 단체가 그렇게나 외쳐대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을 훼손하고 있죠. 그들이 진짜 보수를 자처한다면 사실은 이재용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더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JTBC


하지만 현실에선 숱한 기레기가 삼성에 충성을 서약하며 쓰레기만도 못한 기사를 쏟아냅니다. "이재용 구속으로 주가가 급락해 개미들 곡소리 나온다", "삼성 시가총액 28조가 증발해 개미들 눈물 흘렸다", "삼성이 망하면 서민도 망한다"는 식의 프레임 짜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런 주장은 당연히 헛소리입니다. 이재용 구속 당일 3% 넘게 내려간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했습니다. 증발했다던 28조도 다 회복됐지요. 사실 이재용 구속 당일은 코스피 전체가 2.3% 급락한 날이었기 때문이지 이재용 구속이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합당합니다. 과거 이재용이 구속됐을 때 삼성 주가가 올랐던 것처럼 오너 리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에 주가 면에서는 호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거 이건희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오너 부재의 경영 위기란 말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탈 없이 주가는 오히려 올랐던 전례도 있죠.


출처 - 신안신문


이번 파기환송심의 삼성 이재용 뇌물, 횡령죄 판결은 3.5(징역 3년, 집행유예 5년)라는 단골 판결을 깨고 재벌 총수가 구속되는 형태로 끝맺음 됐다는 명분만을 남겼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과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다시 외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삼성 승계에 관한 국민연금 재판에서는 더도 덜도 말고 상식적이고 법에 따른 판결을 요구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피고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내려진 1심 판결입니다.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인 2018년 2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내려진 1심 선고인데요. 1심 공판 횟수만 무려 114회, 긴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주문 낭독에만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박근혜와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든 죗값은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그리고 추징금 72억 원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1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은 최순실을 재판에 넘기면서 무려 19개나 되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핵심은 뇌물수수였지요. 최순실이 삼성에서 받은 돈 가운데 약 73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탔던 말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순실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삼성의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판결과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삼성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그에 대한 뇌물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통되지만 뇌물 액수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뇌물 공여를 깎고 또 깎아 36억 원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1심 재판부가 최순실이 이재용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뇌물 액수는 그 두 배인 72억 원입니다. 주는 사람은 36억을 줬는데 받은 사람은 두 배인 72억을 받았다니, 이게 무슨 무슨 오병이어의 기적도 아니고 어떻게 두 배로 뻥튀기가 됩니까?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끼리의 판단이 이렇게 달랐던 지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도드라졌습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순실 1심 재판부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했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을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 36억 원만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니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종범 업무수첩은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 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 2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고, 1심 진행 중인 최순실, 장시호, 차은택, 박근혜 재판부들도 증거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재판부가 나머지를 다 죽이더라도 어떻게든 삼성만큼은 구하려고 한 결사적인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며, 국정농단 사태의 끝판왕은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삼성과 이재용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 최순실의 1심 판결로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구속되었습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넨 돈은 뇌물로 봤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박근혜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거로 판단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신동빈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롯데가 삼성 정도의 취급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칼을 갈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난 이재용 판결과 이번 최순실 판결을 비교한다면 정의가 구현된 판결이라기보다는 롯데가 삼성만큼 부와 권력이 있었으면 또 유유히 빠져나갔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이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을 한 사법부의 실책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순실 역시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후원금을 받아낸 행위는 모두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외에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 하나은행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등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공모관계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1심에서 형량이 남았을 뿐 유죄는 확정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앞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마지막 대법원이, 최순실은 2심이, 박근혜는 1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랬다저랬다 하는 판결로 사법부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큰 흠을 남겼습니다. 문자 그대로 '국가를 말아먹으려고 했던 시도'에 비하자면 징역 20년도 낮습니다. 우리는 풀려난 이재용과 삼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 대법원에서 삼성과 이재용이 단죄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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